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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의 탄생 - 알렉산더 해밀턴과 앨버트 갤러틴의 경제 리더십
토머스 K. 맥크로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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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그것도 경제사라니...


'국가'라는 개념조차 확립되지 않았던 독립 직후의 미국, 

두 이민자는 어떻게 미국 경제의 토대를 구축하였나?

알렉산더 해밀턴과 앨버트 갤러틴, 두 재무부장관의 생애를 통해 미국 금융이 탄생하는 역사적 현장을 만난다!


-뒤표지에서


 우스갯소리로 여자들이 싫어하는 주제는 군대와 축구이고,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는 바로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유달리 역사와 경제에 약하다보니, 경제사를 가장 싫어했습니다. 학창시절 역사는 외워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창고였고, 경제는 간단한 원리로 복잡한 사고를 주문하는 까다로운 손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편견은 명사와 명저를 만나면서 조금씩 쌓여가는 지혜에 허물어져 갔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어렵기는 하지만 그 유용성을 부인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음식이나 취미같은 소소한 분야를 다룬 흥미로운 미시사 관련 책들을 통해서 조금씩 역사에 대한 재미를 붙여가는 중입니다.


 그래도 이번에 만나게 된 『미국 금융의 탄생』은 처음부터 버거운 주제이자 분량으로 다가왔습니다. 2012년 11월 타계한 퓰리처상 수상작가 토머스 K. 맥크로의 최후의 역작인 이 책은 여전히 저에게는 까다로운 주제인 '경제사'를 정면에서 다룬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민자의 신분으로  재무부장관을 맡아 재정에 관한 체제와 제도를 다루고 발전시켜 나간 알렉산더 해밀턴과 앨버트 갤러틴이 있습니다. 역사나 경제에 식견을 갖추지 못한 저로서는 다소 낯선 인물이었고, 그래서 두려움과 호기심이 교차하는 심정이었습니다.  비록 생소하지만 미국과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두 거인의 발자취를 지금부터 따라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닮은 듯 다른 해밀턴과 갤러틴


 해밀턴과 갤러틴은 정치적으로 적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부모가 없는 고아가 되었다. 10대에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나중에는 뉴욕 명문가의 딸과 결혼했다. 눈부신 지성의 소유자였으며, 숫자와 셈에 특히 빨랐고, 특이할 정도로 탁월한 행정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p.253에서


  미국 건국 초기 재무부 장관을 지냈던 해밀턴과 갤러틴이 가졌던 공통점은 바로 그들이 이민자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저자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출신이나 배경이 미약했던 그들은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보았고, 금융과 행정 능력에 걸맞는 위치에 올라 그 수완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해밀턴과 갤런틴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서 정반대라로 말해도 좋을 정도로 다른 방향으로 제각각 능력을 발휘합니다. 연방주의자로 통합을 강조했던 해밀턴은 신용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미합중국은행을 설립하고, 농업과 수입에 치우친 경제상황에서 2차산업인 제조업의 활성화를 꾀했습니다. 반면에 자율성을 주장했던 공화주의자인 갤러틴은 국토확장과 개발에 힘을 실었고, 공공지 매각을 통해 부채를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책을 통해 나타난 해밀턴과 갤러틴의 삶 또한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5년간의 재임기간 이후, 결투로 47세에 사망한 해밀턴의 짧았던 삶은 자신의 이상을 (비록 엄청난 시련을 이겨내야했지만)성공적으로 이룬 반면, 13년간의 재임기간 이후 88세까지 장수한 갤러틴은 빛나는 성공만큼이나 자신의 신념이 깨어지는 좌절과 실패 또한 맛보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언뜻 보면 저자가 갤러틴에 더 후한 점수를 주는 듯한 착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오류와 비난에서 벗어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해밀턴과 갤런틴이 썼던 편지와 보고서를 그 증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두 인물들을 둘러싸고 있던 정치, 경제, 외교적 상황과 그들의 상관인 워싱턴, 제퍼슨, 애머슨 대통령과의 관계를 통해서 그 당시 상황을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려내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줄기는 금융이고, 그 뿌리는 신용이다.


