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0
존 스튜어트 밀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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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시절, 나름 영문학을 전공한답시고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곤 했습니다. 영어 전공자잖아요. 영어과이고 영어과 졸업하면 영어를 왠지 잘해낼 것 같은 그런 기대에 부풀었다고 할까요? 대학교에 입학하고 원하는 과에 입학했다는 것만으로 소속감도 느끼고, 영어실력을 보장해줄 것 같은.. 환상. 시간이 지나니 말그대로 진짜 환상이었습니다. 어딜 들어가든 하기 나름이고 나의 역량에 따라 결과가 좌우 된다는 것을, 어깨에 힘빼고 나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깨힘 빠지기 전엔 도서관에 가서 멋내려고 이해하기 힘든 철학책을 쌓아두고 읽다가 잠든 적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철학에 관심이 있다... 정도였지, 철학을 읽기엔 활자를 꾸준히 들여다보는 힘 자체가 부족했던지라, 멋지게 보이려고 철학책을 읽는다는 건 무리수 였습니다. 이런저런 삶에 대한 고비를 겪으면서, 책을 진지하게 들여다 보게 되었고 나를 알아가면서 나의 성장배경, 내가 소속한 사회 혹은 국가, 그리고 세상으로 시야가 확대되었습니다. 책을 읽을 때도 목적이 있어야 하고, 목적성을 두고 책을 읽어가면 독서의 범위도 넓어지더라구요. 독서의 범위를 넓힌 김에, 수면제 역할을 했던 고전 중에 고전,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집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자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삶을 살아가는데 자유를 느낍니다. 시간적인 자유와 경제적인 자유를 늘 꿈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로운 환경에서 살아가는데도 생각을 하고 판단을 내리는데 암묵적인 제약이 따른다는 것을 늘 느끼곤 했습니다. 무언가에 의해 통제 당한다는 기분이랄까요? 단순히 의지에 문제인 것인지, 그렇다면 그 의지는 자유를 쫓는데 왜 망설이고 두려워하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자유론 내용


자유론은 다양한 출판사에서 다양한 번역본이 나왔는데, 저는 현대지성의 자유론을 읽었습니다. 자유론으로 들어가기 앞서, 자유론의 저자인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의 생애와 시대적 배경을 거론합니다. 이를 먼저 읽으면 자유론이 탄생한 계기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밀은 자신의 스승인 제러미 벤담의 영향을 받아 공리주의를 자유론의 기초로 삼았습니다. 여기서 공리주의란 "사람은 언제나 최대의 행복을 산출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에 밀은 쾌락의 질을 구분하여 지적이고 도덕적인  형태의 쾌락이 육체적인 형태의 쾌락보다 우월하며, 행복과 만족을 구별하여 행복이 만족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해서 '만족한 돼지가 되기보다 불만족스러운 인간이 되는 것이 낫고, 만족한 바보가 되기보다 불만족스러운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낫다'는 말을 남깁니다. 그만큼, 인간은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여  끊임없는 토론과 경험을 통해서 잘못을 시정하며 불완전함을 보완해나가고, 행복을 추구하면서 삶을 살아갈 능력이 있다고 시사합니다. 그래서 개인의 의견이 다수와 다르다고 하여 박해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전제하에 '사상의 자유','선택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강조하며, 사회나 국가가 개인에게 행사하는 권력이 도덕적으로 정당한 한계를 지닐 수 있다고 제시합니다. 물론, 개인의 자유를 거론할지라도 개인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조건은 있습니다. 밀은 개인의 자유를 신을 중심으로 하는 철학적 신학적 근거에 초점을 두지 않고, 사회 혹은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 살아가는 사회적 시민적 근거로 인간의 자유를 논합니다. 그래서, 도덕적 윤리적인 기준을 두되, 국가와 개인을 다각도의 관점을 두고 아주 중립적인 측면으로 '자유론'을 논하고 있습니다.


