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민음사 모던 클래식 29
알레산드로 보파 지음, 이승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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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들어보는 작가. 책을 읽기에 앞서 앞날개에 달린 작가 프로필을 먼저 읽었다. 그랬더니, 확 깨더라.
 1955년 러시아 모스크바 출생. 이탈리아에서 생물학 공부, 2년 동안 동물유전학 연구소에서 일하다가 개구리와 쥐를 흥분시켜 알과 정액을 얻어야 하는 연구실 일에 염증을 느껴 인간 뇌에 관한 공부 다시 시작. “생각에 대한 생각”에 빠져 슬럼프를 겪을 무렵, 갖고 있던 주식이 대박을 쳐 다 때려치우고 11년 동안 휴가 행각. 1년은 미국, 10년은 아시아. 태국에선 보석을 공부하고, 방갈로나 레스토랑도 운영하다 심심해서 친구들에게 엽서를 보냄. 엽서를 받은 한 친구가 좀 더 긴 글을 써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 글쓰기란 사람들을 행복의 절정으로 도달하게 하는 카마수트라처럼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첫 소설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를 집필, 간행. 인간의 동물적 욕망을 희비극적으로 풍자해내며 이탈리아의 천재작가로 떠올랐단다. 천재작가? 하여튼 출판사 광고문 보면 세상에 천재가 한 5분마다 한 명씩은 나오는 거 같다.

 

작가 알레산드로 보파

 책을 살 때 나는, 비스코비츠란 인간을 등장시켜 엉뚱하고 난처한 행각 또는 습관을 관찰해 인간이라기보다 짐승에 가까운 존재라고 결론을 내리는 소설일 것으로 생각했다. 쉽게 말해 별로 기대하지 않고 구입했다는 얘기. 그래도 민음사의 모던 클래식 시리즈로 나온 작품이니 혹시 숨어있는 원석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바람마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
 목차를 보면 프롤로그와 모두 스무 편의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제목이 “요즘 사는 게 어때, 비스코비츠?”, 2장은 “섹스 생각날 때 없니, 비스코비치?” 등등. 흠. 재미있겠군. 하고 드디어 본문을 열면, 1장의 주인공 비스코비츠가 누구, 혹은 무엇인가 하면, ‘겨울잠쥐’다. 다람쥐처럼 생겼으나 야행성인 설치류, 즉 쥐다. 일본 특산종이며 1년에 6개월 동안 동면한단다. 이렇게 생겼다.

 

 

 2장에서의 비스코비츠는? 가끔 섹스 생각이 나는 비스코비츠는? 궁금하시지? 등에 자기 집을 짊어지고 다니는 불완전 자웅동체인 달팽이다. 달팽이는 몸속에 양성을 다 가지고 있지만 여간해선 처녀생식을 하지 않으며, 다른 짝과 만나 상대를 임신시키기 위해 난리를 벌인단다. 이쯤 되면 작가 알레산드로 보파의 십여 년 전 직업, 동물유전학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한 경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겨울잠쥐와 달팽이 말고도 등장하는 동물을 보면 돼지, 꿀벌, 사자, 기생충, 개, 박테리아까지 다양한 비스코비츠들이 있다. 작가는 갖가지 비스코비츠들에게 인격과 사람의 지능을 부여하여 인간이 하고 있는 별의 별 짓을 다 하게 만든다. 성형수술, 채식주의를 고집하는 포식동물, 백만장자 돼지, 독재자 개미 등등.
 근데 재미있느냐고? 글쎄. 기대한 거에 비해서는 별로다. 오히려 작가의 생애가 소설보다 더 재미있고 심지어 질투난다. 갑자기 돈벼락을 맞아,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아시아 구석에 들어가 하고 싶은 농땡이란 농땡이는 다 치면서 살던 광경을 조금 과장을 섞어 버무렸으면 훨씬 더 재미있는 소설이 될 거 같았다. 하긴, 십 몇 년 만에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와 이런 글을 쓰겠다는데 그걸 누가 말려. 그래도 이이가 소위 ‘천재’는 아니잖아? 혹시 모르지 요샌 천재 타이틀도 대형 마트에서 세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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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스토리 민음사 모던 클래식 11
잉고 슐체 지음, 노선정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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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29부로 구성되어 있는 장편. 29부를 모두 조그마하지만 완성된 이야기로 마감했으니 독립된 짧은 이야기로 볼 수 있겠지만, 29부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한 편의 작품이라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리 써놓으면 직접 책을 읽지 않고는 어떤 것을 설명하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실 잉고 슐체의 작품으로 세 번째 책인데 처음에는 주인공 한 명의 시선으로 쓴 서간체 소설 <새로운 인생>, 두 번째가 동서 통일의 와중에서 동쪽에 머물고자 하는 남자와 서쪽에서 빛나는 새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여자 사이의 갈등을 참 맛있게 쓴 <아담과 에블린>이었다. 이 책 <심플 스토리>를 열면서 제발 <아담과 에블린>과 같은 류의 작품이기를 바랐다. 바란 대로 세상일이 되면 그게 인생인가. 잉고 슐체는 이번엔 긴밀히 연결은 됐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누가 누구인지, 이번 등장인물이 몇 번째 출현인지 감도 잡히지 않게 만들어버린다. 독자는 책 옆에다 공책과 펜을 준비하고 각 부의 등장인물과 주요 스토리를 적어가면서 읽는 것이 좋겠으나, 누가 그러라고 가르쳐주지 않은 초독의 경우 책 한 권을 읽기 위해 어찌 그런 것까지 준비를 하겠는가. 하물며 작가 자신이 각 부 제목 아래 자그마한 글씨로 등장인물과 주요 행위를 짧지만 적어둔 바에야.
 예를 들어 1부 “제우스” 편을 보면, 작은 고딕 글씨체로 이렇게 써놓았다.


