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우면서 평온할 수 있지
김여진 지음 / 알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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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우면서 평온할 수 있지, 김여진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이런 것입니다. 대단히 망가져 있으면서도 틀림없이 건강할 수 있고, 희망이 있다는 걸 알고도 절망할 수 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모든 걸 다 해내는 중일 수도 있고, 혼란스러우면서 평온할 수도 있다고. p.7

시집에서는 시인의 말이, 에세이에서는 들어가는 말이 그 책이 전부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지만 들어가는 말에서 이미 제대로 마음 쿵 내려앉게 하고 시작한다. 요즘 읽는 책이 거의 에세이인데 저마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자기만의 글로 멋지게 쓴 책들이라 내내 울고 있다. 대단히 망가져 있어도 괜찮다고,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평온할 수 있다고 그렇게 차분하게 나를 쓰다듬어주고 있다. 한결같이 나는 망가졌고 우울하고 절망 속에 살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당신은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는 나의 이야기를 끄집어내 문장으로 위로받고 있다.

에세이가 주는 가장 큰 감동과 위로는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각기 다른 아픔과 슬픔, 고통, 절망 속에서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째서 자꾸만 무기력해지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반성하는 시간.(p.15) 스스로를 탓하며 자신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마음.(p.27) 후회가 밀려올 때, 없었던 일로 하고 싶은 기억만 머릿속에 맴돌)아 초조해지기만 할 때 희망을 믿어보려(p.47)는 마음. 무력해지지 않으려 스스로를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 이미 여러 번 무너져 봤기에.(p.51)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힘들고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지치고 두려울 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캄캄하고 혼란스럽기만 할 때. 그럴 때 그런 사람이고 싶다.
기댈 곳이 자신밖에 없더라도 자신을 믿고 온전히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P.145)

세상은 언제나 어렵고 타인의 마음이란 더더욱 알기 어렵다. 위로란 내가 받고 싶은 형태로 하게 된다고 김소연의 <마음사전>에서 읽은 적이 있다. 위로를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지 부던히도 생각했었다. 아직도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서 무책임하게 힘내라고밖에 하지 못하는 순간들도 많지만 그저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것, 귀찮아하거나 한심하게 여기지 않고 뜬구름같은 긍정적인 생각하라는 소리는 하지 않고.

이미 내가 만신창이에 누굴 위로할 주제도 못되는 순간들이지만 당신도 나도 같이 일어설 수 있게 손 내밀고 손 잡아주는 그런 위로. 잘 될지는 모르겠다. 일단 내가 휘청대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 주시길. 틈 사이로 새는 한 선의 빛을 좋아하니까(P.197) 그 작은 빛이면 되겠다.

믿지도 않는 신을 믿고 싶을 만큼 간절히, 괜찮지 않은 네가 괜찮아질 거라는 것만은 굳게 믿고서.(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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