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볼루셔너리 로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6
리처드 예이츠 지음, 이삼출 옮김 / 민음사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리처드 예이츠. 1926년생 미국 남자. 뉴욕주 연커스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부모가 이혼하고 여러 마을을 전전하며 여러 후견인 아래에서 컸다. 작중 주인공 휠러 부부 가운데 아내 에이프릴처럼. 26년생이라 1945년경에는 당시 기준으로 전쟁하기 딱 좋은 열여덟~아홉 살이 되어 대 독일 마지막 춘계 대공세에 투입되고, 전쟁이 끝난 후 1년 더 유럽에 주둔했다가 1946년에 돌아왔다. 이건 또 작품 속 남편 프랭크 휠러의 경험과 같다.

  예이츠는 영국 유명 배우의 딸 실라 브라이언트와 결혼해 잘 먹고 잘 살다가 딸 둘을 낳고 1959년에 이혼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주인공 부부는 결혼해서 딸과 아들을 낳고 살다 컬럼비아 대학을 나온 프랭크는 뉴욕의 알아주는 극예술대학을 졸업한 아내 에이프릴과 사는 동안 가끔 격렬하게 싸움을 하다가 불행한 파국을 맞는다. 아마 이혼을 하고나서 아니면 이혼 즈음에 이 책을 쓰기 시작한 것 같다. 독자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주인공 부부의 갈등이 실감난다.

  나는 하필이면, 그런 줄도 모르고 이 책을 읽을 때 잉게보르크 바흐만이 쓴 <말리나>를 함께 읽기 시작했다. <말리나>는 한 20년 전에 사놓고 읽다가 포기, 한 번 더 읽다가 포기해서 지금 세번째 도전하는 중이다. 오직 읽기에 집중하느라 집에서 메모하지 않고 글자, 단어, 절, 문장 하나씩 해체해가며 읽고 있다. 근데 이 책/작가와 비교하면 세상에나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같은 1926년생인데.

  예이츠는 승전국과 물산이 넘쳐나는 시절에 동물원 산보하듯 중산층 속물들의 사는 모습을 까발린 반면에 보르크는 패전국 오스트리아 빈 사람들의 우울한 사람 관계를 붓질하고 있었다. 그래서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더 재미있게 읽은 것일 지도.


  당시, 그러니까 1950년대 미국의 전형적인 중산층 사회는, 남자는 밖에 나가 일을 해 돈을 벌어오고, 여자는 집에서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는 형태였다. 이런 중산 계급이 몰려 사는 곳, 1955년의 코네티컷 주 서쪽에 있는 ‘로럴’이라는 동네. 이곳에 사람들이 뜻을 모아 아마추어 극단인 “로럴 극단”을 만들어 첫 공연으로 로버트 셔우드의 <화석 숲>을 올리기로 하고 주1회 연습에 돌입했다. 아마추어라도 대충 즐기려는 보통의 아마추어가 아니라 상당한 자금을 지원받아 정말 극 다운 극을 공연해보겠다는 의지로 뭉친 극단이어서 뉴욕에서 그래도 이름이 있는 연출자를 초빙했다. 암만해도 처음 해보는 연극이라 버벅거리던 배우들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결국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에 시달렸다. 이게 이 극단, 첫 공연의 기본적인 문제점이었다.

  하여 단원들은 주 1회였던 연습을 2회, 3회, 급기야 4회 이상으로 늘렸지만 상황은 여간해 좋아지지 않아 배우들은 자신들이 실패하리라는 사실만 거듭 확인할 뿐이었다. 서로 미안해하는 서먹한 눈인사를 나누면서. 어쨌거나 드디어 공연 전날 드레스 리허설을 했다. 그런데 웬일? 공연 복장을 갖추어서 그런지 연극 자체의 흐름에 올라타 분위기가 제대로 유지되는 거였다. 마치 배우들이 영혼을 다 쏟아 부었달까 싶을 정도. 이 이상을 어찌 더 바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꽉 차올랐다. 리허설이 끝나고 연출이 말했다.

