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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아들
데니스 존슨 지음, 박아람 옮김 / 기이프레스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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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희망도서는 전반적으로 망쳤다. 작년에 신청했던 책이 예산 부족으로 올해 이월되어 한 방에 여러 권의 책을 받았는데, 어제 아침에 읽은 데니스 존슨, 어제 저녁 때 읽은 고바야시 다키지는 확실히 망했다. 오늘 쉬고 내일 읽을 조지 엘리엇도 기대 난망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괜히 조지 엘리엇, 조지 엘리엇 하겠어? 조금 기대를 해봄직 하지 않을까? 미치너가 뽑은 영국 최고 소설가 4인방 가운데 한 명이란 이름값을 믿어본다. 4인방이 누구냐고?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조지프 콘래드, 그리고 헨리 제임스. 이번 달에 엘리엇을 읽고 다음 달엔 콘래드를 읽을 예정. 그건 그렇고 누가 헨리 제임스의 <황금잔>을 다시 번역해주지 않으려나….
어째 책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 않고 딴 말만 하고 앉았지? 그렇게 보이지?
맞다. 읽기는 읽었는데 뭐 도무지 할 얘기가 없네.
약쟁이들 이야기. 내가 약쟁이 소설을 경원하는 건 아닌데, 모르긴 해도 책방에서 특별히 나를 위한 목록이라고 권하는 리스트를 보고 호기심이 동해 며칠 뜸을 들이다가 도서관에 사달라고 신청한 건 맞는데 책을 받아서 기쁜 마음으로 펼친 순간, 어머, 이게 뭥미? 책이 왜 이래? 설마 로렌스 스턴처럼 등장인물의 사망을 조의하기 위하여 한 페이지를 통째로 검정색으로 도배해 놓은 것을 본받아 검정 무늬만 있는 페이지로 작가가 독자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거 아닐까? 이를테면 약을 코로 들이마시거나, 복용하거나, 수액으로 정맥에 주입하거나 또는 알코올이라는 약한 C2H5OH 용액을 구강을 통해 벌컥벌컥 마신 후의 애매몽롱함 같은 느낌을 구현한 걸까? 만일 그런 것이 아니라면 출판사가 페이지 수를 늘리기 위해 꼼수를 쓴 것뿐이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을 텐데, 설마 그럴 리가.
그런데 더욱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이런 페이지 같은 하드웨어 이야기로 독후감을 질질 끌고 있는 것도 사실은 책을 읽기는 읽었건만 정작 하고 싶은 말이 하나도 없다는 거다.
알코올 남용자를 비롯한 약쟁이들의 비교적 순한 이야기들. 저 1940년대 잭 케루악이나 윌리엄 버로스 같은 선배 약쟁이들하고 비교하면 그동안 세월이 많이 독해졌음에도 그래도 순둥이 약쟁이들이 자기 발로 치료소에도 들어가고 뭐 개선해보려고 애도 쓰는 거 같은데, 하여간 어떤 형태의 중독이라도 사고는 피할 수 없는 거니까. 게다가 나 스스로 가운데 중과 약할 약자를 쓰는 중약급 알코올 의존증이 있어 이런 종류의 소설은 읽기가 불편하다. 책 속에 담긴 작품들처럼 극단적으로 짧은 소설도 좋아하지 않는 것도 큰 이유가 되겠지.
아, 몰라, 몰라. 하여간 다 읽었다. 반나절은커녕 두 시간도 걸리지 않은 거 같은데 무지하게 지루하게 읽었다. 독자를 위해 추천하는 AI를 아직까지는 믿을 수 없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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