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입양된 유리는 할아버지와 살고 있다. 엄마 서정희는 집을 나갔고 어느날 돌아왔을 땐 자신의 아이 연우를 데리고 왔다. 할어버지와 다투고 다시 나간 이후로 유리는 엄마를 보지 못했다.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까지. 엄마가 죽고난 후 연우가 함께 살게되면서 동생을 챙기고 어딘가 아픈 듯한 할아버지까지.
입양된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살아가는 유리의 심리묘사가 마음아프게 다가왔다. 홀로 지우개를 썰고 훌쩍이는 밤을 보내는 유리의 모습을 그려져 마음이 시큰거렸다. 과거를 끊어내고 없던 시절로 치워버리고 싶었던 유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훌훌 떠나버리려고 했었다. 연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우울할 틈도 없이 자기의 처지에 적응하고 현실을 인정하는 것만이 방법이라 말하던 유리였다. 엄마에게 학대당하고 재대로 교육도 받지 못한 연우를 돌보면서, 아픈 할아버지와 조금씩 소통하게 되면서 유리는 바뀌게 되었다. 1층과 2층으로 단절된 공간에서 데면데면 살아왔던 할아버지와 유리는 연우와 함께 새로운 가족이 되어가고 있었다.
입양에 관한 어린이, 청소년동화가 꽤 많은데 잘 살고 있는 가족이든, 불화가 있는 가족이든 아이들에겐 마음 한구석 입양된 아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비밀입양을 하기도 할 것이다. 공개입양이나 비밀입양이나 입양을 통해 가족이 되었다면 끝까지 책임져야만 한다. 입양되었다고 누군가의 대체품이 될 수는 없으며 그 아이들에게 소외감, 서러움, 우울함이 아니라 행복과 따뜻함, 사랑을 심어주어야한다. 입양가족뿐만 아니라 혈연으로만 가족형태를 묶어버리는 우리 사회가 해야할 일이기도 하다.
어디론가 훌훌 털고 떠나고 싶었던 유리. 자신의 부모님을 찾아 이렇게 잘 살았다고 말하고 싶었던 유리. 유리가 말했던 것처럼, 아주아주 잘 될거야, 라고 말해주고 싶다. 애썼다고, 토닥토닥 안아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