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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비즈니스는 침대에서 시작된다 - 1% 부자들의 탈무드 실천법
테시마 유로 지음, 한양심 옮김 / 가디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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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읽었던 탈무드와 재회하다.  


 70~8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작가들의 인터뷰나 에세이를 읽다보면, 심심찮게 반복되는 고백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의 문학적 호기심과 소양을 키운 것은 바로 '세계문학전집'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뒤를 이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그들이 나이를 먹고, 작가적 역량을 키워나가면서 필연적으로 '세계문학전집'이 원본이 아닌 아동을 위해 축약되고, 편집된 내용이라는 사실을 알고 실망감을 넘어서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다는 점입니다. 저 또한 어린시절 보았던 애니메이션이 사실은 일본 애니메이션이거나 이를 표절한 작품이라는 사실에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고자 최근에는 나름 원전에 충실한 완역본이 속속 출간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만나게 될 책인『유대인의 비즈니스는 침대에서 시작된다』 또한 우리가 어린 시절 동화로 읽었던 탈무드가 아닌 원전에 기반한 책이라 감회가 남다릅니다.   


 이 책이 기반으로 삼고 있는 것은 탈무드 중에서도 6부의 구성과 5,894쪽이라는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유대의 법전인 『미쉬나(Mishinah)』입니다. 미쉬나를 먼저 소개하고, 이를 유대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현대에 맞게 해석하여 풀이해 줍니다. 그리고 소개한 내용에 걸맞는 적절한 예화를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예화 부분이 바로 우리가 어린 시절 '탈무드'라고 믿고 읽었던 부분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상당 부분 알고 있거나, 혹은 잊고 있었지만 다시 되살릴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이 외에도 각 장의 마지막에 성공한 유대인의 실화나, 유대인의 성공철학을 담고 있는 금언을 잘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는 점 또한 주목할 부분입니다.


 반면에 주의해야 할 점 또한 분명 존재합니다. 이 책의 원서는 1998년에 출간된 『Yudaya Talmud Business(유대인 탈무드 비즈니스)』입니다. 그리고 그 원서를 2001년에 번역 출판한 『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라』의 개정증보판이 이 책『유대인의 비즈니스는 침대에서 시작된다』입니다. 즉, 책이 출간된지 약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작가인지, 번역자의 노력인지는 몰라도) 성공한 유대인으로서 책머리에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과 페이스북 CEO 주커버그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다루고 있는 인물은 클린턴 정부의 엘런 그리스펀, 로버트 루빈, 아서 레빗과 같이 이제는 조금 시대에 뒤떨어진(?) 인물들이 많습니다. 그럼 이 책의 출간 시기를 감안해서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탈무드에서 잃어버린 상도(商道)를 발견하다.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장은 유대인의 금전, 창업, 신용, 계약에 관한 철학을 다루고 마지막장에서 이 모든 것에 우선하며, 모든 것의 근본인 지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들 내용을 살펴보면 약간은 실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가슴 떨리는 감동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지키려하지 않는 이상(理想)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가슴에 와 닿았던 내용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부자는 가난한 자의 것을 착취하여 생활해서는 안 되며, 가난한 사람 또한 땀을 흘리지 않고 남에게 빌리거나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 -p.44에서


비즈니스의 기본은 정직이다. 그것도 상도(商道)의 근본이며, 정직으로 일관하는 것은 상인의 의무이기도 하다. -p.74에서


자유는 리스크에 대한 보상이지 방종이 아니다. ...(중략) 그러나 시장 경쟁이 무법(無法)의 경쟁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의 경쟁이란 시장의 질서와 소비자의 이익이 균형을 이룸으로써 성립되는 경쟁인 것이다. -p.88에서

 

정직한 '품질과 가격'이 신용이다. -p.108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리고 과오의 의도 여부를 막론하고 과오는 과오인 것이며, 반드시 과오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p.135에서


생활이 궁핍하여 물건을 팔아야 한다면 금, 보석, 집, 토지의 순서로 팔아라. 마지막까지 팔아서는 안 되는 것은 책이다. -p.206에서


 사실 이러한 원칙들이 유대인만의 특별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상업 또한 원칙과 규칙이 없이는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도 자본주의 성립 이전부터 전통적인 상도(商道)가 분명 존재했습니다. 다만 우리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잊었거나, 아니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입니다. 작가 최인호님이 그의 소설 『상도』를 통해 부활시킨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은 "장사란 이문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함이다"란 말을 남겼고, 12대 300여년 동안 부를 모아온 경주 최부잣집의 가훈에는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 없게 하여라."라는 말이 전해져 옵니다. 모두 신용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말로 지금에 와서 곱씹어도 진한 향기가 풍겨나옵니다.

  


너는 이상주의자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저는 신간평가단 활동을 통해서 책을 리뷰하면서, 항상 책을 통해서 현실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왔습니다. 그런 시도는 항상 남들도 다 알고 있는 정답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서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제 생각과 글솜씨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밋밋한 해답에 분명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니, 오늘날 우리 사회의 주류는 바로 지독한 현실주의자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의 순진한 생각이 결코 헛된 공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 현실주의적 생각의 가장 극단으로 들 수 있는 사례는 몇 년 전 제기되었던 영어를 모국어로 삼자는 영어공용화론입니다. 이 주장에 대한 반론으로 가장 적합한 사례는 바로 유대인일 것입니다. 국토도, 국가도 없이 수천 년을 떠돌았어도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지킨 그들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반증입니다. 반대로 영어를 공용어로 쓰면서도 후진국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국가는 넘쳐납니다. 단기의 이익만을 좇고, 품질과 신용을 뒷전으로 미뤄둔 결과는 참담합니다. 질소를 사면 과자를 덤으로 준다는 반쯤은 농담과 반쯤은 허탈함이 우리의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습니다. 이 리뷰를 올리는 주말은 금융권의 개인정보 유출로 국민들의 불안감과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있습니다. 


 순간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들의 말은 달콤합니다. 논리 또한 그럴 듯 합니다. 이를 외면하면 뒤쳐질 것 같은 조바심이 자꾸 빠른 선택을 강요합니다. 그래서 더욱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순리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입니다. 그 지혜는 오직 지혜를 담고 있는 책과 지혜로운 사람에게서만 배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런 지혜를 담고 있는 탈무드의 한 구절을 적어봅니다. "예를 들자면 달걀값이 올라 양계장을 시작했다고 치세. 그런데 큰 비가 계속되어 홍수가 나서 닭이 전부 물에 빠져 죽고 말았네. 투기를 잘하는 사람은 그것을 예상하고 오리를 사육한다네."-p.85에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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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4-01-23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인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