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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효과 - 《80/20 법칙》리처드 코치의 새로운 시대 통찰
리처드 코치 & 그렉 록우드 지음, 박세연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케빈 베이컨 게임을 알고 계신가요?

 

 

 

< http://gruhnb.wordpress.com/에서 발췌>

 

 케빈 베이컨 게임이란 어떤 배우와 케빈 베이컨까지 최단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놀이입니다. 일단 케빈 베이컨과 영화를 함께 출연한 영화배우와의 관계를 1단계로 설정합니다.  그리고 다른 배우들이 베이컨과 몇 단계 안에 연결될 수 있는가를 더 빨리 찾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1994년 MTV 인기 프로그램 '존 스튜어트쇼'에 세 명의 대학생과 케빈 베이컨이 출연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대학생들은 '케빈 베이컨이 모든 사람을 안다.'라고 주장합니다. 그 증거로 청중들이 영화배우 이름을 댈 때마다, 케빈 베이컨과의 관계를 막힘없이 보여줍니다.

 

 이를 계기로 한 때 이 게임이 미국에서 대유행 하기도 했고, 케빈 베이컨의 여섯 다리(Six Degrees of Kevin Bacon)라는 이름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학술적인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2006년에는 six degrees라는제목으로 뉴욕을 배경으로 서로 엇갈리는 인연을 펼치는 여섯 명의 모습을 담아낸 드라마가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이 이론에 열광한 까닭은 아마도 넓은 이 세상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안도감과 신비감 때문일 것입니다. 고독할 시간마저 부족한 현대인의 정신없는 삶에서 사람과의 관계는 때론 업무의 연장선이 되기도 하고 때론 부러운 사치가 될 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전 세계 31개국에서 번역된 《80/20 법칙》의 저자 리처드 코치와 네트워크 전문가 그렉 록우드가 신작 『낯선 사람 효과』로 새로운 주장을 들고 나왔습니다. "왜 친한 친구나 가족보다 그냥 아는 사람이 내 인생을 더 흔들어놓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인간 관계에 대한 종래의 상식을 뒤집는 도발적인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인맥도 스펙의 하나가 된 요즘, 과연 낯선 사람 효과는 우리에게 어떤 관계의 비밀을 알려줄지 궁금합니다.


 

낯선 사람 효과란?

 

 http://blog.naver.com/nextwave7/171517541 에서 발췌

 

 

 낯선 사람 효과란 그냥 알고 지내거나 별로 가깝지 않은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처럼 일상적으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던 인맥이 우리의 삶을 흥미진진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줄 기회와 정보, 혁신의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주장입니다. 이 책 또한 낯선 사람 효과의 산물입니다. 2001년까지 서로 모르던 두 저자는 2001년 벳페어(Betfair)라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도박사이트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서로를 알게됩니다. 새로운 책을 구상하던 리차드 코치는 그렉 록우드와 의기투합해서 책을 구상하고, 예전 동료들을 통해서 출판 에이전트 샐리 할로웨이를 소개받게 됩니다. 이 책의 탄생 과정은 낯선 사람들의 우연한 연대가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증거인 셈입니다.

 

 낯선 사람 효과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 관계, 즉 우리가 살아가는 네트워크라는 시스템이 이루어진 구성 요소를 알아야 합니다.  네트워크는 개인과 그룹을 연결하는 가족, 친구, 동료와 같이 매일 만나며 친밀한 괸계를 맺고 있는 강한 연결과 아주 친밀한 관계는 아니지만 서로 얼굴 정도를 알고 지내는 약한 연결, 이러한 연결이 가능하도록 하는 중심축으로 가족, 교회, 학교, 기업, 국가와 같은 공통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허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저자가 중요시하는 것은 허브를 통해 연결된 약한 연결입니다. 우리는 약한 연결을 통해서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나 정보를 얻음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회적인 움직임을 훨씬 효과적으로 이끌어내는 소수의 사람을 저자는 슈퍼커넥터라고 저자는 부르고 있습니다.

