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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믈리에르 12 - 저주받은 와인
조 아라키, 카츠노리 마츠이, 켄이치 호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시간이 만드는 예술이 와인이라던가요? 땅에서 포도가 나고 자라기 까지 하늘이 도와줘야만 최상의 포도가 만들어지고, 그 포도가 숙성되고 맛난 향기를 내뿜을 만큼 또 오랜시간이 흘러야만 그 맛을 제대로 볼 수 있기에 그런말이 나온것이겠지요?
그렇게 힘들게 완성된 포도주 이제 마시면 되는 걸까요? 어떤 만화에서처럼 최상의 맛을 보았다는 둥 상상의 나래를 펼치듯 아름다운 미각을 제대로 자랑해주면서 책을 덮는다는 것은 이 만화에서는 볼 수가 없습니다. 음식과 제대로 궁합을 이루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포도주 그 하나의 맛이 중요한게 아니라 음식과의 조화를 이루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맛보고 공부하면서 조화로운 맛을 이끌어내야만 진정한 맛이라고 논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 와인을 소개하려면 무언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로 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와인이 대강 어렵습니까? 이 만화의 주요무대가 레스토랑이다 보니 음식과 와인이 동시에 만족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스페셜리스트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레스토랑 에스푸아에서 음식과 딱 어울리는 와인을 골라주는 센스를 가진 와인전문가가 나타나게 된거지요. 그녀가 바로 소믈리에르 카나입니다. 이런 이런 와인이 맛있으니 드세요라고 말하기 보다는 그 사람의 오늘의 컨디션, 음식과 경험등을 모두 생각해본뒤 이건 어떨까요? 당신에게 어울리는 것입니다라고 살짝 권해주지요. 여성의 눈으로 부드럽게 스스럼없이 소박하게 다가가는게 카나의 매력이랍니다. 지식을 뽐내지도 않고 지나가는 말처럼 조용히 조언을 해주는 그녀랍니다.
이럴때는 이 와인을 마셔야 합니다, 상표는 무엇이고 연도는 무엇이고 등등의 이야기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습니다. 슬프고 아플때 이런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위로해 줄 수 있다면 그만이지요. 그래서 이 만화에서 와인은 부주제고 사람이 주제입니다. 와인은 곁다리라고 할까요? 와인에 대한 상식을 가르쳐주는 만화가 아니라 사람이야기가 솔솔 풍기는 이야기입니다. 거기에 살짝 와인이라는 달콤하고 쌉싸름한 녀석이 추가된달까요?
추억을 아픔을 기억을 살짝이 보듬어주는 착한 만화랍니다. 사람냄새가 물씬 나는 책입니다! 시간이라는 미학이 느껴지는 와인과 오랜시간동안 인생이라는 길을 살아온 사람들이 어우러져서 풀어내는 잔잔한 이야기에 한번 취해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