  “솔직히 저는 많은 걸 바라지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포기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오늘 밤 여기 무대 위에서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여러분이 처음으로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아주 깊이 깨달은 것입니다. 내일 밤에도 이렇게 합시다. 그럼 우린 아주 기막힌 공연을 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이 장면을 읽으면서 로버트 셔우드가 썼다는 <화석 숲>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 희곡이 어떤 내용인 줄 알아야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런데 셔우드의 희곡작품은 원서밖에 없었다. 이런.

  그러나 다음날 밤. 공연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제일 중요한 건 남자 주인공을 할 배우가 급성 대장염에 걸려 도저히 공연을 할 수 없는 상태라서 다시 차 타고 집에 갔다는 거. 대역으로 누가 나왔나 하면, 나이들고, 배 나오고, 안경 끼고, 머리 벗겨진 연출가. 관객이 아무리 집중하려 해도 그렇게 되지 못할 인물. 연출과 배우는 또 엄연히 다른 것이라 극을 처음부터 망쳐버렸던 것. 초보 배우들 역시 처음부터 계획이 무너지니 잘 하던 것들도 버벅거릴 수밖에. 극예술대학을 졸업한 에이프릴 휠러도 1막 앞부분에서는 상대역이 바뀌었을지라도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자기 역을 소화했지만 조연급을 비롯해 거의 모든 배우와 스탭들이 엉뚱한 소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헛갈리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연극은, 망했다.

  완전한 실패. 더 실패하려도 실패할 것이 없을 정도의 실패. 하지만 중산층 출신 배우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어.” 극예술대학을 졸업한 에이프릴은 이들과 속내가 다르다. 다를 수밖에. 객석에서 에이프릴의 연기를 지켜보던 남편 프랭크는 무대가 비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배우 대기실에 찾아간다. 서먹서먹. 그래도 남편이니 위로의 한 마디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그냥 내버려둘 것을. “나는 괜찮으니 조금만 나 혼자 내버려둘래? 더 말하지 말고.” 그래도 남편은 좀 미진한 거 같다. 또 종알종알. 너는 잘했어. 다른 배우들이 문제였지. 아 씨, 입 좀 닥쳐주지 않으실래요? 이렇게 본격적인 부부싸움의 순서를 밟는다.


  이 문제 하나가 아니었겠지만 하여간 소설은 연극의 실패와 연극의 주인공이었던 에이프릴의 자존감 상실에서 시작한다. 남편 프랭크는 아버지가 전에 다니던 녹스 사무기기, 아마도 제록스를 염두에 두고 지은 이름인 거 같은데, 녹스 사무기기에 취직하여 당시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할 최강의 미국 회사 답게 출근해 하루 종일 빈둥빈둥거린다. 그래도 3만5천 달러의 연봉을 받고, 뉴욕의 좁은 아파트에서 탈출해 코네티컷 서쪽의 신흥주택가 레볼루셔너리 힐 이스테이트 옆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있는 작고 아름다운 집에 살고 있다. 녹스 사무기기는 자기 두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프랭크와 에이프릴이 원해서 취직하고, 출산한 건 아니었다. 프랭크의 인생에서 그때 이후로 죽 일어난 모든 일은 실제로 자신의 의지와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다. 여느 다른 가장처럼 자신도 책임감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지독하게 따분한 직장에 취직했고, 단정하고 건강한 삶의 중요성에 대한 성숙한 자세를 갖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비싼 중산층 동네로 이사했으며, 첫째 아이가 실수로 낳은 아이가 아니라는 걸 주장하기 위하여 둘째 아이를 낳았다.

  이 동네 사람들이 다 마찬가지일 걸? 내 말이 틀리면 세 명만 나와봐.

  이게 프랭크가 하고 싶은 주장이었겠지.


