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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Book 관련 서평 기사 쓰는 사람 중에 J일보 김아무개씨 아들, 모 광일 기자의 서평은 내가 전혀 신뢰하지 않는 글 중에 하나이다. 도대체가 “엄청 재밌습니다”,”재미없으면 책값 물어드리죠” 같은 거의 광고성 서평에 속아 몇번이나 책을 사서 읽어봤지만 다들 내게는 신통치 않는 책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http://blog.aladin.co.kr/yahkle/690988 ).
아마 이책도 다락방님이나 마노아님 같은 알라딘분들의 열광적인 호평을 보지 못했다면 절대로 읽었을 리 없는 소설이다(왜냐하면 책의 띠지에 김아무개씨 아들 모 광일 기자의 “올해 읽은 소설 중에 제일 재미있었습니다.진짭니다” 라는 전혀 믿음 안가는 글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기자기하고 조금은 간지러운듯하면서도 애틋하면서 재미있었다. 하지만 조금은 서글펐다. 아, 서글펐다는 얘기는 소설 내용이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고 그냥 읽고 난 후의 내 기분이 그랬다는 것이니까 오해말기를.
아무도 안 믿어 주겠지만 나도 한때는 이 책의 레오 같은 남자였다(돌 던지지 마시오!!! -_-;;). 알라딘이나 다른 블로그에서 댓글 한줄을 달아도 성의껏 달았고, 메일답변이나 짤막한 편지, 그리고 전화통화도 가능한 한 재밌고 받는 사람 기분이 유쾌하도록 노력했었다. 그덕에 나도 나름 에미와 같은 여자들로부터 야릇한 메일이나 비밀댓글도 가끔씩 받았던 기억이 난다(심지어는 알라딘에서도 흐흐…). 그런데….
다른 남자들도 다들 그런지 몰라도 그나마 조금 있던 이런 유머감각이나 이성들에 대한 재치있는 말주변 같은 게 결혼후에는 불과 2년만에 눈녹듯이 사라져버렸다. 딴 여자들에 대한 관심이 없어져서 그런건지 말투도 좀 무뚝뚝해진 것 같고(물론 여자들에 대해서만. 남자들끼리의 술좌석에선 여전하다), 유머감각도 거의 일부러 발휘안한다( 그 상황에 딱 알맞은 유머들이 떠올라도). 일에 너무 지친 탓일까? 원래 가정이 생기면 그런걸까?
하여간 소설은 무척 재밌었지만 읽으면서 내게도 총각시절 조금이나마 있던,하지만 이제는 별로 남아있지 않는 이런 레오 같은 친절과 유머감각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약간은 서글픈 독서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이 책의 후속편이라는 ‘일곱번째 파도’는 아직 읽기를 망설이고 있다. 레오와 에미의 그 이후가 너무나 궁금하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