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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흐림 - 네 추락을 낙화로 기억하는 일
강은우 지음 / warm gray and blue(웜그레이앤블루) / 2021년 11월
평점 :
아마도책방에서 만난 책. 어떤 장소는 그 시간과 사람을 기억하게 한다. 어떤 책은, 어떤 문장은 조용히 마음 속으로 흘러들러와 폭죽처럼 터져버린다. 그래서 마음은 무참히 찢어져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다. 울지않고는 버틸 수 없다. 그렇게 만난 문장으로 위로받기도 한다. 이제는 다시 일어나는 일만 남게 되니까. 언제나 상처를 주고도 내가 더 상처받은 것처럼 주저앉곤 했다. 나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다시 제자리. 더 나은 사람, 더 좋은 사람이 되지 못했다. 이럴 때 나를 다독여주고 어루만져 주는 책을 만났다. 한없이 우울해지게도, 조용히 안아주기도 하는 그런 책을 만났다.
한 줄 한 줄 정렬되어있는 글이 온통 어지럽던 마음을 차분하게 하기도 했다. 강박처럼 맞춰진 글들이 답답해지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고 읽기란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밑줄을 긋고 필사하고 하면서 위로의 시간을 보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니 조금만 더 있어
아주 잠시만 같이 있어
_ 투정
나는 두려워서
조용히 너를 당겼다
그러자 당겨지는 것이 두려웠다
_ 중력
모래밭에 절여진 손 밑동만 홀로 남아서
축축하고 짠 글만 쓸 수 있다면 좋겠지
그리고는 흔적없이 지워지면 좋겠지...
가지마, 무슨 일이 있어도 없어지지마
_ 허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