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 때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히 지난 일년을 돌아보게 되는데 세상에... 일년 내내 영화관에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마 싶어 어딘가 영화 보고 온 흔적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페이퍼를 뒤져보려다가 이 정도면 안 간 거나 다름없단 생각에 힘이 빠져버렸다. 가려면 갈 수도 있었을 테고 보고 싶은 영화도 있었는데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다.    

  영달이를 낳기 전에는 우리 부부가 별 충돌 없이 안이하게 공유할 수 있는 공동 취미가 영화 뿐이라서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자주 영화를 보러 다녔다. 다른 경우에는 갈등이나 마찰이 분분한 반면 영화에 대한 식견은 그럭저럭 조화로워 우리는 마치 단합대회라도 하듯 영화를 고르고, 예매하거나 표를 끊고, 카페라떼를 마시면서 공동의 유희를 즐겼다. 팝콘도 별로라 하고 영화관에 퍼져 있는 팝콘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 것조차 아주 짝짜꿍이 잘 맞았더랬다. 하지만 이제 그런 호시절은 디 엔드.

  그다지 바지런하고 적극적인 육아를 하는 것도 아니면서 영달이에게 매달려 있는 내가 딱했던지 얼마 전 남편은 이벤트에서 받은 PMP에 최신 영화와 고전 영화 몇 편을 담아 주었다. 영달이 재우고 나서 심심하면 이어폰 끼고 보라고. 그러나 현실은 어찌나 야멸찬지 영달이가 잠들고 나서 두 시간을 넘기기 어려운 탓에 아직 한편도 제대로 못 보고야 말았다. 피곤이 엄습하여 두 눈이 막 감길라치면 내가 이 자유로운 황금 시간대에 쪼매난 화면이나 들여다보고 있느니 책을 몇 장 더 읽지 싶어 그냥 꺼버리고 자거나 책을 집어든다. 그리고는 비몽사몽한 의식으로 깨달음에 다다른다. 그래, 나는 영화를 안 보고도 살 수 있는 사람이고 생각보다 영화라는 취미에 별 애정도 없을 뿐더러 역시 책을 더 좋아하는 거였어. 영화는 끊어도 책은 못 끊잖아?   

  그러나 <시네포트>나 <영화가 좋다> 같은 프로그램에 시선이 가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터. 흥미진진해 보이는 신작영화나 좋아하는 배우들의 근황에 관심이 가지 않는다면 그것도 거짓말. 결국 프로그램 속 영상을 짤끔짤끔 간보며 몇 차례 멍때리거나 감탄하곤 하지만 분주한 일상 저편으로 휘리릭 증발하는 일이 다반사. 한때는 '영화읽기' 카테고리에 영화 리뷰를 올리는 것이 큰 낙의 하나이기도 했다. 활자로 이루어진 책보다 생생한 비주얼로 감상한 후 채 감흥이 식지 않은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이 그야말로 일필휘지로 더욱 즐겁게, 잘 써지기도 했다. 영화 평을 쓰며 한번 더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어느 때는 쓰면서 깨닫기도 한다. 이 영화에 이런 면이 있었네, 하고.     

  남편은 조만간 고3 아이들과 '투어리스트'를 보러 간다는데 내게는 영화는 커녕 현실적인 고민을 잔뜩 싸안은 친구와의 약속만 예정되어 있다. 영상의 강력함 이면의 허무한 휘발성에 대해 종종 냉소를 보내면서도 기회가 왔을 때 넘기지 않았고 무료함과 무의미를 위안하기 위해 부러 기회를 만들며 영화 보기를 즐겨왔던 나는 영화를 안 보고도 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약간은 시큼털털한 기분으로 받아들인다.  