 신용은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에 놓여있다. 신용은 보다 나은 물질적 미래에 대한 믿음에 의존한다. ...(중략) 은행은 미래에 돌려받을 것을 기대하며 자기가 가지고 있던 돈을 빌려주되, 원금을 회수할 때까지 정기적으로 이자를 지급받는다. ...(중략) 그러므로 자본주의의 요체는 미래에 대한 강력한 심리적 지향이다. 그리고 이 지향은 자본주의 체제가 신용에 속속들이 의존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는 비록 많은 결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여태까지 개발한 것 가운데 가장 생산적인 경제 체제임이 밝혀졌다.


-p.486~487에서

 

 이 책의 원제는 The founders and finance입니다. 번역하면 '미국의 건국자들과 그들의 재정정책'쯤이 적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원제야말로 '미국 금융의 탄생'이라는 제목보다 더 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민자의 신분으로 토지보다는 금융을 통해 산업을 발전시키려 했던 이는 해밀턴이었습니다. 반면에 갤러틴은 국토를 개발해서 균형적인 발전을 꾀하려 했고, 부채감축과 예산 축소에 더 집중했습니다. 따라서 책의 내용은 금융이라는 제목으로 묶기보다는 더 큰 범위인 국가 재정 전반을 다룬 것으로 이해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는 금융이 이 책에서 갖고 있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자가 해밀턴과 갤러틴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미국)자본주의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금융이며, 그 금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개인간, 조직간, 국가간의 신용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경제는 그 근본인 신용조차 잊은 채 맹목적인 이윤추구가 세계적인 대세가 된 지 오래입니다. 바로 이 점이 아마도 저자가 건국 초기의 해밀턴과 갤러틴을 다시 이 세계에 일깨운 이유일 것입니다.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하는 것은 분명 자본주의의 강점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조건이 바로 서로간의 신용임을 다시 한 번 되새겨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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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4-02-24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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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퀘스천]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원 퀘스천 One Question - 내 인생을 바꾸는 한 가지 질문
켄 콜먼 지음, 김정한 옮김 / 홍익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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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힘? 


 대부분의 서양 철학사 책은 탈레스를 서양철학의 아버지라고 기술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탈레스를 그리스의 최초의 철학자요, 과학자라고 칭한다. 19세기 철학자 니체도 “그리스 철학은 물이 만물의 기원이요 자궁이라는 명제로 시작한다.”고 말함으로써 탈레스가 서양 철학의 출발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버트런드 러셀도 자신의 저서 [서양 철학사]에서 서양 철학은 탈레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슨 이유로 탈레스에게 그런 영예로운 호칭을 부여한 것일까?


출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88&contents_id=1676


 인용한 글에서처럼 탈레스를 비롯한 그리스 철학자들은 만물의 근원으로 여러 가지를 주장했습니다. 탈레스는 물을,  헤라클레이토스는 불을,  엠페도클레스는 4원소설을 주장했습니다.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우습기 짝이 없는 주장입니다. 책을 아주 좋아하거나,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 초등학교 학생도 원자의 존재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수 천년이 지난 지금 이들을 우리가 잊지 않고 있는 것은 그들의 해답이 아니라 질문에 있습니다. 그들이 바로 "앎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근본적 질문에 합리적 대답을 구하려 했던 최초의 시도"(출처 동일)를 행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우리는 질문하는 법을 잊고 살아갑니다. 열린 교육을 지향한지는 한참이 지났고, 협업과 창의력은 이제 식상한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그 중심에 있어야 할 '질문'의 존재는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런 현실에서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원 퀘스천 One Question』입니다. 보통의 자기계발서들이 우리 인생의 해답에 집중하고 있는데 반하여, 이 책은 반대로 질문에 강조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질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책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질문의 배경 → 작가의 질문과 명사의 해답  해설의 구성이 흥미롭다.


 그러면서 우리는 인생이란 것을 무수한 대답들이 가득하기는 하지만, 무거운 자물쇠로 잠긴 보물 상자로 보기 시작한다. 삶의 가장 위대하고 가장 도움이 되는 대답을 열어 줄 열쇠는 바로 '질문'이라는 사실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눈을 닫고, 귀를 닫고, 입까지 닫은 채 살고 있다. 


-p.283에서 


 책은 36개의 질문을 12개로 나누어 현재를 있게 한 요소, 성공을 위해 극복해야 할 실패, 내일을 향한 도전이라는 3장으로 나누어 엮었습니다. 각 질문들은 그 질문을 갖게 된 저자의 경험담을 시작으로 질문을 받은 명사의 대답, 그 대답에 대한 저자의 해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질문의 배경을 소개함으로써 호기심을 유발하고, 그 질문에 걸맞는 명사의 명쾌한 해답이 우리의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줍니다. 마지막 저자의 해설은 디저트처럼 달콤한 마무리를 선사합니다. 게다가 본문에늣 수록되지 못한 명사의 짤막한 인터뷰와 원문을 수록한 QR 코드가 보물처럼 숨겨져 있어 즐거움을 줍니다.    


