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슬픔 안에서
소운 지음 / 여름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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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 #하리뷰 #에세이 #독립출판

작고 여린 동물들에 대한 사랑
나를 눈감게 하는 조용한 위로
만질 수 있는 행복과 맡을 수 있는 마음

#싱그러운슬픔안에서
#소운
#여름섬

작은 일상 속의 따뜻한 순간들을 다정하게 그려낸 『다정한 건 오래 머무르고』의 소운 작가의 새로운 에세이!

<다정한 건 오래 머무르고>를 읽고 소운 작가님을 알게 되었어요. 아프고 슬픈 마음, 상처입고 괴로운 시간, 사람이 싫고 사람이 미운 날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곁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정함이 남는다고. 그렇게 다정한 마음으로 뭉클하게 만들었던 에세이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났어요. 작년 가을, 작가님이 대전북페어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따로 구매하지 않고 북페어만을 기다렸지요. 작가님께 직접 사인을 받고 구매한 이 책은 지난 겨울을 함께했습니다. 오래 읽었고 오래 필사했어요.

싱그러운 것은 슬픔이 될 수 있을까요? 싱그러운 계절은 여름인데 커버는 왜 크리스마스 트리일까요? 여름과 겨울, 기쁨과 슬픔. 슬픔도 싱그러울 수 있고 계절이 흐르듯 겨울을 건너 여름으로 가고,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크리스마스같은 따뜻한 순간이 있으니까요.

작가가 작고 여린 존재로 위로받고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크고 대단한 존재가 아니더라도 내 곁에 있는 존재의 작은 온기가 있다면 분명 우리는 괜찮아질 거라고 믿게 되었어요. 슬픔이 슬픔이라서 힘든 게 아니라 이 슬픈 시간도 지나가잖아요. 지금은 아플지라도. 슬픔을 품에 안고서도 우리는 마음이 벅판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지금 살고 있고, 살아 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특별한 사람이라고. 그렇게 말해주는 작가님의 문장이 있어 지난 겨울을 버티고 이겨내고 살아 낼 수 있었습니다. 문장으로 분명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아무리 비워 내도 차오르는 슬픔을 가득 안고도 마음이 벅찬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게 큰 위로가 된다. 어쩔 수 없이 내일을 마주하는 게 아닌 것만으로도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살고 싶다. 살아 내고 싶다. 29

필사한 문장이 무척 많았습니다. 겨울이 되면 또 생각이 나겠지요.

주머니가 좋아졌다. 갈 곳 없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걸으면 한동안 안정감을 느꼈다. 사람이 쏟아지는 거리에서는 주머니에 머리를 박고 숨고 싶을 때도 있었다. 오늘이 그랬다. 헝클어진 마음은 얽힐 대로 얽혀 있고 입안이 자꾸 말랐다. 온갖 기분을 안고 집에 오니 강아지가 나를 반겨 주었다. 고작 두 시간 집을 비웠을 뿐인데도 나를 향해 달려온다. 그래, 너는 내가 만질 수 있는 행복이었지.

고마워.
나 반겨 줘서 고마워.
내가 뭐라고.

꽉 채운 주머니 안으로 손을 넣어 감기 걸린 마음을 하나씩 꺼낸다. 베개만 한 몸으로 이런 간절한 사랑 줄 거면, 너 무지 오래 살아야 해. 냄새로 내 발자국을 세어 보는 작은 몸을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구멍 난 마음은 이렇게 또 채워진다. 11

집으로 오는 길에 앞서 걸어가는 솜이의 뒷머리에 대고 말했다.
누나도 내심 네가 낯선 사람들을 좋아하길 바랐던 적 있어. 그게 얼마나 너에게 미안한 욕심인지 이제는 알게 되었지…. 네가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았더라면 여기저기 꼬리 흔들면서 산책했을 거야. 네가 귀여움받는 거 얼마나 좋아하는데.

괜찮아. 성격 바꾸지 않아도 돼. 사람이 이렇게 만들었는데 네가 왜 변해야 해? 내가 조금 더 조심하면 되지. 그러니까 새로운 사람 손길 싫어해도 되고, 우리만 좋아해도 돼. 네가 좋아하는 것만 좋아하고 살아도 괜찮아. 우리 그렇게 오래도록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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