  어제 오후 잠든 영달이를 안고 드라이브를 하며 남편과 나는 동의했다. 영달이라는 고깟 영화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한 공동의 낙이자 희망을 얻은 대신, 우리의 호기로웠던 시네필 다이어리는 이제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노라고. 그 순간 수많은 영화 포스터와 카페라떼와 CGV 가는 길이 엔딩 크레딧으로 펼쳐지는 아쉬운 회상이 모락모락. 하지만 언젠가 아장아장 영달이와 손잡고 라따뚜이스러운 귀여운 애니를 보러 가는 상상이 플러스 되어 나는 다시 미소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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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교향악 펭귄클래식 39
앙드레 지드 지음, 김중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 동네에서 무심천을 건너면 바로 이웃 동네로 이어진다. 그곳엔 내가 근무하는 학교가 있고 도로 오른편으로 즐비한 노점상과 비교적 작지 않은 규모의 서점이 있다. 생각보다 바람이 너무 차서 영달이에게 미안해 하면서도 호떡과 도넛 등을 파는 노점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결국 책 두권에 호떡을 보태어서 귀가했다.   

  요즘 동시에 읽고 있는 책이 세 권이다. <올리브 키터리지>, <장 크리스토프 1>, <커피하우스 가십, 뉴욕>. 그런데 지금은 그날 서점에서 들고 나온 <전원 교향악>의 리뷰를 쓰고 있다. 내 일과는 너무나, 정말 너무나 규칙적이지만 수중에 들어온 책들로 나는 방황과 일탈과 행패를 즐긴다. 그러니까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사랑하기도 하고, 조금 맛보곤 집어던지거나 처박아 놓기도 하고, 종종 사야 할 책이 아닌 다른 책을 집어들고 나오며 약간의 가책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도 호떡과 함께 예정없이 집어든 책인데 알라딘 보관함에 넣어두곤 언제든 내키면 주문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책이다. 중학교 시절 과학 선생님을 좋아해서 나는 과학에 소질이 있는 모양이라고 착각하며 지낸 적이 있는데 그맘 때 처음 읽었던 책이다. 앙드레 지드는 <좁은 문>의 작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좁은 문>에 감흥하기에는 내 마음의 문이 너무 좁아 큰 기대가 없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이 작품만은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십대 시절은 물론 이번에 다시 읽고도 그랬고 아마 마흔, 쉰, 예순에 또 읽는다 해도 그럴 것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어느 가난한 노파가 죽자 마을의 목사는 노파가 기르던 눈 먼 소녀를 집으로 데려온다. 장님인데다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한 소녀를 목사는 길 잃은 양이라 여기고 정성을 다해 성장을 돕는다. 마침내 소녀는 놀랄만한 발전을 보이며 아름다운 숙녀로 성장하지만 그녀가 시력을 회복했을 때 암흑 속의 진실이 빛과 함께 드러나며 비극에 이른다.   

  사람은 언제나 자연스럽게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일 때가 가장 아름답다. 하지만 이성은 끊임없이 마음과 맞붙어 싸워서 자주 그 마음을 제압하곤 한다(p.17). 목사의 처음 마음은 길 잃은 자를 인도하는 목사이자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는 아버지의 마음이었음이 분명하다. 더욱이 스스로 공을 들인 창조물에 애착을 갖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목사 아내의 불길한 예감에서 엿보이듯 그 애착은 마냥 순수하기 어렵다. 오로지 나를 통해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아름다운 소녀가 나를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고 있다고 해보자. 목사는 끝없는 기만으로 소녀를 향한 욕망을 제압하고 합리화 하지만 그는 목사이기 이전에 한 남자고, 인간이다.  

  소설의 백미는 목사가 미처 알아차리거나 인정하지 못하는 자기기만에 대응하여 벌어지는 갖가지 관계와 대화들이다. 그의 아내는 수수께끼 같은 말로 사랑에 빠진 목사를 비판하고 아들 자크는 제르트뤼드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목사는 아내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아들 자크를 비난하고 만류한다. 목사는 스스로를 솔직한 사람이라 규정하고 있지만 본인의 감정에 대해서는 눈 감고 있는데다 더욱이 진실을 얘기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기독교 정신을 앞세워 교조적인 포즈로 일관한다.  

