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라는 건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다가도 한해의 끄트머리엔 어김없이 나이를 셈해보곤 한다. 일본여행, 편입고사 등을 준비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촌은 올해 스물하나란다. 무척이나 생경하게 들리는 나이. 그때 나는 이런저런 고민들로 우울했던 것 같은데 그녀는 걱정은 있어도 밝아 보였다. 요즘 아이들은 똑똑해지고 가벼워졌다.

 돌아보면 스무 살 이전의 삶이란 게 나에게 있기나 했나 싶다. 대학에 왔을 때 가끔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즐겁게 조잘대는 친구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그 또래만이 누리고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일도 있었지만 대체로 힘들고 막막했던 기억들. 생뚱맞고 쑥스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원래 낭만적 기질이 다분한 몽상가로 타고났다. 당최 쿨하지를 못하고 촌스럽고 청승맞다. 그런 내가 고향 언저리의 어느 낯선 도시, 잇속 바른 아이들 틈에 섞여 3년을 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고향과 지리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개발사업이 진행중이었던 그 곳엔 뜨내기들이 유독 많았고 그들과, 그들의 아이들은 매사에 영악하고 극성스러웠다. 중학교 때는 고향 한번 벗어나보겠다고 아둥바둥했는데 고등학교에 와서는 그 지랄맞은 아이들 틈에서 자존심을 다치지 않아가며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거의 두 얼굴을 지닌 채로 지냈던 듯 싶다. 어떤 친구들은 나를 좋아해주었고 어떤 아이들은 나를 어려워했다. 그런데 나는 내심으론 모두를 경계했다. 나빠서가 아니다. 약해서였다. 교사가 된 지금에도 내 모습과 비슷한 아이를 발견하면 마음 한켠이 아릿해진다.

 그럼에도 묵묵히 버틸 수 있었던 건 징글맞은 희망 때문이었겠지. 고생 끝에 낙이 온다거나, 갑작스레 멋진 신세계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다만 나이를 한 살 더 먹음으로서 꿈과 한발짝 더 가까워지리라는 그 설렘이 좋았던 것 같다. 학생과 아이라는 신분은 굴레 같았다. 당시의 나는 참으로 오만하게도, 어른으로 인정해주는 나이만 주어진다면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할 자신이 있었다. 투덜거리는 사람들은 많지만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이 악물고 매진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젊음의 특성이 본래 그러하듯 열정적이었고 자신만만했다. 시시각각 침입하던 우울감의 정체는 열정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세상과, 자신감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욕심 때문이었다.

