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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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김전일의 할아버지 긴다이치 코스케입니다. 저는 긴다이치 코스케하면 일본 SMAP의 멤버 이나가키 고로가 생각나요. 제가 처음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드라마로 접했을 때의 주인공이 바로 이나가키 고로였거든요. 새가 집을 지은 듯한 더벅머리에 어눌한 말투까지, 소설 안에서 묘사된 긴다이치 코스케는 고로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긴다이치 코스케도 김전일처럼 평소에는 어벙한 모습이지만 사건이 터지고 작은 단서라도 손에 넣으면 실마리를 따라 끈질기게 사건을 추적하죠. 김전일이 항상 외치던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가 생각납니다. 저 <소년탐정 김전일> 팬이거든요. 홍홍. 

[삼수탑] 은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 여덟 번째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품인 듯 합니다. 그 중에서도 이 [삼수탑] 은 네 번의 드라마와 한 번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히 짐작되고도 남습니다. 삼수탑. 어떤 생각이 드세요? 삼수탑 중 '삼수'는 '三首'의 한자를 사용합니다. 즉, 세 개의 머리가 있는 탑이란 뜻이 될텐데요, 저도 처음에 제목의 뜻을 알고 오싹했지만 다행히(?) 실제 머리가 아니라 머리의 모양을 본 뜬 조각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해요. 그 삼수탑을 둘러싸고 마침내, 또, 사건이 벌어집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미야모토 오토네. 어린시절 양친을 잃고 백부 (그러나 큰이모의 남편) 의 양녀가 되어 교양을 쌓아온 여성입니다. 어느 날 그녀 앞에 변호사가 나타나 먼 친척에 해당하는 사타케 겐조가 그녀를 백 억엔이라는 유산 상속자로 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단,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다카토 슌사쿠라는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얼마 후 백부의 회갑연에서 벌어진 잔혹한 세 건의 살인사건. 피해자 중에는 오토네의 정혼자로 알려진 다카토 슌사쿠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 사건을 시작으로 백 억엔이라는 유산을 둘러싼 피의 참극이 시작됩니다. 오토네와 슌사쿠의 결혼이 무산되었을 때는 겐조의 혈육들에게 재산이 분배된다는 사실이 공표된 후 친척들이 하나 둘, 끔찍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 와중에 다카토 고로라는 남자와 연을 맺고 사건의 중심에 뛰어든 오토네. 이 작품은 그 오토네가 사건이 전개되던 시기부터 마무리 될 때까지 집필한 일기 (혹은 유서) 의 형식으로 쓰여져 있습니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책으로 접한 것은 [팔묘촌] 이후 처음입니다. 기본적으로 탐정소설을 좋아하기도 하고 시대물에도 흥미가 있어 꾸준히 관심은 가지고 있었지만요.  [삼수탑] 은 특별히 트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용 전개는 흥미로운 편이에요. 연달아 사건이 터지고 과연 이 사건이 어떻게 정리되는가를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이거든요. 추리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기본적으로 진실을 알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트릭이나 동기가 적합하다면 주인공이 비호감이라든가 단어 사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낮은 평가를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그럭저럭 읽을만 했다'에 비해 조금 짜게 별점을 준 이유는 이 오토네에 대해 호감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종일관 존슨즈 베이비 로션의 모델인양 '맑고 바르고 아름답게'를 외치는 오토네는 그저 신파극의 주인공에 지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초반에 오토네는 한 남성에게 겁탈을 당하는데 '아아'하며 탄식만 할 뿐 나중에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도 그저 굴복하고 말아요. 입으로는 백부님과 친구들을 볼 면목이 없네 어쩌네 하면서도 말하는 것과는 달리 행동하는 그녀를 보면 어쩐지 정이 가지 않는다고 할까요. 오토네가 화자이고 극의 중심이기 때문에 그녀가 작품의 전체를 총괄한다고 보아도 무방한 상황에서, 인물에 대한 비호감은 작품 평가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오토네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쓰는 단어들도 눈에 걸리는 게 좀 있어서-핥듯이 쳐다보는 시선이라는 표현은 꽤 여러번 나와요-완전히 몰입하기는 힘들었습니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저의 이러한 소소한 이유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긴다이치 코스케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도 그리 크지 않았고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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