  만일 너희가 눈이 먼 사람이라면 죄가 없으리라(p.79). 그렇듯 온통 행복과 소망의 빛으로 찬란했던 제르트뤼드가 시력을 찾았을 때 그녀는 목사가 읽어주지 않았던 성경 구절을 알게 된다. 전에 율법을 깨닫지 못했을 때에는 내가 살았더니 계명이 이르매 죄는 살아나고 나는 죽었도다(p.106). 눈을 뜸과 동시에 그녀는 스스로의 사랑에서 '죄'를 보게 되고 더욱이 사랑했던 대상이 목사가 아니라 자크였음을 깨닫는다. 모든 것을 보게 된 제르트뤼드에게 남은 선택은 한 가지 뿐. 만일 그들이 그들의 불행을 모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p.29). 친구 마르탱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역자 해설 부분에는 앙드레 지드가 비평가에게 보낸 편지가 실려 있다. 그(목사)를 통해 나는 내 자신의 생각을 말하려 하기보다는, 그 윤리가 자기 자신에 대해 너그럽든 너그럽지 않든 언제나 깨어 있는 비판 정신에 의해 엄격하게 감시받지 않을 경우, 내 자신의 견해가 봉착할 수 있는 위험을 묘사했습니다. 필수적인 그 비판 정신이 목사에게는 완전히 결여되어 있습니다(p.121). 독자로서, 인간으로서 나는 목사의 사랑을 이해하지만 지드의 말처럼 성경에 대한 자의적 해석으로 스스로를 기만하고 합리화하는 태도는 눈살이 찌푸려짐과 동시에 동정과 비웃음만 자아낸다. 그러나 항상 깨어 있는 비판 정신으로 스스로를 엄격하게 감시하며 사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더욱이 신앙이나 핏줄보다 앞선 사랑의 불가사의한 위력 앞에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다.    

  과학 선생님을 좋아하는 소녀였던 시절엔 이 책을 순수하고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쯤으로 읽었던 것 같다. 그때는 <독일인의 사랑>이라든가 <봄의 폭풍우> 같은 작품에 홀딱 반하던 촉촉한 감성녀였으니 그랬겠지만 지금 다시 읽은 <전원 교향악>은 백 페이지 남짓한 할랑한 분량임에도 짙고 거세고 묵직한 그림자를 내 가슴 속에 드리우는 것 같다. 아무리 먼 나라, 먼 시절의 이야기여도 고전의 힘과 멋이란 이런 데에 있고 내가 끌리는 책에서 가면을 벗은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일은 추하고 괴로운 일이지만 그 과정이 없다면 한낱 종이쪼가리에 불과할 터. 원래 사려던 것은 호떡도 아니고 이 책도 아니었지만 호떡과 함께 이 책을 산 것은 참 잘한 일이라고 합리화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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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말은 못하지만 조금씩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한 영달이. 제 이름을 부르면 돌아보며 씨익- 웃기도 하고 내가 거짓말로 우는 시늉을 하면 콧잔등을 씰룩거리며 얼굴을 쓰다듬어 주기도 한다. 엄마 아빠가 언성을 높이면 눈 딱 감고 자는 척 하는 것을 보면 의뭉스럽기 짝이 없다. 태어난 지 그새 아홉달째로 접어들었고 요즘은 헝겊책 보다는 진짜 책을 더 좋아한다. 책을 보여주면 영달이는 학학, 소리를 질러대며 강아지마냥 엉덩이를 씰룩쌜룩 좋아라 한다.   

  지금껏 내 책 고를 줄만 알았지 아기들 책에는 무지몽매 했는데 주워들은 정보와 미리보기 등을 참고해 몇 권 골라주었고 다행히 영달이는 이 책들을 참 좋아한다. 장난감도 싫증나고 외출하기엔 너무 춥고 그럴 때 책을 펴놓고 읽어주면 안성맞춤. 한번 아프고 난데다 겨울이 지나면 복직해야 한다는 아쉬움에 요즘은 함께 하는 순간순간이 애틋하다.  

맨 처음에 구입한 책 두 권. 모두 최숙희 작가의 그림책이다. 리뷰도 좋았지만 우선 선명하고 따듯해 뵈는 그림이 내 마음에 들었다.  

책 속의 주인공도 여자아이라서 영달이가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느끼는 것 같다. 갖가지 동물과 몸동작들이 생동감 있고 유머러스하게 표현되어 있다.