  하여튼 연극은 엉망진창으로 끝나버렸고, 어린 시절을 여기저기 떠돌며 여러 어른들에게 후원을 받아 자란 에이프릴은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그날도 부부싸움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뉴욕시로 출근하려 차고에서 차를 후진해 경사진 언덕 위 도로까지 몰고가는 남편 프랭크의 후줄근한 모습을 창밖으로 내다본 에이프릴은 생각한다.

  불쌍한 사람. 저렇게 하기 싫은 일을 꾸역꾸역 해야 하는 남자. 가고 싶지 않은 직장에 아침마다 차를 몰고 역까지 가고 거기서 기차로 갈아타고, 또 지하철을 타서 출근해 하루 종일 빈둥거려야 하는 남자. 남편이 짠하다.

  에이프릴은 한 가지를 생각해낸다. 만일 내가 돈을 벌면 어떨까? 남편은 그냥 쉬라고 하지 뭐. 내가 돈을 벌어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만일 그런 게 있다면 말인데, 하라고 하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쉽지 않을 거야. 프랭크가 유럽이라면 환장하게 좋아하니까 이 기회에 영구히 유럽으로,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파리에 가서 살면? 전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미국의 외교관도 있고 문화관도 있으니 거기에는 하다못해 타자수나 속기사가 필요하겠지. 자격증이 있으니 내가 벌면 되지. 우리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자유롭게 사는 거야!

  이게 생각보다 대박이다. 아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대박이다. 그리하여 직장 프론트 아가씨와 바람을 피우고 들어온 프랭크한테 프랑스 이민에 대해 설명하고, 그동안 회사가 재미없어 미칠 지경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엄살을 떨어온 처지라 에이프릴의 제안에 반대할 이유를 대지 못하는 프랭크. 그래서 부부는 이번 가을에는 반드시 파리로 이민을 가겠다고 뜻을 함께 한다. 프랭크는 속으로 미치겠지.

  그러나 하늘은 이 부부와 아이들을 비행기에 태울 마음이 없다. 연극이 끝나고 부부싸움 열라 했지? 그 1차부부대전이 끝나고 화해의 밤을 맞아 이들은 기념으로 한 침대에 올랐는데 에이프릴의 페서리에 문제가 있어서 그만 셋째 아이가 탁! 착상을 해버렸던 거다. 아싸, 됐다! 프랭크가 속으로 이렇게 외쳤을까?

  빼먹으면 아쉬운 등장인물이 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 옆의 작은 집을 소개해준 부동산업자 기빙스 부인의 아들 존 기빙스. MIT를 졸업하고 서부 해안에서 수학을 강의하던 영재인데, 영재에게 자주 보이는 정신병변이 있어 병원에 입원해 있다. 상태가 좀 나아져 의사가 존에게 (부모집은 안 되고) 친한 친지나 이웃의 집에 방문해보기를 권한다. 그래서 이 휠스 부부의 집을 방문해 이들과 불과 몇 분 만에 사태를 파악, 정확하게 문제점까지 딱 말해버리는데, 그게 이 부부의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가는 롤러코스트로 작용한다.

  재미있는 소설. 다만, 에이프릴과 프랭크가 같은 나이의 부부임에도, 프랭크는 아내에게 말을 낮추고, 에이프릴은 남편에게 존칭, 가끔은 극존칭을 쓴다. 다른 부부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세 살이 더 많은 친한 이웃 캠벨 부부도 마찬가지다. 그게 눈에 거슬린다. 1955년에 미국인들이 그렇게 살았다면 뭐 할 말은 없지만.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장 난 영혼
조지 엘리엇 지음, 박희원 옮김, 김선옥 해설 / 아고라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독후감 쓰기 깝깝하네. 다른 이도 아니고 작가가 조지 엘리엇, 여성 가운데 (오정희 빼고) 제일 좋아하는 작가라서 이이의 책이 나왔다는 거 알고는 득달같이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해 첫빠따로 읽었는데, 푸시시… 김이 새 버린 거다. 책 표지부터 자잘한 글씨를 이용해 큰 해골바가지 하나를 그려 놓아 이 책이 저 바다건너 잉글랜드 대표작가인 조지 엘리엇이 쓴 고딕 소설이라는 걸 광고하고 있어, 그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 읽은 다음이라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희망도서 신청할 때부터 이게 뭥미? 했었다. 그래도 거부감은 없었다. 이이가 활동하던 19세기에는 작가의 젠더를 불문하고 고딕 소설 쓰는 게 일종의 붐을 이루었으니 대표적인 작품이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잖아? 내가 좋아하는 엘리자베스 개스켈도 고딕 소설을 썼음에야! 이 전통은 20세기까지 흘러 미국의 국가대표 소설가 이디스 워튼 역시 한 고딕 했고.