 “레나테 모이러가 1990년 2월에 관광버스로 여행을 갔던 일을 이야기한다. 결혼 20주년을 맞아 모이러 부부가 난생처음 서쪽 진영으로, 난생처음 이탈리아로 갔던 것이다. 아시시에 도착하기 직전 버스 사고로 승객들이 모두 내려 기다려야 했을 때, 동승자였던 디터 슈베르트가 절망적인 행동을 감행하게 된다. 모두 함께 추억담을 나누고 도시락을 나눠 먹는다.”

 

 주어와 술어만 보면, “레나테 모이러가 이야기한다.” 라고 했다. 그래서 1부는 모이러 여사의 독백으로 이루어진다. 등장인물은? 당연히 레나테 모이라 여사와 에른스트 모이라 선생. 그리고 디터 슈베르트.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덩달아 치안이 불안해짐에 따라 동독인들의 허파와 간도 날이 갈수록 커져간다. 이때 한 여행사에서 이탈리아 여행을 기획하는데, 놀라워라, 아직 동독 여권을 소지하고 이탈리아 비자를 받기가 쉽지 않아, 이들은 버스를 타고 뮌헨에 잠깐 들러 전원이 가짜 여권에 자기 사진을 붙이고 가명으로 국경을 넘어, 베네치아, 피렌체, 아시시를 관광하고 돌아올 계획을 짠다.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한다. 모이라 여사의 경우는 결혼 20주년 기념이니까 한 번 저지를 만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원칙주의자인 남편 에른스트가 이 여행에 동의할 줄은 꿈도 꾸지 않았다. 하지만 1부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디터 슈베르트 선생. 백발이 성성한 중늙은이인데 한쪽에 유리로 만든 의안을 끼고 다니며, 주피터, 혹 산악인이란 별호를 갖고 있다. 버스가 피렌체를 떠나 아시시로 향하던 중, 작은 도시에서 버스가 퍼져버려 저 발 아래로 보이는 아시시에 가지 못하고 눈이 폴폴 내리는 도시에서 멈추게 된다. 이때, 별로 크지도 않고 멋지지도 않은 성당의 5미터 정도 높이 담 돌출부를 딛고 양말만 신은 디터 슈베르트 씨가 바짝 붙어 아슬아슬한 광경을 만들어낸다. 이 사건은 저 뒤에 나올 에피소드에 다시 등장해서, 당시 학교 교장이었던 모이러 씨, 즉 에른스트 모이러가 자신을 해고해버린 일에 앙심을 품고 엉뚱하게도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에서 깽판을 치는 장면으로 밝혀진다.
 책을 한참 넘기면 레나테 모이러 여사의 첫아들이자 에른스트 모이러의 양아들인 마르틴 모이러가 등장한다. 에른스트 모이러 씨는 89년, 90년 해빙의 시기에 기관의 강압에 의해 민주화 운동에 반대하는 글을 신문에 게재하게 이르는데, 나중에 이걸 빌미로 지역에서 완전히 왕따를 당하는 모습이 나오는 반면, 친아버지는 10부에서 1969년 3월 아내와 이혼을 한 후 서독으로 거처와 직장을 옮기고, 심지어 이름도 모이라에서 라인하르트로 바꾸어 박사학위를 취득해 교수를 하다가, 에구머니, 당뇨성 뇌졸중 증상 한방으로 반신불수까지 갔다가 조금씩 회복중인 모습으로 아들을 24년 만에 만나게 된다. 그간 편지왕래가 간혹 있었으며 그때마다 라인하르트 박사께선 아들에게 100마르크 정도를 송금해주고는 했단다.
 이런 식으로 처음 몇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자꾸 자기 복제를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바람에 정신 차리지 않으면 어느 영화의 주인공처럼 화성에 혼자 떨어진 것만큼 황당한 처지로 몰리기 딱 좋다. 그래 위에서 내가 공책과 연필을 옆에 놓고 책을 읽는 것이 좋다고 설레발을 쳤던 거다. 레나테 모이라와 라인하르트 선생 사이의 아들 마르틴 모이러가 친부를 만나던 시기를 계산하면 대략 24년의 시간 격차가 난다. 등장인물도 모이라 가족만 나오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서로 친척, 친구, 이웃, 동창, 직장 등 온갖 형태로 어지러이 섞여 복잡한 구성이 되는데, 책 뒤에 쓰인 역자해설을 보면, 작가 잉고 슐체가 레이먼드 카버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숏컷>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한다. 이런 작품을 흔히 모자이크 기법이라고도 하지 않나? 하여간 모자이크라고 한다면, <심플 라이프>만큼 심플하지 않은 모자이크도 없을 듯하다. 색다른 구성을 소설 양식을 읽고 싶은 독자에게 적극 권할 만하다.
 역시 잉고 슐체다. 처음엔 "잉고 슐체"라는 이름이 멋있어서 읽기 시작했으나, 읽어볼수록 괜찮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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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7-23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 서점에서 만지작 거리다가 결국
사지 못한 책이었네요.

이렇게 재밌는 책이라면 샀어야 했는데...
항상 타이밍은 그렇게 흘러 가네요.

Falstaff 2019-07-24 09:36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인생이지요 뭐.
 
