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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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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부터 신비감이 전해지는 소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라이트 노블light novel, 즉 경소설에 해당하는 일본소설인데요. 여기서 경소설이란, 만화풍으로 등장인물을 부각시키고 대화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곤 하는데, 읽기는 쉽지만 소설의 소재 자체는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라는 점이예요.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해서 순간순간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들여볼 수 있어요.


■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내용 


고등학생 사쿠라 신지는 최강 인기녀 하나모리 유키로부터 ''사신''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습니다. 그것도 6개월 근무기간, 추가수당도 없는 최저시급 300엔 짜리 아르바이트! 거기에 더욱더 황당한 것은 이승에서 죽어 미련으로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는 죽은 자들, 즉 사자를 저승으로 보내주는 아르바이트라는 사실! 너무 허무맹랑한 아르바이트지만 한푼이라도 아쉬운 사쿠라는 사신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심하고 계약서에 사인을 합니다. 사자들에게는 '추가시간'이라는 가짜 세상이 주어지고 그 세상에서는 그들의 죽음 자체가 무효화됩니다. 그러니까, 사자들은 제한된 시간 동안 미련을 해소해서 이승을 떠나든가 언제 닥칠지 모를 종료시간을 기다렸다가 이승을 떠나든가 선택을 해야하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추가시간 동안 생긴 모든 일과 기억은 무효화된다는 독특한 설정입니다.


■ 느낀 점 


요즘엔 희안하게 삶과 죽음에 대한 책을 자주 접하게 되요. 어렸을 때부터 소중한 사람, 아버지를 잃어봐서 죽음에서 오는 상실감이 무엇인지 잘 알거든요. 주변에 늘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자라다보니 세상엔 아픈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늘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솔직히 행복이 뭔지도 몰랐어요. 늘 세상의 어두운 이면을 보고 살았으니, 밝은 것이 존재하는지도 몰랐죠. 그런데, 어두운 아픔과 괴로움을 짊어지고 살려고 하니 버겁더라구요. 어느 날, "행복하게 살 자격이 있어"라고 외치고 늘 맴돌던 굴레의 틀을 벗어나보니, 밝은 행복도 있다는 걸 알았죠. 친정 어머니께서 그러시더라구요, '아픔과 괴로움이 존재한다는 걸 알아야 행복도 아는 것"이라고요. 그래서 매순간을 헛트로 생각하지 않고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힘이 생긴다고 하셨고, 나도 어머니 말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가진 모든 양면성을 알아야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거든요. 소설 속 주인공 사쿠라도 축구 유망주였으나 다리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축구를 하지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집안에 우환이 겹쳐서 삶에 대한 희망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학교의 인기녀 하나모리로부터 사신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고, 사자들이 저승으로 떠나기 위해 미련을 떨칠 수 있도록 도우면서 세상을 알아갑니다. 사신들에게 추가시간이 주어지긴 합니다만, 그 또한 유한한 시간에 불과하므로,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주인공은 알아갑니다. 거기서, 행복하다는 걸 안다는 자체가 행복이라는 걸 알게되죠.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감정이입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타인의 아픔을 자주 들여다 봤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공유하고, 아픔을 덜어내기 위해 머릴 맞댈 때, 그때 내 삶도 들여다 보는데 큰 도움이 되었거든요. 그들이 아픔을 자처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만의 이유, 그들 자신이 후회한 순간을 숨기려고 애를 쓸 때 처음엔 이해 못했지만, 결국 그들도 잘 살고 싶고 잘 해내고 싶었던 마음이 앞서서 그랬다는 걸 알 수 있었죠. "나는 몰라서 조금 어리석은 판단을 했어. 너만은 나와 달리 신중하게 선택하고 더욱더 행복하게 살기를 원해"라고 말해주는 그들은, 내 인생의 스승과 다름없습니다. 덕분에 나는 세상에 행복이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순간의 소중함도 알게 된거죠.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암울한 순간에 머물러 있는 분들, 희망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꼭 추천드리고 싶어요. 세상엔 불행도 존재하지만 행복도 존재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 일말의 순간이 아주 소중하다는 것을 꼭 알게되면 좋겠습니다.


■ 좋은 글귀


p. 60 "말도 안 돼. 그런" 절망하며 깨달았다. 아아, 또 실수했구나. 사람은 언제나 잃고 나서야 후회한다. 언제나 잃고 나서야 소중했음을 깨닫는다. 알고 있었는데. 행복은 반드시 망가진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 또 실수하고 말았다. 그런데 또 실수하고 말았다.


p. 64 "확실한 기준은 몰라. 아무튼 미련을 품고 죽은 사람 중에서 드물게 '사자'가 탄생해. 신의 힘으로 이 세상에 가둬진 불쌍한 존재가. 그리고 그들이 탄생한 순간 세상은 가짜 모습·…‥추가시간으로 모습이 바뀌어. 그 세상에는 죽음이 무효화돼."


p. 89 "사람마다 얻는 힘은 제각각이야. 어느 날 갑자기 힘이 생겼다는 걸 깨닫지. 그리고 그 힘은 본인의 미련과 관련이 있는데, 다시 말해 사자의 힘은 자신의 미련이 무엇인지 알아낼 힌트이자, 미련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한거야."


p. 109 "추가시간은 몹시 잔혹해. 죽음이라는 운명에서는 절대 못 벗어나고, 아무리 발악한들 남의 기억에 남지도 못하지. 해소할 길 없는 미련을 조명해서 대체 무엇을 위한 인생이었는지 돌이켜보는 시간에 지나지 않아. 신은 죽은 사람에게 그렇듯 부조리한 시간을 주는 아누 매정한 존재야."