 

최근에 출간된 최숙희 작가의 신작. -누가 보면 작가랑 친분이라도 있는 줄 알겠네.- 그렇지도 않은데 아기 엄마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을만큼 좋은 책. 일단 엄마가 먼저 감동해야 아기도 따라오는 듯. 

아이의 탄생부터 성장을 함께 해온 엄마만이 구상하고 그릴 수 있는 책. 영달이가 아플 때 책 속의 개, 곰, 킹콩과 함께 울었다.   

 

한 페이지엔 눈을 가린 동물, 다음 페이지엔 눈을 동그랗게 뜬 동물, 그렇듯 십이지에 해당되는 동물들과 까꿍놀이를 즐기는 책. 이 시기의 아기들은 대개 까꿍놀이를 재밌어 하나 보다. 내가 손이나 수건 등으로 얼굴을 가렸다가 까꿍~ 하면 울다가도 뚝!   

영달이는 백호랑이띠라 그런가. 아니면 상대적으로 호랑이 눈이 크고 뚜렷하게 그려져서? 호랑이의 까궁놀이를 가장 좋아한다. 이 책 역시 최숙희 작가의 그림이다. 정말 아이 마음, 엄마 마음, 아이의 눈, 엄마의 눈을 잘 아는 작가란 생각.  

  

아기와 함께 신나는 몸놀이를 할 수 있는 책. 영달이는 아직 기어다니는 정도지만 지금도 이 책을 재밌어 하고 나중에 커서도 활용이 가능할 듯.  

우선 책 속 아기가 토실토실 무척 귀엽다. 아기와 함께 뒹굴고 뛰노는 동물들 역시 오동통통 사랑스럽다. 위의 까꿍놀이 책처럼 이 책도 딱딱한 보드북이어서 잘 찢어질 염려도 없고 아기 혼자 책장을 넘길 수도 있고 크기도 적당하다. 함께 동작들을 따라하며 놀아줄 때 유용한 책. 

  

뽀로로는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꼬마 펭귄 케릭터인데 보면 볼수록 참 훌륭하단 생각.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 뽀로로와 다양한 성격을 지닌 동물 친구들의 모험담은 어른이 보아도 어느새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장아장 뽀로로 인형을 좋아하던 영달이는 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 열렬한 반응을 보였고 긴가민가 하는 마음에 구입했는데 다음 장면을 예상하고 흥분할 정도로 기억력이 발달했다. 어리다고 해서 너무 단편적인 사물만 있는 그림책 보다는 적당히 스토리가 있는 책이 좋은 것 같다. 아기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가끔 영달이를 가만 바라보고 있으면 소녀는 말이 없을 뿐. 모든 걸 알고 있다.  

  물려받은 외국 그림책은 영달이가 어쩐지 좋아하지를 않아서 주구장창 우리나라 그림책만 보여주고 있는데 아기들도 취향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 책이 별로였던 것인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겨울이라 화단의 꽃도 져버리고 아쉬운 마음에 이번엔 예쁜 꽃이 그려진 그림책을 사주면 어떨까 생각 중이다. 돌 전 까지는 딱 열 권 정도만 구비해두고 반복해서 보여줄 예정. 눈과 마음을 끄는 좋은 책들이 많은데 그렇듯 너무 많아서 오히려 고르기가 참 힘들다. 영달이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결국 내 취향대로 고르게 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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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12-04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을 날고 싶어요, 저 책 시리즈는 정말 정말 아이가 너무 좋아할 거예요. 읽고 또 읽고 동네 애들이라고 올라치면 서로 읽겠다고 쌈 난답니다. 뽀로로의 위력을 실감했다니까요. 영달이가 벌써 그렇게 컸군요^^

깐따삐야 2010-12-05 15:4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뽀로로는 힘이 세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오늘도 해리가 뽀로로와 크롱을 찾아낸 이야기책 한권을 더 샀어요. 영달이가 뽀로로 3기 오프닝 주제가를 좋아해서 어느새 외워졌어요. blanca님 마을의 아이들도 뽀로로 팬이었군요. 텔레토비처럼 우리의 뽀로로도 세계 전역으로 뻗어나가길 바래봅니다.^^

BRINY 2010-12-04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닮아서 책을 좋아하나봐요~