  또 하나 엘리엇의 특기라고 하면, 청춘 남녀, 간혹가다 청춘은 아니지만 하여간 남녀가 오진 고생 끝에 그들은 “결혼해서 아들 딸 쑥쑥 낳고 행복하게 살았더래요.”라 아니라, 굴곡을 겪으며 결혼에 도달한 커플이 결혼한 다음에 복닥복닥 부부끼리 갈등을 겪어가며 서로 미워하고 뒤를 밟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고통을 줄 수 있을까, 마치 세기의 원수들이 만나 살을 대고 살아야 하는 것처럼 그려내는 데 관한 한, 진짜 세계 챔피언 아닌가? 하여간 조지 엘리엇, 하면 은근히 속으로 기대하는 게 저절로 생긴다는 말이지. 이제 더는 조지 엘리엇의 작품을 읽을 게 없을 것 같았는데 새롭게 그이의 단행본이 나왔으니 이 아니 기뻤겠느냐고? 아이쿠, 미끼였는 지도 모르고 덥석 물었던 거다.


  <벗겨진 베일>과 <제이컵 형> 단편소설 두 편을 실은 소설집.

  <벗겨진 베일>의 클라이맥스는 죽은 자 가운데 삼일만에…, 아니고 죽은 자 가운데 삼십분 만에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죽음 너머에서 되돌아오는 장면일 것이다. 이런 현상을 우리는, 아니, 내가 뭐라고 부른다고? 그렇다. ㅆㄴㄹ. 이왕 심판하러 그 멀고 먼 길을 돌아왔으면 심판 당해 마땅한 인간 하나 정도는 목이라도 댕거덩 처 죽이고 다시 자빠지든지 뭘 하든지 했어야 좋을 텐데, 그리곤 그만이다. 물론 이렇게 ㅆㄴㄹ이 되도록 일이 꼬이는 게 만든 건(어떻게 꼬였는지는 안 알려드림) 조지 엘리엇의 특기가 십분 발휘되었다고 쳐도 아이고, 이젠 하나도 무섭지 않고, 괴기스럽기는 한데 촌스럽게 괴기스럽고, 그리고 이거야말로 이미 우리나라 모 종교에서 실용신안 특허를 낸 일종의 “피내림”이란 거 아니었을까?

  <제이컵 형>은 고딕 소설의 또다른 전형 가운데 하나인, 약간 기형적인 체구와 완력을 소지한 인물의 등장이 돋보인다. 이 인물이 주인공의 친형인 제이컵. 어깨에 쇠스랑을 짊어지고 다니는 막강한 완력의 소유자. 말 그대로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주먹의 사나이. 기억하시지? 대서양 건너 미국 땅의 카슨 맥컬러스의 작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고딕 소녀. 엄청 키가 크잖아. 열 서너살 밖에 되지 않은 꼬마 아가씨가. 근데 제이컵은 지체장애까지 있어서 천하장사의 몸에 열 살 수준도 되지 않은 지능밖에 없어 사탕 같은 단 것을 좋아하고, 형제 중에서도 제과 수업을 받은 데이비드를 제일 좋아하는데, 아뿔싸, 데이비드로 말하자면 나중에 쫌스러운 사기꾼이 될 예정이다. 여기서 제이컵이 맡은 배역은 당연히 데이비드 포에서 에드워드 프릴리로 성공적으로 변신해 자그마한 출세가 눈 앞에 닥쳤을 때 다정하게 나타나 깽판을 치는 역할. 뭐 재미는 있지만 스타일이 좀, 조금 오래 전 스타일이라 별로 즐겁지도 않다.