말로센 말로센 1
다니엘 페나크 지음, 진인혜 옮김 / 책세상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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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무맹랑한 잔혹극. 며칠 전, 나는 잔혹한 것이 싫다, 라고 선언한 바 있다. 단, 처음부터 허풍의 옷을 입힌다면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메튜 본이 연출한 영화 <킹스맨>에서 엘가의 위풍당당한 행진곡에 맞춰 사분의사박자로 머리통이 펑펑 터져 날아가는 거 같은 장면. 다니엘 페차크가 쓴 말로센 시리즈도 바로 이 단서조항의 전형이다. 한 번 그대로 옮겨볼까?
 “시트로앵 15의 열쇠구멍에 열쇠를 집어넣으려고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등졌을 때, 그는 차가운 칼날의 공격에 의해 척수가 바로 다섯 번째 경부추골 윗부분까지 절단되는 것을 느꼈다. 형사는 순식간에 팔과 다리를 사용할 수 없었고, 아무런 감각도 느낄 수 없었다. 그리하여 뒤이어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전혀 의식이 없었다. 그는 최후의 일격을 당하고 자기 자동차위 트렁크로 옮겨졌다. 그리고 그 자동차를, 그가 결코 빌려주겠다고 동의하지 않았을 낯선 사람이 다소 난폭하게 운전하고 있었다.” (623쪽)
 위 인용만 읽어보면 왜 이게 허풍의 옷을 입혔다는 것인지 짐작하지 못할 수 있다. 그게 말로센 시리즈의 매력이다.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충만한 농담으로 꽉 차 있어서, 저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더 독한 장면을 묘사를 해 독자로 하여금 잠깐 눈살을 찌푸리게는 하지만, 곧 다시 새로운 농담과 허풍과 어이없음과, 심지어 허탈할 정도의 눈에 빤히 보이는 거짓말까지 아무런 스스럼없이 해대는 바람에 저까짓 잔혹 따위가 어찌 심각하리오, 라고 그저 한 번 픽, 웃을 수 있다. 이런 시리즈는 순서에 크게 상관없이 읽어도 괜찮다. 어차피 킬링타임 용으로 읽히는 걸 막을 수 없으니까. 페나크가 <몸의 일기> 같은 의미 있는 작품을 썼다고 해서 코믹 잔혹극을 쓰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작가는 무죄다. 이 <말로센 말로센>이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그러면 내가 읽은 순서는 2-1-4가 되고, 마지막이자 다섯 번째 <정열의 열매들>을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읽을 것 같으니 세 번째 <기병총 요정들>만 남겨놓았다. 물론 안 읽어도 상관이 없다. 순서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어디서고 읽기를 끝내도 괜찮다는 말과 같다는 말. 근데 <정열의 열매들>은 몇 번 얘기한 적 있던 작가 김운비가 번역을 해서 고르지 않기가 쉽지 않았다. 그것뿐이다. 세 번째 <기병총 요정들>을 읽을까, 말까 지금 궁리중인데, 시리즈에서 딱 하나 남은 거, 올해 안에 읽을 거 같긴 하다. 그러니 이 독후감을 읽으시는 분들께선, 부담 갖지 말고 한 권 정도 시간 죽일 용도로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세상이 언제나 진지하고 근엄한 건 아니니까.
