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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과 순간
박웅현 지음 / 인티N / 2022년 9월
평점 :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 저자 광고인 박웅현의 신작
그가 손수 기록해온 문장과 주목했던 순간을 담아낸 첫 번째 에세이!
책을 읽고 밑줄을 긋고 문장을 필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끈기없는 내가 오래오래 이어온 나의 삶의 한 줄기 빛같은 취미였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글을 잘 쓰고 싶었으며 책 속에서 울고 웃고 아프고 기뻤다. 그 시간들이 누군가에겐 쓸모없는 시간때우기용이었을수도 있다. 내 삶은 대단히 성공하지도 잘나지도 않았기 때문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문장을, 옮겨적는 이 일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순간순간 나를 살리고 나를 일어서게 했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다. 작가의 말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흔적을 엮어서 내는 것은 책 속 한 문장이, 한 편의 시가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넘어졌다가도 일어나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 때문이다. 오늘을 견디고 버틸 힘을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_작가의말 중에서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바라보고, 천천히 걸으며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으로 담고, 찬란한 이 삶을 찬란하다 여기며, 행복에 매달리지 않고 그저 흐르는대로 살아가 수 있기를.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임과 동시에 충분히 가능한 일임을 믿으면서.
이 책을 읽고 알았다. 문장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이런 거라는 사실을. 아직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고 앞으로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을 울렸던 내 마음에 박혔던 어떤 문장이 내 것이 되고 당신에게도 나와 같은 감동과 힘을 줄 수 있기를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그렇게 나와 함께 문장을 품에 안고 같이 천천히 걸어갔으면 좋겠다. 내가 걷는 이 길에 나홀로 걷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곁에 당신이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 나와 함께 읽을래요? 같이 쓰고 같이 위로받을래요?
(그런데 욕망을 어떻게 버리지? 더 많은 책을 갖고 싶다. 더 넓은 집에 살고 싶다. 더 멋지고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 많이 관심받고 싶다. 더 많이 사랑받고 싶다. 더더더 행복해지고 싶다. 더더더더더더더를 버리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사실 이게 진심인지도 모르겠다. 진실은 가장 마지막에...ㅋㅋ)






지금 내가 이렇게 숨쉬고 있다는 것. 이 단순한 사실을 기억하면 순간 속에 깃든 찬란함이 가벼이 지나쳐지지 않는다. 눈을 뜨고 귀를 기울이면 기적은 도처에 있다. p.27
사상가 볼테르는 "이러쿵저러쿵 따지지 말고 일합시다. 그것이 인생을 견딜만하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에요."라고 말했고,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어쩌면 일어났을지 모르는 공상을 하는 대신에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 p.50
지금의 삶이 고통스럽지 않기를, 평안하고 단단하기를 바란다면, 내 삶이 아름다워지기를 바란다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내게 주어진 것들을 그대로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내 욕망으로 덧칠해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p.60
피천득 시인은 사랑을 하고 사랑을 잃는 것이 사랑을 하지 않는 것볻다 낫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생각해보라. 로맨스가 없는 삶은 얼마나 척박하겠는가? 사랑이 없는 삶은 얼마나 허무하겠는가? p.99
대인공포증이 있었ㄷ던 마르셀 푸르스트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 ‘대화의 소재를 다른 사람의 생각 속에서 찾았다‘고 한다. 화젯거리를 자기 머릿속이 아닌 상대방의 머릿속에서 찾으려는 노력. 그런 노력 없이 듣는 것은 제대로 듣는 것이 아니다. p.107
"사랑이란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느끼며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기뻐하는 것이다. 자신과 닮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는 대립하여 살고 있는 사람에게 기쁨의 다리를 건네는 것이 사랑이다. 차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를 사랑하는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니체의 말 중에서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한 살 한 살 나이를 더해갈수록 매 순간을 더 자주, 더 생생하게 체험하고 싶다. 그것이 남은 삶의 유일한 지향점이다. p.150
"행복해질 필요가 없다고 굳게 믿을 수 있게 된 그날부터 내 마음 속에는 행복이 깃들기 시작했다."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중에서
"행복이란 얼마나 단순하고 소박한 것인지 다시금 느꼈다. 포도주 한 잔, 군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다 소리. 단지 그뿐이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행복이 있음을 느끼기 위해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만 있으면 된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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