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그러면서 모든 사물의 배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아이처럼 배고파 울 것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처럼 웃을 것

한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다른 한 아이처럼 웃을 것.

 

- 최승자, '올 여름의 인생 공부' 中 (1981)

 
   

 

   
 

 그대 영혼의 살림집에

아직 불기가 남아 있는지

그대의 아궁이와 굴뚝에

아직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지

 

잡탕 찌개백반이며 꿀꿀이죽인

나의 사랑 한 사발을 들고서,

그대 아직 연명하고 계신지

그대 문간을 조심히 두드려봅니다.

 

- 최승자, '그대 영혼의 살림집에' 전문 (1993)

 
   

세월 가니 부드러워지더라. 시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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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27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변화가 확연하네요 참.
살수록 말랑거리는 마음 ^^

깐따삐야 2007-12-27 20:27   좋아요 0 | URL
최승자 시인 시집을 네 권 다 갖고 있는데 그 변화를 살펴보는 게 참 흥미로워요. 치열했던 여전사가 전쟁의 부질없음을 깨달았는지 갑자기 항복-! 하고 외치는 느낌.
사람은 누구나 다 그리 되나보오.
말랑말랑~ 갑자기 양갱이 먹고싶네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