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만 나랑 있자
김현경 지음 / warm gray and blue(웜그레이앤블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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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만 같이 있자, 김현경

안기고 싶던 사람에서 안아줄 수 있는 마음이 되기까지
눈 뜬 채 보내는 밤이 두려운 이들과, 아침을 맞는 일이 괴로운 이들에게.

이 책은 제가 겪은 두려움과 그 까닭, 정처 없이 표류하던 밤과 두려운 아침을 견딜 수 있게 해준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제 자신이 누군가를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기록한 몇 달간의 이야기입니다. p.11

주변에서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김현경 작가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 덕분에 또 한 명의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다. <오롯이, 혼자>에서도 그랬듯 이 책에서도 역시 울고 웃고 무너지고 일어서고를 반복했다.

“나는 껍질 없는 달걀 같아.” 라던 말이 참 아프게 다가왔다. 내 주변 둘려싼 견고한 벽은 바로 얇디 얇은 막으로 둘러쌓인 마음과도 같았기 때문에. 별거 아닌 말에도 날카로운 송곳에 찔린 것처럼 터져버린 마음들. 그런데 그런 얇은 막조차도 없는 달걀같다니, 막아줄수도 쓸어담을수도 없는 그런 마음들이 흘러내린다 생각하니 덩달아 아팠다.

우울은 감출 수 있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모여 있다 펑- 터진다.(p.48) 요즘 나는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터진 모양이다. 나는 마음이 힘들 때 철저히 혼자있고 싶다가도 어디라도 나가 마음을 풀어내고 싶기도 하는 사람이라 종잡을 수 없는 이런 내가 참 꼴보기 싫다.

그래도 어떤 날은 맛있는 것을 먹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고,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초록의 나무, 살랑살랑 바람에도 힘이 나기도 한다. ‘오늘은 비참하고 내일은 알 수 없더라도 어제 하루만큼은 즐거웠으니까, 조금 괜찮다 생각한다.(p.85) 작은 즐거움, 소소한 행복이라는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렇게 조금씩 조각 하나하나를 모아나가고 싶다.

어떤 사람은 사랑에서 죽음을 떠올릴 수도 있으며, 어떤 사람은 밖에서 싱글벙글 웃는데 방에서는 매일 밤 숨죽여 운다. 누군가는 웃는 표정으로 즐거운 말을 한다고 그가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로 한다. 누군가의 힘듦을 우리는 가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스스로도 자주 상처받고 매번 스스로 내뱉은 후에 다짐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p.130)

동시에 나는 지난 몇 달 내내, 손 잡아줄 사람들이, 기댈 어깨를 빌려줄 사람들이 있다는 걸 그 사이에 깨달았어. 물론 너도 그중 하나고. 네 이야기를 털어놓는 일이 실제로 크게 도움이 안 된대도 말해주고 기대주면 좋겠어. 네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말해주라. 내가 언제든 쓰러질 것 같아 보인대도 손 잡아주고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덕분에 알았어.(p.165)

작가님 주변에는 마음이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것은 작가님 역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니까 가능한 일이겠다. 어쩐지 작가님이 부러워지고 말았다. 작가님을 다시 만난다면 한 번 안아주고 싶다. 안아주고 안기면서 그 온기를 나눠받고 싶다. 서로가 서로에게 촛불이 되어주는 사이, 갑자기 울음을 터트려도 밤늦게 와달라고 해도 기꺼이 함께 해주는 사이, 100% 전부를 공감해줄 수 없어도 노력으로라도 반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는 사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축복인지. 안아줄 수도, 안길 수도 있는 그런 사람. 안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꼭 놓치지 말기를.

나는 아직도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것을, 손 내는 것을, 안기는 것을, 안아주는 것을 못하는 사람.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려운 사람. 하지만 가시나무를 넘어서야겠지. 나 되게 살고 싶었던 거 예전에 이미 알았으니까. 여전히 회피하는 버릇은 버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다시 굴밖으로 나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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