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쓰기
김연수 외 지음 / 물결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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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뷰 #도서제공




철 잃은 꽃 한 송이 앞에 멈춰 서는 일

계절을 쓴다는 것은, 세계의 안부를 묻는 일


#계절쓰기

#물결점


계절이 흐르는대로,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섬세한 시선을 바라보며 살고 싶었다. 그래서 자주 걸었고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계절 쓰기라니, 눈길이 가는 게 당연했다. 올해는 김신지 작가의 제철행복과 최진영 작가의 어떤 비밀과 함께 절기에 따라 각각의 계절을 마주하고 있다. 난다의 시금치당에서 보내주는 절기 편지 역시 계절의 흐름을 온몸으로 마주하게 한다. 이제는 계절 쓰기를 통해, 작가들의 계절을 통해 사계절을 한꺼번에 만났다. 우리는 지독한 폭염의 한여름 아래 같은 계절을 살고 있지만 이 여름을 기억하게 하는 장면은 저마다 다르겠지. 누군가에게는 상실의 여름일테고 누군가에겐 뜨거운 태양아래 파도를 타던 역동적인 여름일 수 있겠다. 가을의 초입이라는 입추가 지났다. 여전히 뜨거운 여름날이겠지만 밤바람에서 가을을 먼저 만나는 사람이 있겠고. 


김연수 작가를 따라 세화의 여름 바다를 함께 거닐었다. 자신의 인생이 가을에 있다는 홍한별 작가의 마음처럼 다가올 겨울을 잘 맞이하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김소연 작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던 겨울을 나는 무척이나 사랑한다. 겨울의 휴업이 끝나고 '미현실의 방'에서 나와 봄을 맞이한 시인의 시를 기다린다. 봄이 오기 전부터 겨울눈을 관찰한다는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봄을 마중나가는 마음과 할머니와의 추억이 애틋한다. 소중한 반려묘 미우는 더위와 싸우다 무지개 다리를 건넜고 인류학자 전의령은 살아서는 만날 수 없는 슬픔 속에 있다. 상실의 고통 앞에서 충분한 애도의 시간은 얼마만큼일까. 여름의 열기를 느낄 때마다 슬픔의 순간이 찾아올테지. 계절이 흐르고 우리의 삶도 함께 흐른다. 그렇게 우리는 계절과 시간, 소중한 누군가, 모든 걸 흘러가듯 잃어버리고마는 게 아닐까. 


세화의 여름을 그리워하고, 고요하게 겨울을 마주하고, 봄을 마중나가고, 뜨거운 애도의 시간을 보내고, 봄에만 피는 줄 알았던 장미를 찾아다니며 가을을 보내고, 겨울만큼이나 혹독한 추위 같은 통증을 견디고, 비극의 역사 앞에서 봄을 슬픈 계절이 되어버리고, 작가들의 계절을 따라가는 여정은 잔잔했지만 눈부시고, 애틋하면서 슬픔이 차올랐다. 




불타듯 뜨거운 여름밤, 계절을 쓰는 일이란 무엇일까. 

이 계절을 오롯이 나만의 계절로 만드는 일, 

계절에 빼앗긴 마음을 그러모아 꾹꾹 눌러쓰는 일,

계절과 함께 되돌아오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일,

사계절 내내 나를 괴롭히는 마음을 토해내는 일,

나에게 계절을 쓰는 일이란 기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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