 한번 무언가에 마음이 동하면 며칠씩 잠을 안 자고 밥을 안 먹고도 초롱초롱 불 밝히고 눈 밝힌 채 완벽히 몰두했다. 어느 날 밤인가. 문득 서정주의 시들이 너무 좋아져 '국화 옆에서'라는 시집을 밤을 꼬박 새워 필사한 적도 있었다. 반면에 한번 외면해버린 무언가에 대해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냉정해지고 무력해졌다. 그간의 정황을 살펴 신중히 숙고하고 판단해야 할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나는 "싫어" 한 마디로 일갈해 버리곤 했다. 그야말로 명명백백한 시절이었다. 누군가는 솔직하다 말했고 누군가는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호오의 격차로 인해 여지가 없는 사람, 여백이 없는 나날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고마운 줄도 몰랐고 누군가 반감을 표시하면 날선 고양이마냥 갸르릉거렸다. 때때로 어떤 사람들은 남다른 호기심을 보이기도 했는데 알라딘의 메모스토펠레모님이 스스로를 가리켜 신기주의라고 하시는 것처럼 나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신기주의 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깐따삐야 걘 재밌고 좋긴 한데 어떨 땐 정말 덩어리야, 덩어리. 짜증덩어리!" 그런 말도 들어보았고 나 스스로도 틀린 말은 아니구나 싶었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평생을 헤매는 게 사람이라지만 유난히 자아집중력이 강한 시기가 또 어린시절 아니겠는가. 내가 나한테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남들은 나에 대해 뭐라고 할까. 내 진짜 모습은 대체 어떤 걸까, 사람들은 날 어떤 사람으로 보고 있을까. 어른들 고견으로 볼 때야 별로 쓰잘데기도 없이 밥만 축내는 질문들이련만 그때는 나름 굉장히 심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마치 이 모든 것들이 찬란한 페인트 모션이기라도 했던 것처럼 나는 어느 순간 현실에 뭉근히 안착한다. 돌아온 탕자가 아니라 돌아온 너구리였다. 좋아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현실감각도 잃지 않는 타협안을 모색한 이후엔 오감을 아예 닫아버린다. 배신이 아니라 운신이라고 믿었다. 복학을 했던 첫 학기. 교양사회학 수업 중에 일명 그린호프가 벌어진 날이 있었다. 게시판에서의 토론자들이 잔디밭에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교수님은 멍석만 깔아주시곤 자리를 뜨셨다. 캔맥주 몇 개로 소일하던 수강생들은 어둑어둑해질 무렵 2차를 공모하기 시작했고 나는 슬슬 다음날 오후에 있을 영작문 시험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능글맞게 생긴 예비역 하나가 토익점수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운을 떼더니만 시험공부는 내일 아침에 해도 되지 않느냐고, 벌써 다 해놓고 엄살 피우는 거 아니냐고 회유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나라면 한 두배 쯤 더 느물거리며 대거리 해줄 수 있다면 오버고, 그 능청스런 제스처를 보아하니 아주 거나한 2차를 염두해두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참으로 재수없게도 나 혼자(!)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모인 사람들의 숫자도 많은 건 아니었지만 함께 2차를 가지 못한 것은 저녁 알바를 마치고 곧 합류하겠다며 자리를 뜬 사람과 나, 이렇게 둘 뿐이었다. 더욱 재수없는 것은 혼자 집에 돌아와 나 자신에게 정말 잘했다고 칭찬까지 해줬다는 사실. 어차피 밤새 딴짓거리를 하다가 다음 날 오전에 느지막히 일어나서야 한번 쭉 훑어보고 시험 보러 갈거였으면서 왜 그렇게 야무진 척, 철저한 척 했는지 내 마음 나도 모를 일. 아마 그 무렵의 모토가 '무심코 마신 술 한잔, 망가지는 학점' 그 쯤 됐나보다.

 이렇듯 돌아온 너구리는 두 눈 감아버리고 두 귀 막아버린 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하다보면 좋아질지도 모르는 것들에 성실히 몰두하려 용쓰게 된다. 그리고는 그 지난한 과정 속에서 사뭇 현실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산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하고싶지 않은 일을 한다고 해서 꼭 불행한 것도 아니라는 걸. 사회에 나와 취직을 하고 인간관계의 변화를 보게 되면서 물리적인 환경에 따라 내 감정의 호오가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도 속물이 되어가는구나, 하는 자괴감보다는 이젠 내가 더 노력해야겠구나, 하는 긴장감이 생겼다. 생활력이라곤 터럭만큼도 없는 몽상가인 내가 고집부리고 청승을 떠는 동안, 밥 먹여주시고 옷 입혀주셨던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아마 세상의 모든 청춘들은 부모님의 나이드심과 함께 조금씩 철들어 가는 건지도. 이제 삼십대 중반이 코앞인 오빠를 보더라도 아무리 목석처럼 단단한 남자일지언정 때때로 양쪽 어깨가 무거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예전엔 오빠와 비교를 당하면서도 끊임없이 잔심부름에 시달려야 한다는 게 서운하기도 했지만 타고난 머리가 별로 좋지 않다는 자아비판, 부지런히 손발을 놀려야 인정받는다는 무수리 정신이 그나마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이 또한 부모님과 오라버니가 교묘하게 주입시킨 세뇌정책이라고 해도 어쩔 순 없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해왔고, 앞으로도 좋아할 것들 중에 내곁에 남아있는 것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 기쁨을 준다. 책이 그 대표적인 것들 중 하나겠지.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읽고 쓰며 행복했다.  