 

 네트워크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세계는 전과 같지 않습니다. 약한 연결과 허브는 우리가 막연히 바랬던 새로운 인맥, 구직이나 이직의 기회, 관심있는 취미나 정보에 이르는 길을 분명하게 제시합니다. 기독교와 마르크스주의 같은 이념과 아이디어가 전파되어 공유되어 사회 전반에 받아들여지는 과정은 달리 말하면  네트워크 구축 과정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네트워크의 힘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는 위키피디아(Wikipedia)입니다. 18세기 프랑스의 디드로가 혼자서 고분분투했던 백과사전 편찬사업은 결국 미완의 작업으로 끝이 났지만, 2001년 지미 도널 웨일스는 다양한 언어로 언어로 구성된 자유로운 형식의 온라인 백과사전을 만들게 됩니다. 누구나 참여하여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고, 내용를 쉽게 수정하도록 만든 이 사전은 260개의 언어와 1,200만건의 자료를 지닌 세계적인 백과사전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네트워크보다 우리의 마음가짐이 먼저다.

 

 저자들은 네트워크의 수평적 구조와 약한 연결이 가지는 잠재능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분명 네트워크 구조에는 새로운 정보와 기회,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만남과 협업, 개인의 능력을 뛰어넘는 효율성과 같은 놀라운 가능성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일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또한 자연스런 현상에 의도가 개입되면 그로 인한 만만치 않은 부작용 또한 발생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결국 우리는 네트워크의 그림자 또한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는 작년 한 해 SNS를 통해 악의적인 내용이나 거짓 정보가 여과되지 않고 그대로 확산되어 곤혹을 치러야만 했습니다. 투표와 선거기간 동안 상대방을 향한 비방과 흑색선전으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비즈니스 분야도 예외는 아닙니다. 세계적인 인터넷 사이트나 서비스가 자국으로 들어오기 전에 유사한 서비스를 먼저 시작했다가, 합의를 통해 거액을 챙기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기업도 존재합니다. 먼 거리에 존재하는 아이디어를 허브를 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라는 저자의 주장이 얼마나 순진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사례입니다. 

 

 결국 어떠한 수단도 그 자체로서는 완벽할 수 없습니다. 수단을 사용하는 우리들의 마음이 어떠냐에 따라서 그 쓰임새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첨단 네트워크 시대에도 우리가 여전히 인문학 고전을 버릴 수 없는 이유입니다. 우리 자신의 마음을 바로 닦는 것, 그것이야말로 모든 일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채근담의 한 구절은 수단이 당연히 목적이 되는 이 시대에 여전히 달콤쌉싸름한 맛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心地乾淨,方可讀書學古.
不然,見一善行,竊以濟私,聞一善言,假以覆短.
 是又藉寇兵而齎盜糧矣.
 

마음 바탕을 깨끗이 한 다음에야 비로소 책을 읽고 옛 것을 배워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한 가지 착한 행실을 보아도

이것을 훔쳐서 자기 욕심을 채우는 데 이용할 것이고,

한 마디 좋은 말을 들어도

이것을 빌어 자기의 잘못된 점을 덮는데 이용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바로 강도에게 무기를 빌려주고 도적에게 양식을 대주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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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1 09: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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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
해리 S. 덴트 & 로드니 존슨 지음, 권성희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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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호기심; 미래예측

 

 동물과 인간의 다른 점 중의 하나는 바로 호기심입니다. 호기심이란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입니다. 동물은 본능에 따라 일정한 패턴대로 살아가기에 호기심이 생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성을 지니고 있기에 호기심을 통해서 지식을 쌓고, 문명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런 호기심의 가장 정점을 꼽자면 아마도 미래에 대한 호기심이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미래예측은 점술(占術)이나 신탁(神託)처럼 비이성적인 측면이 강했습니다. 그 뒤로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미래에 관심은 가진 것은 자연과학과 SF소설 분야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통해서 시간여행이 불가능함을 입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임머신'을 비롯한 수많은 소설과 이를 영상화한 작품들이 여전히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이 얼마나 커다란 것인지 나타내주는 사례입니다. 가장 늦게 하지만 가장 성공적으로 미래예측에 접근한 분야는 바로 사회과학의 미래학(futurology)입니다.

