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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혁신학교에 간다 - 대한민국 희망교육
경태영 지음 / 맘에드림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부터 혁신학교에 관한 내용들이 궁금했다. 같은 교무실에 계시는 선생님 한 분은 혁신학교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셔서 나름대로 계획서도 만드시고 이리저리 연수도 들으러 다니시다가 결국 올해 혁신학교로 발령이 나셨다. 어찌어찌하다가 연수도 챙기지 못하고 혁신학교에 대한 막연한 생각에 자료도 미비한 나는, 인터넷을 통해 혁신학교에 대한 정보들을 얻어보려 했지만 생각보다 그 양이 적기도 하고 구체적인 내용들을 찾지 못해 마음 속 발을 동동 구르며 올 한 해는 또 어떤 수업과 학급경영을 해야 하나 걱정만 가득 안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알게 된 이 책. 사실 책을 받아들었을 때조차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혁신 :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 새롭게 함+학교 : 일정한 목적, 교과 과정, 설비, 제도 및 법규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 일정한 목적, 교과 과정, 설비, 제도 및 법규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의미. 책의 첫머리에 나와있는 혁신학교의 정의다.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인권이 무시된 채 좋은 성적을 거두어 높은 평가를 받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을 최대 목표로 삼게 된 공교육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외면으로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아무리 변명하고 무시하려 해도 그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이제 그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대책이 '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기 시작한다. 경기도교육청은 2009년 9월 13개 학교에 이어 2010년 3월 20개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여 이미 운영중이고 2011년에는 그 숫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며 서울시교육청도 2014년까지 순차적으로 300개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학교 구성원들의 의지와 화합, 문제의식 공유와 실천을 강조하는 혁신학교 7곳의 사례가 실려있다. 국어 시간에는 연극을, 음악시간에는 영어뮤지컬을 배우며 건강한 심성을 기를 수 있는 조현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생태체험학습에 도우미교사로 참여하고 아빠와 함께하는 학교캠프가 있는 서정초등학교, 학생들이 음악과 춤, 극 등을 선택해 다양한 예술장르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남한산초등학교, 친구 사랑의 날과 등굣길 하이파이브가 인상적이었던 장곡중학교, 지역 네트워크 활용이 돋보이던 덕양중학교, 해외통합기행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이우학교, 교장선생님에게 보낸 친근한 문자가 인상적인 흥덕고등학교. 초중고에 따라 교육과정은 각각이었지만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암기위주의 공부보다는 몸으로 느끼는 생활,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해볼 수 있는 기회부여, 학생과 교사의 열린 소통, 지역사회와의 연계,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인상적인 학교들이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점은 이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학교 가기를 즐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 편에서는 우려가 없지 않다. 모든 학교들이 혁신학교가 아닌 지금,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암기식 공부가 아닌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학습을 행해온 아이들이 전혀 다른 교육과정을 가진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생기는 괴리감과 그로 인해 불거져 나올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또한 혁신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느끼는 소외감 등은 어떻게 하나. 실제로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혁신학교에 보내기 위해 이사를 다니고,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에는 전학생을 받지 않겠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고 하니 교육적으로 거두는 성공 외에 차근차근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학교가 변하기 위해서는 수업이 바뀌고 교육이 바뀌고 그 안의 구성원들이 바뀌어야 한다. 또한 실제와 맞지 않는 대학입시체제도. 공교육은 더 이상 입시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고 삶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혁신학교는 그 방법의 일환이다. 많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참여와 소통으로 아이들과의 미래를 꿈꾸는 학교, 그 곳이 바로 혁신학교의 시작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또 새로운 학년을 맞을 준비를 하는 학부모와 교사가 읽는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