깐따삐야 2010-12-05 15:46   좋아요 0 | URL
남편 말로는 엄마 닮아서 책을 집어던진다고...ㅋㅋ

hnine 2010-12-04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제 영달이를 위한 책 구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가 봅니다. 많이 사주세요. 저는 되도록 도서관에서 빌려다 주고, 대여해주고 그랬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옆에 두고 보는 것만 못한 것 같아요. 아이가 어떤 책을 보고 유난히 더 좋아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지요? ^^

깐따삐야 2010-12-05 15:51   좋아요 0 | URL
내년에 저희집 바로 옆에 새 도서관이 문을 열 예정이라 저는 자주 데리고 다니고 많이 빌려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hnine님 말씀 듣고보니 좋은 것은 소장해야겠어요. 주변에서 아이들 책을 나중에 고물로 내놓거나 버리는 풍경을 심심찮게 봐서 고민이 좀 있었거든요.
네! 정말 신기하고 우리 영달이가 한눈에 좋아하게끔 책을 만든 작가들이 존경스럽고 그래요.^^

레와 2010-12-06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히힛~ 신난다.
저에게 꼭 필요한 책 정보를 알려주신 깐따삐야님 복 받으세요! ^^

깐따삐야 2010-12-08 13:51   좋아요 0 | URL
레와님이 책 선물 하실 데가 있었나 보다. 복은 감사히 잘 받을게요.^^
 

  눈물은 아래로 떨어지고 밥숟가락은 위로 올라간다는 말이 있다. 중국 속담이라던가.   

  영달이가 아파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나는 밥을 먹어야 했다. 밥이 넘어가냐. 밥이 넘어가. 가슴은 미어지고 입은 깔깔해도 밥은 넘어가더라. 어쨌거나 밥을 꾸역꾸역 넘겨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힘을 내야만 했다. 나는 엄마니까.   

  병원을 세 군데나 돌았다. 가장 일찍 문을 여는 내과, 단골 소아과, 그리고 입원실이 갖춰진 소아병원. 소아병원에 가서야 정확한 병명을 알았고 소화가 잘 된다는 특수분유와 약을 지어왔다. 다행히 영달이는 물이든 분유든 조금씩이라도 먹으면서 앓았다. 양볼이 석류마냥 시뻘개질 정도로 열이 오르는데 입을 앙 다물고 고통을 참다, 울다를 반복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특별한 치료약이 없다는 말에 눈앞이 아찔했는데 시간이 약인지 이제는 속이 많이 가라앉은 것 같다. 아침엔 식탁 근처에 다가와 입맛을 다시기도 하고 짝짜궁 시늉도 해가며 평소처럼 놀기 시작했다. 네 웃는 모습에 나는 눈물이 나더라. 그간 못 먹은 것을 생각하면 이것저것 먹이고 싶은 것이 많지만 당분간은 자제하기로 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나는 모든 원인을 추측하고 되짚어가며 자책도 하고 공연히 엄마에게 신경질을 부리기도 했다. 애 키워준 공은 없다더니 내가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아이가 아프니 모두가 죄인 같았다. 

  의사들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고 예민해진 나는 네 자식이 아니니까 그러냐, 싶다가 인터넷도 찾아보고 다른 엄마들의 얘기를 듣고는 이맘때쯤 아기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한 차례씩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내 아이만은 아니길, 했던 것이 진심이고 앞으로도 아프지 않고 컸으면, 하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지만 아이 키우다 보면 계속 겪어야 할 일이라고 덤덤히 얘기하는 주변 부모들의 말에 쪼그라드는 심장을 움켜쥐며 끄덕끄덕.  

  엘리베이터 안에서 머리를 쓸어올리다가 거울에 비친 흰머리 몇 가닥을 발견하곤 아, 내가 속을 썩긴 되게 썩었나 보다, 자각했다. 한 이틀 사이에 이렇게나 허옇게 새다니. 영달이가 흠씬 가벼워졌다며 안타까워하는 내게 남편은 체중계에 혼자 오르고, 다음번에 영달이를 안고 오르면서 우리 영달이가 여전히 짱짱한 소녀라는 것을 입증해 주었다. 하지만 나는 체중은 많이 안 빠졌어도 살이 이렇게나 물렁거려졌다며 어떻게 도로 찌우지, 동동거렸다. 항상 내 몸무게는 안 빠진다고 툴툴거리지만 자식은 뚱뚱하고 날씬하고 못생기고 예쁘고를 떠나서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이것이 부모 마음인가 보다.  