 

 미래학은 철저하게 과거와 현재를 연구해서 이를 바탕으로 비교적 단기간의 미래 사회를 예측하려는 학문입니다. 이같은 미래학이 주목받고 있는 까닭은 그만큼 우리의 현재가 불안하다는 반증입니다. 전세계적으로 경제적 위기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우리가 가장 알고 싶어하는 것은 아마도 미래의 경제상황일 것입니다. 그런 세태를 반영하듯 이번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된 책은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입니다. 세계적 경제예측가 해리 덴트가 말하는 세계 경제의 청사진은 과연 어떠한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생활 주기로 보는 세계경제의 미래

 

사람들에겐 사실상 자연발생적인 '생활 주기'가 있다 우리는 삶의 매단계들을 거치면서 각기 다른 필요와 욕구, 능력을 갖게 된다. 때로는 저축이 훌륭한 결정이고 때로는 지출이 스스로에게 최선이 되며 때로는 부모의 돈을 쓰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것이 바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환경 변화에 따른 소비 성향의 변화다. 이러한 소비 성향의 변화야말로 전통 경제학이 놓치고 있는 것이며 케인스학파 경제학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이다. -p.54에서

 

 위의 단락에 나타나 있듯이 저자가 경제 현상의 원인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은 세대별 인구규모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금의 경제위기는 바로 '베이비 부머'-1946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세대들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이들이 소비에서 저축으로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들 세대를 양육하기 위해서 거대한 복지예산이 쓰이면서 민간부분과 공공부문에서 막대한 부채가 쌓였고, 경제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인위적인 부양정책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거대한 위기가 도래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미래 또한 그리 밝지는 않다고 합니다. 저자는 해외의존도가 높은 만큼 2014년 2015년 초 즈음에 코스피 지수가 950포인트로 떨어질 것이며, 부동산 가격은 43~57퍼센트까지 감소하며, 부채로 인한 구조조정이 불어닥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인구를 중심으로 한 저자의 이론은 쉽고 간결하게 경제상황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통계자료를 통한 이론의 증명은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신뢰감을 줍니다. 하지만 다른 여타 경제이론과 마찬가지로  생활 주기가 전세계의 경제상황을 완벽하게 설명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책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부의 양극화 현상입니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미국 상위 1%의 부는 중간층의 288배에 이른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부의 양극화로 국민들의 구매력이 떨어지면 경제위기가 발생한다고 정치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는 그의 저서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에서 주장한 바 있습니다.

 

 

세계 경제의 봄은 찾아올 것인가?

 

 문제는 어떻게 어두운 미래에 대처하느냐는 것입니다. 저자는 경제 주기상 겨울에 해당하는 지금 되도록이면 개인은 고정적인 수입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저축에 집중하고,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라고 조언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 전략을 취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기에 호황기를 위한 투자 또한 게을리하지 말라고 합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불황기가 끝나면 반드시 호황기가 도래한다고 저자는 우리에게 희망을 전합니다. 특히 저자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세계 각국에서 독재정권을 몰아낼 만큼 놀라운 위력을 보여준 네트워크 기술입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우리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2013년에 들려오는 우리나라와 주변국들의 정세를 보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보호주의를 넘어서 우경화하려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혁신을 통한 기술의 진보도 결국은 기업 주도로 이루어져 더 큰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정치도, 경제도, 기술도 우리 모두의 행복보다는 점점 부와 권력으로 가기 위한 티켓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우리들이 있습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본 경제 전망은 분명 밝아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우리는 현재를 살아갈 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고, 소통하고, 합의해 나가야하지 않을까요?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소설 『카산드라의 거울』에서 미래를 보는 소녀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분명 미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를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볼 수 없다>일거야.

