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0
존 스튜어트 밀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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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시절, 나름 영문학을 전공한답시고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곤 했습니다. 영어 전공자잖아요. 영어과이고 영어과 졸업하면 영어를 왠지 잘해낼 것 같은 그런 기대에 부풀었다고 할까요? 대학교에 입학하고 원하는 과에 입학했다는 것만으로 소속감도 느끼고, 영어실력을 보장해줄 것 같은.. 환상. 시간이 지나니 말그대로 진짜 환상이었습니다. 어딜 들어가든 하기 나름이고 나의 역량에 따라 결과가 좌우 된다는 것을, 어깨에 힘빼고 나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깨힘 빠지기 전엔 도서관에 가서 멋내려고 이해하기 힘든 철학책을 쌓아두고 읽다가 잠든 적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철학에 관심이 있다... 정도였지, 철학을 읽기엔 활자를 꾸준히 들여다보는 힘 자체가 부족했던지라, 멋지게 보이려고 철학책을 읽는다는 건 무리수 였습니다. 이런저런 삶에 대한 고비를 겪으면서, 책을 진지하게 들여다 보게 되었고 나를 알아가면서 나의 성장배경, 내가 소속한 사회 혹은 국가, 그리고 세상으로 시야가 확대되었습니다. 책을 읽을 때도 목적이 있어야 하고, 목적성을 두고 책을 읽어가면 독서의 범위도 넓어지더라구요. 독서의 범위를 넓힌 김에, 수면제 역할을 했던 고전 중에 고전,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집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자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삶을 살아가는데 자유를 느낍니다. 시간적인 자유와 경제적인 자유를 늘 꿈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로운 환경에서 살아가는데도 생각을 하고 판단을 내리는데 암묵적인 제약이 따른다는 것을 늘 느끼곤 했습니다. 무언가에 의해 통제 당한다는 기분이랄까요? 단순히 의지에 문제인 것인지, 그렇다면 그 의지는 자유를 쫓는데 왜 망설이고 두려워하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자유론 내용


자유론은 다양한 출판사에서 다양한 번역본이 나왔는데, 저는 현대지성의 자유론을 읽었습니다. 자유론으로 들어가기 앞서, 자유론의 저자인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의 생애와 시대적 배경을 거론합니다. 이를 먼저 읽으면 자유론이 탄생한 계기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밀은 자신의 스승인 제러미 벤담의 영향을 받아 공리주의를 자유론의 기초로 삼았습니다. 여기서 공리주의란 "사람은 언제나 최대의 행복을 산출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에 밀은 쾌락의 질을 구분하여 지적이고 도덕적인  형태의 쾌락이 육체적인 형태의 쾌락보다 우월하며, 행복과 만족을 구별하여 행복이 만족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해서 '만족한 돼지가 되기보다 불만족스러운 인간이 되는 것이 낫고, 만족한 바보가 되기보다 불만족스러운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낫다'는 말을 남깁니다. 그만큼, 인간은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여  끊임없는 토론과 경험을 통해서 잘못을 시정하며 불완전함을 보완해나가고, 행복을 추구하면서 삶을 살아갈 능력이 있다고 시사합니다. 그래서 개인의 의견이 다수와 다르다고 하여 박해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전제하에 '사상의 자유','선택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강조하며, 사회나 국가가 개인에게 행사하는 권력이 도덕적으로 정당한 한계를 지닐 수 있다고 제시합니다. 물론, 개인의 자유를 거론할지라도 개인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조건은 있습니다. 밀은 개인의 자유를 신을 중심으로 하는 철학적 신학적 근거에 초점을 두지 않고, 사회 혹은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 살아가는 사회적 시민적 근거로 인간의 자유를 논합니다. 그래서, 도덕적 윤리적인 기준을 두되, 국가와 개인을 다각도의 관점을 두고 아주 중립적인 측면으로 '자유론'을 논하고 있습니다.