 교사라는 직업은 처음부터 좋아한 것도, 하다보니 좋아진 것도 아니었다. 평범한 여자아이들이 간호사나 선생님에 대해 막연한 선망을 품는 것과 비슷한 심정으로 호감을 가진 적은 있었다. 진로를 선택할 때는 부모님의 입김이 많이 작용을 했었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이 두려운 것만 많았던 나는 다른 것을 주장할 여력이 못 되어서 어른들의 선택을 따르기로 했다. 여기엔 너라면 잘할 것 같다는 부추김도 어린 마음을 움직이는데 한몫을 했다. 잘할 것 같다고 토닥여주니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잘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고, 잘해야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는. 사실은 그래서 진로 선택을 두고 망설이는 아이들에게 종종 나에게 먹혔던 이 방법을 재활용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 근거치만 확보되면 우유부단한 아이들에겐 적절한 설득 과정이 때론 절반 이상의 효력을 발휘한다. 단, 나처럼 좀 단순한 데가 있어야 할 것.

 하지만 백퍼센트 내 몫의 선택이 아니었기에 부작용 또한 컸다. 대학 다니는 내내 틈만 나면 칭얼거렸고, 동기들은 일사천리로 졸업하는 마당에 휴학을 감행했으며, 교사가 되어서도 시종일관 갸웃대며 어얼레- 여기가 아닌가보이-하면서 방황을 일삼았다. 안정된 직업이니 일등신부감이니 하는 세속의 찬사들은 차치하고, 학교와 아이들로부터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을 때 내가 힘들고 괴로웠다고 말한들 믿어줄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하고싶은 일만 계속 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한 사흘 동안 내리 잠만 자고, 그 다음 사흘 정도는 내리 소설책만 읽어대고, 또 다른 사흘 동안엔 블로그질만을 일삼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밤을 꼬박 새워가며 수다판을 벌이고 여행을 떠나보아도 상상했던 것만큼 신이 나거나 행복하지 않더라는. 누추하고 고달픈 현실이 든든한 뒷배경이 되어주고 있기에 청량감이 더했을 뿐. 결국 귀환할 현실이 있어야만 여유와 일탈도 빛을 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의 십년에 다다르는 20대의 시간을 꼬박, 일상의 소중함 하나 발견하려고 그토록 비틀거리며 아둥바둥했다고 생각하면 살짝 허무해지기도.

 나는 이제 마치 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처럼 리뷰를 쓴다. 보다 어릴 적엔 책에 담긴 사연들만이 근사하고 무궁무진해 보였다. 이젠 나와, 나의 일상에 대해 조금씩 입을 열고 이야기해도 사람들이 공감해 준다는 사실이 반갑고 기쁘다. 그만큼 나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뭇 사람들과 비슷한 무늬를 가진 한 사람으로서 천천히 적응해가고 있단 이야기겠지. 여전히 촌스러움을 버리지 못한데다 지지리 청승 떠는데 일가견이 있고 간혹 말도 안 되는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통에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리지만, 길고도 멀게만 느껴졌던 청춘의 한 시기를 건너고 있는 나를 싫어하거나 미워하지 않기로 한다. 스무살 이전, 나를 부추기고 설득했던 사람들은 내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스스로 나를 부추겨주고 칭찬해줘야 함을 느낀다. 어느 시간, 어느 자리에 있든 삶의 주인은 나라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12월의 마지막 날 즈음해서 스물아홉이 되는 내게 편지를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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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잘코군 2007-12-27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깐따삐야님의 근 10년 정도를 옆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랄까.