 

하지만 지금 우리가 미래를 만들겠다면, 그걸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카산드라의 거울 2권 p.45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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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1 09: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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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이라는 착각]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중산층이라는 착각 - 대한민국 양극화 쇼크에 관한 불편한 보고서
조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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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를 바라보는 양극화된 시선

 

 그런데 얼마 전 한비야의 글을 읽으니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청년을 만났더니 꿈이 7급 공무원이라고 해서 한 대 때려줬다는 것이다. 7급 공무원이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수는 있어도 어떻게 그것이 꿈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비야가 하고자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가 바로 다른 사람들의 실패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7급 공무원이 어떻게 꿈이냐고? 이룰 수 없으니까 꿈인 것이다.  -59p.에서

 

  위의 글에서 7급 공무원이 꿈이 될 수 있는냐에 관해서 한비야님과 저자 조준현님의 견해가 차이가 나듯이,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도 상반된 의견이 존재합니다. 보수주의적인 입장에서는 양극화란 무한경쟁의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 어쩔 수 없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개인이 보다 많은 노력을 통해 그에 걸맞는 '스펙'을 쌓아가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사회와 정부는 이런 개인을 뒷받침하면서 공정한 경쟁의 심판 역할만을 수행하면 됩니다.

 

 반면 진보주의적 입장에서 양극화는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가장 큰 폐해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점입니다.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 진보주의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즉, 복지를 통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처럼 양극화는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마저 양극화되어 있는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이 까다로운 문제에 다양한 경제학 서적을 출간해온 저자 조준현님이 신간 『중산층이라는 착각』을 통해서 용감하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양극화, 통계와 신문기사로 분석하다.

 

 표에서 보듯이 지난 2006년 우리나라의 절대적 빈곤율은 시장소득 기준 10.7%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009년에는 12.8%까지 상승했다. 2010년에는 12.1%로 다소 완화됐지만,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10년의 가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절대적 빈곤율은 수치상으로는 조금 더 낮아지지만,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에는 다름이 없다. 최소한의 삶의 기준에도 못 미치는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그만큼 더 많아졌다는뜻이다. -85~86p.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양극화 문제에 맞서는 저자 조준현님의 무기는 바로 통계와 신문기사입니다. 어느 한 쪽의 의견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통계자료와 현시대를 묘사하고 있는 다양한 신문의 기사는 찬반양쪽 어느 사람들이라도 일단은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처음 이 책을 훑어볼 때만 해도 뻔히 아는 문제라고 생각했던 다양한 양극화 문제들에 대해서  제가 단지 수박 겉 핥기식의  인상과 선입견만을 갖고 있었을 뿐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학교현장에 밥 굶는 애 없습니다."라며 무상급식에 반대해 주민투표까지 불사했던 오세훈 전서울시장의 발언처럼 우리는 너무나 많은 정보와 이 정보의 진위를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검색해 본 바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약 49만명의 아동들이 급식지원을 받고 있었으며,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약 110만명의 아동이 급식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합니다.  이 책은 이러한 수고를 대신해  임금, 주택, 의료, 연금, 교육, 문화생활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있습니다.   

 

 

 

양극화,  해법은 과연 있는가?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세추안의 선인』이라는 작품에서 '악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는 악은 선이 떠난 자리에서 온다고 했다. 그렇다면 양극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고용과 임금의 양극화에서 온다. 부와 자산의 양극화에서 온다. 기업과 산업의 양극화에서 온다. 이 모든 대답이 정답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내가 볼 때 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가진 것을 서로 나누면서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사라진 곳에서 온다. -163p.에서

 

 흔히 자연과학에 비해 사회과학은 엄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혹은 문제제기는 있지만, 해답은 없다고도 합니다. 모든 사물이 보편적인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자연계에 비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개성과 행동이 불규칙적으로 존재하는 사회는 분명 까다로운 대상입니다. 양극화에 관한 이 책도 탁월한 문제제기에 비해서 해결책은 평범하기까지 합니다. 저자는 일자리가 아닌 일감을 나누는 워크셰어링과 효율적인 복지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사실 다른 이들의 해답도 정치적 입장과 표현의 차이만이 존재할 뿐, 그 해결책은 대동소이합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해답을 내놓은 이의 진심이 아닐까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B급 좌파 김규항의 글(어떤 사람들은 한없이 사나운 얼굴로 말한다. '세상이 바뀌려면 사회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한없이 온유한 얼굴로 말한다. '세상이 바뀌려면 내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현명한 사람들은 조용히 말한다. '세상이 바뀌려면 사회구조도 바뀌고 나도 바뀌어야 한다. 둘은 본디 하나다.)이 가슴 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모두의 마음을 모아 우리와 제도를 보다 사람답게 바꾸는 그 날을 꿈꾸어 봅니다. 그것이야말로 자연이 아닌 사회가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아름다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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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1 1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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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
함유근.채승병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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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란 무엇인가?

