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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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최진영





수천 년 무성한 나무의 수명 가운데 이파리 한 장만큼을 빌려

죽을 위기에 처한 단 한 명만을 구해야 한다

삶과 죽음, 신과 인간의 틈에서 피어나는 최진영식 사랑의 세계




새벽까지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읽었다. 많은 페이지를 접었고 많은 문장들을 필사했으며 많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그래서 바로 리뷰를 쓸 수 없었다. 쓰는 동안에도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은 뒤엉켜 잘 정리하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쓴다. 

나무와 인간 사이에서 '중개인'이라는 이름으로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들 중 단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목화'의 이야기이다. 할머니 '임천자'와 엄마 '장미수'를 거쳐 '신목화'까지 3대에 걸쳐 단 한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이다.

목화는 열여설 살에 처음 '소환'을 당하고 그때부터 스스로 이름지은 '중개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나무와 인간 사이에서 단 한 사람을 살리면서.


'임천자'는 기적이라고,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며 순응했고 '장미수'는 겨우, 고작 한 사람을 살리는 악마의 일이라며 삶을 경멸했고 고통받으면서도 거부하는 것을 택하기도 했다. 목화는 달랐다. 목화는 증명하고 싶었다.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면서도 내 삶의 주인은 나임을 증명해내고 싶었다. 목화는 장미수처럼 자기 삶을 저주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목화는 너무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고통스러워으나 끌 사장의 말처럼 산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목화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살아난 '단 한 사람'을 찾아다녔다. 그들을 보았다. 그렇게 목화는 나아가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나무의 지시가 아닌 자신의 마음으로, 자발적인 마음을 전했다. 마음을 다해 명복과 축복을 전하는 일. 죽어가는 사람과 살아난 사람의 미래를 기원하는 일.(p.221)


과연 삶이란 무엇일까. 죽음은 또 무엇일까. 우리에게 어찌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을 어떻게 행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단 한 사람을 살릴 수 있을 때 순응할 것인지, 저항할 것인지, 그 안에서 무언가를 증명하고 나아갈 것인지. 고통뿐인 삶일지라도 저주하고 경멸하며 살아갈 것인지, 그 안에서 희망과 가능성을 찾을 것인지.

금화가 목화의 꿈에서 말했던 영원한 건 오늘 뿐이고, 세상은 언제나 지금으로 가득하다.(p.149)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서 내 삶의 주인이 나임을 증명해나가는 것, 내 삶은 나의 의지대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므로 우리는 남김없이 슬퍼하고 마음껏 그리워하며 사소한 기쁨을 누리고 후회없이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그렇게 삶을 살아가다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고 말이다. 목화가 원하는 삶처럼.


목화가 원하는 삶으로 나아가고 싶다. 장미수와 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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