■ 느낀점


자유론, 한마디로 어렵습니다. 너무 읽고 이해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자유론을 읽고 나의 생각을 적어내려간다는 것은 모험입니다. 그러나, 수시번 되뇌이며 읽다보면 입 쩍쩍 벌어집니다. 밀이 살았던 시대의 문제와 현시대의 문제는 아주 유사합니다. 아니, 아주 똑같습니다. 그의 논리는 시간을 초월합니다. 현시대의 문제라고 한다면 자율적인 사회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간다곤 하는데 늘 제약을 경험했고, 그 제약 때문에 너무나 힘듭니다. 우리의 삶에 공식이 있더라구요. 초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똑같이 입학하고 똑같이 졸업해서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아야 한다는 공식.  아랫사람은 윗사람들에게 올바른 소릴 하면 안된다는, 무조건적인 복종을 권하는 공식. 이런 공식이 인생을 마치 책임져주는 것 마냥 세뇌를 시킵니다. 이런 공식을 거부하면 전체주의가 발동해서 사회 속에 속하지 못하도록 암묵적으로 몰아내기까지 합니다. 저는 이런 답답함을 느낄 때마다 성격 급하고 심약한 제 탓이라고 몰아붙였습니다. 그러니, 되는 일이 없었죠. 개인이 생각하기엔,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고, 자유를 보장하고 노력한 만큼 보상을 해준다는 미끼로 노예근성을 누리게(?) 하는.. 즉, 행복해지고 싶어서 돈을 버는데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부터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의견을 전해도, 일에 체계가 없어서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것이라곤 합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심리적인 문제로 치부한다는 것은 조금 억울했습니다. 분명히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의 구조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역사의 흐름도 공부하고, 경제관념도 배워가며 여기까지 왔는데, 자유론을 읽고 무릎을 '탁'하고 쳤습니다. 좋은 의미로 보자면 국가라는 울타리아래 국민들의 질서를 바로잡으면서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이념을 세운다는 것은 알겠지만, 국가를 이끄는 권력층은 이런 좋은 취지를 악용해서 그들의 기득권 혹은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국민의 삶에 개입합니다. 그러니까 일관된 사상, 이념, 생각들을 국민들에게 세뇌시키죠. 이런 세뇌가 따지고 보면 국민의 삶에 개입하는 것입니다. 밀이 주장한 특정 한 개인이 다수의 의견과 달라도 옳은 말일 수 있고, 지금껏 밀고온 진리와 정설이 틀릴수도 있으니,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가며 소수 옳은 말을 하면 수용하고 틀린건 시정하면서 사회를 발전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밀의 주장을 들여다보면서, 타인의 생각을 듣고 무조건 틀렸다고 단정지어서는 안되겠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타인에게 나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봐 생각을 숨기고 잠재워서는 안되겠다는 결심도 하게 됩니다. 즉, 개인의 의견과 개성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개인도 성장하고 개인이 성장하면 국가도 성장한다는 밀을 주장하는데, 숨통이 트였습니다. 물론, 이 책은 꾸준히 반복해서 읽어봐야 합니다. 하지만, 자유론이 좋은 점은, 인간은 시민적 사회적 존재도 들여다보고 개인 한 사람의 자유를 허용하는 전제하에 국가 혹은 개인, 어느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고 중립적 도덕적 관점에서 주장을 펼쳐서 오히려 신뢰가 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표현이 조금 어려워도 파고들고 싶은 욕심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철학, 역사, 예술, 경제, 정치 등을 다루는 고전을 읽어보는 계기와 동기를 마련해 주었으며 나아가, 이런 내용들을 100프로 이해해서 쉽게 풀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좋은글귀


p. 19 아무리 옳다고 할지라도, 거기에 진리의 모든 것이 다 담겨 있을 수는 없다. 아무리 옳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거기에는 틀린 것이 있고, 아무리 틀린 것이라고 할지라도, 거기에는 옳은 것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개개인에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사상의 자유'와 자신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토론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p. 52 인간의 자유가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고유한 영역은 이런 것들이다. 첫 번째는 "의식"이라는 내면의 영역이다. 거기에는 가장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양심의 자유, 사상과 감정의 자유, 실천적이거나 사변적이거나 과학적이거나 도덕적이거나 신학적인 모든 주제에 대해서 자신만의 의견과 정서를 가질 절대적인 자유가 속한다. (중략) 두 번째는 취향과 추구의 자유다. 이것은 자신에게 맞는 인생 계획을 세우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일들을 행하며, 그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p. 63 모든 주의를 기울여서 할 수 있는 한 가장 올바른 의견을 만들어내고, 그 의견이 올바르다는 것이 아주 확실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의견을 절대로 강제해서는 안되는 것은 정부와 개인의 의무다. 

p. 100 모든 반론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먼저 모든 반박이 제시될 수 있는 자유로운 토론이 있어야 하고, 또한 만족스럽게 반박되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반대자들이 스스로 만족하는지 만족하지 않는지를 밝힐 수 있는 모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p. 115 지금으로서는 헤아릴 수 없이 먼 미래의 일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어쨋든 인류의 지성이 아주 높은 수준에 진입할 때까지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토론이 벌어지는 것이 유익하다.

p. 126 다양한 의견을 공존하게 하는 것은 그런 편견이나 간과를 극복하고서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소중한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로 여겨야 한다. 

p. 136 인간이 불완전한 동안에는 서로 다른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는 것이 유익한 것과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다양한 삶의 실험들이 존재하는 것이 유익하다.

p. 139 인류의 경험을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고 사용하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능력들을 성숙하게 발전시킨 사람들의 특권이자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다. 기록으로 남겨진 인류의 경험 중에서 어느 부분을 자신의 환경과 개성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찾아내는 것은 개개인의 몫이다.