  뭐 그렇다는 거다. 여러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최고의 평점을 매겼으니 유독 이 책이 나하고 맞지 않을 뿐일 확률이 높다. 괜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분들한테 기회를 뺐을 수도 있는 쓸모없는 독후감이 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하여간 나는 2백쪽에 이르는, 각 1백쪽임에도 한 글자도 메모하지 않고 읽은 오랜만의 책이기는 하다.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6-04-24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동안 지루했습니다… 철 지난 이야기 같긴 하죠. ㅎㅎ

별다섯 줄줄이는 아마도 츌판사로부터 공짜로 제공받은 분들 아닐지….🤣

Falstaff 2026-04-25 07:29   좋아요 0 | URL
제가 그래서 지원도서 안 받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 못 할까봐서요. ㅋㅋㅋㅋ
 
부재지주
고바야시 다키지 지음, 황봉모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고바야시의 전작 <게 가공선>을 흥미롭게 읽어서 주저하지 않고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했다가 코피 난 책. 아무리 카프 문학이라 해도 적어도 책을 읽는 재미는 있어야 할 거 아냐?

  이 책은 본문 앞에 있는 작가 소개와 고바야시의 메모, 이렇게 두 개만 읽으면 끝은 아니더라도 바쁜 사람을 위한 “읽은 척”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먼저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대표작가 고바야시 다키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농민 소작 쟁의를 가까이서 취재했다. 소설을 쓴 것이 직접적인 사유가 되어, 다니던 은행에서 해고됐다. 이후 일본 공산당에 가입해, 노동자들의 문화 단체 활동 지도 책임을 맡았다. 1933년 2월 접선 장소에서 체포되어 그날, 고문에 의해 살해됐다. 이 소설을 발표한 지 겨우 3년 남짓, 만 29세 4개월이었다.”


  그리고 작가 스스로 독자에게 이 책을 어떻게 읽었으면 하는 희망사항을 적은 글:


  “이 작품을 ‘신농민 교과서’로서 전국 방방곡곡의 소작인과 빈농에게 바친다. 아라키 마타에몬 이야기나 《나무토 비밀수첩(鳴門秘帖)》이라도 읽는 셈치고, 일하는 짬짬이 아무렇게나 누워서 읽었으면 한다.”


  아라키 마타에몬은 에도 시대 검객이라니까 사무라이 영화 보듯이 하라는 거고, <나무토 비밀수첩>은 대중문학을 개척한 전기傳記소설이란다. 그러니까 가볍게 읽으라는 건데, 독자는 소작인이거나 프롤레타리아 농민이어야 한다. 즉, 이 책은 소작인과 빈농을 위한 의식화 자료라는 뜻이다.

  20세기 초반의 농민운동을 위한 의식화 자료를 21세기 초반의 독자가, 근 백년이 흘렀음에도 재미있게 읽을 수는 없잖아?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하고 별반 다르지 않다. 유효기간 다 된 작품. 재미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6-04-23 09: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게 가공선도 지금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어요. 그 책이 처음나온게 90년대 초반인가? 하여튼 그 때는 또 시대적 분위기라는게 있으니까 엄청 열렬하게 감격하면서 읽었던거 같은데 말이죠. ㅎㅎ

Falstaff 2026-04-23 15:57   좋아요 2 | URL
혹시 바람돌이 님이 가장 아름다웠던 그 시절에 읽으셨던 거 아니었을까요? 뭐든지 순수하게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었던 때. 그 시절에 읽으셨으면 자연스러운 거 아니겠습니까. ㅎㅎ 부럽습니다. (진심입니다.)

