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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매일 여는 사람이 되었다 - 강세형의 산책 일기
강세형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4월
평점 :
#오늘의책 #하리뷰 #도서제공 #에세이추천
🔖70만 독자가 사랑한 작가 강세형, 5년 만의 신작 에세이
🔖걷고 생각하고 적어 낸, 작고 반짝이는 일상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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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형 작가는 현관문을 여는 날보다 안 여는 날이 더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책 제목이 현관문을 매일 여는 사람이 되었다고? 집에서 일하고 집에서 밥 먹고 집에서 식물을 돌보는, 자신에게 최적화된 공간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매일 현관문을 열고 나가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히키코모리‘라고 놀리던 지인들에게 이제 프로산책러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작가는 2013년 자가면역질환 베체트의 발명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통증이 시작되었다. 그 후 자연스레 현관문을 닫고 집 안에서만 생활했다고 한다. 대단히 결연한 의지나 계기가 있어서 현관문을 열고 나가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통증이 조금 잠잠해졌고 의사의 운동 권유와 팬데믹 등 여러 가지 우연이 겹쳐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나가기 시작했다. 많게는 2만보 가까이 적게는 50보(갑자기 많이 걸어서인지 다리에 무리가 가고 말았던 시기가 있었다)를 걸었다. 700일 이상을 매일 현관문을 열고 나가 산책을 했고 평균 1만보를 걸었다고 했다.
🔖요즘 나는 매일 현관문을 연다.
마음도, 머리도, 조금씩 딱딱해져 가는 내가 지루하다 느껴진 걸까. 무엇을 보고 웃게 될지, 무엇을 보고 또 아파할지, 내 안의 어린아이를 찾아 현관문을 연다. 놓치면 또 지나가 버릴 오늘의 밤하늘을 기억하기 위해, 깜빡 눈을 감았다 뜨면 또 사라져 버릴 오늘 하루를 기억하기 위해, 한글창을 열고 기록을 남긴다. p.74
그렇게 걷고 걸었던 날들을 기록했고 그 기록을 깎고 다듬어서 나온 게 바로 이 책이다. 부제인 강세형의 산책 일기 답게 매일 매일 산책은 평범한 보통날이었다. 길가 노점상 할머니, 재활훈련을 하는 젊은 청년, 길에서 만난 고양이, 사랑하는 연인, 퇴근길의 직장인들을 마주친다. 통증으로 인해 집안으로 숨어들었던 작가는 식물을 키우며 자기만의 보호막을 만들었다. 그러다 이제는 산책을 한다.
🔖매일 걷던 길인데도,
새로운 풍경에 추운 줄 모르고 걷는다.
오래 사랑하는 법은 한 대상과 여러 번 사랑에 빠지는 것이라고 하던데, 매일매일 달라지는 풍경이 나로 하여금 현관문을 열게 한다.
--- p.297 「2023년 12월 19일 화요일」 중에서
매일 걷던 길인데도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마흔이 넘었어도 제자리가 어딘지 고민한다. 포기가 빠른 편이라던 작가는 800일에 가까이 매일 걷고 있다. 그렇게 매일 산책하면서 참 많은 나를 만났다고 했다. 매일 비슷하게 흘러가고 평범한 일상에서 무슨 글감이 있겠나 싶고 글쓰기가 어렵다고 투덜대고 핑계를 대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기록하는 일은 결국 자기 스스로가 해야하는 일이었다.
🔖깎고 다듬으며 작년을 사는 동안, 참 많은 나를 만났다. 즐거운 나, 슬픈 나, 재밌는 나, 따분한 나, 조금은 건강해진 나, 또 어느새 아픈 나, 끈기가 있는 나, 무척 게으른 나, 어떤 날엔 관대하고 또 어떤 날엔 쉬이 심통을 부리는 나. 내 안에 있는 양면성 사이에서, 내가 부러 문을 닫고 보려하지 않았던 나를 만나기도 했다. _ 에필로그 p.396-397
매일 현관문을 열고 나가 걷고 생각하고 기록한 강세형의 산책일기가 무척 좋았다.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도 아름다울 수 있고 별일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감사하게 느껴질 수 있으며 매일 매일 무탈한 하루를 살아가는 나 자신을 기특하게 여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계절이 흐르는대로, 풍경을 수집하고, 마음을 기록하는 시간. 그 시간을 만들어나가야겠다. 닫힌 건 현관문만은 아니었다. 마음의 문을 열고서 제대로 눈을 뜨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둘러봐야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선물받았습니다.
좋은 책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