p. 150 개개인의 본성이 마음껏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삶을 살도록 허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개개인에게 그런 삶을 허용하는 수준이 높은 시대일수록, 그 시대는 인류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후대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p. 164 인류 역사 속에서 민족들은 흥망성쇠를 겪게 되는데, 상당한 기간동안 발전하여 찬란한 문명을 꽃피우다가, 어느 때가 되면 진보와 성장이 멈춰 서게 된다. 그렇다면 언제 멈춰 서게 되는 것인가? 그것은 바로 그 민족 속에 개성이 발 붙일 곳이 없게 될 때다.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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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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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소설, 에세이, 시를 읽는 재미를 들였습니다. 대학교 때 문학을 전공했음에도, 전혀 밥벌이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아예 등한시 했었죠. 핵심만 집어주는 듯한 자기계발서만이 삶을 사는데 유용한 장르라고 생각했는데, 책의 장르일뿐 문학류에서도 삶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 등을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주더라구요. 문학에는 삶을 다각도로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어느 시인의 산문집을 읽고 알게되었습니다. 그래서 문학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소설을 접할 땐,  안그래도 사는게 팍팍한데 소설에서 조차 팍팍한 삶을 들여봐야 하냐며..거부했죠. 하지만, 그런 극적장치에 의미하는 바와 상징하는 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의미와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지, 왜 그런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극의 흐름을 따라가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소설을 읽다보면 숨죽이며 흐름에 모든 감각을 맡겨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리고자하는 신간소설 브레이크다운도 정신을 꼭 붙들고 읽어야 해요. 그래야 끝까지 읽을 수 있어요.





■ 브레이크다운 줄거리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여름날의 밤, 캐시는 집에 가는 길에 숲속으로 난 지름길로 차를 몰고 갔습니다. 숲속 지름길로 가면 집에 금방 도착할 수 있거든요. 남편 매튜도 그녀가 숲속 지름길로 절대 못가게 만류하지만, 그녀는 말로만 알겠다하고 그 길로 들어섭니다. 그렇게 긴장감 넘치게 운전을 하며 집으로 가는 중 멈춰 서 있는 차 안에 어떤 여인과 눈이 마주칩니다. 처음엔 도움이 필요한 듯 해 캐시의 차를 잠시 멈췃다가 차 속에 있는 여인이 어떠한 미동도 보이지 않자, 캐시는 다시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혹여나 안좋은 일에 휘말려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직감에, 캐시는 차에 시동을 걸고 집으로 향합니다. 그녀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지친 몸을 이끌고 침실로 들어가 잠에 취합니다. 평화롭게 흘러가는 그 다음 날, 캐시가 비오는 날 도로에서 눈이 마주쳤던 여인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알고보니 캐시가 아는 사람이었던겁니다. 그때부터 캐시는 그녀를 위험에서 구해주지 못했다는 죄채감에 시달리며 삶이 조금씩 피폐해져 갑니다. 무엇보다, 캐시의 어머니가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셔서 그녀 또한 유전적인 영향으로 기억력 자체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혼란에 빠져 들어갑니다. 거기에 그녀의 기억들이 조각나기 시작하면서 히스테릭하게 변하는 캐시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 느낀점 


줄거리에서 설명한대로, 캐시의 어머니는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캐시는 돌아가실 때까지 부양했습니다. 어미니가 돌아가신 후엔 그녀만의 행복한 삶이 시작되는 듯 했으나, 지인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시작으로 캐시의 삶이 이상하게 꼬여갑니다. 소설 속 여주인공 캐시는 원래부터 산만하고 뭐든 잘 까먹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고, 치매를 앓은 어머니와 직결시켜놨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심리를 따라 소설을 읽다보면, 불안한 감정이 마구 이입됩니다. 불안하다 못해 답답할 지경입니다. 이런 느낌을 받도록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답답하게 적어내려 간 것인지 모르나, 읽다보면 고구마입니다. 그러나, 왜 고구마같은 답답한 상황이 설정되었고, 주인공은 왜 이렇게 히스테릭한 상황으로 몰고가는지 이유가 궁금해져서 소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해서 읽어 나갔습니다. 몰입감이 있는 소설이긴 해요. 답답하고 예민한 극적인 흐름이 어느 정점에 가선 실마리를 찾게 됩니다. 그리고 예상치도 못했던 결말이거나, 예상했던 결말에 도달합니다. 예상치 못했다면 반전이고, 예상했다면 왜 그런 일들이 캐시에게 일어났는지 상황을 파악하고 싶어서 끝까지 읽게 되는 것 같아요. 결말은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그리고, 통쾌하기도 하면서 씁쓸하기도 합니다. 결정적인 이유를 말해버리면, 눈치빠른 독자들은 소설을 읽지 않고도 파악할 수 있는 스토리라는 점 그래서 결정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겠네요. 



