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떤 섬세함 - 이석원 에세이
이석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1월
평점 :
어떤 섬세함, 이석원

이제는 작가가 더 익숙한 이석원의 에세이가 나왔다.
이석원 작가의 보통의 존재부터 가장 최근에 읽었던 나를 위한 노래까지, 꽤 많은 책을 냈고 나 역시 몇 권을 읽어보았다. 대체적으로 첫 책의 감동이 큰 편이라 보통의 존재를 가장 종하는 편이다.
작가의 일상이나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는 에세이에서는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나 작가의 새로운 면모나 비슷한 생각들로 위로받거나 마음을 울리기도 한다.
이번 신간에세이는 보통의 일상의 단면과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들, 일상 속에서 만나는 타인에 대한 생각들을 그려내고 있다. 우리는 타인을 바라볼 때 우리의 생각과 판단으로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함부로 타인을 평가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타인을 판단할 때는 가능한 조심할 줄 아는 그런 신중하고도 사려깊은 사람이 좋다고 작가는 말한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자신과 타인 모두를 이해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나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자세는 자신의 말만 풀어내고 듣지 않는 사람이 많은 요즘 세상에 더욱 필요한 일이다.

결국 누군가를 이해하다보면 상대에 대해 보다 너그러워진 마음은 점점 더 큰 이해를 불러오고, 이해를 하는 만큼 원망은 계속 줄어드니, 그야말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선순환이 시작되는 셈이라고 할까? p.91
작가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노부부, 가족과 친구, 경비원 등 다양한 타인이 등장한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타인을 만났고 그들을 통해 섬세함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남의 하소연을 함부로 징징댐으로 치부하는 않는 태도를 갖는 것. 남들과 대화할 때는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시선을 주는 것. 누군가 아파 쓰러지면 무작정 일으켜 세울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상태를 봐가면서 그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 p.97
이러한 어떤 섬세함으로 타인에게 이해와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섬세한 마음이 또 나에게로 돌아오게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내향적이고 거절을 잘 못하는 편인데다 불편한 상황을 만드는 것을 싫어한다. 싫으면 안 만나면 된다는 그런 단순한 일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한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자신을 오래도록 의심해온 일도, 그래서 시들어갔던 시절도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모습들이 답답해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내향적이고 예민하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던 모습을 드러내고 차츰 변해가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야말로 우리들에게 큰 위안을 주는 게 아닐까. 세상에는 결코 보낼 수 없는 편지를 매일밤 써내려가는 사람도 있는 법(p.147)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우리들 마음에는 누구에게나 나약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타인이 내 마음에 지펴준 온기로
나는 또 얼마간은 시린 마음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들이 작은 온기로 내게 다왔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