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아는 사람 - 유진목의 작은 여행
유진목 지음 / 난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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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그라피 #하리의서재
#오늘의책

유진목 시인이 지난 해 여름, 하노이에 다녀온 여행산문집이다. 시인의 산문집을 좋아하는데 제목이 슬픔을 아는 사람이라니 그냥 사는거다. 동네책방 다다르다에서 사인본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해서 예약주문하고 기다려서 받아왔다.

시인이 지난 몇 년간 소송으로 힘들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지지부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차츰 잊혀졌지만 당사자들의 고통은 누구 알까. 그 외에도 힘든 시간을 겪었던 시인을 보며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시를 쓰고 글을 쓰는 시인이 글을 쓰지 못했다는 사실은 하노이에 다녀온 여행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분노에 휩싸이는 시간이, 매일 죽지 않고 살아있으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약을 먹지 않으면 잠들 수 없는 그 순간들이, 스스로에게 당부한다는 글이 아프게 다가왔다.

🏷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낯선 곳에서 시간을 흘려보내도 되는 걸까? 길을 걷다 멈추면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 찰나를 만들고 나는 가만히 서서 순간 속에 머문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른다. 나는 아무것도 붙잡지 못한다. 여기에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기서 나는 아무도 아니다. 아무와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없다. 오직 나만이 나와 이야기 나눌 수 있다. p.48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한심하게 여기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힘든 시간이 있다. 특히 요즘은 잠들지 못하고 무기력한 나를 보고 있다. 멀리 낯선 곳은 아니어도 나도 나와 이야기 나누며 나를 들여다봐야겠다.

🏷 나는 혼자서 울고 밖으로 나갈 때는 웃는 사람이다. 밖에서도 울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런 날들을 지나왔다고 지금은 쓸 수 있다. 나는 밖으로 나갈 때 웃는다. 내가 우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한다. 만나는 사람 모두가 내가 울었다는 것을 알던 때가 있었다. 그런 날들을 용케도 지나왔다고 지금은 쓰고 있다. 나는 혼자서 울고 밖으로 나갈 때는 웃는다. 내가 웃고 있으면 아무도 나의 살의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누구도 나의 우울을 짐작하지 못한다.(p.55)

혼자서 울고 밖에선 웃으며 전혀 티를 내지 않는 사람은 아니지만 혼자 있을 때의 나와 함께 있을 때의 나는 다르다. 함께 어울리고 싶다가도 아무도 만나기 싫고, 한없이 다정해지고 싶다가도 못되고 미운 생각들로 화가 치밀어오르기도 한다.

🏷 나는 그저 그늘이 아닌 밝은 곳에서 더 이상 화내지 말고 분노에 차 있지 말자고 사십도의 햇빛 아래 서서 다짐했다. 그나저나 사십도를 넘나드는 날씨는 나를 완전히 잡아먹은 분노를 태워 없애버리기에는 알맞은 것이었다. 사십도는 그렇고.... 사십사도의 날씨는 이러다 죽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이 죽을까봐 걱정하다니?

그러니까 사십 사도의 날씨는 어떻게든 무사하고 싶은 날씨였다.(p.83)

사십사도의 태양 아래 죽는거 아냐? 라는 생각을 하면서 헛웃음이 나왔을 것만 같다. 사십사도를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무사하고 싶어지는 날씨라니! 하노이의 사십도를 햇빛 이래 다짐하듯 나의 어두운 마음도 날려버리기 위한 햇빛을 찾아야지.

특히 좋았던 장면이다. 이상하게 이 책을 읽는 내내 글이 아닌 장면처럼 눈앞에 하노이의 모습이 흘러갔다. 사원으로 가는 길을 보며 오토바이 뒤에서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이런 젠장, 너무 아름다워라고 말하는 시인. 아름다운 것도 맛있는 것도 필요한 것도 없었던 사람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는 그 순간이 아름다워 나도 눈물이 찔끔 났다.

🏷 닌빈은 아름다웠고, 아름다운 닌빈은 나의 고통을 흔쾌히 받아주었다.

여기에 두고 가면 돼.