 언제나 사랑이 넘치는 엄마의 무릎 아래엔, 장남이자 시리즈의 주인공인 뱅자맹 말로센을 비롯해 모두 일곱 명의 형제, 자매가 산다. 사랑이 넘치는 엄마. 넘치고 넘쳐 넘실넘실 흘러 넘어 일곱 명의 형제자매들이 전부 다른 아빠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뱅자맹은 대가족의 장남으로 기꺼이 여섯 동생들을 먹여 살리고, 교육까지 시키며, 시집보내고(비록 곧바로 과부가 되긴 하지만), 심지어 자라서 과부가 될 동생 클라라가 태어날 때는 자기 손으로 받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고금동서를 통틀어 이리 어진 장남을 찾는 것이 어찌 가당키나 할 손가. 여기까지도 아니고 간질 증세가 활발하게 나타나는 대형견 쥘리우스와 클라라의 아들 세퇴낭주에다 자기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여주인공 쥘리까지 모두 함께 산다. 이 구성원들은 시리즈가 진행하며 보태지기도 하고 죽어서 빠져나가기도 한다. 물론 일곱 형제자매와 쥘리우스는 변하지 않지만.
 엣다 모르겠다. 직구.
 이번에 읽은 <말로센 말로센>은 원래 작가가 의도한 시리즈 네 편 가운데 마지막 작품이었으며, 종결부분을 보면 충분히 그럴 자격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으로 시리즈가 마쳤으면 더 좋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인종이다. 왜냐하면, 페낙 같은 유명 작가가 그럴 리는 없지만 혹시 힘이 떨어지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이번 책의 특히 앞부분은 시리즈의 다른 책과 비교해 ‘재미없었다’가 아니라 ‘덜 재미있었다’. 본문만 737쪽에 이르는 장편소설을, 비전문가인 내가 이렇게 얘기할 자격도 없고 주제 넘는 꼴이지만, 500쪽 안쪽으로 줄여놓았으면 더 긴박하고 재미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2권으로 넘어가 1권하고 비교할 수 없는 속도감으로 휙휙 넘쳐나는 노골적인 거짓말과 과장과 허풍과 장난기가 등장해야 비로소 이제야 말로센을 읽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이런 장난과 허풍을 삭제하고 책을 읽으면 이게 무슨 소설이며 산문인가, 비난할 수밖에 없다. 페낙은 소설가이면서도 소설보다 아동문학 작품이 훨씬 많은 작가다. 그래서 나는 이 시리즈를 페낙(혹은 페나크)이 어른들을 위해 철없는 이야기를 만들기로 작정을 한 결과물이라고 단정한다. 혹시 진짜 이 시리즈를 읽어보실 분을 위하여 말씀드리오니, 문학적 엄숙주의는 잠시 뒷간에 눠버리고 오심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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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의 불꽃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23
톰 울프 지음, 이은정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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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만 1,050 쪽이 넘는 장편소설. 뉴욕, 그것도 그냥 뉴욕이 아니고 센트럴 파크 전경이 발 아래로 굽이치는 파크 애비뉴 10층의 복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채권 전문 엘리트 딜러 셔먼 매코이. 연 수입 백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와스프. 키 크고 각진 넓은 턱을 갖고 있는 건장한 몸매, 예일 졸업에다가 전직 법률회사 사장을 부친으로 둔 뉴욕 시민 가운데 천분의 일에 드는 현대판 귀족. 현재 38세. 이이가 주인공이다.
 처음에 셔먼이 저지르는 짓을 보면 싱클레어 루이스가 쓴 히트작 <배빗>의 주인공 배빗 비슷한 종자가 벌이는 나약하고, 소심하고, 비겁하고, 우쭐거리는 속물의 1980년대 귀족 버전 아닌가 싶다가, 드디어 사건이 벌어지면 도처에서 쏟아지는 80년대 형型 배빗들은 물론이고, 톱클래스 와스프들의 숨 쉴 틈 없는 과시전쟁과, 불쌍한 주인공 셔먼의 몰락과정, 현대 저널리즘의 선정성, 사기꾼에 근접한 성직자, 차기 선거에 당선하기 위해 애먼 사람 하나 정도는 기꺼이 골로 보낼 수 있는 검찰 수뇌 등등, 온갖 잡놈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톰 울프가 미국인이라서 양심상, 거의 한 명 등장하는 정의의 파수꾼은 사법부 소속인 코비츠키 판사이지만 이이의 노력도 다중의 농성 앞에서 쫓기듯 도망하게 된다. 곳곳에서 이런 온갖 잡것들의 아우성으로 인해 독자는 씩, 엷은 웃음을 짓게 되지만, 전체적으로 조망하면 뉴욕,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속물성에 진저리를 칠지도 모른다.
