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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
해리 S. 덴트 & 로드니 존슨 지음, 권성희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궁극의 호기심; 미래예측
동물과 인간의 다른 점 중의 하나는 바로 호기심입니다. 호기심이란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입니다. 동물은 본능에 따라 일정한 패턴대로 살아가기에 호기심이 생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성을 지니고 있기에 호기심을 통해서 지식을 쌓고, 문명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런 호기심의 가장 정점을 꼽자면 아마도 미래에 대한 호기심이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미래예측은 점술(占術)이나 신탁(神託)처럼 비이성적인 측면이 강했습니다. 그 뒤로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미래에 관심은 가진 것은 자연과학과 SF소설 분야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통해서 시간여행이 불가능함을 입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임머신'을 비롯한 수많은 소설과 이를 영상화한 작품들이 여전히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이 얼마나 커다란 것인지 나타내주는 사례입니다. 가장 늦게 하지만 가장 성공적으로 미래예측에 접근한 분야는 바로 사회과학의 미래학(futurology)입니다.
미래학은 철저하게 과거와 현재를 연구해서 이를 바탕으로 비교적 단기간의 미래 사회를 예측하려는 학문입니다. 이같은 미래학이 주목받고 있는 까닭은 그만큼 우리의 현재가 불안하다는 반증입니다. 전세계적으로 경제적 위기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우리가 가장 알고 싶어하는 것은 아마도 미래의 경제상황일 것입니다. 그런 세태를 반영하듯 이번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된 책은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입니다. 세계적 경제예측가 해리 덴트가 말하는 세계 경제의 청사진은 과연 어떠한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들에겐 사실상 자연발생적인 '생활 주기'가 있다 우리는 삶의 매단계들을 거치면서 각기 다른 필요와 욕구, 능력을 갖게 된다. 때로는 저축이 훌륭한 결정이고 때로는 지출이 스스로에게 최선이 되며 때로는 부모의 돈을 쓰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것이 바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환경 변화에 따른 소비 성향의 변화다. 이러한 소비 성향의 변화야말로 전통 경제학이 놓치고 있는 것이며 케인스학파 경제학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이다. -p.54에서
위의 단락에 나타나 있듯이 저자가 경제 현상의 원인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은 세대별 인구규모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금의 경제위기는 바로 '베이비 부머'-1946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세대들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이들이 소비에서 저축으로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들 세대를 양육하기 위해서 거대한 복지예산이 쓰이면서 민간부분과 공공부문에서 막대한 부채가 쌓였고, 경제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인위적인 부양정책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거대한 위기가 도래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미래 또한 그리 밝지는 않다고 합니다. 저자는 해외의존도가 높은 만큼 2014년 2015년 초 즈음에 코스피 지수가 950포인트로 떨어질 것이며, 부동산 가격은 43~57퍼센트까지 감소하며, 부채로 인한 구조조정이 불어닥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인구를 중심으로 한 저자의 이론은 쉽고 간결하게 경제상황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통계자료를 통한 이론의 증명은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신뢰감을 줍니다. 하지만 다른 여타 경제이론과 마찬가지로 생활 주기가 전세계의 경제상황을 완벽하게 설명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책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부의 양극화 현상입니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미국 상위 1%의 부는 중간층의 288배에 이른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부의 양극화로 국민들의 구매력이 떨어지면 경제위기가 발생한다고 정치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는 그의 저서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에서 주장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어두운 미래에 대처하느냐는 것입니다. 저자는 경제 주기상 겨울에 해당하는 지금 되도록이면 개인은 고정적인 수입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저축에 집중하고,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라고 조언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 전략을 취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기에 호황기를 위한 투자 또한 게을리하지 말라고 합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불황기가 끝나면 반드시 호황기가 도래한다고 저자는 우리에게 희망을 전합니다. 특히 저자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세계 각국에서 독재정권을 몰아낼 만큼 놀라운 위력을 보여준 네트워크 기술입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우리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2013년에 들려오는 우리나라와 주변국들의 정세를 보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보호주의를 넘어서 우경화하려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혁신을 통한 기술의 진보도 결국은 기업 주도로 이루어져 더 큰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정치도, 경제도, 기술도 우리 모두의 행복보다는 점점 부와 권력으로 가기 위한 티켓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우리들이 있습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본 경제 전망은 분명 밝아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우리는 현재를 살아갈 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고, 소통하고, 합의해 나가야하지 않을까요?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소설 『카산드라의 거울』에서 미래를 보는 소녀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분명 미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를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볼 수 없다>일거야.
하지만 지금 우리가 미래를 만들겠다면, 그걸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카산드라의 거울 2권 p.45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