깐따삐야 2007-12-27 22:34   좋아요 0 | URL
이론이론. 사람은 자고로 신비감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왠지 빈털터리가 된 이 기분.-_-

웽스북스 2007-12-28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를 시작하면서, 올 한 해는 나에게 종종 편지를 쓰는 해가 되자,고 다짐했었어요-
근데 정말 낯간지러워서 이것도 못해먹겠더라고요 ㅋㅋ

여러 부분 공감, 공감, 하고 가요
역시 난, 절대 아무나 좋아하지 않는다니까요

깐따삐야 2007-12-28 12:11   좋아요 0 | URL
그것도 나이 먹었다는 증거라는. 뭐만 하려고 하면 낯간지럽고 말이죠. 이궁.
웬디양님도 그럼 짜증덩어리?! ㅋㅋ

웽스북스 2007-12-28 15:18   좋아요 0 | URL
전 모순덩어리지요 ㅋㅋ

깐따삐야 2007-12-28 22:27   좋아요 0 | URL
난 내가 모순덩어리라는 게 짜증나서 짜증덩어리인데. ㅋㅋ

웽스북스 2007-12-29 20:36   좋아요 0 | URL
난 내가 모순덩어리라는 걸 알면서도 짜증을 안내는
리얼 모순덩어리에요 ㅋㅋ

2007-12-28 0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8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7-12-28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반만 사실인 모양입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나잇값을 하는 사람, 하지 않는 사람, 하지 못하는 사람, 나이와 관계없이 순수한 사람, 나이 때문에 속물이 되어버린 사람... 나이가 진짜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이 있긴 하거든요. ^-^
저는 "나잇값 못하는 사람" 축에 들고요. -_ㅠ

깐따삐야 2007-12-28 21:08   좋아요 0 | URL
제가 서재를 봐서 알지만 치니님이 얼마나 멋지신데요.
(꼭 성공하셔서 아이스크림 쏘세요. 전 피스타치오아몬드요.^^)
나잇값이야 제가 못하고 있죠. 그러니 열두살배기한테도 그래갖구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거냐는 말이나 듣죠. -_-

미미달 2007-12-28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의 일원으로서 소속감의 중요성.
20대의 대부분이 지향하는게 결국은 이게 아닐까요.
일탈도 이것을 전제로 한 것과 아닌 것과는 다른 것 같아요.
너무 체제순응적인가 -_-;;

깐따삐야 2007-12-28 21:12   좋아요 0 | URL
요즘 미미달님 또래의 대학생들은 참 고달픈 것 같아요.
학점관리하고 스터디해가면서 나름의 낭만을 만들어 가겠지만 너무 야무지고 현실적이라서 어떨 땐 그게 더 안타깝기도 해요.
그래도 후회없이 공부하는데 젊음을 바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언제 또 그래보겠어요.^^;

비로그인 2007-12-28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과 나는 닮았습니다. 내적으로 -
그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댓글을 주고 받을 때부터, 이 글을 읽기 전부터.
알 수 있거든요. 같은 종족들은.(웃음)
나는 '열정을 바쳐 좋아서 하는 일'을 찾는데만 근 10년을 썼군요.^^;
이제야 겨우 나는 '네비게이션'에 가고자 하는 방향의 주소를 치려고 합니다.

깐따삐야 2007-12-28 21:15   좋아요 0 | URL
닮는 것도 당연하죠. 울형님이신데!
10년이 머에요. 평생 걸리는 사람도 있고 평생 못 찾고 죽는 사람도 있을걸요. 빨리 찾으셨는데요?
근데 네비게이션에 입력한 주소가 궁금하네요. 넘흐넘흐.^^


비로그인 2007-12-29 00:32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까. 그것은 상대적인 비교에서 '평생 못 찾는 사람'에 비해
'빠른' 것이지 결코 내 경우가 정말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10년이란 것은 20살 때부터 이야기이고, 솔직히 말하자면 한 자리 숫자의
어릴 때부터 찾지 못했습니다. 아니, 단순히 '하고 싶다' 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은채 살았습니다. 그렇다면 근 30년일까.(웃음)
하지만 정말...사는게 사는 것 같지 않습니다. 늘 공허함과 싸우는 것은.
그것은 굉장히 괴로운 것이죠, 살아 있다는 것을 못 느끼는 것은.