p. 157 양심의 가책 때문일까, 돌이켜보기 싫기 때문일까.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사자'는 모두 거짓말을 한다.(중략)후회에서 눈을 돌리고 싶어 미련에 관해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실은 남에게 들통나서 편해지고 싶다. 그런 딜레마를 안고 지내온 것이다. 괴로움으로 가득한 추가시간을.


p. 292-293 이렇게 힘겨운 세상에서 우리가 만난 것에 감사한다. 절망의 바다를 헤엄치는 우리가 만난 건 분명 우연이 아니겠지. 모든 걸 잃기 전에 드디어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p. 329-330 신은 왜 이런 고통을 줄까 고민했다는 것. 행복은 찾을 수 없으리라고 여겼다는 것. 하지만 뜻밖에 행복은 가까이 있었다는 것. 분명 이 사소한 일상이야말로 행복이라는 것. 그런 이야기를. 행복했다. 틀림없이 행복했다. 이 시간이 영원하길 바랄 만큼.


p. 334-335 행복은 뭘까. 먼 기억 속 누군가가 물었다. 이제는 안다. 지금이 행복함을 아는 게 행복임을. 잃기 전에 깨닫는 것. 잃었더라도 행복했음을 기억하는 것.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기억해낼 수 있기를 바라는 것.


p. 339 생각한다는 건, 그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다. 응. 괜찮다. 앞으로 나아갈 용기는 이미 얻었으니까.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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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병동 병동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평소에 소설책을 즐겨 읽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장르는 있습니다. 소설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을 말하자면,이야기 흐름 속에 복선이 깔려있고, 뭔가를 생각하고 상상하게 하는 장르를 좋아합니다.물론, 대부분의 소설에는 복선이 깔려있지만, 조금더 긴장감을 유발하는 추리소설을 좋아해요.얼마 전에 읽었던 곰탕도 추리소설에 가까웠고, 이번에 읽은 일본소설 시한병동은 대놓고 추리소설이지요. 책표지만 보면, 뭔가 잔인하고 무서울 것 같은 느낌이 엄습해와서, 책을 펼쳐보기 전부터 긴장을 했어요.



■ 시한병동 줄거리


이야기의 전개는 구라타 아즈사가 어두운 방에서 의식을 차리는데서 시작됩니다. 힘겹게 의식을 차리면서 그녀는 자신이 허름한 병원같은 건물에 납치감금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됩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녀외에 다른 사람들도 납치되었습니다. 그녀를 포함해서 총 다섯명의 사람이 납치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의료계 종사자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패쇄된 병원에서 탈출을 해야되는 상황에 놓입니다. 그들이 납치범이라고 추측하는 "클라운"이라는 존재가 탈출을 위한 미션을 하나씩 던져주고, 아비규환 상황에 놓은 다섯명의 사람들은 미션을 풀려고 머릴 써야합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6시8분46초! 그 동안에 미션을 풀어내지 못하면 패쇄병원은 폭발하는 동시에 그들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미션을 하나씩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섯명과 공통적으로 연관된 인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이후, 이들은 탈출을 위해 자신의 사연을 하나씩 풀어내며 탈출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갑니다. 그러나, 서로의 눈치를 보거나, 의심을 해야하는 심리전에 돌입하면서 이야기의 전개는 궁금증을 극대화시킵니다.


■ 느낀점


소설의 저자 치넨 미키토는 현직 의사이며 다양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12년 데뷔이후에 스물 한권의 책을 썼다고 합니다. 병동시리즈로 유명하다네요. 시한병동 전에 가면병동이라는 작품을 냈고, 이전 작품을 거의 40여일만에 완성했데요. 그만큼 자신을 극으로 몰아가면서 집필 활동을 하는데, 자신의 성향이 작품에 그대로 묻어나기도 합니다. 소설 초반에 방탈출 게임이라는 요소가 살짝 들어갔을 것이라는 짐작을 했는데, 그 짐작이 맞아 떨어질 때의 쾌감은 극대화 될줄 알았지만 오히려 반감이 되었던 건 사실입니다. 살짝 스포를 하자면, 아즈사가 방탈출 게임의 매니아이며, 극을 이끌어 가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살짝 힘이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즈사를 포함한 다섯 명의 인물들이 특정한 사람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소설에 탄력이 붙었습니다. 특정 인물이 다섯명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혹은 다섯명의 인물이 그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쳤고, 왜 그들이 그 한 사람으로 인해 납치 감금되었는지 이유가 궁금해졌고, 이유들이 하나씩 드러날 때까지 눈을 때지 않고 글을 따라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갔습니다. 즉, 반전에 반전이 있었던 거죠. 하지만, 반전에 반전이 뿜어내는 느낌도 다양했습니다. 허탈하기도 하고, 쌩뚱맞기도 하고, 긴장감을 심어줍니다. 그 재미로 이 소설을 읽었습니다. 


■ 책 속 한 줄


p. 31 일시적인 공황상태에서는 벗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푹신한 솜 위를 걸어가기라도 하는 듯이 발밑이 불안정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현실이라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았다.

p. 32 정말로 그들을 믿어도 될까? 납치범이 피해자인 척하고 섞여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모두가 짜고서 나를 감금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p. 39 이렇듯 극한 상황에서 의심받으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 

p. 44 모두가 빨려 들어가듯이 간판 앞으로 다가갔다. 철조망 앞에서 아즈사는 입술을 깨물었다. 수십 개나 되는 물통 한가운데서 거대한 액정 타이머가 불길한 빨간색으로 깜박이고 있었다.

p. 48 "확실히 이건 놀이가 아니야. 실패하면 목숨을 잃는 게임이라니, 미친 짓이지. 하지만 지금 현재 우리한테 이 게임을 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어. 그러니까 가르쳐줘. 지금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본  포스팅은 출판사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신간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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