■ 소설 속 글귀


p.  236 내 처지를 깨닫게 되자, 내가 어떤 지경까지 떨어졌는지 자각하고 나자, 정신이 번쩍 든다. 무기력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결심을 하게 된다. 내 삶을 회복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본다. 적어도 일상생활은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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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삶
박진성 지음 / B612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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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아오면서 멈춰진 시간 속에서 살아본 적 있나요? 저는 사춘기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시간이 멈췄고, 학교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에 얽혀 갈등을 겪을 때 시간이 멈췄고, 잘 다니던 직장생활을 때려치우면서 시간이 멈췄습니다. 환경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멈춰버린 듯한 시간 속에 머물면 살아서 숨쉬는 것 빼곤, 온몸이 어딘가에 꽁꽁 묵여있는 느낌이 감돕니다. 그럴땐 의지대로 아무것도 되지 않는 듯 해서, 나를 시간 속에 가둔 뭔가를 하염없이 원망하기도 합니다. 원망하다가 안되면 날 원망도 해보고, 날 원망하다 지치면 비로소 주변을 둘러보기도 합니다. 멈춰버린 시간은 그 속에 갖혀있는 나를 이해하고, 주변을 이해하는 순간  시간을 물흘러가듯 흘러가고 있고, 나도 그에 따라 흘러가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주변엔 나 말고도 그런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되고, 난 그저 시간 속에 갇혔을 뿐, 다른 이는 멈춰진 시간 속에 갖혀진 건 물론, 죽다 살아난 사람도 있습니다. 멈춘 시간 속에 갇혀봤거나 죽음과도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분들이 읽으면 좋은 산문집이 있습니다. 산문집의 제목은 이후의 삶입니다.


■ 이후의 삶 내용 ::


산문집의 저자, 박진성은 시인이라고 합니다. 이 책을 접하면서 그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실 문학분야(시,수필,문학 등)엔 잼뱅;; 영문학을 전공했음에도, 그 문학들이 인생이 무슨 특약처방을 내려주겠냐며 멀리했고 방법론적인 자기계발서만 읽었거든요. 암튼, 삶의 쓴맛을 알고, 그 쓴맛을 이해하는덴 문학만한 장르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수필부터 조금씩 접하는 찰나에 만나게된 시인입니다. 그런데, 미투운동이 문학계에 휘몰아치면서 그도 성범죄라는 낙인에 찍혔습니다. 2016년 10월 20일부터 거의 2년에 가까운 시간, 그는 그 시간 동안 죽은거나 다름없었습니다. 죽음과도 같은 시간을 견뎠고, 그 시간을 힘겹게 힘겹게 견뎌서 다행히도 무협의로 판결 났습니다. 이 산문집에는 자신에게만 몰입할 수 밖에 없었던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겪은 심정들을 담고 있으며, 미투운동 및 그와 관려한 마녀사냥식의 언론플레이의 문제점 등을 간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산문집의 초반엔 회색빛이였다가 서서히 밝은 녹색 빛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자의 상황을 알고 읽으니, 더욱더 그런 것 같습니다. 참 아이러니 한 것은, 분노가 많고 억울할 법한데, 그의 한 글귀 한 글귀, 한 문장 한문장엔 차분함이 묻어납니다. 분노가 달아오르지 않고, 묵직하고 차분합니다. 늘 뜨는 감정은 가라앉고, 차가운 이성과 따뜻한 감성이 공존합니다. 불행과 행복이 공존하는 세상을, 자체적으로 바라보는 힘도 생기게 합니다.



■ 느낀점 ::


미투운동이 일렁일 때, 사실 통쾌했습니다. 약자의 입장에서 당하고도 아무말 하지 못하고 죄인처럼 살아가는 여성들을 볼때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화가 치밀었기 때문입니다. 여성이라는 존재는 예나 지금이나 약자이며, 남성의 성적 노리개에 불과하다는 피해의식이 심하게 자리잡혀 있던 것도 한 몫했습니다. 각계각층에서 마구마구 터저나올 때, 충격과 시원함이 동시에 공존했고, 약자라는 피해의식이 사라지는 듯 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부작용이 나오더군요. 무조건 '가해자는 남자'라는 편중된 사고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미투운동이 커지는 만큼, 흐름을 타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유포된 소식들은 진짜로 둔갑해서 대중들의 시선을 자극합니다. 또 거기에 분노하고, 이유와 내막을 알지 않고, '뻔하다'는 섣부른 판단을 내려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어 손발을 꽁꽁 묶어 버립니다. 매도나 다름없지요. 사회적 약자라는 피해의식과 열등감은 온전한 사람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진위여부를 파악하고 비판하는 태도를 지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난이 아닌 비판을요. 예전에, 저도 따지고 보면 쌍방의 오해문제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목소리 큰 쪽에서 무조건적으로 몰아붙이니, 대부분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저는 바로 죄인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당시엔 제가 비난의 대상이니, '무조건 사과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에 빠졌습니다. 빨리 사과하고 끝내라는 말만 계속 들었습니다. 사과를 하기 이전에 상황을 설명하는데, 그건 '비겁한 변명'에 불과했으며 저는 고집만 내세우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참 억울하더군요. 다른 사람들을 붙들고 이야기한들 귀찮은 이야기로 취급 당했습니다. 방법이라고 한다면 그냥 버티는 일 밖에 없었습니다. 버텨봐야,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더라구요. 박시인의 버팀에 관한 산문집을 읽곤 맘 한켠에 자리잡고 있던 지난 억울함이 씻겨졌습니다. 나만의 고통이 가장 큰 고통인 줄 알았는데,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라면, 나 말고도 억울한 일을 당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자신이 옳다면 끝까지 버텨서 자신을 지켜내면서 결백함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도 배우게 됩니다. 무엇보다, 내 자신도 마녀사냥을 당해봤는데, 피해보상하듯 똑같이 누군가를 매도하는 것이 아닌, 한발짝 물러나서 합리적인 비판 혹은 비평의 태도를 가져야 하는 중요성도 깨닫게 됩니다. 