네비게이션에 입력한 주소 말입니까.(웃음)
글쎄..우리가 계속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인연이 된다면 수년 안에는
정체를 밝히 수도 있겠다는...( -_-) ㅋㅋㅋ

깐따삐야 2007-12-29 12:50   좋아요 0 | URL
공감해요. 공허함과 싸우는 것 만큼 괴롭고 무력한 건 없어요. 하고싶은 일을 해도 문득문득 엄습하는 공허함은 어쩌지 못한다는. 그러려니 하면서도 몬가 벗어날 수 있는 비책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은 못 버리겠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문제에 대해 형님과 더 많은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근데 어므낫! 형님 무지 도도하시네요? 결국 수년간에 걸쳐 형님 소리를 듣고 싶으신 게로군요? 내가 증말 귀여우시니깐 용서한다. -_-

비로그인 2007-12-29 15:49   좋아요 0 | URL
크크크큭
오옹, 눈치챘엄, 동상~ ( >_>)
그래! 나! 앞으로도 수년동안 형님 소리 듣고 싶다규우우우~ 깔깔깔~

잉크냄새 2007-12-28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물 여덟에 자신을 이 정도로 돌아볼수 있는 분이라면 삼십대는 또 다른 멋진 삶의 가치를 찾아갈수 있을것 같네요.

깐따삐야 2007-12-28 21:19   좋아요 0 | URL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의 문제는 활자 속에서만 어른이라는 거죠. 활자 밖으로만 나오면 냉장고에 요구르트가 떨어졌다고 칭얼대는 철부지랍니다. 흐흐.
그 갭을 메워가는 게 일평생 과제일 듯 싶네요.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그러면서 모든 사물의 배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아이처럼 배고파 울 것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처럼 웃을 것

한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다른 한 아이처럼 웃을 것.

 

- 최승자, '올 여름의 인생 공부' 中 (1981)

 
   

 

   
 

 그대 영혼의 살림집에

아직 불기가 남아 있는지

그대의 아궁이와 굴뚝에

아직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지

 

잡탕 찌개백반이며 꿀꿀이죽인

나의 사랑 한 사발을 들고서,

그대 아직 연명하고 계신지

그대 문간을 조심히 두드려봅니다.

 

- 최승자, '그대 영혼의 살림집에' 전문 (1993)

 
   

세월 가니 부드러워지더라. 시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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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27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변화가 확연하네요 참.
살수록 말랑거리는 마음 ^^

깐따삐야 2007-12-27 20:27   좋아요 0 | URL
최승자 시인 시집을 네 권 다 갖고 있는데 그 변화를 살펴보는 게 참 흥미로워요. 치열했던 여전사가 전쟁의 부질없음을 깨달았는지 갑자기 항복-! 하고 외치는 느낌.
사람은 누구나 다 그리 되나보오.
말랑말랑~ 갑자기 양갱이 먹고싶네 그냥.^^
 

  엘신형님으로부터 받은 예쁜 분수대. 연말연시 분위기가 물씬 난다. 거의 반강제로 졸라대서 받긴 했지만 그래도 선물이기에 기분이 좋다. :)

 그리고 엘신형님을 따라해 본 인디언식 이름이 나왔다. Daisy Garish Mussel  - 훌륭하고 화려한 홍합, 또는 펄조개란다. 잠깐 실망할 뻔 했지만 형님도 머 힘찬 닭고기라는데.

