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간힘
유병록 지음 / 미디어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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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간힘, 유병록

_ 슬픔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소중한 것을 다시 잃지 않기 위해 내딛는 한 걸음.

갑작스레 아이를 잃게 된 시인의 슬픔을 토해내는 글이 참 아프고 아팠다. 자식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이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아들의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자신이 치욕스러웠다던 시인의 마음이 절절해서 마음이 저렸다. 그러나 치욕스럽다는 이유로 소중한 것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말처럼 슬픔과 고통을 딛고 나아가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다.

인간이 견디는 고통과 슬픔은 누구나 그 크기가 크겠지만 자식을 잃을 때의 고통이 가장 크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자식을 먼저 보내고 가정이 깨지거나 무겁고 가라앉는 기운을 떨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누군가의 죽음은 다시 행복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불행에 잠식되기 쉬울 것이다. 시인 역시 불행이 전염될까 두려워하고 주변 사람을 만나지 않으려 하며 불행 속으로 스스로 더 빠져들었다. 그러나 곧 깨닫게 된다 위로라는 것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의 슬픔과 고통을 알아주고 일으켜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위로를 찾아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위로가 필요하다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찾으러 가야 한다. 위로는 어딘선가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위로는 주변 사람들 마음 속에 있을수도 있고, 새로 만나게 될 누군가의 마음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책에서 마주칠 수도 있고, 영화관이나 산책로에서 만날 수도 있다.
나는 이제 위로를 찾아서 한 발을 내딛는다. p.43

아들의 죽음 이후 아내와의 절망적인 시간에 대해서도 풀어놓는다. 아내 앞에서만 울다가 울지 않고 강건하게 살자고 얘기하는 아내에게 서운했으나 서로의 힘든 마음을 이해하고 울지 않기로 한다. 그러나 울지 않고는 방법이 없다. 커다란 고통과 슬픔 앞에서 참고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참지 않고 울음을 토해내고 마음껏 울고 슬퍼했을 때 슬픔을 딛고 일어서게 되는 것 같다. 애써 슬픔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슬픔의 공간에서 슬퍼하면서 슬픔을 천천히 보내주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들을 잃었다.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이제 행복한 날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고 확신했다. 그렇다고 모든 걸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행복 대신 보람이 있는 삶을 살기로 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로, 약속했다.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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