■ 좋은글귀 ::


p. 43 먼 곳까지 왔다. 다시 돌아가는 것이 하나의 선택지고 더 멀리 가는 것이 또 하나의 선택지다. 다시 돌아가지도 못하고 더 멀리 가지도 못하고 우물쭈물 서성거리는 어떤 시간과 공간이 있다. 돌아갈 곳도 없고 더 멀리 갈 곳도 없이 스스로에게 꼼짝없이 잡혀 있는 사람들이 있다. 

p. 46 "밤은 참 많기도 하더라"고 쓴 사람은 작가 이상이다. 시간만큼 기이한 물질이 또 있을까. 어떤 밤은 정말 많다. 몇 겹으로 겹쳐진 밤이다. 어떤 밤은 참 많고, 또 어떤 밤은 너무 적다. 과잉이거나 결핍인 시간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행위가 독서인 것 같다. 시간이 홀연 사라지고 책과 나만 남았을 때의 경이는 인간이 부여받은 축복 중 하나인 것 같다. 참 많기도 한 밤들은 책 속으로 녹아서 얌전해진다. 오늘밤은 그렇게 통과하고 있다. 

p. 60 절망하지 않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어쩌면 희망하지 않는 것인지 모른다. 더 절망할 힘도 없고 희망을 희망할 힘은 더더욱 없다. 놓으려고, 다 놓아버리려고, 홀가분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p. 87 기쁜 날을 정해 놓고 기뻐할 수는 있지만 슬픔은 느닷없이 찾아온다. 어쩌면 슬픔 자체의 속성은 '느닷없음'에 있는지도 모른다. 

p. 88 나무는 절대로 다른 나무의 초록을 방해하거나 괴롭히지 않는다. 나무의 오롯이 자신의 리듬과 자신에게 주어진 물과 바람과 햇빛, 그리고 어둠으로 계절들을 지날 뿐 다른 나무를 탓하지 않는다. 

p. 102 시의 '자기 치유적 효능'은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해서는 안 되는 말,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지 못하는 '어쩔수 없음'을 배우는 데서 오는 것 같다. 잘 말하기 위해서는 잘 침묵해야 하니까.

p. 119 희망과 행복, 이런 낱말들이 신기루라면 그 반대의 절망과 불행 역시 신기루일 것이다. 우리의 시야는 대체로 환시고 착시고 약시여서 한쪽만 실재라고 믿는다. 희망과 행복, 이런 낱말들이 거짓이고 허구라면 절망과 불행 역시 거짓이고 허구일 것이다.

p. 205 그 '사라짐'과 '지나감' 없이는 삶 자체가 불가능하다. 당신도 언젠가 살기 위해서 누군가를 용서한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도 살기 위해서 당신을 용서한 적 있을 것이다. 그런 보이지 않는 마음들을 헤아려 보면서 작은 공원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지나갔고, 지나가고 있고, 지나갈 것이다.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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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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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서 위안을 얻고 간접적인 경험도 하고 다양한 사람도 만나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는 것을 인생이 가장 고달플 때 느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심리적인 한계가 가장 클 때였을 거예요. 그때 용기있게 할 수 있었던 실천은 책을 옆에 두고 친해지는 것 뿐이었습니다. 기고만장하게 살 땐, 책이 뭐라고, 책이 인생을 바꿔주냐며 책 따위 거들떠 보지 않았죠. 그런데, 책이 나를 위로해주고, 칭찬도 해주고, 때론 나무라기도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겸손도 알게 되고, 세상에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깨닫고,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내가 가보지 못한 곳도 여행하게 되고, 꿈도 꿔봅니다. 사람의 마음에 동기를 부여하고, 실천에 옮기고, 삶을 재미있고 흥미롭게 살아가는 이유도 제시해줍니다. 책을 무시했던 건, 제가 그만큼 무지했기 때문이죠. 내가 아는 것이 전부라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고민을 안고 끙끙대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힌트도 줍니다. 책이 가진 이점은 너무나 많습니다. 말로 어찌 다 표현하겠어요. 이렇게 책의 매력에 빠지다보니, 독서법도 알고 싶고, 책으로 인해 삶의 전환점을 경험한 사람들을 보게 되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여봅니다. 독서에 관한 책 중엔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와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를 읽고 독서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방법을 알게되고, 책을 좋아해서, 동네책방을 연 전 MBC 아나운서 김소영시의 에세이를 읽고 책과 더욱 친해지는 계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 진작 할 걸 그랬어 내용