 

이제 겨우 고등학생인 딸이 출산용품 광고 메일을 받자 남자는 매장을 찾아가 강하게 항의한다. 점장도 마케팅팀의 실수라 생각하고 사과한다. 하지만 얼마 후 그동안 딸이 임신 사실을 숨겨온 것이 밝혀지고...... 여기서 우리가 궁긍해해야만 하는 것은 후일담이 아니라 도대체 부모도 모르고 있던 사실을 어떻게 알고 광고 메일을 보낼 수 있었는가이다. 월마트에 이어 미국 할인유통업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타깃은 수많은 고객의 구매 이력을 분석해 임산부가 보이는 특이 패턴을 찾아내는 예측 모형을 가동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은 그 예측 모형에 의해 빚어진 실제 사례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빅데이터 시대의 단면'이다. 

- 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 뒷표지에서 

 

 마치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이야기지만, 실제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인 위의 이야기는 빅데이터가 얼마나 놀라운 기술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정보화 시대라는 말에 걸맞게 우리는 수많은 정보에 둘러쌓여 생활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는 문명이 시작되면서 2003년까지 인류가 쌓아올린 데이터가 5엑사바이트 수준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에도 그만한 양의 데이터까 쏟아져 나온다니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좁은 의미로 이처럼 거대한 규모 안에 다양성을 갖춘 자료가 빠른 속도로 생성-유통 -소비되는 것을 빅데이터라고 정의합니다. 넓은 의미로는 자료와 떼어놓을 수 없는 요소들을 고려해,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관리와 분셕이 매우 어려운 데이터 집합, 그리고 이를 관리 분석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과 조직 및 관련 기술까지 포용하는 용어로 말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냐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통계학을 전공하고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함유근님과 물리학 박사이자 연구원인 채승병님의 인도를 따라 빅데이터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빅데이터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저자들은 이 책의 제목처럼 빅데이터가 경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책의 2부에서 저자는 크게 4가지로 빅데이터의 강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새로운 차원의 생산성 향상입니다.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인력과 물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합니다.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tion - IC칩과 무선을 통해 식품, 동물, 사물 등 다양한 개체의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차세대 인식 기술) 태그를 책에 부착해서 업무 효율을 50%나 높인 홍콩 대학 도서관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발견'에 의한 문제 해결입니다.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일상 생활에서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질병이나 자연재해에 대비하고, 고객의 요구보다 보다 빠르고 맞춤화된 서비스로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의사결정의 과학화와 자동화입니다.  저자들은 빅데이터의 진정한 의미는 '커다란 지혜'를 얻는 데 있다(180p.에서)고 말합니다. 데이터 속에서 찾은 정보와 지식으로 개인이 지니는 편견과 한계를 뛰어넘어 보다 빠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고객 가치와 비즈니스의 창출입니다. 빅데이터를 통해 기존의 기업들은 보다 업그레이드 된 만족스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신규 사업자들은 차별화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맞춤형 메일로 매출을 신장시킨 화장품 기업 록시땅, 스마트 인형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인 디즈니뿐만 아니라 다양한 빅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생 기업들이 속속 생격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빅데이터는 '세상을 바꿀 지혜의 쓰레기통'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놀라운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빅데이터 기술을 IT강국 한국의 기업이 하루 빨리 받아들여 성장하기를 위한 충고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 책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출판하고, 교수와 연구원인 저자가 집필한 만큼  당연히 CEO를 비롯한 비즈니스맨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부분이 이 책의 강점이자 한계를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빅데이터를 알아야 하는 것은 과연 기업에 국한된 문제일까요?    