■ 느낀점


자유론, 한마디로 어렵습니다. 너무 읽고 이해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자유론을 읽고 나의 생각을 적어내려간다는 것은 모험입니다. 그러나, 수시번 되뇌이며 읽다보면 입 쩍쩍 벌어집니다. 밀이 살았던 시대의 문제와 현시대의 문제는 아주 유사합니다. 아니, 아주 똑같습니다. 그의 논리는 시간을 초월합니다. 현시대의 문제라고 한다면 자율적인 사회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간다곤 하는데 늘 제약을 경험했고, 그 제약 때문에 너무나 힘듭니다. 우리의 삶에 공식이 있더라구요. 초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똑같이 입학하고 똑같이 졸업해서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아야 한다는 공식.  아랫사람은 윗사람들에게 올바른 소릴 하면 안된다는, 무조건적인 복종을 권하는 공식. 이런 공식이 인생을 마치 책임져주는 것 마냥 세뇌를 시킵니다. 이런 공식을 거부하면 전체주의가 발동해서 사회 속에 속하지 못하도록 암묵적으로 몰아내기까지 합니다. 저는 이런 답답함을 느낄 때마다 성격 급하고 심약한 제 탓이라고 몰아붙였습니다. 그러니, 되는 일이 없었죠. 개인이 생각하기엔,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고, 자유를 보장하고 노력한 만큼 보상을 해준다는 미끼로 노예근성을 누리게(?) 하는.. 즉, 행복해지고 싶어서 돈을 버는데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부터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의견을 전해도, 일에 체계가 없어서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것이라곤 합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심리적인 문제로 치부한다는 것은 조금 억울했습니다. 분명히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의 구조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역사의 흐름도 공부하고, 경제관념도 배워가며 여기까지 왔는데, 자유론을 읽고 무릎을 '탁'하고 쳤습니다. 좋은 의미로 보자면 국가라는 울타리아래 국민들의 질서를 바로잡으면서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이념을 세운다는 것은 알겠지만, 국가를 이끄는 권력층은 이런 좋은 취지를 악용해서 그들의 기득권 혹은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국민의 삶에 개입합니다. 그러니까 일관된 사상, 이념, 생각들을 국민들에게 세뇌시키죠. 이런 세뇌가 따지고 보면 국민의 삶에 개입하는 것입니다. 밀이 주장한 특정 한 개인이 다수의 의견과 달라도 옳은 말일 수 있고, 지금껏 밀고온 진리와 정설이 틀릴수도 있으니,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가며 소수 옳은 말을 하면 수용하고 틀린건 시정하면서 사회를 발전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밀의 주장을 들여다보면서, 타인의 생각을 듣고 무조건 틀렸다고 단정지어서는 안되겠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타인에게 나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봐 생각을 숨기고 잠재워서는 안되겠다는 결심도 하게 됩니다. 즉, 개인의 의견과 개성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개인도 성장하고 개인이 성장하면 국가도 성장한다는 밀을 주장하는데, 숨통이 트였습니다. 물론, 이 책은 꾸준히 반복해서 읽어봐야 합니다. 하지만, 자유론이 좋은 점은, 인간은 시민적 사회적 존재도 들여다보고 개인 한 사람의 자유를 허용하는 전제하에 국가 혹은 개인, 어느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고 중립적 도덕적 관점에서 주장을 펼쳐서 오히려 신뢰가 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표현이 조금 어려워도 파고들고 싶은 욕심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철학, 역사, 예술, 경제, 정치 등을 다루는 고전을 읽어보는 계기와 동기를 마련해 주었으며 나아가, 이런 내용들을 100프로 이해해서 쉽게 풀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좋은글귀


p. 19 아무리 옳다고 할지라도, 거기에 진리의 모든 것이 다 담겨 있을 수는 없다. 아무리 옳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거기에는 틀린 것이 있고, 아무리 틀린 것이라고 할지라도, 거기에는 옳은 것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개개인에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사상의 자유'와 자신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토론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p. 52 인간의 자유가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고유한 영역은 이런 것들이다. 첫 번째는 "의식"이라는 내면의 영역이다. 거기에는 가장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양심의 자유, 사상과 감정의 자유, 실천적이거나 사변적이거나 과학적이거나 도덕적이거나 신학적인 모든 주제에 대해서 자신만의 의견과 정서를 가질 절대적인 자유가 속한다. (중략) 두 번째는 취향과 추구의 자유다. 이것은 자신에게 맞는 인생 계획을 세우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일들을 행하며, 그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p. 63 모든 주의를 기울여서 할 수 있는 한 가장 올바른 의견을 만들어내고, 그 의견이 올바르다는 것이 아주 확실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의견을 절대로 강제해서는 안되는 것은 정부와 개인의 의무다. 

p. 100 모든 반론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먼저 모든 반박이 제시될 수 있는 자유로운 토론이 있어야 하고, 또한 만족스럽게 반박되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반대자들이 스스로 만족하는지 만족하지 않는지를 밝힐 수 있는 모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p. 115 지금으로서는 헤아릴 수 없이 먼 미래의 일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어쨋든 인류의 지성이 아주 높은 수준에 진입할 때까지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토론이 벌어지는 것이 유익하다.

p. 126 다양한 의견을 공존하게 하는 것은 그런 편견이나 간과를 극복하고서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소중한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로 여겨야 한다. 

p. 136 인간이 불완전한 동안에는 서로 다른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는 것이 유익한 것과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다양한 삶의 실험들이 존재하는 것이 유익하다.

p. 139 인류의 경험을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고 사용하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능력들을 성숙하게 발전시킨 사람들의 특권이자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다. 기록으로 남겨진 인류의 경험 중에서 어느 부분을 자신의 환경과 개성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찾아내는 것은 개개인의 몫이다.

p. 150 개개인의 본성이 마음껏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삶을 살도록 허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개개인에게 그런 삶을 허용하는 수준이 높은 시대일수록, 그 시대는 인류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후대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p. 164 인류 역사 속에서 민족들은 흥망성쇠를 겪게 되는데, 상당한 기간동안 발전하여 찬란한 문명을 꽃피우다가, 어느 때가 되면 진보와 성장이 멈춰 서게 된다. 그렇다면 언제 멈춰 서게 되는 것인가? 그것은 바로 그 민족 속에 개성이 발 붙일 곳이 없게 될 때다.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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