이 책은  MBC 아나운서 출신인 김소영이 써내려 간 에세이입니다. 그녀는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하는 등 남들이 부러워할 법한 탄탄대로의 삶을 살다가, 어느 순간 그녀에게도 브레이크가 걸립니다. 아나운서로 입바른 말로 서평을 썼다고 진행하고 있던 프로그램을 하차하게 되고, 방송국에 출근하면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보냈는데, 그 시간동안 늘 책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그녀는 퇴사를 결심합니다. 어떠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뚜렷한 목적없이 퇴사를 한 것입니다. 착하고 바르게 살아왔던 그녀만의 엄청난 일탈인 듯 합니다. 그리고, 일본자유여행을 떠나는데요. 그냥 떠나는 여행이 아닌 일본책방여행을 떠납니다. 물론 혼자선 아니구요. 남편 오상진씨와 함께 떠납니다. 그렇게 떠난 일본책방여행 위주로, 그녀자신, 책에 대한 그녀만의 생각, 결혼관 등 살짝 비추면서 에세이는 전개됩니다. 일본여행을 간접적으로 떠나는 재미가 느껴질 정도로, 일본책방을 탐방할 때 분위기를 글로 잘 표현합니다. 책을 다양하게 섭렵했다고 느껴지는 것이 이야기 중간중간에 상황과 분위기에 맞는 책들을 언급합니다. 그 책들에 대한 관심이 저절로 들게 합니다. 그리고 당인리에 책방을 여는 여러가지 시행착오와 과정들을 보여주는데 이 또한 흥미롭습니다. 그녀가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책에 푹 빠져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금 글을 적어갑니다. 게다가 중간중간 남편 오상진씨와의 결혼생활에 대해서 표현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고, 결혼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추천한 도서목록이 있어요. 그 속에는 제가 읽었던 책도 있고 꺼려했던 책도 보입니다. 꺼려했던 책에 대한 호기심을 발동하게 합니다.



■ 느낀점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을 왜 때리치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저는 그녀의 입장이 이해가 되었고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일을 그만 둔 이유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싶은 이유가 비슷했으니까요. 사회가 정해준 기준대로 대학 졸업해서 바로 취업하는 인생, 그 이후는 탄탄대로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취업하고 나면 또 다른 사회를 만나는데, 거기엔 자유라는 것이 없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적절하게 주어지지 않고, 바른말을 하면 되바리진 말이라며 오히려 벌을 주는, 거기에 지쳐있다보면, 일 자체가 하기 싫어집니다. 나도 세상에 뭔가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사라지니까요. 김소영씨 또한 그런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물론, 방송국 일이 완전히 싫은 것이 아니라, 표현을 적절하게 할 수 없던 분위기가 싫었던 것이죠. 그리고 가장 힘든 순간에 책을 통해서 위안을 얻었다는 말, 백번 공감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전하는 위로를 가장한 참견과 염려보단 책이 훨씬 편할 때가 있거든요. 스스로 바닥이라 생각이 들때, 책과 마주하면 생각과 태도에 기반이 잡힙니다. 불안감도 안도감으로 변화하며, 불확실도 확실로 변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책을 통해서,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판단도 서고, 책을 좋아하는 나를 믿고 남들이 뭐라하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그 자체가 희열이고 성취더라구요. 그녀가 책방을 열게 되면서, 생각치도 못한 어려움에 접하기도 하지만, 그 어려움을 너무 괴롭게 묘사하지 않는 걸 보면, 그 또한 즐거웠나 봅니다. 그냥 즐거워보였어요. 그래서 책일 읽는 내내, 재미있게  즐겁게 술술술 편안하게 흘러가는 거 보면, 그녀는 진짜 책을 좋아하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신을 파악하고 즐기는 일을 찾은 듯 해서 보기 좋았습니다. 무엇이든, 나로부터 결정된다는 말들이 맞는 말이고, 나를 알아야 좋아하는 일을 찾거나 즐길거리를 찾게 된다는 것을 계속 되뇌이며 생각해봅니다. 


■ 좋은글귀


p. 11 솔직히 말하면 아무리 독서를 좋아한다 해도 대부분은 괴로울 뿐이었다.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눈길도 한때였다. 불쌍해 보이는 건 질색이었고, 누구에게 하소연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남아도는 시간을 채우는건 내 몫이었다. 

p.37 여행을 앞두고는 딱 한 가지만 다짐했다. 내내 택시만 잡는 여행은 하지 말자. 그도 그럴 것이, 회사를 그만둔 데다 앞으로 뭘 해야겠다는 계획조차 없느니 시간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었다. 새삼 서른에 학교도 회사도 안 가는 처지가 되었다는 게 낯설었다. 이러게 대책 없이 진정한 '자유 여행'을 하게 될 줄이야. 좀 신나는데.