 

 

 

빅데이터는 무엇을 할 수 없는가?

 

 우리 앞에 밀어닥친 재정 위기, 기후 변화, 에너지, 환경, 안보, 빈곤 문제 등이 산적해 있는데 왜 하필 빅데이터일까? 이런 글로벌 차원의 난제가 부각될수록, 그 해결을 위해 더욱 광범위한 정보가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폭증하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그 속에서 유용한 정보를 추출해낼 수 있는 기술에 대한 갈증이 더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19p.에서

 

 책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빅데이터는 단순히 기업이 보다 만족스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단순한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보기에는 그 가능성과 필요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대학, NGO, 정부 차원에서 각자에게 필요한 빅데이터 기술을 개발하고 활요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물론 개별적인 노력보다는 서로가 협력해서 기술을 발전시킨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은 책에서 스치듯 언급하고 지나간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활용 자유간의 관계입니다.

 

 20여 년 전에 이미 기업이 모든 것의 정점에 선 미래 사회를 보여준 영화가 있습니다. 순직한 경찰을 (누구의 동의 없이) 사이보그로 만들어 범죄자를 소탕한다는 『로보캅』이라는 작품입니다. 요즘 이 영화의 리메이크가 한창 촬영 중이라고 합니다. 과거 로보캅이 보여준 미래 사회와 현재는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요?  우리는 수차례 포털 사이트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가 해킹을 통해서 유출된 사건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기업의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은 그리 변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사건 후에 뒤늦게 대처하는 정부의  대처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기술은 분명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지만 결코 행복을 주지는 못합니다. 기술은 목적이 아닌 수단임을, 행복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진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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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2 09: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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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루이비통 - 마케터도 모르는 한국인의 소비심리
황상민 지음 / 들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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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 딴따라와 학삐리 사이에서

 

 일찍이 문화평론가 백낙청 교수님은 유홍준 교수를 평가하면서 문필가는 ‘학삐리(학필)’와 ‘딴따라’두 유형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학삐리가 현실을 설명하는 이상적인 이론을 추구하는 학자라면, 딴따라는 딱딱한 이론을 현실 속에서 친근하게 풀어서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하는 예술가입니다. 문제는 제대로 된 학삐리와 딴따라가 드물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추상적인 이론만을 내세우며 탁상공론에 몰두하는 공상가와 대중의 인기에 야합하여 이득을 좇는 사기꾼이 더 많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교수님들이 쓴 대중 교양서를 만날 때마다 설레는 마음보다는 걱정스런 마음으로 책장을 펼치게 됩니다.

 

 

 신간 평가단에 이 책 『대통령과 루이비통』이 선정된 뒤, 저자인 황상민 교수님에 대해서 검색해보았습니다. 검색결과는 황상민 교수님이 딴따라 타입의 문필가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황상민-김연아 사태, 황상민 채널A 대첩, 심리학계의 아이유, 황크라테스, 황반장... 흡사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보여주는 검색어와  동영상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관심사는 그가 '진짜' 딴따라인가 아니면, 시류에 편승하고자 하는 사이비인가로 좁혀졌습니다. 그 해답을 찾고자 보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책을 살펴보았습니다.

 

 

 저의 예상은 이번에도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이 실패는 곧 신선하고 놀라운 세계로의 탐험을 의미하기에, 매번 패배는 금방 잊어버리고 책에 몰두하게 됩니다. 이야말로 진정한 독서의 매력이 아닌가 합니다. 흥미롭게 살펴본 이 책은 분명 쉽고 직설적인 문체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꼬꼬면, 영화 건축학 개론과 같이 생생하고 친근한 사례도 잔뜩 들어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주장하고 있는 바는 종래의 소비자 행동론이나 마케팅 이론, 기업의 전략과는 상반된 파격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판단을 일단 접어두고, 보다 책 속으로 깊게 파고들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보편성과 다양성 사이에서 답을 찾다.