 자기계발을 위한 질문과 해답이 외에도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36명 이상의 명사를 비롯한 생생한 인물들입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이는 소비자가 한 켤레의 신발을 구입하면 한 켤레의 신발을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탐스 슈즈의  CEO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베트남전에서 혹독한 포로생활을 견뎌낸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존 매케인, 베스트셀러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의 저자 앤디 앤드루스 등 입니다. 반면에 안타까운 인물로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교육자 미셸 리입니다. 강도 높은 개혁으로 교육 환경과 성적을 향상시켰다는 그녀는 우리에게 장애물에 원칙을 갖고 맞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교육감으로 재직하던 시절 있었던 광범위한 성적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질문을 위해 작가는 부단히도 노력했나 보다.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면서, '켄 콜먼과 함께 하는 한 가지 질문'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들어졌다. 몆 주 후, 이 아이디어는 좀 더 발전되어 첫 번째 아이템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갔다. ...(중략) 인터뷰 횟수가 증가하고 콘텐츠가 계속 만들어지면서, 이 프로젝트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읽고 있는 한 권의 책으로 발전했다. 


-p.130에서


 책의 의도와는 다르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질문이나 명사가 아닌 바로 저자입니다. 가난한 형편에도 사망한 친구 부부의 딸을 1년 반 동안 돌봐줄 만큼 인정 많은 부모님과 함께 한 어린 시절의 다양한 경험이나 인생을 통해 만나온 각양각색인 주변사람들의 일화는 생생한 사실감을 책에 불어넣어 줍니다. 가장 극적인 것은 무능하다고 방송국에 잘린 진행자라는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삼은 저자의 의지와 실천입니다. 해고당한 자신의 처지와 같은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전문가에게 가장 적절한  ‘단 하나의 질문(One Question)'을 던져 조언을 구한 이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팟캐스트’ 1위에 뽑혔고, 방송국의 정규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 사회는 질문의 중요성은 잘 알지만, 그 누구도 질문하지 않고 질문도 받지 않는 모습이 일상화된지 오래입니다. 저자의 주장처럼 제대로 된 질문은 핵심을 짚고, 숨겨져 있던 진실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만큼 공허한 외침은 없을 듯 합니다. 왜냐하면 치열하게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질문은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당당하게 명사들 앞에서 ‘단 하나의 질문(One Question)'을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자신의 원칙에 충실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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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4-02-24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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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상상하라 - 핵심을 꿰뚫는 탁월한 현실감각은 어디서 오는가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 지음, 장세현 옮김 / 어크로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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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vs. 구루


 멘토(Mentor)란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 선생의 의미로 쓰이는 말"입니다.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우리사회에 자리잡은 신조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요? 서툴게나마 짐작해본다면, 조언을 구하는 자들은 지금까지 받아온 상담상대나 스승으로부터 효과적인 대답을 얻지 못했다는 실망감을 갖고 있을 터입니다. 반대로 조언을 주려는 이들은 기존의 지도자나 선생님과는 차별적인 지위와 신선함을 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멘토입니다.


 서양도 이런 현상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합니다. 그들은 멘토나 컨설턴트 같은 단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이 구루(Guru)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구루란  원래 "힌두교, 불교, 시크교 및 기타 종교에서 일컫는 스승으로 자아를 터득한 신성한 교육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비즈니스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이 단어를 가져와서는 마치 능력이 극에 달해 신비감마저 선사하는 '현자'라는 이미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경영의 3대 구루로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 마이클 포터를 꼽는 식으로 말입니다. 동양은 서양의 언어로, 서양은 동양의 언어로 포지셔닝하려는 노력이 묘한 기분을 들게 합니다.


