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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여 꿈을 노래하라 1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2
밀드레드 테일러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8년 5월
평점 :
밀드레드 테일러는 <천둥아 내 외침을 들어라>로 처음 만났다.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 같은 표지를 가지고 있는 책인데도 인종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차별’이란 단어보다는 ‘인간’이란 단어를 더 먼저 떠올리게 하는 책으로 기억한다. 인종을 떠나 인간으로서 가져야 될 품성을 이야기 하는 책으로 내게는 비춰졌었고 독특한 작가로 기억 속에 있었다.
<대지여 꿈을 노래하라>는 1880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주인공 폴은 백인 아버지와 인디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남자 아이다.
“당시 미국은 수많은 백인 남성들이 자신과 피부색이 다른 자식을 두었지만 법적으로 백인은 유색인의 아버지가 될 수 없었으며 혹시 된다고 하더라도 피부색이 다른 자녀는 백인 아버지로부터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했다.(29~30쪽)”
남북전쟁이 끝나고 노예가 해방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백인만을 위한 백인들의 사회였다. 유색인은 인간으로서 온전히 이해받을 수 없었다.
“때로는 피부색이 다른 자녀를 거두는 백인이 있었지만 드물었다.”(30쪽) 고 했는데 폴의 아버지 에드워드가 바로 그랬다. 백인 아버지가 쳐주는 보호막 속에서 폴은 다른 유색인들과 달리 비교적 깨끗한 옷을 입었으며 백인아이들과 같은 식탁에서 밥 먹고, 교육을 받았으며 백인자식들과 차별 없는 아버지의 사랑과 형제들의 사랑을 받았다. 에드먼드의 이런 행동은 백인, 유색인을 떠나 아버지로서의 책임과 의무에 해당되는 지극히 가정 내적인 범주 내에서의 행동이지 당시의 관습과 법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는 아니었다.
어린 날의 폴은 자신이 누리는 것들이 일반적이고 당연한줄 알았다. 때문에 다른 유색인 아이들의 괴롭힘의 원인을 알지 못했다. 폴의 엄마는 폴이 보통의 백인 아이와는 다른 ‘유색인’이라는 사실을 주지 시키려했지만 어린 폴은 엄마의 가르침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린 날의 폴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무심했었지만 자라고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이제까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백인 형제들의 외할머니의 증오, 사교적 모임이 있는 경우 백인자식은 식탁에 남아있어도 되지만 폴과 친누나 제키는 식탁에서 밀려나야하는 것,.....) 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다.
폴은 사회에 눈 떠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스럽다. 마찬가지로 폴의 배다른 형제들 역시 폴과 같은 유색인을 자식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 사회적 관습과 법을 무시하는 아버지의 별난 행동으로 인하여 고통을 겪고 있었다.
집을 한발자국만 벗어나면, 아버지가 처 주는 보호막에서 한발자국만 벗어나면 가해지는 편견과 차별은 고스란히 유색인인 폴의 몫이었다. 언제까지나 집에만 있을 수도 없고, 언제까지나 아버지의 품안에 있을 수도 없는 폴 스스로 져야하는 짐이었다.
결국, 폴은 언제나 함께 할 줄 알았던 동갑내기 백인 형제 로버트 로건이 다른 백인 친구들 앞에서 백인친구들을 위하여 주먹을 휘두름에 맞대응한 사건으로 로버트의 백인 친구들과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정말 죽을 만큼 아버지 에드먼드로부터 채찍을 맞아야 했다.
“잘 들으렴. 폴! 너와 네 누나를 네 형제들과 다르게 키워야했다. 설령 내가 아무리 네 형제들과 똑같이 키운다고 해도 너희를 네 형제들처럼 대우를 해 줄 수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야. 사람들이 네 피부색을 아는 순간, 그들의 눈에 너는 그저 유색인 일뿐이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활터전을 마련 해 주고 장사를 가르쳐주는 것뿐이야. 그 밖에 살아남는 일은 네 스스로 머리를 써야한단다. 애야! 너는 심지가 단단하단다. 똑똑하고, 어찌 보면 지나치게 똑똑하지 섣부른 생각이 너를 올가미 씌우듯 유색인이 그렇게 살면 곤경에 빠지게 된단다. 너는 내 아들이야. 네가 아무리 희게 보여도 이 근방의 백인들이 너와 유색인들에게 ‘깜둥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쩌지 못해. 그들에게는 네가 그렇게 보여. 아무리 백인처럼 보여도 네가 백인을 구타하고 비아냥거리면 사람들이 널 죽일 거야.“(130~131쪽)
그러나 자식의 목숨을 구할 길이 채찍밖에 없음을 알고 있던 아버지의 애절한 마음은 폴에게 닿지 못했다. 이 사건으로 폴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말을 다루는데 소질이 있었던 폴을 데리고 아버지가 동부 텍사스로 말을 사러 갔을 때 폴은 아버지가 타지 말라는 말을 아버지에게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기 위하여 말을 탔다. 그러나 아버지의 명을 어기고 탄 말은 우승을 했지만 백인이 했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을 계기로 친구 미첼이 백인의 돈을 강탈했고 이것은 영원히 품을 벗어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폴의 어머니는 폴에게 ‘폴만의 것을 가지라’고 했었다. 폴은 땅 좋아했고 말을 좋아했었다. 그런 폴이 살았던 당시 사회상으로 볼 때 유색인이 백인 아버지에게 재산을 물려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폴이 자신만의 것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아버지의 것은 절대로 폴의 것이 될 수 없는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아버지 에드먼드는 폴에게 기술 교육을 시키고자 했었다. 재산을 물려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살아갈 방도를 마련 해 주고자 목공일을 가르쳤었다. 목공일은 폴이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폴은 알고 있었다. 땅이 자기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아버지의 곁을 떠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부지불식중에 아버지의 땅을 넘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텍사스로 아버지와 말 구입을 하러 갔을 때 아버지의 명을 어기면서까지 폴이 다른 사람의 말을 타려고 했던 것은 아버지에게 당신이 아니라도 홀로설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명을 어기면서 탔던 경주는 결국 미첼과 함께 폴을 도망자의 신분으로 전락시켜 인생의 새 출발을 하도록 했다. 미첼과 폴은 형제처럼 서로를 의지했고 정말 미친 듯이 일을 해서 천신만고 끝에 자신의 땅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만의 것을 가지게 된 폴이 잠시 한숨을 돌릴 때 쯤 날아온 소식은 아버지의 위독. 고향의 아버지는 꺼질듯 한 생명으로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가슴에 가장 많이 남아있던 것은 로버트와 그의 백인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가 폴에게 채찍을 휘두르는 장면이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엄마와 배다른 형제들의 모습이었다. 씩씩대는 폴의 모습이었다. 가슴이 뻐근해졌었다. 어른들 말 중에 가장 심한 말이 ‘너도 너도 똑같은 자식 낳아 키워봐라.’라는 말이라고 한다. 아직은 모를 것이다. 부모가 되어 보지 않으면 부모를 이해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자식을 키우면서 세상에 모든 부모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정말 자식을 키우는 일이 어렵다. 정말 난 우리 부모님만큼 내 자식을 키울 수 있을까?
---------------- 이 책은 리더스 가이드의 이벤트 서평도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