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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루이비통 - 마케터도 모르는 한국인의 소비심리
황상민 지음 / 들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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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 딴따라와 학삐리 사이에서

 

 일찍이 문화평론가 백낙청 교수님은 유홍준 교수를 평가하면서 문필가는 ‘학삐리(학필)’와 ‘딴따라’두 유형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학삐리가 현실을 설명하는 이상적인 이론을 추구하는 학자라면, 딴따라는 딱딱한 이론을 현실 속에서 친근하게 풀어서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하는 예술가입니다. 문제는 제대로 된 학삐리와 딴따라가 드물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추상적인 이론만을 내세우며 탁상공론에 몰두하는 공상가와 대중의 인기에 야합하여 이득을 좇는 사기꾼이 더 많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교수님들이 쓴 대중 교양서를 만날 때마다 설레는 마음보다는 걱정스런 마음으로 책장을 펼치게 됩니다.

 

 

 신간 평가단에 이 책 『대통령과 루이비통』이 선정된 뒤, 저자인 황상민 교수님에 대해서 검색해보았습니다. 검색결과는 황상민 교수님이 딴따라 타입의 문필가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황상민-김연아 사태, 황상민 채널A 대첩, 심리학계의 아이유, 황크라테스, 황반장... 흡사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보여주는 검색어와  동영상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관심사는 그가 '진짜' 딴따라인가 아니면, 시류에 편승하고자 하는 사이비인가로 좁혀졌습니다. 그 해답을 찾고자 보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책을 살펴보았습니다.

 

 

 저의 예상은 이번에도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이 실패는 곧 신선하고 놀라운 세계로의 탐험을 의미하기에, 매번 패배는 금방 잊어버리고 책에 몰두하게 됩니다. 이야말로 진정한 독서의 매력이 아닌가 합니다. 흥미롭게 살펴본 이 책은 분명 쉽고 직설적인 문체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꼬꼬면, 영화 건축학 개론과 같이 생생하고 친근한 사례도 잔뜩 들어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주장하고 있는 바는 종래의 소비자 행동론이나 마케팅 이론, 기업의 전략과는 상반된 파격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판단을 일단 접어두고, 보다 책 속으로 깊게 파고들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보편성과 다양성 사이에서 답을 찾다.

 

 저자 황상민 교수는 기존 경영학에서 가르쳐온 <소비자 행동론>에 대한 비판으로 글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경역학 이론들은 단지 심리학 개론에서 배우는 다양한 개념들에 외국의 사례를 덧붙인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추상적인 개념과 낯선 사례로는 한국 소비자들의 행동이나 심리를 분석하는 일이 어려워 보입니다. 따라서 저자는 소비자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소비행동을 중심으로 한 사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하워드 모스코비츠라는 심리학자입니다. 기업 마케팅에 관한 컨설턴트였던 하워드는 다이어트 콜라의 적당한 당도를 찾는 의뢰를 수행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기존의 통념으로는 통계적 평균인 10% 정도의 당도가 정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이상적인 하나의 콜라맛을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서 하워드는 "완벽한 하나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인간은 언제나 이상적인 최고의 것만을 추구한다는 통념이 깨어지는 순간입니다. 동시에 인간의 마음은 어떤 기준에 의해서 획일적인 순위나 점수로 평가하기보다는, 다양한 심리를 평등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진일보한 진리와 만나게 됩니다. 얼핏보면, 지난 달에 리뷰했던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를 강조했던 소비 본능과 정반대의 입장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황상민 교수는 이러한 다양성이 진화의 과정에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보편적인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 아닌 '다양성의 보편성'을 논하는 그의 주장은  두 개념을 조화롭게 융합하는 한 수 위의 이론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다양한 소비자 심리를 어떻게 읽어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보편적인 심리를 찾고 이해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다양하고 변덕스런 소비자의 심리를 알아내는 일은 지난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해법은 '마음 MRI' 기법입니다. 이 방법은 믿음이나 태도, 생각 같은 심리적인 부분이 유사한 성향의 사람들을 확인하고, 하나로 묶는 방법(154p.에서)입니다. 책의 2부에서 저자는 마음 MRI를 통해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분석합니다. 그 결과 통신 소비자는 억울해형, 실속이용형, 근검절약형, 똑소리형, 팔랑귀형, 모바일쉐비형으로 나누어짐을 알아냅니다. 이를 통해 보다 효과적인 요금 고지서의 디자인을 제시합니다. 소비자 심리의 다양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마음 MRI의 유용성을 입증하는 실질적인 증거입니다.  

 

 

 

디지털과 명품 사이에서...

 

 저자 황상민 교수의 최종 목적은 "한국인의 행복한 삶 찾기"(저자 소개에서)라고 합니다. 이 책은 그 목표를 위해서 3부에서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유형의 소비자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분석"(217p.에서)합니다. 디지털과 명품이야말로 한국인의 소비 심리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아이템이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를 통해 살펴본 "한국인의 가치는 이중적이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입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마음에는 대세를 따르며 조직에 순응하는 회사인간(디지털 컨서버티브)과 창의적인 능력으로 새로운 것에 몰입하는 디지털괴짜(네오르네상스)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비 유형 역시 명품을 통해 남과 다른 차별화를 추구하는 마음과 명품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라는 두 가지 마음이 혼합되어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중적인 가치는 우리에게 불행의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자신의 모습과 실제로 마음이 바라는 것이 다른데 행복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속물 근성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자신의 속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한 후 가치를 정립하고, 사회와 문화를 바로 안다면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막연하게 짐작하고 있던 자신의 소비 심리를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이중적인 태도로 소비하며 불만족을 느끼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소비심리를 제대로 알고 좀 더 행복해졌으면 합니다.

 

 끝으로 앞서 말했던 황상민 교수는 과연 학삐리인지 딴따라인지를 밝히고자 합니다. 이 책은 디지털 라이프와 명품을 통해 한국인의 소비 심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목은 대통령과 루이비통보다는 '아이폰과 루이비통'이 더 어울릴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다가오는 대선을 의식해서인지 제목에도 '대통령'을 넣었고, 내용에서는 소비처럼 선택 행위라는 이유로 굳이 '선거'를 다루고 있습니다. 책의 명품 소비자 유형에 따르면 과시형이나 자아 표출형의 모습이 보이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황상민 교수님을 "딴따라의 문장에 학삐리의 생각"을 지닌 학자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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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2 09: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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