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덟 개의 우주 - 당신의 집은 어디입니까?
최준석 지음 / 아트북스 / 2026년 8월
평점 :
#하리뷰 #도서제공 #서평단

❝나만의 집을 짓는다는 건 나만의 시간과 감각을 되찾는 일이다.❞
여덟 개의 우주
최준석
아트북스

내 집을 짓는다는 것의 의미,
좋은 집을 꿈꾸는 사람뿐 아니라
좋은 삶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건네는 따뜻한 건축 에세이
P.28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우리가 바라는 집은 비밀의 방이나 지하 아지트, 아니면 작은 다락처럼 내가 원할 때 타인의 시선과 간섭으로부터 언제든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은신처가 있는 공간입니다. 울프가 말한 방문 닫고 혼자 있을 권리란,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은 것으로부터 나를 분리시키고 싶은 ‘고독’의 권리가 아니었을까요?
어릴 때부터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동생과 방을 써야 했고 혼자만의 방을 갖게 된지는 10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가족조차도 곁에 있는 게 힘든 사람이라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일이란 더더욱 힘든 일입니다. 감각이 예민한 편이라 아파트 같은 공동 주택도 편치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만의 집이나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고 ‘건축탐구 집’은 저의 식사메이트입니다.
건축가인 최준석 작가는 여덟 개의 우주를 만들었습니다. 그 각각의 우주 속으로 들어가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우주를 유영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덟 개의 우주를 만나는 동안 좋은 집에 대해 생각하다가 좋은 집이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집이 아니라 그 집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 인해 좋은 집이 되어가는 거라고 느꼈습니다. 사람이 머무르지 않는 집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흉물일테지요. 사람의 온기가, 사람의 시선이,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집, 집을 사랑하고 집안에서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사람, 사람과 집이 함께 어우러질 때 그 집은 좋은 집이 아닐까요? 건축가 최준석이 추구하는 집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집을 아름답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 집에 살아갈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지은 여덟 개의 우주, 건축주들은 우주를 선물받은 기분일 것 같습니다.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효율과 기능은 우리를 편하게 하지만 낭만과 추억은 비효율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111
집을 짓는 일, 분명 효율과 기능이 중요하겠지요. 그러나 낭만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비효율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요. 더 넓은 집, 더 비싼 집, 더 좋은 집을 원하는 마음이야 다들 비슷하겠지요. 저는 바다가 보이는 전원주택을 꿈꾸기도 했습니다. 바닷가 근처의 집의 단점을 늘어놓는 사람보다 낭만을 볼 줄 아는 사람과 함께 말이에요. 언젠가는 꿈을 이루는 날이 올까요.

당신의 집은 어디입니까?


**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P.28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우리가 바라는 집은 비밀의 방이나 지하 아지트, 아니면 작은 다락처럼 내가 원할 때 타인의 시선과 간섭으로부터 언제든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은신처가 있는 공간입니다. 울프가 말한 방문 닫고 혼자 있을 권리란,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은 것으로부터 나를 분리시키고 싶은 ‘고독’의 권리가 아니었을까요? - P28
P. 37 우리에게 집은 뭘까요? 누군가에게는 지친 육체를 쉬게 하는 단순한 숙소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나와 함께 가는 살아 있는 유기체이기도 합니다. 집을 유기체로 느끼는 누군가에게는 복도 한구석에 놓인 오래된 의자가, 또는 비 오는 날 처마 밑 작은 테라스에 앉아 듣는 빗소리가 그런 요소가 될 수 있겠지요. 중요한 건 그런 것들이 각자 ‘나만의 규칙’으로 집 곳곳에 채워질 때 의미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 P37
P. 121~122 단독주택에서 지하실은 ‘자아의 창고’라 불릴 만합니다. 지하실에 로망을 갖는 이유는 그곳이 내면 깊숙이 잠재해 있는 온갖 사적인 것들―꿈, 기억 같은―을 담는 창고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꿈은 미래이고 기억은 과거입니다. 그러니 지하실은 현재를 벗어나 미래나 과거로 가기 위한 장소가 되는 것이죠. - P121
P. 161~162 무엇이 좋은지 잘 모르더라도 싫은 게 무엇인지 말할 수 있다면 그런 방식으로도 설계 방향은 꽤 만족스럽게 조율될 수 있습니다.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용도에 따라 선택해서 즐길 수 있는 실외 공간이 여러 군데 있으면 일상의 선택지가 많아집니다. 연주가의 실내 면적은 60평이 채 안 됩니다. 크지 않지만 막상 둘러보면 작은 집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좋고 싫고가 분명한 영준씨 취향대로 지어진 집이니까요. 움츠린 듯 펼쳐진 집, 가려진 듯 열려 있는 집, 튀는 듯 주변과 잘 어울리는 집…… 나를 불편하게 하는 걸 하나씩 빼다보면 괜찮은 것만 남은 집이 될 수 있음을 연주가 설계를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 P1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