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틀라이트 크루즈
아사쿠라 다쿠야 지음, 김소영 옮김 / 미디어윌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나이차가 많이 나지 않는 자매끼리는 연적이 될 가능성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쁜 옷이랑 구두 뿐만이 아니라 남자친구를 두고도 다투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험한 생각도요. 여형제가 없는 저로서는 설마 그럴까 싶은 생각이 더 크지만 이 책을 읽는내내 그 기묘한 시기와 질투의 엇갈림이 낯설만큼 생경해 보여서 오히려 리얼리티가 있는것 처럼 여겨졌거든요.

한밤의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 "새틀라이트 크루즈" 를 진행하는 여동생과 공부만을 위해 사는 사람처럼 유명한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언니! 가고 있는 길도 그렇고 성격도 모습도 사는 방식도 너무나도 대조적인 두사람입니다.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후 세상에 피붙이라고는 두 사람밖에 없는데도 이 두 사람은 너무나 불편해 보입니다. 티격태격 싸우는 일 조차 자매에겐 버거운 일처럼 시선을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으니까요. 더욱 애틋하고 정이 넘쳐나고 서로를 위해 아껴주고 헌신하는 듯한 자매의 정은 눈꼽만큼도 찾을수 없습니다.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바로 사랑! 사랑은 정말 부모 자식간도 갈라놓는다더니 자매의 정마저도 무참하게 짓밟는군요.
가족이기에 하나밖에 없는 언니이기에 동생이기에 더욱더 서로를 용서할 수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단 하나남은 가족에게 배신을 받은 듯한 그 기분은 무슨말로도 용서할수가 없었을테니 말입니다. 무슨 말을 하든 이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서로의 말은 들을 필요도 들을 이유도 없게 되었으니까요. 한 사람은 오랫동안 마음을 닫고 살아가고, 한 사람은 너무나도 밝은척 아무일도 없는척 유쾌한척 살아갑니다. 서로의 마음을 속이기 위해서 닫아두기 위해서요.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던 기억이 추억이 두 사람을 너무나 아프게 만들었기에 말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나봅니다.

 "추억은 추억인채로 내버려두는게 좋다. 하다못해 자물쇠라도 걸어 꽁꽁 잠가뒀어야 했다" 
 
 라고 토로할 정도로요. 가슴 아픈 사랑의 기억, 그리고 잊을수 없는 추억속의 인물! 자매간의 그 치열한 감정을 조용하고 나긋나긋하게 그래서 더욱 무섭고 아픈 감정들을 무채빛깔로 잘 버무린 작품입니다. 절묘하게 구성된 이야기도 좋고, 자매의 각기 다른 시선의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말하기 위해서 속을 보여주고 한없이 울며 토해내기 위해서 그녀들은 그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지 모르겠네요.
여성의 섬세한 심리를 잘 그린 이 작품 겨울과도 아주 잘 어울린답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 한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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