  오늘 아침엔 미역국에 밥을 말아 익어가는 김장김치와 천천히, 모처럼 맛이 있는 식사를 했다. 못 먹는 아이 앞에서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고역이었는데 영달이의 웃는 얼굴을 보니 밥이 부드럽고 따듯하게 넘어갔다. 영달이는 기운이 좀 생기니 평소처럼 고집도 부리고 소리를 질렀지만 그조차도 반갑고 고마워 우리 딸, 다시 살아났네, 하며 좋아라 했다. 나는 죽었다 깨나도 침착하고 의연한 엄마가 되기는 글렀다.  

  오전 TV 프로그램에서 쪽방촌 할아버지를 보았다. 불편한 몸으로 리어카를 끄는데 저 할아버지도 나고 자랄 땐 엄마의 귀한 자식이었을텐데 하는 생각. 아이가 한번 아프고 나니 남이 남이 아니고 남이 남처럼 안 보인다. 그리고 초조해하던 내게 소아병원을 알려준 경상도 사투리를 쓰던 키 큰 아기 엄마, 예방접종 하러 가서 다시 보게 되면 꼭 고맙단 말을 하고 싶다. 시의적절한 조언으로 은혜를 입어 우리 영달이가 조금 덜 아파도 되었다. 통성명도 안 했고 사는 곳도 모르지만 같은 아기 엄마라는 끈만으로도 위안이 되었고 도움을 입었다. 얼굴과 눈빛을 기억하니 꼭 한번 더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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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12-0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효~ 구구절절 공감합니다.
바이러스 감염이었나요? 아이가 그렇게 아파서 힘들어하고 병원에서도 따로 치료약이 없다고 한걸 보면요. 이제 좀 나았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저 사람도 누군가에게 귀한 자식이었을텐데...' 이 생각하면 마음이 금방 뭉클해지는 경험 저도 아이 낳고서 많이 하는데 일부러 그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어떤 사람이 미워지려고 할때, 저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세상에 누구보다도 소중한 아들이고 딸이겠지,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잠시 풀어지더라고요.

깐따삐야 2010-12-02 12:41   좋아요 0 | URL
네. 감기인줄 알았는데 혹시나 해서 검사해 보니 장염이었어요.
hnine님처럼 저이도 태어날 땐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었을텐데, 하는 연민만 가지고 산다면 세상의 험악한 일들이 얼마나 많이 사라질까요. 그런데 사람이란 그때 뿐으로 그칠 때가 많아서 이렇게 절절하다가도 또 잊고 오만해지니 참 갈 길이 멀죠. 에효-

다락방 2010-12-0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가 잠깐 아팠을때 여동생이 병원에 갔는데 닥터가 완전 대수롭지 않다는듯 대꾸해서 그날 여동생이 상처를 많이 받았더라구요. 넌 자식도 안낳아봤냐 라고 쏘아붙이고 싶었다고 하더라구요.

영달이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깐따삐야님과 고기를 먹죠. 고기 드세요, 깐따삐야님. 어휴, 깐따삐야님 얼마나 애가탔어요, 어휴.

깐따삐야 2010-12-02 12:5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이모가 되셨으니 가까이에서 이런 일들 많이 보시겠어요. 아픈 아이 안고 있는 엄마 마음이 다들 그런가 봐요. 저도 그 담담한 대꾸들이 정말 야속하고 답답했는데 한편으론 애끓는 엄마들 다 받아주려면 끝도 없지 싶어요. 제가 학부모들과 상담하다 오후 6시에 목이 다 쉬어가지고 퇴근한 적이 있거든요.ㅠ 그래도 의사샘들, 기왕 말하는 거 엄마들 심정 좀 헤아려가며 말해주면 좋을텐데 말이죠.