 화사한 그림을 보아서 기분이 좋아졌고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서 기쁘다. 엘신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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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27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하하핫...나도 기쁘오, 화려한 홍합씨.ㅋㅋㅋ
뭐랄까, 깐따님 서재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처음부터 이 곳을 위해 존재한 사진이라는
느낌이랍니다. 음~ 선물하기 잘했다는 생각 ^^

깐따삐야 2007-12-27 01:59   좋아요 0 | URL
그쵸! 그 동안 넘흐 무난해서 지루했는데 서재가 단박에 화사해졌어요.
정말 감사드려요. 힘찬 닭고기 형님.^^

Mephistopheles 2007-12-27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글로 하면 용감한 꾀꼬리가 나오고 영어로 하면 덩치토끼가 나오더군요.

깐따삐야 2007-12-27 02:01   좋아요 0 | URL
에이- 꾀꼬리 쪽은 아니다. 도리도리. 덩치토끼는 왠지 잘 어울려요!!

비로그인 2007-12-27 02:12   좋아요 0 | URL
나도 덩치 토끼에 1표 ㅋㅋㅋ

이잘코군 2007-12-27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훌륭하고화려한홍합이라. 괜찮은데요?

깐따삐야 2007-12-27 11:16   좋아요 0 | URL
첨에 이름 나왔을 땐 깜딱 놀랐는데 점점 더 맘에 들어요. 반응도 좋구요.^^
아프님도 한번 해보세요. 얼마나 요상할지 기대된다. 흐흐.

히야 2007-12-27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디언식새이름.. 예쁘네요

깐따삐야 2007-12-27 11:18   좋아요 0 | URL
히야님, 반갑습니다!
엘신님 서재에 가셔서 멋진 새이름을 찾아오시길 추천합니당.^^

웽스북스 2007-12-27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괜히 해봤다. 베일에 가린 허리통이라니 -_- Joy Veiled Beltline
아 새해에는 다이어트를 꼭 해야지

깐따삐야 2007-12-27 20:2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인디언들이 여기 와서 페이퍼도 읽고가나봐. 어제 웬디양님이 다요트에 대해 쓴 건 어찌 알아가지구.
 

       刃

흐흐~ 애인이에요.

좋은 말 할 때 간장게장 사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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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잘코군 2007-12-2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 사진을 공개하셨군요! 아 정말 아름다워요.

깐따삐야 2007-12-26 23:27   좋아요 0 | URL
서른살이 되니 글자도 안 보이세요? 제가 아니라 제 애인이라구욧!
그래도 아름답다 하시니 감사.^^

웽스북스 2007-12-26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얘는 넷째인가 그럼?? -_-
(그런데 나 완전 웃었다는 ㅋㅋ)

깐따삐야 2007-12-26 23:28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한테 고분고분 형님이라고 부르게는 안 생겼죠? 난 때론 앙칼진 녀석이 좋더라.ㅋㅋ
(메피님 왜 안 오시지...)

웽스북스 2007-12-26 23:32   좋아요 0 | URL
칼부림 당하기 전에 둘째로 승격시켜주고 넷째로 내려앉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요 (형님이고뭐고 생명보다 귀한 건 없다는 천비클럽 회장의 바람직한 자세)

깐따삐야 2007-12-26 23:36   좋아요 0 | URL
그래도 난 승질 순이 아니라 미모 순이니깐 걱정 마요. 걱정 마.
간장게장이든 떡볶이든 얻어먹게 되면 다 내 덕분인줄 알아요. 흐흐.
(식겁해서 못 오시낭...)

비로그인 2007-12-26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신정환씨 왜 2등분 되었어요? (후다다다다닥~ -_-)

깐따삐야 2007-12-26 23:59   좋아요 0 | URL
그래두 머 귀엽죠?

Mephistopheles 2007-12-26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깐따삐야님...그가 깐따삐야님을 속이고 있는 겁니다..그의 정체는..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24336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9659

애 딸린 유부남입니다...상처받기 전에 어서 정리하세요..

깐따삐야 2007-12-26 23:59   좋아요 0 | URL
애인을 '만들어' 오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만들어' 온거란 말예욧.
넘해넘해. 사주기 싫으시니깐. 흥!