 이번에 리뷰하게 될 『현실을 상상하라』는 비즈니스계의 새로운 멘토 혹은 구루로 떠오르고 있는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의 신작입니다. 저자는 옥스퍼드 올 소울스 컬리지(Oxford All Souls College)에서 7년 연속 우등생 장학금을 받았으며, 철학과 문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강의를 하던 철학자 로버트는 1998년부터 강단을 떠나 다양한 기업에  컨설팅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우리에게 친숙한 알랭 드 보통과 시민교육기관인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 London)을 설립하고,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럼 철학자로 시작해 컨설턴트로도 입지를 굳힌 경영 구루의 강의를 경청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철학자, 전략을 파하다.


미국 비누공장에서, 포장기계의 오작동으로 가끔씩 비누가 안 들어간 빈케이스가 발생함. 경영진이 외부 컨설팅을 받아서 X-Ray 투시기를 포장공정에 추가 하기로 결정함. 컨설팅비: 10만불, X-Ray기계: 50만불, 인건비: 매년 5만불 


그런데...

X-Ray 투시기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몇 개월간 갑자기 불량률이 제로가 되버린거임. 원인을 알아보니 최근에 새로 입사한 라인 직원이 집에서 선풍기를 가져와 빈케이스를 다 날려보내고 있었음. 선풍기 : 50불

출처: http://bd105.blog.me/10181605756


 저자는 "적군과 실제로 맞닥뜨리는 순간 모든 전략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격언으로 책을 시작합니다. 본인이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면서도 과감하게 전략 무용론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대신에 그가 강조하는 것은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를 위해서는 판에 박힌 전략적 질문을 넘어서서, 현실을 탐색할 수 있는 질문과 해답을 얻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런 방식은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연상하게 하는 방식과 구성입니다. 경영서로서는 색다른 방식이지만, 저자가 원래 철학자 출신임을 상기한다면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기도 합니다. 


 책은 모두 48개의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질문들은 다시 12개씩 묶어서 4개의 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거시적인 큰 그림(세계라는 현실)속에서 시작한 질문은 시장, 당신의 조직을 거쳐서 당시의 머리속이이라는 미시적인 존재로 점점 좁혀가며 핵심을 파고듭니다. 심오한 질문 다음에는 저자의 풍부한 컨설팅 경험에 근거한 사례가 뒤를 잇습니다. 질문마다 종종 등장하는 집필 장소가 전세계를 아우르는 것처럼, 책의 사례는 저자의 유년기에서부터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를 종횡무진하며 생생한 현실감을 불어넣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가던 저는 저자의 과한 친절(?)에 오히려 눈쌀을 찌푸려야 했습니다.



문제와 해답을 동시에 실어놓은 점이 아쉽다.


 흔히 수학 실력을 기르기 위해서 가장 금기시하는 일은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바로 해답을 보는 일입니다.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자신의 실력을 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저자의 기막힌 질문과 절묘한 사례 다음에 곧바로 저자의 생각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것도 중요한 부분에 색으로 강조까지 해가면서 곧바로 해답을 알 수 있는  친절을 베풀고 있습니다. 덕분에 질문과 사례를 음미하고 사고하기도 전에, 너무나 쉽고 빨리 해답과 만나게 됩니다. 대신에 독자들이 직접 자신의 생각을 적을 수 있는 공간과 심사숙고 후에 해답을 볼 수 있는 편집이 아쉽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저자의 참신한 주장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오해를 불러일킬 수 있습니다. 비현실적인 전략을 비판하고, 현실에 기반한 질문을 통해서 새로운 해답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바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자의 경험과 고민해서 나온 해답 또한 식상한 잔소리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침없이 자신이 담고 있는 비즈니스 세계와 컨설팅 분야를 비판하고 현실적인 비전을 제시하려는 저자의 시도에는 거듭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진정 말하고 싶었던 것은 진정한 컨설팅이 비즈니스에 활력을 불어넣는 '현실'이 아닐까 합니다.


회사의 기계가 고장나서 자체 해결을 못해 전문 수리공을 초빙했다.

수리공은 이리저리 몇시간을 살펴보다가 망치질 한 번을 했더니,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회사에서는 수리공이 제출한 견적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1900년대 초에 물가수준으로는 거금인 200달러가 적혀있었던 것이다.

놀란 회사에서 상세한 수리 내역을 적어달라고 요청했더니.....

내역서에는

   1.망치질: 5달러

   2.망치로 칠 곳을 찾는 일: 195달러

   3.합계: 200달러


출처: http://me2.do/IxtXiz7S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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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4-01-23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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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의 비즈니스는 침대에서 시작된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유대인의 비즈니스는 침대에서 시작된다 - 1% 부자들의 탈무드 실천법
테시마 유로 지음, 한양심 옮김 / 가디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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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읽었던 탈무드와 재회하다.  


