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라는 여행 - 우리 젊은 날에 관한 120% 청춘사전
김현지 지음 / 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좀 제목이나 책 커버에 민감한 편이다. 그래서 커버에 홀랑 넘어가버리는 그런 사람이다. 유독 감성을 건드리는 곳이 있다면, 바로 달. 청춘이라는 여행은 3년 전에 달에서 출간된 책이니 좀 오래된 책인데 이제야 읽어보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을 수 있고 누군가의 일기를 본다는 느낌이라 조금 두근거렸다. 난 좀 음흉한 구석이 있어서 몰래몰래 하는 걸 즐긴다.
이 책은 김현지 작가의 첫 책인데 오래전부터 써온 일기를 묶어서 낸 것이라고 했다.

평범한 회사원, 일기, 글 쓰는 것을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친근하게 다가왔다고 할까. 한 장 한 장, 천천히 읽었다.
부제에도 있듯 청춘사전이라고 141개 단어가 엮여 있다. 때론 너무 와 닿아 마음이 뻐근해지기도 했고 도통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다.

글쓰기를 도와주는 일을 업으로 하다 보니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캐내려는 의도가 섞이지만 왠만하면 가볍게 읽으려고 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아주 가벼운 내용은 아니라 더 좋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배우고 안 배우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어떤 문장이 살금살금 다가와 가슴에 폭 안겼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공원을 바라보는 순간을 갖고 싶다. 대화도 필요 없고 각자 다른 생각을 하는 것도 좋다.
그저 오래도록 함께 바라보는 날이 왔으면. 그 눈부신 하늘을, 혹은 쏟아지는 비를, 어두워지는 순간을. p.71


지금 행복해, 당신이 나를 불러주어서 행복해. p.273

또 어떤 문장은 순식간에 마음을 할퀴었다.

남들이 모르는 얼굴을 하나라도 갖고 있다면, 밝음 뒤의 그늘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내밀한 꿈을, 마음속에서만 맴돌던 혼잣말을 갖고 있다면. 가면의 삶, 사실은 그게 삶이다. p.77

나를 과거를 끌고 가기도 했고,

사실은 상대가 나쁜 거고 난 피해자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명료하게 구분되지 않는 그 미묘한 선을, 다른 사람들이 다 네가 잘못한 건 없다고 말해준대도, 나는 그걸 알고 있다. p.142

‘좀 특이한 여자같아..’라며 갸우뚱하기도 했다. - 자기를 쥐돌이라거나 유천동의 쥐라고 이름 붙였었다고 한다.

내 안에 있는, 작은, 맑은, 쥐돌소년. p.133

신기한 일이다. 이렇게도 마음을 치다니.

그런데 나에게도 그런 적이 있었던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해서 늙은 내 청춘과 등 구부리고 지나가는 내 인생을 가로등처럼 밝혀주던 그런 사랑이 있었던가? p.225


작가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좋았다.
완벽하지도 않으면서 완벽주의자같은, 글을 잘 쓰지도 못하면서 멋있는 글을 쓰려고 하는 내 모습이 자꾸만 보여서 얼굴이 자주 붉어졌다. 나는 언제 나를 온전하게 드러내고 솔직한 글을 쓰게 될까 생각했다. 계산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나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고 싶어졌다. 그녀의 글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었다.

점점 서글퍼지고 우스워지는 운명을 타고나는 것이 인간이라 해도, 자신에게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는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외롭거나 우습지 않을 텐데. p.135

외롭지 않게 누군가 귀 기울여주었으면 좋겠다.
나도 누군가에게 귀 기울주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억울했던 건, 좋은 삶을 살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내가 알게 된 건, 계속해서 좋은 삶은 아마 없다는 것이다. 삶은 그냥 사는 것이다.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도 하고 다시 올라가기도 하면서 그렇게.(...) 

무엇이 두려울까. 어떤 과정에서도 내가 나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p.161

두려움없이, 내가 나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책읽는 하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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