영달이는 거의 나아가는 중이에요. 고깃국물로 이유식 만든 것을 좋아해서 빨리 해먹이고 싶어요.^^

Mephistopheles 2010-12-0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엄마같은 깐따삐야님...참 세월 순식간이네요. 여고생같았던 깐따삐야님이 이젠 애엄마라니...^^

깐따삐야 2010-12-02 12:53   좋아요 0 | URL
여고생이요?! 메피님한테 간장게장 얻어먹겠다고 재롱 부리던 세월이 엊그제 같은데 요즘의 저는 이렇답니다.^^

레와 2010-12-01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저런..
빨리 나을거에요. 응! 빨리 나을거에요.

깐따삐야 2010-12-02 13:10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레와님. 영달이는 많이 좋아졌어요. 그런데 안심이 안 된다는...ㅠ

순오기 2010-12-01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달이가 좋아졌다니 다행이에요. 한시름 놓아도 되겠네요~~~~
그럼요, 아이가 아파도 엄마는 꾸역꾸역 밥을 먹고 힘을 내야지요.^^

아픈만큼 성숙한다는 말은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해당되지요?
아이가 아파봐야 진짜 엄마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던가요?
관념이 아닌 경험으로 모성을 경험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그런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정말 아이를 낳아 키우지 않았다면 죽었나 깨나도 모를 감정의 파도가 아주아주 많더라고요.^^

깐따삐야 2010-12-02 13:05   좋아요 0 | URL
밥이 잘 안 넘어가는데 엄마가 이럴수록 더 먹어야 한다고.-_-;

관념이 아닌 경험이라는 말씀, 정말 그래요. 떡 다 뺏기고 마지막 몸둥이까지 다 뺏기고도 집에 오려고 했던 해님달님 엄마의 마음까지 이해된달까요.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정말 죽었다 깨나도 몰랐을 감정이죠. 엄마가 너랑 똑닮은 딸 낳아서 키워보라더니 아주 눈물겹게 실감하는 중이에요. 셋이나 낳아 잘 키워내신 순오기님은 정말 정말 대단하세요!

비로그인 2010-12-02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 님. 난 모성애라는 게 없나 봐요....
+정작 해야 할 말을 잊을 뻔.
영달이가 좋아졌다니 진정 다행입니다.

깐따삐야 2010-12-02 13:09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요. 저는 Jude님이 바다에 관해 쓰셨던 글들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걸요. 제가 영달이를 키우며 쓰는 글들이 많이 비슷하지 않던가요? 엄마 마음은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Jude님의 글을 기억해요. 정말 그렇겠죠? 그러니 우리 행복해지도록 해요.^^

헤라 2010-12-02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늘 보기만하고 지나가는 객인데 오늘은 울 큰딸 출산할때가 생각나 댓글다네요...^^ 수술을 해서 낳았는데 모체에서 벌써 장염에 감염되어 태어났다고 해서 하루 있다가 입원했네요..ㅠㅠ 몸조리고 뭐고 병원복도에서 날밤새고 울고 불고...의사도 간호사도 아무도 심각하게 생각안하고 며칠 지나면 괜찮다는 말만 하고...그 작은 손등위에 커다란 주사바늘이 꽂혀있는데 눈물이 그냥 줄~줄~줄~~ 나더군요...ㅎㅎ 정말 지옥이 따로 없었어요^^ 이런저런 노하우? 덕분에 둘째는 쫌 수월하게 키우네요...ㅋㅋ 깐따삐야 님도 옛일 생각하며 웃을 날이 곧.....너무 빠른가요....?ㅎㅎ

깐따삐야 2010-12-03 13:2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헤라님.

나뭇잎 만한 손등에 주사바늘이라니. 얼마나 마음 졸이셨을지 눈에 선하네요. 그렇듯 잠깐 아파도 지옥인데 평생 아이의 병을 일상처럼 안고 가야 하는 부모들을 생각하면 손발에 힘이 빠져 아무 말도 못하겠어요.
옛일 생각하며 웃을 날을 바라기엔 저는 영달이 하나만으로도 너무 벅차서...^^
 

 

  

 

 

 

 

 

  

  난 항상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되었으면서도 그럴 수만 있다면 좀 약해지고 싶었단다. (p.63)

  어젯밤 책을 읽다가 위의 구절에서 멈칫,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리 엄마도 그렇지 않을까. 책 속에 묘사된 페터 한트케의 어머니와 대한민국의 우리 엄마는 기질 상 매우 다른 사람이지만 '어머니'라는 공통분모 때문인지 겹치는 면도 많았다. 촘촘하고 건조한 레포트 같은 이 소설은 작가가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 하면 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더 슬픈 인상을 주었다.