 70~8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작가들의 인터뷰나 에세이를 읽다보면, 심심찮게 반복되는 고백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의 문학적 호기심과 소양을 키운 것은 바로 '세계문학전집'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뒤를 이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그들이 나이를 먹고, 작가적 역량을 키워나가면서 필연적으로 '세계문학전집'이 원본이 아닌 아동을 위해 축약되고, 편집된 내용이라는 사실을 알고 실망감을 넘어서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다는 점입니다. 저 또한 어린시절 보았던 애니메이션이 사실은 일본 애니메이션이거나 이를 표절한 작품이라는 사실에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고자 최근에는 나름 원전에 충실한 완역본이 속속 출간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만나게 될 책인『유대인의 비즈니스는 침대에서 시작된다』 또한 우리가 어린 시절 동화로 읽었던 탈무드가 아닌 원전에 기반한 책이라 감회가 남다릅니다.   


 이 책이 기반으로 삼고 있는 것은 탈무드 중에서도 6부의 구성과 5,894쪽이라는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유대의 법전인 『미쉬나(Mishinah)』입니다. 미쉬나를 먼저 소개하고, 이를 유대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현대에 맞게 해석하여 풀이해 줍니다. 그리고 소개한 내용에 걸맞는 적절한 예화를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예화 부분이 바로 우리가 어린 시절 '탈무드'라고 믿고 읽었던 부분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상당 부분 알고 있거나, 혹은 잊고 있었지만 다시 되살릴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이 외에도 각 장의 마지막에 성공한 유대인의 실화나, 유대인의 성공철학을 담고 있는 금언을 잘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는 점 또한 주목할 부분입니다.


 반면에 주의해야 할 점 또한 분명 존재합니다. 이 책의 원서는 1998년에 출간된 『Yudaya Talmud Business(유대인 탈무드 비즈니스)』입니다. 그리고 그 원서를 2001년에 번역 출판한 『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라』의 개정증보판이 이 책『유대인의 비즈니스는 침대에서 시작된다』입니다. 즉, 책이 출간된지 약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작가인지, 번역자의 노력인지는 몰라도) 성공한 유대인으로서 책머리에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과 페이스북 CEO 주커버그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다루고 있는 인물은 클린턴 정부의 엘런 그리스펀, 로버트 루빈, 아서 레빗과 같이 이제는 조금 시대에 뒤떨어진(?) 인물들이 많습니다. 그럼 이 책의 출간 시기를 감안해서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탈무드에서 잃어버린 상도(商道)를 발견하다.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장은 유대인의 금전, 창업, 신용, 계약에 관한 철학을 다루고 마지막장에서 이 모든 것에 우선하며, 모든 것의 근본인 지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들 내용을 살펴보면 약간은 실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가슴 떨리는 감동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지키려하지 않는 이상(理想)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가슴에 와 닿았던 내용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부자는 가난한 자의 것을 착취하여 생활해서는 안 되며, 가난한 사람 또한 땀을 흘리지 않고 남에게 빌리거나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 -p.44에서


비즈니스의 기본은 정직이다. 그것도 상도(商道)의 근본이며, 정직으로 일관하는 것은 상인의 의무이기도 하다. -p.74에서


자유는 리스크에 대한 보상이지 방종이 아니다. ...(중략) 그러나 시장 경쟁이 무법(無法)의 경쟁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의 경쟁이란 시장의 질서와 소비자의 이익이 균형을 이룸으로써 성립되는 경쟁인 것이다. -p.88에서

 

정직한 '품질과 가격'이 신용이다. -p.108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리고 과오의 의도 여부를 막론하고 과오는 과오인 것이며, 반드시 과오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p.135에서


생활이 궁핍하여 물건을 팔아야 한다면 금, 보석, 집, 토지의 순서로 팔아라. 마지막까지 팔아서는 안 되는 것은 책이다. -p.206에서


 사실 이러한 원칙들이 유대인만의 특별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상업 또한 원칙과 규칙이 없이는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도 자본주의 성립 이전부터 전통적인 상도(商道)가 분명 존재했습니다. 다만 우리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잊었거나, 아니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입니다. 작가 최인호님이 그의 소설 『상도』를 통해 부활시킨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은 "장사란 이문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함이다"란 말을 남겼고, 12대 300여년 동안 부를 모아온 경주 최부잣집의 가훈에는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 없게 하여라."라는 말이 전해져 옵니다. 모두 신용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말로 지금에 와서 곱씹어도 진한 향기가 풍겨나옵니다.