 딸 캠벨 하나를 두고 1980년대 현재 시가 320만 달러짜리 최고급 아파트에서, 직업이 인테리어 전문가인 아내와 (아울러 하녀 두 명과) 함께 사느라 인테리어 전문가가 사들인 초호화 가구와 골동품에 둘려 살면서도 수컷의 공허를 인내하지 못하는 셔먼. 기어이 사고를 치고 만다. 상대는 남부 사투리를 쓰는 20대 후반의 미녀이자 일흔한 살의 남편과 결혼해 지금은 남편이 얼른 죽어주기만을 학수고대하는 껌벅 넘어가는 몸매의 마리아 러스킨. 이 여자의 치명적 결함이자 숙명은 남자 없이는 살 수가 없다는 거. 근데 합법적 남편 러스킨 씨가 일흔한 살의 노령으로 도무지 자신의 갈급을 해소하는데 역불급이라, 간식거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그녀의 안테나에 걸린 백인, 앵글로 색슨 출신, 장로교인, 부르주아, 여기에다가 건장하고 수려한 외모를 겸비한 셔먼이 등장했으니 어찌 이를 놓칠 수 있나. 마리아는 시내 모처에 월 332 달러를 지불하는 방을 하나 얻어 수시로 셔먼을 초대해 스스로의 목마름을 해소하고 있던 것. 물론 셔먼 한 명이라고는 믿지는 않으시겠지?
 그래, 소설에서 제일 재미있는 건 역시 불륜이다. 소설이 어떻게 시작하느냐 하면, 진짜 오랜만에 일찍 귀가한 셔먼이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한다는 핑계로, 차마 집에서는 할 수 없는 전화통화를 하기 위해 아파트를 나서다 때마침 외출에서 귀가하던 아내 주디와 마주치고 만다. 하필이면 비까지 주룩주룩 내리는 저녁과 밤 사이에 평소 즐겨가던 산책길이 아니라서 구태여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해 네 발로 버티고 있는 개를 질질 끌며 드디어 공중전화 박스에 들어선 셔먼. 기계적으로 다이얼을 돌리자 익숙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와 셔먼은 서둘러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마리아, 나야.” 상대가 대꾸하기를, “셔먼, 거기서 뭐해.” 아이고 저런, 마리아와 접선장소인 원룸이 아니라 엉겁결에 자기 집 번호로 다이얼을 돌렸던 것. 이쯤이면 이 책 속에서 독자는 무수하게 잦은 희극적 장면을 읽게 되리라 기대해도 좋을 듯. 그래 집에 돌아와 아내 주디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빌고 또 빌어, 딸 캠벨 때문에, 사실은 연간 백만 달러의 수입을 가져오는 셔먼 같은 남자를 또 찾기 힘들 거 같아, 그냥 살아주기로 마음먹게 만들지만, 셔먼 입장에서도 이것을 기회로 마리아와 결별을 하기엔 마리아가 너무 어여쁘고 그 살이 그립던 거다.
 그리하여 어느 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마리아를 마중 나가 4만 불짜리 메르세데스에 태우고 밀회 장소로 향하던 중, 아차 하는 실수로 뉴욕의 빈민가, 흑인과 푸에르토리코 출신들만 득시글거리는 우범지대로 들어서게 된다. 길을 찾지 못해 식은땀을 흘리며 배회하던 중 장애물 때문에 정차하게 되고, 셔먼은 내려서 차를 막고 있던 타이어를 치우고 있는데 흑인 청년 둘이 “뭐 도와줄 거 있나요?” 다가온다. 범죄가 만연한 우범지역에서 고가의 메르세데스를 타고 있는 백인 남녀. 나라도 섬뜩한 기분이 들 거 같다. 그래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의 곱상하게 생긴 흑인 청년 하나와, 몸 좋은 건달 체형의 또 다른 흑인 청년 한 명이 접근하는 것을 강도행위를 저지르기 위해서라고 단정한 셔먼은, 공포에 질려 자기 앞으로 걸어오는 건장한 청년을 향해 타이어를 던져 먼저 기선을 제압하고 잠깐 혼돈의 시간이 지나갔는데, 마리아가 문을 열더니, “슈먼(남부지역에선 셔먼을 슈먼이라 발음한단다), 빨리 타,” 하고 소리치는지라 얼른 차를 타고 지상 고속도로로 접어든다. 