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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 날리는 소년이었다
신영길 지음 / 나무생각 / 2007년 3월
평점 :
여행은 사람을 변화하게 해 준다고 하더니 역시 그말이 맞는것 같습니다. 그에게 바이칼 호수를 여행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생각과 경험들을 가지게 했으니 말입니다. 단지 그 곳으로 떠났을 뿐인데도 말입니다. 그가 무엇을 얻기 위해 떠나지 않았음에도 거대한 자연앞에 그는 많은 것들을 얻고 또 얻었으니까요. 역시나 자연앞에 우리는 너무나 작고 보잘것 없이 작은 존재가 되니 말입니다.
비록 그가 여행을 하며 남겼던 글들을 써놓았던 소중한 수첩은 잃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긴 생각의 이야기들을 쓸수가 있었으니 더욱 대단하지요. 잃었기에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들을 반추해낼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는 때로는 아이를 잃은 아비의 심정으로, 때로는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출발자의 심정으로, 때로는 나이가 중장년을 향해 나아가는 가장으로, 남자로 ,남편으로, 그는 많은 생각들을 펼쳐 놓습니다.
왜 그동안 이런 중요하고도 소중한 기억들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는지 그 여유없음에 그는 반성하고 또 반성하고, 눈물을 흘리다가도 씁쓸히 웃기도 하고, 그럼에도 세상이 나에게 준 그 많은 사랑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는 기쁘게 웃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진실됩니다.
한 남자의 너무나도 솔직하고도 쓸쓸한 고백이 너무나 가슴을 아프게 아려오게 만들었거든요.
글을 직업으로 삼은 자도 아니고, 바이칼이라는 거대하고도 오래된 호수를 걸으면서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한 이야기들을 그의 추억과 기억과 함께 포근하게 버무렸을 뿐인데도 이렇게 감정을 움직이게 했으니 말입니다. 진심으로 대하면 그 진심이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그의 솔직한 고백에 꽉 닫혀있던 저의 마음조차 스르르 벌어지게 되었거든요.
너무나 슬프고 힘들어 더이상 참아낼 수 없다고 여길만큼 세상이 지옥일때도, 눈이 내리고 손과 발이 얼얼하게 얼어붙을 만큼 시린 바람이 퍼붓는 겨울이 되어도 참고 견디면 꽃이 피고 따스한 봄이 찾아오듯이 이 시린 세상도 다시 살만한 곳이 되어 줌을 그는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그의 이 솔직한 이야기에 많은 이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감동하고, 그 시린 상처들을 보듬어안고 함께 엉엉 소리내어 울 수 있었겠지요.
시리고 추운 바이칼 호수속에서 그는 따스한 온기와 희망을 찾아냈듯이,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따스한 체온과 , 타인을 따스히 보다듬을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마음이 아프고 우울하고 절망적일때 만나 보세요. 그의 진심이 가득 담긴 고백담을요.
분명히 많은 힘이 되어 줄겁니다.
우리는 과거에 잊기를 밥먹듯이 하는 소년이었고, 소녀였지 않겠습니까? 아프고 시린 상처는 자고 나면 새살이 오르듯이 쉬이 잊었듯이 그때를 떠올리며 마음의 상처를 따스하게 치유하시길 바랍니다. 아픈 기억은 가슴속에 내내 응어리지듯이 감추어 두면 썩고 병이 들어버리니 그럴때는 속시원하게 울어보고, 이야기하고, 화도 내면서 그렇게 잊어버립시다. 너무 아프지 않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