  


너는 이상주의자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저는 신간평가단 활동을 통해서 책을 리뷰하면서, 항상 책을 통해서 현실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왔습니다. 그런 시도는 항상 남들도 다 알고 있는 정답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서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제 생각과 글솜씨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밋밋한 해답에 분명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니, 오늘날 우리 사회의 주류는 바로 지독한 현실주의자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의 순진한 생각이 결코 헛된 공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 현실주의적 생각의 가장 극단으로 들 수 있는 사례는 몇 년 전 제기되었던 영어를 모국어로 삼자는 영어공용화론입니다. 이 주장에 대한 반론으로 가장 적합한 사례는 바로 유대인일 것입니다. 국토도, 국가도 없이 수천 년을 떠돌았어도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지킨 그들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반증입니다. 반대로 영어를 공용어로 쓰면서도 후진국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국가는 넘쳐납니다. 단기의 이익만을 좇고, 품질과 신용을 뒷전으로 미뤄둔 결과는 참담합니다. 질소를 사면 과자를 덤으로 준다는 반쯤은 농담과 반쯤은 허탈함이 우리의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습니다. 이 리뷰를 올리는 주말은 금융권의 개인정보 유출로 국민들의 불안감과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있습니다. 


 순간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들의 말은 달콤합니다. 논리 또한 그럴 듯 합니다. 이를 외면하면 뒤쳐질 것 같은 조바심이 자꾸 빠른 선택을 강요합니다. 그래서 더욱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순리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입니다. 그 지혜는 오직 지혜를 담고 있는 책과 지혜로운 사람에게서만 배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런 지혜를 담고 있는 탈무드의 한 구절을 적어봅니다. "예를 들자면 달걀값이 올라 양계장을 시작했다고 치세. 그런데 큰 비가 계속되어 홍수가 나서 닭이 전부 물에 빠져 죽고 말았네. 투기를 잘하는 사람은 그것을 예상하고 오리를 사육한다네."-p.85에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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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4-01-23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인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티프래질]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안티프래질 -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안세민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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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부모님은 베이루트에서 가장 큰 서점의 계좌를 갖고 계셨다. 그래서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아무런 제한 없이 가져와서 읽을 수 있었다. 도서관의 서고와 학교에서 가르치는 제한적인 지식 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중략) 열 세 살 무렵에 독서 일지를 쓰기 시작해 1주일에 30시간에서 60시간씩 책으 읽으려 했고, 오랫동안 이런 습관을 유지해 왔다.

-p.378~379

 

 올 한 해 제가 손꼽아 개봉하기를 기다렸던 영화는 바로 새롭게 시작하는 슈퍼맨 시리즈인 '맨 오브 스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흥행 성적이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보다 영 떨어지지만, 원조 슈퍼 히어로로서의 인기는 전세계적으로 여전합니다. 너무나 강력한 능력을 지니고 정의를 위해서 싸우기에 슈퍼맨은 종종 종교적 메시아로서 해석되기도 하며, 이것이 바로 사람들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적되곤 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문화학자들은 슈퍼맨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외계행성에서 지구로 와서 미국을 위해 헌신하는 슈퍼맨의 모습은 다양한 이유로 미국으로 이민 와서 자수성가한 이민자들을 상징하며, 이것이 바로 그토록 오랜 세월 슈퍼맨이 사랑 받는 이유라는 이론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이번에 리뷰하게 될 책 『안티프래질』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이 시대의 슈퍼맨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바논에서 태어난 그는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하고  파리 제9대학에서 금융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월가의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하다 2006년 철학 에세이스트로 전향해,  금융위기를 예측한 전작 『블랙 스완』(2007)으로 전 세계 언론의 찬사와 혹평을 동시에 받으며 ‘월가의 이단아’, ‘월가의 현자’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부와 명예, 학식에 이르기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모습니다. 저자의 프로필만으로 얼어붙었던 저는 실제 책을 받아보고는 786페이지에 7권으로 된 구성, 용어설명과 부록에 주와 참고문헌으로 첨부된 어마어마한 두께에 압도당했습니다. 마치 자신을 패배시킨 것에 면역력을 가져서 점점 더 강해지는 괴물 둠스데이 앞에 선 슈퍼맨(그는 결국 둠스데이에게 그만...)의 심정으로 책과 정면승부를 펼쳐보았습니다.