조수석에 앉은 셔먼이 잠깐 사이 차에 뭔가가 부딪힌 듯한 소리, 약하게 퉁, 하는 느낌이 들어 영 개운하지가 않다. 그래 마리아에게 묻는다. 자기가 뭔가를 친 거 같은데, 혹시 키 큰 아이 아니었을까? 지금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해야 하지 않을까? 마리아가 생각하기를, 셔먼이 완전 바보다. 공개적으로 자기들이 지금 불륜관계라고 떠들고 다니라고? 걱정하지 마, 운전은 내가 했고, 사고를 쳐도 내가 쳤어. 우린 막 정글에서 강도 둘을 떨치고 도망가는 길인데 왜 그걸 신고해야 해.
 책은 초장에 벌어진 사소하다면 사소한 사건 하나로 인해 발칵 뒤집어지는 뉴욕 전체를 다루고 있다. 북경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하면 뉴욕에 폭풍이 일어나는 것과 비슷하다. 등장인물만 간단하게 소개하자. 성공회 흑인 목사 베이컨이 사건에 개입한다. 목사라기보다 선동가이자 사기꾼 비슷한 캐릭터. 흑인 집단 거주지에서 번호판이 R로 시작하는 고급 메르세데스가 착실한 청년이자 대학진학을 계획하고 있던 램 군을 치어 코마 상태로 만든 사건을 대대적인 인종차별 행위로 확장시켜버린다. 이게 가능했던 건 정치검사로 현재 브롱스 검찰의 수장을 맡고 있는 에이브 와이스가 다음 선거에서 흑인들의 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국인 알코올중독자이자 전형적인 옐로페이퍼인 ‘시티라이트’의 기자 피터 팰로가, 마치 검찰이 피해자가 흑인이기 때문에 사건을 묻어두려고 한다는 취지로 이 사건을 취재해 특종을 터뜨려버려, 에이브 와이스는 맹목적으로 우리의 와스프 부르주아인 셔먼 매코이를 기소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게 된다. 맥코이는 능력은 있지만 돈을 밝히는 형사법 전문 변호사 킬리언에게 사건을 위임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려 상대방 검사이자 에이브 와이스의 부하인 크레이머 검사와 진검승부를 벌이게 되는데, 이 난장판이 어떻게 끝날지는 절대 안 알려줌.
 굳이 말하자면 블랙 코미디. 처음엔 <배빗> 같다가, 중간에는 길게, 그냥 대중소설 같다가, 나중엔 시대를 잘 비틀어 쓴 풍자소설로 규정해야 하는 재미있는 책. 시간 하나는 참 잘 가더라. 작가 자신이 저널리스트 출신이라 그런지 현장감이 생생하다. 민주주의는 절대로 가장 선한 정치제도가 아니다. 아직 철학자, 정치가들이 이보다 더 나은 정치제도를 찾아내지 못해 쓰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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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시선 - 초판본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
천상병 지음, 박승희 엮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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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문학을 전공했던 후배가 천상병과 박재삼을 매우 좋아했었다. 후배는 내가 졸업을 하고 직장생활을 막 시작할 무렵 한강물에 몸을 던져 짧은 생을 마감했는데 마지막 즈음엔 ‘퇴행’이란 정신질환에 시달려 만날 동네 꼬마 아이들하고 같이 뛰놀며 놀았다고 들었다. 자신의 기질에 퇴행 비슷한 것이 들어 있어서 천상병과 박재삼을 좋아했는지, 아니면 거꾸로 천상병과 박재삼을 너무 좋아해 퇴행으로 발전했는지 구분이 가지 않아서, 살며 이때까지 한 편의 천상병과 박재삼도 읽지 않았다. 그러다 이제 읽는다.
 첫 번째 시, <편지>.