잠자냥 2026-04-23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게 가공선은 괜찮지 않습네까! ㅋㅋㅋㅋ
저도 이거 처음엔 그 뜨거움 땜에 별넷 주게 되었는데... 좀 지나니까 별 하나 내리게 되더라고요. 카프 문학이 좀 그렇습죠.

Falstaff 2026-04-23 15:59   좋아요 1 | URL
아휴, 가공선 읽고 놀란 건, 무엇보다 제국주의 일본에 이런 소설도 있다는 것이지? 이런 기분이었습니다. ㅎㅎㅎ 게다가 그쪽 소설답게 문장이 힘도 있고 스토리도 근사하고 말입죠.
근데 이 책은 꽝! 입니다. ㅋㅋㅋ

yamoo 2026-04-23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없을 거 같습니다. 별2개에 공감합니다..ㅎㅎ

Falstaff 2026-04-23 15:59   좋아요 1 | URL
넵! 패스하셔요!!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89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철의 옮김 / 민음사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작품을 읽기 전에 <고리오 영감>과 <잃어버린 환상>을 웬만하면 먼저 읽으시기 바랍니다. 인간극의 다른 작품과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 환상>을 읽자마자 시작하는 게 제일 좋을 듯합니다. 인간극의 많은 작품의 등장인물과 인연이 질기게 전제되어 있거든요.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6-04-22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6-04-22 13:10   좋아요 1 | URL
ㅋㅋㅋ

페넬로페 2026-04-24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환상이 너무 고구마라 읽기 힘들었는데 여기에 뤼시앵 인생의 끝이 들어 있는가요?

Falstaff 2026-04-22 13:26   좋아요 1 | URL
넹. ㅎㅎ 낮술 담에 낮잠 바로 전이라 짧게만.. ^^;;

Falstaff 2026-04-23 04:28   좋아요 2 | URL
뤼시앵 인생의 끝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발자크 필생의 인생극 자체의 마감이랄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렇다면 좀 허무한 결말이겠지만 말씀입니다. 어제 답글은 실례했습니다. ^^;;

잠자냥 2026-04-24 10:06   좋아요 1 | URL
어제 답글이 더 좋았는뎅...ㅋ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6-04-24 11:32   좋아요 1 | URL
폴스타프님!
술과 함께 하는 독서생활!
페이퍼로 꼭 한 번 남겨주십시오
너무 궁금합니다, 제발!

Falstaff 2026-04-24 15:25   좋아요 1 | URL
에구... 술꾼 주정하는 얘기 그걸 어떻게 씁니까. ㅜㅜ

coolcat329 2026-04-22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환상』 샀는데 기대됩니다. 좋은 팁 감사합니다!

Falstaff 2026-04-23 04:25   좋아요 1 | URL
환상부터 얼른 읽어버리세요. 좀 장황해서 탈이지만.... ㅎㅎ

yamoo 2026-04-24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잃어버린 환상을 구매해야 겠습니다! ㅎㅎ

Falstaff 2026-04-24 15:24   좋아요 0 | URL
읽다가 질식하실 수도 있어요. 페넬로페 님도 고구마 많이 잡수셨다잖습니까. ㅋㅋㅋ

그레이스 2026-04-24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은 책 또 읽으려니,,, 생각이 많아져서, 장바구니에만 넣어 놓았습니다.

Falstaff 2026-04-24 15:24   좋아요 1 | URL
읽은 책 다시 읽기가 그거 참 쉽지 않습니다.
 