 

 

둠스데이를 상대하는 법

 

 게다가 에세이는 교과서와 상극이다. 에세이에는 더욱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탐구와 함께 자전적인 성찰과 비유가 혼합되어 있다. 나는 리스크와 관련된 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서 확률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 ...(중략) 따라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가 불확실성이라는 주제를 다루기에는 이상적인 형태라고 생각한다.

 

-서문 p.39에서  

 

 이 책은 저자의 의도에 의해서 7권의 책을 합쳐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각 권이 진화, 정치, 경영, 윤리, 철학과 같은 분야에서 '안티 프래질'에 대한 에세이 형식으로 쓰여져 있습니다. 이 각 권의 내용들이 다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거대한 개념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만큼 읽어내기가 만만치는 않습니다. 처음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은 머리 속에 '프래질'과 '안티프래질'이라는 단어만 수백번 반복한 느낌 밖에는 아무 것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첫 번째 패배를 인정하고, 두 번째부터는 철저한 준비와 체계적인 공략을 통해서 차근차근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책을 먼저 읽은 경험자의 입장에서 조언하자면,  이 책을 읽어내는 첫 번째 비결은 '용어'에 대한 이해와 숙지가 준비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선 책의 제목이자 주제인 '안티프래질'은 충격을 받으면 깨어지기 쉬운 특성을 나타내는 '프래질'과는 반대로 오히려 더 강해지는 특징으로 저자가 창안한 개념입니다. 이 외에도 거의 원어를 한글로 옮겨놓은 듯한 다양한 용어들이 등장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책 말미에 용어설명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덮어놓고 내용으로 돌진하기보다는 용어에 대한 이해가 우선입니다. 그 다음에는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는 서문과 각 권의 제목들을 살펴보길 권합니다. 책에 대한 대략적인 모습이 그려지고, 그 후에 책을 읽어나간다면 한결 수월하고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입니다.       

 

 

안티프래질은 사상인가, 현상인가?

 

 나는 우리가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길을 갈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시스템을 수정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안하려고 한다. 그러나 단순함을 이루어내는 것이 그렇게 단순한 일은 아니다. ..(중략) 아랍인들도 이런 생각을 다음과 같은 통렬한 문장으로 포현했다. 그것을 이해하려면 실력이 없어도 된다. 그것을 글로 쓰려면 정복해야 한다.

 

-서문 p.27에서

 

 이 책이 학술적인 논문으로 확장되기 보다는 보다 많은 이들이 읽히기를 바란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의도가 그리 성공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방대한 분량과 저자 자신이 일반인은 보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복잡한 기술적 내용(심지어 관련 종사자를 위해서 번역자는 일부러 부록을 원문 그대로 실었다고 합니다.)때문입니다. 덕분에 저는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안티프래질이 과연 자연적인 혹은 사회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저자가 우리에게 주문하는 새로운 사상인지조차도 고민해야 했습니다. 저의 소견으로는 책에 삽입되어 있는 예화인 토니와 네로의 이야기를 우화 형식으로 한 권의 책으로 묶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출간하고, 기술적인 내용은 논문의 형식으로 발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봅니다.

 

 책의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2013년 12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필요한 책일지도 모릅니다.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철도 민영화를 비롯한 민영화 이슈, 안녕하십니까 대자보를 둘러싼 찬반양론, 장기간 대치하고 있는 여당과 야당, 불안한 북한 정세에 이르기까지 프래질을 넘어선  '슈퍼프래질'(충격을 받으면 자신만 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전염시켜 연쇄적인 파국을 일으키는 현상을 묘사한 말로 제가 만들어 보았습니다)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해법으로 이 책이 제안하는 바벨전략(이원적인 전략으로서 하나는 안전하고 다른 하나는 위험한 두 개의 극단을 조합한다. 일원적인 전략보다 더 강건하며, 때로 안티프래질로 가기 위한 필요조건이 되기도 한다.)이 매우 현실적인 타협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을 제안하고, 수용하고, 거부하는 집단이 누구인지를 살펴봄으로써 누가 프래질이고 누가 안티프래질인지를 우리는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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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12-22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서평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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