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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가못 샤워 ㅣ STORAGE BOOK & FILM 11
이아로 지음 / 저스트스토리지 / 2025년 2월
평점 :
#오늘의책 #하리뷰 #에세이
작가 소개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울음을 머금은 손으로 세 번의 겨울을 적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테니 나와 함께 울어요.
울음을 머금은 손으로 세 번의 겨울을 적었다고 했다. <이렇게 새벽을 표류하다 아침을 맞이하겠지>와 <사랑이 창백할 수도 있지>에 이어 <베르가못 샤워>까지 이아로 작가의 이별 3종세트다.
#베르가못샤워
#이아로
#저스트스토리지
스토리지 프레스 에세이 시리즈 #11
첫 연인이었던 ‘언니‘에게 부치지 못한 마음
한때 사랑했던 연인과 이별하고 난 후 토해내듯 풀어낸 그녀의 문장은 처절하다. ‘그저 마음껏 울음을 토해내고 싶다(10)‘고 했지만 제대로 울지도 못하던 그녀의 슬픔은, 적막하다.(13) 사랑했던 시간보다 이별을 마주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이별하는 내내 아프고 아파서 오롯이 슬픔을 껴안아 기어코 작별을 맞이했다. 오랜 시간 무력감과 우울, 슬픔과 그리움을 품에 안고서. 그렇게 보낸 시간은 문장으로 세상에 나왔고 그렇게 우리는 그녀의 글을 만날 수 있었다.
˝미워하려고 해도 도저히 미워지지가 않아.˝
사람을 미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를 애정하는 일에 비해 미움은 이렇게나 힘들고 버거운 일이구나. 미움이든 애정이든, 모든 것이 언니에게 향하는 것이 애석할 뿐이었다.(29)
미워하지 못해서, 여전히 그리워서 그렇게 오래 아팠나보다. ‘목구멍에 걸린 눈물이 도저히 삼켜지지 않았다.(32) 흐르지 못한 눈물은 가슴에 멍처럼 남아 두고두고 가슴 저리게 만들었던 거겠지. ‘그리움뿐인 언니의 기억은 전부 소화되기까지 얼마나 걸리려나.(41)‘ 소화되지 못하고 명치에 걸려 잊혀지지 않고 몸을 둥그렇게 말고 그리움을 움겨쥘수밖에.
˝네가 나의 폐허를 보고 도망가버리면 어떡하지?˝(58)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는 사람은 사랑을 믿지 못하고 자기 자신의 볼품없는 동굴을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그럴리가 없지. 좋았던 것들이 너무 많아서 분명 슬프고 괴로웠던 시간이 있었다 할지라도 후회할리 없다. 그러니 그리움에 허우적대는 것일테다.
이 결핍을 어떻게 다시 메울 수 있을까.
완전히 상실되어버린 이것을.(70)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지고 짓밟힌 마음들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세 번의 겨울, 세 권의 책에 풀어내도 모자랄 그 마음들이 이제는 겨울이 건너 봄으로 가고 있을까? ‘낭만이 뛸 때마다 멍으로 물드는 가슴‘(120)이 더는 멍들지 않고 멍들었던 가슴을 쓰다듬어 줄 사람 만났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누군가의 행복을 빌면 나에게도 행복이 올 것만 같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아니지만 그녀가 더 이상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다음 책에서 만나는 그녀의 이야기는 조금은 따뜻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