p. 105 남편은 토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토론이 말싸움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파악하고 접점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인전할 건 인정하고, 포기할 땐 포기하고, 바짝 엎드릴 때를 알지만 때로는 논리적으로 반박한다. 솔직히 이런 사람 흔치 않다.

p. 108 거의 매일 밤 우리는 나란히 누워 그늘의 기분에 따라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가끔 궁금하면 서로의 책에 고개를 내밀기도 하고, 먼저 잠든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기도 한다. 잠들기 전에 책 일는 즐거움을 공유하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머리맡은 얼마나 황량했을까. 

p. 132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직업으로 아나운서를 선택하기 전에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았다. 사람들 앞에서 내 생각을 말하는 일? 아니다. 타인의 값진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더 큰 보람을 느낀다. 

p. 140  아무튼 차가 너무 좋다. 집에서도 식사를 마치며 차 한 잔을 꼭 마시고, 쉬는 날 좋은 찻집에 가는 것을 소중한 취미로 가꾸고 있다. 아름다운 차향, 차를 내릴 때 흐르는 시간의 미학, 차에 어울리는 티푸드를 곁들이며 편안한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것. 혼자 있어도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는, 내가 가자 좋아하는 순간이다. 

p. 206  책장이 있는 곳이 서점이든 서점이 아니든, 책장은 그 책장에 책을 꼿은 사람과 그 책장에서 책을 꺼내 든 사람 간의 끊임없는 대화다. 책장에 꽂힌 책들은 독자에게 말을 건다. 우연히 펼친 한 권의 책과 한 줄의 문장에서 누군가는 꿈을 찾고, 오래 앓던 고민을 털어내며, 혹은 그날 하루를 살아낼 힘찬 기운을 얻을 수도 있다.







■본 포스팅은 선물받은 책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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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1 - 이상한 의사 아르테 오리지널 6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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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큰 장점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의 잠재성을 알아보고 상대에게 인지를 시켜주는 것입니다.
저에게 없는 좋은점을 상대방이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주 훌륭해 보여서, 우러러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혹은 무얼 해야할지 모른다는 사람에겐 

아주 적극적으로 그 사람의 장점을 어필합니다.

그러나, 그 또한 지나치면 상대방은 아주 부담스러워하고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고 싶어도 믿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많이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내 맘을 몰라준다고 해서.. 결국 제가 좋자고 방방 뜬것이지 

당사자들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지나친 칭찬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요.

물론, 제 마음은 그 사람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하는 좋은 의도이긴 하나,
결국엔 저의 욕심이였고 이기심이었다는 거죠.
그리고 제가 그들의 삶을 보고 답답해할 뿐 그들의 삶은 그대로가 좋을 수도 있는데,
제가 거기에 괜한 헛바람을 주입했을지도 모르구요.

저도 세번까지 제의를 해보다가,
당사자가 자신의 상황이 좋고 그렇게 흘러가게 두고 싶다고 하면

 물러나는 것도 미덕이라는 것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더라구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소설 신의 카르테 1 : 이상한 의사 에서도 

제가 아무리 푸시를 해도 미동하지 않을 의사가 출현(?)합니다.
그를 통해서, 사람은 저마다 삶에 대한 기준있다는 것을 세삼 알게되었습니다.
그들의 삶, 그 자체도 인생임을 알게 해주는 소설입니다.





■ 신의 카르테 1 내용 


신의 카르체 1의 부제는 이상한 의사입니다. 일본 근대문학의 대표작가인 나쓰메 소세키를 너무나 사랑하고 존경하는 괴짜의사 구리하라 이치토의 시점으로 소설은 전개됩니다. 이치토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고 자란 덕분에 고풍스러운 말투를 쓰는 괴짜 의사입니다. 그는 신슈라는 지방도시에 위치한 일반병원, 혼조병원에서 5년째 근무중입니다. 1주년 결혼기념일 마저 훌쩍 넘겨 버릴 정도로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주변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요. 그가 근무하는 병원에선 덩치가 거구인 동료의사 스나야마 지로, 깜찍한 간호사 미즈나시 요코와 개성이 확실한 상사 왕너구리 선생님과 늙은 여우 선생님, 그의 주거지인 온타케소(한때 여관이었던 곳을 빌려 하숙집으로 운영하고 있는 2층짜리 목조건물)엔 그의 사랑스런 아내 하루나, 주거지 동료(?) 남작과 학사 등 주변인물들과 소소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의 일상은 주로 빡빡하게 돌아가는 병원에 초점이 맞춰서 있습니다. 많은 사연과 아픔을 가진 환자들이 이치토를 마주합니다. 그 중 담낭암을 앓고 있는 72세 환자 아즈미를 통해 삶에 대한 혜안과 확신을 가지게 되는 이치토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 느낀점