  며칠 전 나의 열 마디로는 꿈쩍도 하지 않던 남편이 엄마의 나직한 한 마디로 신선한 변화를 보였다. 그의 눈빛과 몸짓이 동시에 전율했던 것을 잊지 못하겠다. 엄마는 신기해하는 내 반응에 잔소리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며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백년 묵은 신령님 같은 말씀을 하셨다. 나는 그렇지! 하면서도 몰라서 못하나, 못해서 못하지, 했더랬다.  

  엄마를 보면 어른 노릇이라는 게 참 쉽지가 않다.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어린 것들이 어른 대우 안 해준다고 징징대는 나이 허투루 잡순 어른들도 종종 보았다. 그렇듯 서운한 것을 서운하다고 거침없이 내색할 수 있는 어른들은 어찌보면 그릇이 딱 고것 뿐이라는 건데 그 어린 것들에게 부담갈까봐 먼저 배려하고 보살피고 하는 일이 생각만큼 쉬운 것은 아니다.  

  게으른 자는 먹지도 말라는 구절이 성경에 나오던가. 내가 생각한 결론은 부단히 바지런해야만 어른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 같다. 어차피 죽으면 썪어 없어질 몸, 놀면 뭐하냐는 엄마의 지론은 의당 그럴듯하지만 어디 그게 생각처럼 쉬운 일인가. 젊으나 늙으나 비빌만한 데 있음 비비고 싶고 누울 데 보면 다리 뻗고 싶지. 편한 것 찾는 그 본능을 거스르면서 긴장과 노고를 감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러니 사람 노릇, 어른 노릇 제대로 하느니 그냥 좀 뻔뻔해지고 마는 쪽을 택하는 부류도 비일비재. 그뿐인가. 어른 노릇 잘하는 어른 치고 대우 받으려고 하는 어른 못 봤고 대우 받을 것부터 생각하는 어른치고 어른 노릇 제대로 하는 어른 또한 못 봤다.  

  난 항상 손발을 놀리지 않으면 안 되었으면서도 그럴 수만 있다면 좀 드러눕고 싶었단다.   

  오늘은 한트케 어머니의 말이 우리 엄마 목소리로 자동번안 되어 들리더라는. 입으로는 쉬라고 말하면서도 오징어 튀김이 먹고 싶다고 조잘거리는 딸내미에게 엄마는 결국 새우깡맛 나는 고소한 오징어 튀김을 만들어 주셨다. 바삭하고 쫄깃한 오징어 튀김을 씹으며 페터 한트케는 어머니를 위해 소설이라도 남겼는데 나는 나를 닮은 극성맞고 고집센 손녀딸만 안겨주었구나 싶어 마음이 씁쓸했다. 그래도 오징어 튀김은 눈물나도록 맛있고 엄마가 계속 어른 노릇을 잘 좀 해줘서 내가 편했으면 하는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일 터. 결국 여차저차 잘난척을 해봤자 나는 엄마 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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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1-26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맞아요, 깐따삐야님. 여자처자 잘난척을 해봤자 저도 결국 엄마 딸이에요.
그래요.

깐따삐야 2010-11-29 09:11   좋아요 0 | URL
그렇죠? ^^

BRINY 2010-11-29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에 심히 공감합니다.

깐따삐야 2010-12-01 12:07   좋아요 0 | URL
딸들은 왜 그런 걸까요. 에휴.ㅠ

BRINY 2010-12-04 09:47   좋아요 0 | URL
아들이라고 다를 거 없어요... 그래서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하나봐요.

깐따삐야 2010-12-04 12:32   좋아요 0 | URL
사람 나름이겠지만 아들은 더한 것 같아요.ㅠ 품안의 자식이 맞는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