 편지



1

 아버지 어머니, 어려서 간 내 다정한 조카 영준이도, 하늘나무 아래서 평안하시겠지요. 그새 詩人 세 분이 그 동네로 갔읍니다. 수소문해 주십시오. 이름은 趙芝薰, 金洙暎, 崔啓洛입니다. 만나서 못난 아들의 뜨거운 인사를 대신해 주십시오. 살아서 더없는 덕과 뜻을 저에게 주었읍니다. 그리고 자주 사귀세요. 그 세 분만은 저를 욕하진 않을 겝니다. 내내 안녕하십시오.


2

 아침 햇빛보다
 더 맑았고


 全 世界보다
 더 복잡했고


 어둠보다
 더 괴로왔던 사나이들,


 그들은
 이미 가고 없다.

  《현대문학》 1971. 8 (3쪽. 전문)



 왜 이 시를 읽으며 울컥, 했을까. 나도 모르겠다. 나는 이미 죽은 부모를 회상하며 감성팔이 하는 걸 무척 싫어한다. 그러니 돌아가 하늘나무 아래 이미 터를 잡은 부모에게 쓴 편지라서 그런 건 아닐 거다. 조지훈, 김수영, 최계락. 이 세 명의 시인, 살면서 천상병에게 덕과 뜻, 즉 격려와 기회를 주고 자신을 알아봐준 사람들을 보낸 아쉬움을, 자신을 욕하지 않을 세 시인을 동시에 잃은 상실을 이리 노래한 것 아니었을까 싶어서였을 것이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 시인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자신을 욕하고, 멸시하고, 폭행하려고 할 것 같은 세상을 향한 두려움이 가득 배어 있는 시라서 나로 하여금 울컥하게 만든 것 같다.
 사람은 다 혼자다. 시집 전편에 걸쳐 나오듯 천상병은 1967년 동백림사건 이후 늘 가난과 병마와 실업에 시달려왔다. 시 <광화문 근처의 행복>에서 보듯 다정한 나의 친구 소설가 오상원(들)에게 돈을 얻거나 술을 얻지만, 만성적인 이런 행동도 시인 스스로에겐 즐겁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괜히 시인이라 명왕성 근방에서 방금 지구별에 떨어진 외계인이라 생각하지 말 것. 시인이라서 오히려 더 자존감에 심한 상처를 냈을 수도 있으니. 이 와중에 그래도 자신을 귀찮게 여기거나 욕하지 않을 딱 세 명의 시인들을 보내는 마음이었다면, 오죽이나 황망했을까.
 이 시선집엔 작고한 인물에 대한 추모가 많은 편이다. <편지>에서 조지훈, 김수영, 최계락을 추모했고, 이외에도 <金冠植의 入棺>, <哭 申東曄>, <金宗三 씨 가시다>, <哭 鄭龍海>에서 각 시인, 문화인을 추모한다. 그러나 역시 시집을 관통해서 흐르는 정서는 가난이다. 가난은 천상병의 트레이드 마크이고, 본인 말대로 그의 직업이자, 밥벌이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난을 노래할지언정 징징거리지 않는다. 나는 징징거리지 않는 가난이 좋다. 징징거리지 않는 병과 고통의 노래가 훨씬 더 아름답다. 내가 <호마이카 상>을 쓴 김태정을 애정하는 이유다.