Mephistopheles 2007-12-27 00:06   좋아요 0 | URL
어디보자..김수미씨 간장게장이 아직도 팔고 있나....?=3=3=3=3=3

깐따삐야 2007-12-27 00:09   좋아요 0 | URL
후움... 저를 요로코롬 자극시키셨다 그 말씀이죠?
애인 진짜루 만든다 내가. 피해가실 수 없게끔!

Mephistopheles 2007-12-27 00:25   좋아요 0 | URL
아 그러고보니 저번에 파란여우님이 알려준 서산에 간장게장 맛난집이 있다고 하던데.어디였더라.. 아 삼기식당인가??

웽스북스 2007-12-27 00:19   좋아요 0 | URL
(굿이나 보고 게장이나 먹자던 웬디양, 조용히 지켜보다가)
아 서산은 너무 멀어요 ㅋㅋ

깐따삐야 2007-12-27 00:20   좋아요 0 | URL
http://www.gosamgi.com/
아무래도 요기인 것 같은데요? 삼기식장 말고 삼기식당.^^
아 서산은 너무 멀어요 2

비로그인 2007-12-27 01:20   좋아요 0 | URL
아니...또 나를 빼놓고...댓글로 채팅을...ㅡ.,ㅡ

그나저나, 동상! 사진이 잘렸군요.
좀 줄여서 다시 줄까요? 오른쪽이....

깐따삐야 2007-12-27 01:26   좋아요 0 | URL
네. 안그래도 지붕이 넘 커서 제 애인이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줄여주시면 감사하죠! ^^

비로그인 2007-12-27 01:54   좋아요 0 | URL
사진 줄여서 다시 올렸소~ 아까 그 페이퍼에. 확인해보삼~^^

순오기 2007-12-27 0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ㅋㅋㅋㅋㅋㅋㅋ
즐거운 새벽 산책!!

깐따삐야 2007-12-27 11:13   좋아요 0 | URL
즐거우셨나요? ^^
 

  오랜만에 시를 써보겠다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헤집고 다니다가 예전에 사용했던 블로그를 떠올렸다. 지금의 알라딘 서재처럼 소통이 활발했던 곳은 아니고 일주일에 두어번씩 생각날 때마다 일기 쓰듯 끄적이던 조용한 공간이었다. 자물쇠로 굳게 잠궈놓은 오래된 글들은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거기 그대로였다. 온라인 상에서는 당연한 것인데도 해묵은 기억들이 활자화되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단 사실이 새삼 신기했다. 결국 오늘도 쓰라는 시는 못 쓰고 잡념과 상념이 꼬리잡기를 하며 머릿속을 희롱, 목적지는 삼천포. 어쩐지 작년에 남해 갔을 때 삼천포대교가 낯설지 않더라는.-_-

 지금처럼 한가하지 않을 때라서 그런지 짧지만 촘촘한 글들이 많았다. 처음 사회에 나와 현실과 이상의 갭으로 힘들어하고, 평화로운 척 하지만 잘 풀리지 않는 연애 때문에 고민하고, 짬짬이 본 책과 영화에 대한 리뷰, 촘스키와 김규항의 글들을 인용해가며 혼자서 흥분하는 모습 등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가, 라고 묻는다면 아니오, 라고 단 1초도 기다리지 않고 말할 수 있다. 늘어가는 건 주름이요. 줄어드는 건 체력이다. 이제는 누가 날 건드리거나 자극시키기 보다는 맵지 않은 손길로 다독여줬음 좋겠고 만약 여력이 안 되어서 내비두어만 주신다면 그것도 썩 나쁘진 않다. 예전엔 누군가 나를 뒤흔들어 놓는다 싶으면 나도 상대를 엎질러 놓아야 된다고 생각했고, 그러한 모토(?)는 일상에 소리소문없이 스며서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나를 치열하게 조종했다. 그런데 지금은 '부질없다'라는 한 마디로 백팔번뇌가 하나의 물고를 타고 유유히 사그라진다.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아마도 사람은 자기가 살려는 방향으로 선택하게 되어있나 보다. 그 선택이 어떤 것이었든 간에.