이 소설의 작가는 현직 의사입니다. 그래서 병원의 살인적인 스케줄과 병원시스템, 의사로서의 고뇌 등을 사실적으로 잘 표현합니다. 그리고 일본의 분위기가 서정적이면서 차분하게 잘 전달됩니다. 소설의 초반엔 소설의 제목과 이야기 전개의 연계성을 인지하는 것이 조금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몰입감이 조금 떨어지긴 했으나, 중반에서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감동과 여운이 밀려왔습니다. 주인공 이치토는 아주 유능한 의사입니다. 그래서 주변에선 대학병원에 가서 최첨단 의학기술을 익혀보라며 바람을 넣습니다. 소설 속 이치토는 현 근무지와 대학병원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의 개인적인 관점에선 그의 마음은 혼조병원에 많이 쏠려있습니다. 저 같아도 이치토는 유능하니까, 이왕 큰 병원에가서 이름을 떨쳐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가 마음을 굳힌 삶의 기준은 따로 있기 때문에 아무리 유능하고 잠재성이 뛰어나도, 그건 전적인 저만의 생각인지 그의 생각은 아닐 수도 있거든요. 그는 늦은 밤 퇴근 길에 사진을 찍고 있는 아내 하루나와 마주하면서 밤길을 걸어가는 것, 허름한 여관식 하숙집에서 아내와 커피를 내려 마시는 아늑함, 그리고 주변인들과 주고 받는 담소, 그에겐 그 생활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담당하는 환자들, 고지식하고 괴짜스럽긴 하지만 인간적인 면모가 있는지 이치토를 너무나 좋아합니다. 이치토도 그들을 통해서 삶을 알아갑니다. 그에겐 그 삶이 싫을 이유가 없어보입니다. 오히려 매료됩니다. 그런 그에게, 유능하니까 더욱더 실력을 발휘하면서 살라고 부축일 필요가 없겠더라구요.  소소한 삶으로부터 감동과 여운을 느껴보라고 말해보고 싶고, 삶의 기준이 명확한 사람에겐 아무리 타인이 욕심을 낸다고 해도 그들에겐 그 자체가 삶이고 즐거움이라는 것을 소설을 통해서 알게 됩니다. 타인이 잘 되라는 뜻에서 내는 욕심도 결국 저만의 욕심이라는 것과 타인이 행복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걸 지켜보는 것 또한 그 자체가 삶이라는 것을 이상한 의사를 통해서 배웁니다. 


 책 속 한 줄


p. 14 그렇게 계속 돌다가 내가 어딜 향해 가는지 알 수 없게 되는 게 지금의 세상이다. 이럴 때 나만 멈추면 세상 사람들에게 괴짜 취급을 당한다. 나야 괴짜 취깁을 당해도 상관 없지만, 아내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일단 같이 돌고 있다. 분명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빙글빙글 돌고 있을 것이다. 여러가지 불만과 불안을 안고 빙글빙글 돌고 있다.

p. 87 정말 터무니없는 소리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논리로는 설명이 안 되는 비애, 어디로 쏟아내야 할지 알 수 없는 분노라는 것이 확실히 존재한다.

p. 95 아내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윤기 있는 흑발이 별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그 광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온기가 가슴을 퍼져갔다. 아무리 바쁜 와중이라도 이 한때의 소중함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p. 170 동이 트지 않는 밤은 없어. 멈추지 않는 비도 없지. 그런 거야, 학사님.

p. 172 이치도 없고, 논리도 없다. 시간만이 있다.

p. 182 바쁜 와중에 버려졌던 작은 기억들이 시간이라는 화학 변화를 거치며 좀 더 선명한 색채를 띠고 떠오르기 시작했다. (중략) 살아 있을 때는 왠지 몽롱하고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던 것이, 세상을 떠나자마자 선명한 윤곽과 함께 가까이 다가오다니, 신도 참 얄궃다.

p. 206-207 이치()’와 ‘토()’라는 글자를 그대로 합치면 ‘정()’이라는 글자가 된다. 아버지가 반쯤 장난으로 지으신 것이다. (중략)'하나(一)에 멈추다(止)를 써서 바르다(正)라는 의미라니, 이 나이 먹도록 몰랐습니다. 하지만 왠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앞으로 가는 데만 급급해서 점점 소중한 것을 버리게 되는 법이지요. 진짜 바르다는 건 맨 처음 장소에 있는지도 몰라요.'


p. 252 생각해보면 인생이란 특별한 기술이나 재능으로 마법처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사람이 태어난 그 발밑 흙덩이 아래 묻혀 있는 게 아닐까. 나에게 그것은 최첨단 의료를 배우는 게 아니라 아즈미씨 같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고, 나아가 아내와 함께 이 발걸음을 계속하는 것이다. 당연한 일처럼, 이전부터 결론은 줄곧 거기 있었던 것이다.  갈피를 잡지 못할 때일수록 멈춰 서서 발밑을 향해 쇠망치를 휘두르면 된다. 그러면 자연히 거기서부터 소중한 것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p. 253 방황하고 고민할 때야말로 멈춰 서야 한다. 강을 막고 산을 깍아 돌진하는 것만이 인생이 아니다. 여기저기 묻혀 있는 소중한 것들을 정성껏 파내어 쌓는 것 또한 인생이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의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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