 나의 가난은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 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 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왔음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시인》, 1970. 7  (8쪽. 전문)


 가난이 직업이다. 독자가 시인을 이해하기론, 가난한 상태를 시로 만들어 잡지 《시인》에 기고해 원고료를 버는 직업에 종사한다. 그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 그저 커피 한 잔에 담배 한 갑도 아니고 갑에 두둑이 든 상태면 좋고, 거기다가 해장을 했는데도 집에 갈 버스 삯이 남았으니, 함포고복이면 그만이란 태평가를 노래하다가, 이리 한 평생 지내 돌아보니 세상 별 거 있나, 괴롭지 않으면 그게 인생인가, 하여, 평생 예금통장을 만들 필요 없는 햇빛만 잔뜩 받았어도 그런대로 산 인생, 이젠 여기에 잠들었노라, 새겨주기 바란단다.
 천상병의 시를 읽다보면 나이 50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노인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 1930년 생. 쉰 살이면 1980년. 노년에 들면서 이제 주위의 잔잔한 일상들이 시가 되는 시기를 맞는다. 많은 노 시인들 역시 시의 주제가 일상 또는 회상으로 바뀌는 걸 쉽게 발견할 수 있듯이. 천상병은 50년대부터 첫 시 <편지>의 세 번째 등장하는 시인 최계락과 함께 당시의 신성rising star으로 거론되었다고 하는데, 최계락은 시와 더불어 동시, 동화작가로 이름을 낸 이다. 천상병 역시 친 자식 없이 나이가 들며 점점 아이들과 유대가 깊어지고 있는 걸 볼 수 있기도 하다. 물론 이런 건 천상병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가 알고 있는 기초상식이지만 이 시선집을 이야기하면서 빼놓고 가면 안 되겠기에 하는 말이다.
 하지만 천상병, 하면 제일 앞에 놓아야 할 작품은 역시 <귀천>이다. 독후감을 쓰면서 <귀천>을 인용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단연코 <천상병 시선>에서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그런 이유에서 이 시를 옮겨놓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으려 했다. 시집에도 스포일러가 있다면, 해당 시집의 가장 대표적인 시를 옮겨놓는 행위가 스포일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나, 이제 <귀천>은 너무 널리 알려져 굳이 숨길 이유가 되지 않는다. 라고 쓴 후에 나도 대표작 <귀천>을 배껴 놓으려 했다가, 아무래도 양심상 그렇게는 못하겠다. 대신 대한민국 국가대표 애주가로 명성을 높인 천상병의 다른 시 하나를 소개하는 것으로 독후감을 마감하자.



 술


 술 없이는 나의 생을 생각 못한다.
 이제 막걸리 왕대포집에서
 한잔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


 젊은 날에는 취하게 마셨지만,
 오십이 된 지금에는
 마시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아내는 이 한잔씩에도 불만이지만
 마시는 것이 이렇게 좋은 줄을
 어떻게 설명하란 말인가?  (46쪽.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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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7-17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천상병 시를 읽으신다는 그 사연에 울컥합니다...

Falstaff 2019-07-17 10:59   좋아요 0 | URL
다 인생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