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말은 못하지만 조금씩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한 영달이. 제 이름을 부르면 돌아보며 씨익- 웃기도 하고 내가 거짓말로 우는 시늉을 하면 콧잔등을 씰룩거리며 얼굴을 쓰다듬어 주기도 한다. 엄마 아빠가 언성을 높이면 눈 딱 감고 자는 척 하는 것을 보면 의뭉스럽기 짝이 없다. 태어난 지 그새 아홉달째로 접어들었고 요즘은 헝겊책 보다는 진짜 책을 더 좋아한다. 책을 보여주면 영달이는 학학, 소리를 질러대며 강아지마냥 엉덩이를 씰룩쌜룩 좋아라 한다.   

  지금껏 내 책 고를 줄만 알았지 아기들 책에는 무지몽매 했는데 주워들은 정보와 미리보기 등을 참고해 몇 권 골라주었고 다행히 영달이는 이 책들을 참 좋아한다. 장난감도 싫증나고 외출하기엔 너무 춥고 그럴 때 책을 펴놓고 읽어주면 안성맞춤. 한번 아프고 난데다 겨울이 지나면 복직해야 한다는 아쉬움에 요즘은 함께 하는 순간순간이 애틋하다.  

맨 처음에 구입한 책 두 권. 모두 최숙희 작가의 그림책이다. 리뷰도 좋았지만 우선 선명하고 따듯해 뵈는 그림이 내 마음에 들었다.  

책 속의 주인공도 여자아이라서 영달이가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느끼는 것 같다. 갖가지 동물과 몸동작들이 생동감 있고 유머러스하게 표현되어 있다.

 

최근에 출간된 최숙희 작가의 신작. -누가 보면 작가랑 친분이라도 있는 줄 알겠네.- 그렇지도 않은데 아기 엄마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을만큼 좋은 책. 일단 엄마가 먼저 감동해야 아기도 따라오는 듯. 

아이의 탄생부터 성장을 함께 해온 엄마만이 구상하고 그릴 수 있는 책. 영달이가 아플 때 책 속의 개, 곰, 킹콩과 함께 울었다.   

 

한 페이지엔 눈을 가린 동물, 다음 페이지엔 눈을 동그랗게 뜬 동물, 그렇듯 십이지에 해당되는 동물들과 까꿍놀이를 즐기는 책. 이 시기의 아기들은 대개 까꿍놀이를 재밌어 하나 보다. 내가 손이나 수건 등으로 얼굴을 가렸다가 까꿍~ 하면 울다가도 뚝!   

영달이는 백호랑이띠라 그런가. 아니면 상대적으로 호랑이 눈이 크고 뚜렷하게 그려져서? 호랑이의 까궁놀이를 가장 좋아한다. 이 책 역시 최숙희 작가의 그림이다. 정말 아이 마음, 엄마 마음, 아이의 눈, 엄마의 눈을 잘 아는 작가란 생각.  

  

아기와 함께 신나는 몸놀이를 할 수 있는 책. 영달이는 아직 기어다니는 정도지만 지금도 이 책을 재밌어 하고 나중에 커서도 활용이 가능할 듯.  

우선 책 속 아기가 토실토실 무척 귀엽다. 아기와 함께 뒹굴고 뛰노는 동물들 역시 오동통통 사랑스럽다. 위의 까꿍놀이 책처럼 이 책도 딱딱한 보드북이어서 잘 찢어질 염려도 없고 아기 혼자 책장을 넘길 수도 있고 크기도 적당하다. 함께 동작들을 따라하며 놀아줄 때 유용한 책. 

  

뽀로로는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꼬마 펭귄 케릭터인데 보면 볼수록 참 훌륭하단 생각.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 뽀로로와 다양한 성격을 지닌 동물 친구들의 모험담은 어른이 보아도 어느새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장아장 뽀로로 인형을 좋아하던 영달이는 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 열렬한 반응을 보였고 긴가민가 하는 마음에 구입했는데 다음 장면을 예상하고 흥분할 정도로 기억력이 발달했다. 어리다고 해서 너무 단편적인 사물만 있는 그림책 보다는 적당히 스토리가 있는 책이 좋은 것 같다. 아기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가끔 영달이를 가만 바라보고 있으면 소녀는 말이 없을 뿐. 모든 걸 알고 있다.  

  물려받은 외국 그림책은 영달이가 어쩐지 좋아하지를 않아서 주구장창 우리나라 그림책만 보여주고 있는데 아기들도 취향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 책이 별로였던 것인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겨울이라 화단의 꽃도 져버리고 아쉬운 마음에 이번엔 예쁜 꽃이 그려진 그림책을 사주면 어떨까 생각 중이다. 돌 전 까지는 딱 열 권 정도만 구비해두고 반복해서 보여줄 예정. 눈과 마음을 끄는 좋은 책들이 많은데 그렇듯 너무 많아서 오히려 고르기가 참 힘들다. 영달이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결국 내 취향대로 고르게 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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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12-04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을 날고 싶어요, 저 책 시리즈는 정말 정말 아이가 너무 좋아할 거예요. 읽고 또 읽고 동네 애들이라고 올라치면 서로 읽겠다고 쌈 난답니다. 뽀로로의 위력을 실감했다니까요. 영달이가 벌써 그렇게 컸군요^^

깐따삐야 2010-12-05 15:4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뽀로로는 힘이 세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오늘도 해리가 뽀로로와 크롱을 찾아낸 이야기책 한권을 더 샀어요. 영달이가 뽀로로 3기 오프닝 주제가를 좋아해서 어느새 외워졌어요. blanca님 마을의 아이들도 뽀로로 팬이었군요. 텔레토비처럼 우리의 뽀로로도 세계 전역으로 뻗어나가길 바래봅니다.^^

BRINY 2010-12-04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닮아서 책을 좋아하나봐요~

깐따삐야 2010-12-05 15:46   좋아요 0 | URL
남편 말로는 엄마 닮아서 책을 집어던진다고...ㅋㅋ

hnine 2010-12-04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제 영달이를 위한 책 구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가 봅니다. 많이 사주세요. 저는 되도록 도서관에서 빌려다 주고, 대여해주고 그랬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옆에 두고 보는 것만 못한 것 같아요. 아이가 어떤 책을 보고 유난히 더 좋아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지요? ^^

깐따삐야 2010-12-05 15:51   좋아요 0 | URL
내년에 저희집 바로 옆에 새 도서관이 문을 열 예정이라 저는 자주 데리고 다니고 많이 빌려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hnine님 말씀 듣고보니 좋은 것은 소장해야겠어요. 주변에서 아이들 책을 나중에 고물로 내놓거나 버리는 풍경을 심심찮게 봐서 고민이 좀 있었거든요.
네! 정말 신기하고 우리 영달이가 한눈에 좋아하게끔 책을 만든 작가들이 존경스럽고 그래요.^^

레와 2010-12-06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히힛~ 신난다.
저에게 꼭 필요한 책 정보를 알려주신 깐따삐야님 복 받으세요! ^^

깐따삐야 2010-12-08 13:51   좋아요 0 | URL
레와님이 책 선물 하실 데가 있었나 보다. 복은 감사히 잘 받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