 

 저자 황상민 교수는 기존 경영학에서 가르쳐온 <소비자 행동론>에 대한 비판으로 글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경역학 이론들은 단지 심리학 개론에서 배우는 다양한 개념들에 외국의 사례를 덧붙인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추상적인 개념과 낯선 사례로는 한국 소비자들의 행동이나 심리를 분석하는 일이 어려워 보입니다. 따라서 저자는 소비자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소비행동을 중심으로 한 사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하워드 모스코비츠라는 심리학자입니다. 기업 마케팅에 관한 컨설턴트였던 하워드는 다이어트 콜라의 적당한 당도를 찾는 의뢰를 수행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기존의 통념으로는 통계적 평균인 10% 정도의 당도가 정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이상적인 하나의 콜라맛을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서 하워드는 "완벽한 하나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인간은 언제나 이상적인 최고의 것만을 추구한다는 통념이 깨어지는 순간입니다. 동시에 인간의 마음은 어떤 기준에 의해서 획일적인 순위나 점수로 평가하기보다는, 다양한 심리를 평등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진일보한 진리와 만나게 됩니다. 얼핏보면, 지난 달에 리뷰했던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를 강조했던 소비 본능과 정반대의 입장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황상민 교수는 이러한 다양성이 진화의 과정에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보편적인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 아닌 '다양성의 보편성'을 논하는 그의 주장은  두 개념을 조화롭게 융합하는 한 수 위의 이론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다양한 소비자 심리를 어떻게 읽어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보편적인 심리를 찾고 이해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다양하고 변덕스런 소비자의 심리를 알아내는 일은 지난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해법은 '마음 MRI' 기법입니다. 이 방법은 믿음이나 태도, 생각 같은 심리적인 부분이 유사한 성향의 사람들을 확인하고, 하나로 묶는 방법(154p.에서)입니다. 책의 2부에서 저자는 마음 MRI를 통해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분석합니다. 그 결과 통신 소비자는 억울해형, 실속이용형, 근검절약형, 똑소리형, 팔랑귀형, 모바일쉐비형으로 나누어짐을 알아냅니다. 이를 통해 보다 효과적인 요금 고지서의 디자인을 제시합니다. 소비자 심리의 다양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마음 MRI의 유용성을 입증하는 실질적인 증거입니다.  

 

 

 

디지털과 명품 사이에서...

 

 저자 황상민 교수의 최종 목적은 "한국인의 행복한 삶 찾기"(저자 소개에서)라고 합니다. 이 책은 그 목표를 위해서 3부에서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유형의 소비자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분석"(217p.에서)합니다. 디지털과 명품이야말로 한국인의 소비 심리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아이템이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를 통해 살펴본 "한국인의 가치는 이중적이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입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마음에는 대세를 따르며 조직에 순응하는 회사인간(디지털 컨서버티브)과 창의적인 능력으로 새로운 것에 몰입하는 디지털괴짜(네오르네상스)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비 유형 역시 명품을 통해 남과 다른 차별화를 추구하는 마음과 명품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라는 두 가지 마음이 혼합되어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중적인 가치는 우리에게 불행의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자신의 모습과 실제로 마음이 바라는 것이 다른데 행복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속물 근성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자신의 속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한 후 가치를 정립하고, 사회와 문화를 바로 안다면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막연하게 짐작하고 있던 자신의 소비 심리를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이중적인 태도로 소비하며 불만족을 느끼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소비심리를 제대로 알고 좀 더 행복해졌으면 합니다.

 

 끝으로 앞서 말했던 황상민 교수는 과연 학삐리인지 딴따라인지를 밝히고자 합니다. 이 책은 디지털 라이프와 명품을 통해 한국인의 소비 심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목은 대통령과 루이비통보다는 '아이폰과 루이비통'이 더 어울릴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다가오는 대선을 의식해서인지 제목에도 '대통령'을 넣었고, 내용에서는 소비처럼 선택 행위라는 이유로 굳이 '선거'를 다루고 있습니다. 책의 명품 소비자 유형에 따르면 과시형이나 자아 표출형의 모습이 보이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황상민 교수님을 "딴따라의 문장에 학삐리의 생각"을 지닌 학자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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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2 09: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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