 지구력이 부족한 나는 뭐든지 일사천리로 휘몰아치듯 해치우고는 마른 나무 쓰러지듯 폭삭, 주저앉곤 한다. 결국 영감님이 왕림해주시지 않는 한 포즈만 그럴싸하지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또 영감님이 언제 오신다는 기약 자체가 없으므로 포즈라도 잡고 있어야지 퍼뜩 떠올랐을 때 날쌔게 캐취해서 뭔가를 해낼 수 있다. 효과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은, 비경제적이면서도 테트리스 쏟아지는 요런 행태는 예전 블로그를 봐도 그대로더라는. 어른들 말씀대로 사람은 타고난 본성대로 살게 되어있지, 쉽게 잘 안 바뀌나 보다.

 블로그를 보며 그 많던 갈등과 고민들은 어디로 갔을까, 하는 의문. 모두 해결되었느냐고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그렇다, 는 아니었다. 결국엔 신경선은 무뎌지고 감정선은 희미해져 어딘가 묻어둔 채로 아둔하게 살고 있는 걸까. 과거의 글 속엔 지금처럼 여유로운 모습은 아니었지만 마치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고등어처럼 푸르고 싱싱해 뵈는 내가 있었다. 누군가의 이니셜을 거명해가며 홀로 피투성이가 된 채 악을 써대는 모습을 보니 푸핫, 하고 웃음이 나는 동시에 왠지 그리운 감정이 모락모락 샘솟기도. 아무 때고 흥분을 잘하는 건 여전하지만 그전처럼 질기지가 못하다. 요즘은 그냥 웬만하면 하다 말지. 해봤자 부질없으니까. 부질없다는 걸 아니까 시작하려는 찰나 그만둔 적도 많고. 재미없게 들리지만 재미있어 뵈는 그 시간을 거쳤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일테고. 아무튼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흥미로웠다. 고작 저 정도 포스의 축시를 써놓고 낯간지럽다 하다니.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못하는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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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잘코군 2007-12-2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늙었어늙었어 =333

깐따삐야 2007-12-26 21:31   좋아요 0 | URL
게 섯거라! 서기 싫음 말고. 일주일 뒤면 서른살 되신다죠. 축하해요?

이잘코군 2007-12-26 21:41   좋아요 0 | URL
-_-

치니 2007-12-26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저에겐 충분히 활력있고 싱싱해보이는데, 오 예전엔 더하셨다니...깐따삐야님의 정력은 보통사람의 두배 정도는 되시나봐요.

깐따삐야 2007-12-26 22:0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거의 여자 노홍철이었죠. 실제로 그런 별명도 가졌었구요.
조증과 울증의 갭이 하도 커서 보는 사람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는, 말하지 못한 과거가 있사와요.

웽스북스 2007-12-26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홍철이 우리곁에 등장한 시기를 생각해보면
그 말하지 못한 과거는 그리 먼 과거는 아닌 것 같은데요?

아, 난 아직도 너무 흥분을 잘해 -_-

깐따삐야 2007-12-26 22:48   좋아요 0 | URL
흐흐. 실은 여전히 그 별명 유효해요. 아이들이 선물한 별명이라 더욱 소중하다는.
웬디양님이랑 나랑 모여서 흥분하면 불도 나겠다.ㅋㅋ

Mephistopheles 2007-12-27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깐따삐야님은 지금도 레벨업 중이며 앞으로도 레벨업 이시겠군요.^^

깐따삐야 2007-12-27 00:23   좋아요 0 | URL
에효- 아마 입만 다물고 있었어도 애인이 다 뭐예요. 벌써 시집 갔지.
그치만 레벨업은 to be continued~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