예수의 아들
데니스 존슨 지음, 박아람 옮김 / 기이프레스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번 희망도서는 전반적으로 망쳤다. 작년에 신청했던 책이 예산 부족으로 올해 이월되어 한 방에 여러 권의 책을 받았는데, 어제 아침에 읽은 데니스 존슨, 어제 저녁 때 읽은 고바야시 다키지는 확실히 망했다. 오늘 쉬고 내일 읽을 조지 엘리엇도 기대 난망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괜히 조지 엘리엇, 조지 엘리엇 하겠어? 조금 기대를 해봄직 하지 않을까? 미치너가 뽑은 영국 최고 소설가 4인방 가운데 한 명이란 이름값을 믿어본다. 4인방이 누구냐고?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조지프 콘래드, 그리고 헨리 제임스. 이번 달에 엘리엇을 읽고 다음 달엔 콘래드를 읽을 예정. 그건 그렇고 누가 헨리 제임스의 <황금잔>을 다시 번역해주지 않으려나…. 

  어째 책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 않고 딴 말만 하고 앉았지? 그렇게 보이지?

  맞다. 읽기는 읽었는데 뭐 도무지 할 얘기가 없네.

  약쟁이들 이야기. 내가 약쟁이 소설을 경원하는 건 아닌데, 모르긴 해도 책방에서 특별히 나를 위한 목록이라고 권하는 리스트를 보고 호기심이 동해 며칠 뜸을 들이다가 도서관에 사달라고 신청한 건 맞는데 책을 받아서 기쁜 마음으로 펼친 순간, 어머, 이게 뭥미? 책이 왜 이래? 설마 로렌스 스턴처럼 등장인물의 사망을 조의하기 위하여 한 페이지를 통째로 검정색으로 도배해 놓은 것을 본받아 검정 무늬만 있는 페이지로 작가가 독자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거 아닐까? 이를테면 약을 코로 들이마시거나, 복용하거나, 수액으로 정맥에 주입하거나 또는 알코올이라는 약한 C2H5OH 용액을 구강을 통해 벌컥벌컥 마신 후의 애매몽롱함 같은 느낌을 구현한 걸까? 만일 그런 것이 아니라면 출판사가 페이지 수를 늘리기 위해 꼼수를 쓴 것뿐이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을 텐데, 설마 그럴 리가.

  그런데 더욱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이런 페이지 같은 하드웨어 이야기로 독후감을 질질 끌고 있는 것도 사실은 책을 읽기는 읽었건만 정작 하고 싶은 말이 하나도 없다는 거다.

  알코올 남용자를 비롯한 약쟁이들의 비교적 순한 이야기들. 저 1940년대 잭 케루악이나 윌리엄 버로스 같은 선배 약쟁이들하고 비교하면 그동안 세월이 많이 독해졌음에도 그래도 순둥이 약쟁이들이 자기 발로 치료소에도 들어가고 뭐 개선해보려고 애도 쓰는 거 같은데, 하여간 어떤 형태의 중독이라도 사고는 피할 수 없는 거니까. 게다가 나 스스로 가운데 중과 약할 약자를 쓰는 중약급 알코올 의존증이 있어 이런 종류의 소설은 읽기가 불편하다. 책 속에 담긴 작품들처럼 극단적으로 짧은 소설도 좋아하지 않는 것도 큰 이유가 되겠지.

  아, 몰라, 몰라. 하여간 다 읽었다. 반나절은커녕 두 시간도 걸리지 않은 거 같은데 무지하게 지루하게 읽었다. 독자를 위해 추천하는 AI를 아직까지는 믿을 수 없군 그래.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6-04-22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희망(도서)에서 절망(도서)으로 나락으로... 망한 도서 목록이네요. ㅋㅋㅋ

잠자냥 2026-04-22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근데 문제의 이 책이 -2026 서울국제도서전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도서-로 꼽혔다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소식 보고... 엥? 심사위원들이 다 약빨았나 싶었습니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참고 링크

https://sibf.kr/62/103

Falstaff 2026-04-22 11:04   좋아요 0 | URL
sibf.kr
흠. 어딘지 알 거 같네요.
거기... sibalfxxk 의 줄임말입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6-04-22 11:23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