넓은 땅이 내게 말해주었다,(p.127)

시인은 하노이에 고통을 버려두고 과거의 단단한 끈에서 풀려났다고, 지긋지긋한 과거를 끊어내기 위해 하노이에 왔구나라고,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말해주었다(p.134) 시인이 하노이에 세 번째로 가게 되었을 때 자신이 본 것을 다시 보기 위해 떠났다고 했다. 불행한 내가 본 것을 행복한 내가 다시 보기 위해 떠난 것이라고.(p.142) 얼마 전 피드에서 본 시인의 웃는 모습이 참 해사하고 편안해보였다. 그저 독자일뿐이지만 시인의 미소가 오래도록 이어지길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그나저나 나에게 하노이는 어디일까. 강박처럼 행복해지자는 것도 싫지만 주저앉아 있을수만은 없지. 어디든 가자. 행복한 나를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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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그라피 #하리의서재

타인의 체계를 인정하고 그 체계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생각이나 감정을 가능한 한 적확하게 짐작하고자 하는 태도. 너와 나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오해를 불사하겠다는 굳건한 의지. 사랑한다는 말은 그런 의지를 내포하고 있을 것이다.

#무엇인지무엇이었는지무엇일수있는지 #최유수 #디자인이음 #청춘문고

최유수 책 두번 째.
리커버말고 독립서적으로 살 걸 그랬다. 조금씩 아껴 읽다가 이제야 다 읽었다. 문체도 마음에 들고 좋은 글귀도 많았다. 마음을 건드리는 글.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다.

요즘 읽는 독립서적 속 작가들 마음에 든다. 이번 여행에서도 동네책방을 다녀와서 몇 권 책을 샀다. 어쩐지 마음이 풍족해진 기분. 이번에 산 책은 어떨지 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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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리라
임이랑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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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그라피 #하리의서재

좋은 순간이 올거예요.
약속해요.
분명히 다시 찾아옵니다.
그 순간에 가닿기까지는
제가 여기에 서있겠습니다.

#불안이나를더좋은곳으로데려다주리라
#임이랑 #임이랑에세이
#수오서재

누군가의 안녕을 바라는 글은 언제나 울컥하게 하는 거 같다.
너무 내 마음같은 책이라 위로가 됐던 책. 나의 마음이 당신에게도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그런 책이었다.

무사태평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 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고 나쓰메 소세키가 말했다. 마음 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슬픈 소리를 알아채고 위로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지 못하는 나 자신을 그만 미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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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문학동네 시인선 186
양안다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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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다 시인의 숲의 소실점을 향해라는 시집을 좋아한다. 그 시집을 통해 시인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양안다라는 이름만으로도 그 시집을 산다.

시라는 것이 내게는 늘 어렵고 모르겠지만 읽어도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시는 나를 울리기도 하고 어떤 시는 마음을 어루만지기도, 어떤 시는 절망 속으로 빠지게 하기도 한다.

이 시집 역시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기분과 축축 처지는 기분을 어쩌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문장은 살아서 내 마음에 들어와 불을 지핀다. 그 한 문장만으로도 시집은 그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시인의 말을 읽고 시집을 고르기도 한다. 그래서 시인의 말을 좋아하는데 이 시집에서 특히 더 좋았다.

나는 너를 이해하고 싶었고 그래서 내가 썼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게 쉽지 않다. 평생가도 모를 일일수도 있다. 그러나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가끔 당신이 되는 꿈을 꿔요. 이해하고 싶어(꿈속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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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동화
루이스 세뿔베다 지음 / 바다출판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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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 #하리의서재 #하리그라피

우리들은 네게 많은 애정을 쏟으며 돌봐왔지. 그렇지만 너를 고양이처럼 만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단다.

우리들은 그냥 너를 사랑하는거야.

네가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아. 우리들은 네 친구이자, 가족이야. 우리들은 너 때문에 많은 자부심을 가지게 됐고,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우린 우리와는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아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지. 우리와 같은 존재를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야.ㅠ하지만 다은 존재를 사랑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그런데 너는 그것을 깨닫게 했어.

너는 갈매기야. 그러니 갈매기들의 운명을 따라야지. 너는 하늘을 날아야 해. 아포르뚜나다, 네가 날 수 있을 때, 너는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거야. 그리고 네가 우리에게 가지는 감정과 우리가 네게 가지큰 애정이 더욱 깊고 아름다워질 거란다. 그것이 서로 다른 존재들끼리의 진정한 애정이지.

#갈매기에게나는법을가르쳐준고양이
#루이스세풀베다
#바다출판사
#8세부터88세까지읽는동화

소르바스 너무 사랑스럽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동물들이 말귀를 알아듣고 말도 할 줄 아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 종종 한다고 하는데 시인과 대화하는 소르바스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소르바스가 아포르뚜나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선 왠지 뭉클해졌고 시인의 도움으로 성당 종루에서 날게 된 아포르뚜나다와 그걸 보는 소르바스의 모습은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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