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밖에 없네 큐큐퀴어단편선 3
김지연 외 지음 / 큐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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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밖에 없네, 김지연 외


<믿고 읽는 언니들의 불행 따윈 없는 퓨처 팝픽션>




큐큐출판사에서 나온 큐큐퀴어단편선을 시리즈로 샀다. 단편선마다 좋아하는 작가들이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지연작가는 <마음에 없는 소리>를 먼저 읽어서 중복되는 단편이었고 정세랑작가와 한정현작가를 기대하며 봤는데 의외로 조우리작가와 조해진 작가의 단편이 기억에 남는다.



#김지연 #사랑하는일

은호의 생각도 웃긴데 아버지 앞에서 난리를 치던 장면이 정말 웃겼다. 영지가 패륜아같았다고 했는데 그만큼 쌓인 게 많았던 거겠지. 은호가 너무 귀여워서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지만 동네방네 소문내고 잔치를 하겠다는것도 아니고 그저 거짓말 안하고 살겠다는 영지의 소박한 소망이 안쓰러우면서 씁쓸했다. 사랑한다면서 가장 먼저 상처주는 게 가족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인정하기 힘드니까. 축복을 받고 싶은 영지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들어놓고도 모른체하는 부모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누구나 그저 사랑하며 사는 것이라고. 


#정소연 #깃발

미래의 세계에서는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에 살게 된다. 모든 지구인들이 떠난 것은 아니고 차츰차츰 이주해나가는 형태로. 사랑한다고 해서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을까. 어떻게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떠나지 않는 삶을 상상해본 적 없는 유나는 이기적인 것일까, 그저 현재의 사랑에 충실했던 걸까.


“우리는 그럼 지러 가는 거야?”

이보다 더 퀴어한 SF 전쟁소설이 있을까? #정세랑 #아미오브퀴어

아직 오지 않은 세계에 대해 쓰면 그 세계가 오는 속도가 조금은 빨라지지 않을까? 실패를 알면서도 나아가는 이야기 속 친구들처럼 끝내는 연결될 수 있으면 좋겠다. 당신과 연결되고 싶다. #정세랑작가의말

정세랑 작가의 작품은 작가의 말만으로도 충분했다. 내용은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조우리 #엘리제를위하여

비혼의 삶을 살아가는 입장에서 마지막을 생각해본다. 다른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공간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유언이라니. 이런 멋진 인생의 끝을 만날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에게 엘리제가 퀴어들이 숨는 동굴과도 같아보이겠지만 엘리제는 계속 거기 있었다. 숨기려고 한 것은 사회 아닌지. 그냥 좋아서, 모여있고 싶은 곳이었던 엘리제. 피난처처럼 숨고, 피해있었던 곳이 아니라. 


#조해진 #가장큰행복

이 단편을 읽고 나서 김현시인의 시 <가장 큰 행복>을 읽었다. 남자들에게도 평범한 행복이란 이런 것이라는 구절이 보였다. 소설 속 두 남자가 먹던 백순두부탕과 가자미 튀김과 함께. 미래에는 누구에게나 평범한 행복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오겠지. 멀지 않은 미래에. 아니지. 이미 어디에든 있겠다.

그 어떤 미래라도 사랑은 남아 있기를. #조해진작가의말


#천희란 #숨

사랑이 풋풋한 이십대에만 있는 것은 아니겠다. 큐큐단편선에서 좋았던 것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과 다양한 세상과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순영과 정해, 해옥의 삶이 현실적이라 마음이 좀 무거워졌다.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미래. 살아있다는 게 무섭게 느껴지는 나이. 외로움이 사무치는 시간들. 노년의 삶에도 연대와 사랑이 있음을 알았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지. 그러니까 살아가는 거겠지.


#한정현 #나의아나키스트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로 변했다? 얼마전까지 남자친구였던 수호는 이제 여자가 되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분노하는 것이 폭력이라는 것을 알지만 자꾸만 화를 내고 분노하는 자신이 싫었다. 그냥 나로 살아보려고 했다는 수호에게 책을 던지고 화를 내면서도 기어이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만드는 자신이 싫었다. 수호가 떠나고나서야 깨닫는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화를 낸 게 아니라 그냥 화였을 뿐이라는 것을. 트랜스젠더가 된 전 남자친구를 보며 복잡한 마음의 나의 심경이 잘 표현되어 있다.

한정현 작가의 예상대로 좋았다. 작가의 낙관한다는 말이 좋다. 낙관하자, 말고 낙관한다는 그 말이.

우리는 이해받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마땅한 존재들이니까. (..) 나는 낙관한다. 사랑이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한정현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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