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으로 가는 마음
박지완 지음 / 유선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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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가는 마음, 박지완

영화감독의 에세이는 처음 읽는 것 같다. 감독님의 영화인 <내가 죽던 날>도 보지 못했다. 그러다 피드를 둘러보다가 발견한 문장을 보고 책을 곧바로 주문했다.

“되든 안 되든 계속 열심히 살아야지,
결국 뭐가 되려고 버틴 것은 아니니까.“

눈에 띄는 문장이었고 다 읽고 난 지금의 마음은 사길 잘했다!
무언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나 재능에 대한 생각, 미래에 대한 불안과 같이 코로나 이후로 정체된 불안에 대한 생각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볼 수 있었다. 불안은 언제나 나와 함께하는 존재이고 불안하다고 해서 무언가 더 열심히 하거나 나아가기보다 좌절하거나 주저앉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들어 누가 시키지는 않았지만 서평을 자주 쓰고 있다. 감독님이 부끄러워하며 글을 쓰는 이유와 같다. 전보다 더 달라지거나 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글을 쓴다. 글을 쓰다보면 내 안의 불안이 조금 작아지므로. 책을 읽고 생각하고 그것을 정리하고 쓴다. 그리고 다시 읽고 수정하면서 생각을 다시 다듬는다. 계속하다보면 좋아진다고 그렇게 믿으면서.

- 나는 이제 불안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었고, 나의 불안이 동반한 광기 또한 인정하게 되었다. 다만 그것을 받쳐줄 체력이 필요할 뿐. 그리고 이렇게 이름을 걸고 나의 불안에 대한 글을 부끄러워하며 쓰고 있다. 왜냐하면 글을 쓸 때 나의 불안이 조금 작아지므로. 이제는 수첩에 메모가 아니라 조금은 다듬어진 글이길 바랄 뿐이다.
계속하다보면, 좋아질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P.21)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게 참 많았다.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게 많았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생각은 많았으나 실제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게 많고 실행에 옮겼다하더라도 오래가지 못했다. 잘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마음이나 잘한다는 자만의 마음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을까. 언제나 조급하고 스스로를 깎아내리느라 바빠서 씩씩하게 나아가지 못했다. 나도 어린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냥 질러버려! 뭐든 일단 해보라구!!!!

- ‘재능’이란 걸 오해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해보면 될 것을, 나에게 그게 없으면 어쩌나 하며 벌벌 떨기만 하는 겁쟁이였다. ‘내가 원하는 재능이 나에게 있는가’가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 싶다. 설령 재능이 없다는 얘기를 들어도 그냥 했을 거면서.(P.139)

이제와서 재능을 찾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마구 솟아난 것은 아니다. 무언가 되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하기보다는 지금 현재에 집중하고 싶다. 지금 현재가 살아온 어떤 순간보다 불안한 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그저 여유를 찾고 싶다. 여전히 불안하고 복잡한 마음이므로. 나에겐 지금에 집중하고 못난 나를 받아들이고 조금 늦더라도 나를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 못난 나를 견디는 것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어렵다. 아니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견디지 못해서 합리화를 하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버린다. 오만한 생각과 얄팍한 실수와 잘못된 행동을 한 나를 똑바로 보는 것, 반성하고 수습하는 것,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 그 시간동안 조금씩 나아갈 것을 기대하며 나를 기다려주는 것이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는 것이다.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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