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르츠 캔디 버스 시작시인선 55
박상수 지음 / 천년의시작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손 끝을 가져가 표면을 스쳐보면 결이 우툴두툴하게 느껴지는 서양화도 있고
단지 도화지나 화선지 같은 종이의 트실트실한 질감만이 전해오지만 그 안에도
온갖 그림이 다 들어앉아 있는 그림도 있다 박상수의 시들은 표면의 거친 질감은 없는 그림
등장 인물이 아무도 없는 어느 동네를 물감을 풀어 담담하게 그려놓은 풍경화
투명 하지만 대상과 나의 공간을 분리해 놓은 유리 한겹이 3차원을 2차원 평면으로 납작하게
눌러 보여주는 그런 그림을 한 장 한 장 넘겼다고하면 적절한지 어쩐지

왜 라는 물음표는 아무데나 푹 질러 넣어두고 마치 상실의 시대에서
어느 옥상에서 불구경을 하던것 처럼 -그런 장면이 없다하더라도- 그런 관조
그래서 때론 나른하고 심심하다 조용한 미술관 벽의 그림들이 죽은 듯 걸려 있는것처럼

단지, 내게 잘 읽히는 시가 아닌것 같다

참고로 별의 갯수는 무이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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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동경 - 김경주 시인, 문봉섭 감독의 도쿄 에세이
김경주.문봉섭 지음 / 넥서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다른 세계에 던져진 것이 아니라
다른 세계를 가졌을 뿐이야......

다른 세계를 가진 각자의 세계에 던져진 것이겠지
어릴적 가지고 놀던 유리구슬, 그런 구슬 하나에 각자 혼자 갇혀서 서로 부딛히고 깨지고
긁히다가 한 구멍에 하나씩 들어가 앉겠지. 영원히.
서로가 배출된 구멍에 대한 기억과 번짓수가 다르면서 서로 한데 뭉쳐보려는 눈물겨움
그 모두가 가식적인 몸무림과 거짓 말들
자꾸 안아달라고 또는 안고싶다는 어리광같은 말짓을 하지만 그래
안는다고 또는 안긴다는 것도 일회용 액션 이상 이하도 아니다

어딘가에 닿는 것이 상당히 불편해질 수도 있는 것이 서른 살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타인에게도 나에게도 그것은 가끔 짜증 나는 일이 되기도 한다.

옆집 남자가 담배를 피우기 위해 기기긱 베란다 문을 여는 소리에 내가 짜증이 나는 것도
다다닥 맞닿아 사는 이런 주거형태 때문이기도 하다 또 어느 층 어느 침대가 삐거덕거림을
감지할 수 있는 것도 시멘트 박스 안에 서로서로 닿아있으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터지기 직전 지하철의 어쩔수 없는 타인의 등판이나 팔뚝 입냄새 또는 닿지 않으려는 가슴
그런 것들과 닿거나 닿지 않으려는 그런 맞다음 때문이다
다들 어딘가에 가 다으려는 몸부림을 치면서도 어쩔수 없이 서로 밀어내지 않으면 내
목아지가 댕강거리는 후후훗 한 현실
날릴수 있는 건 식어빠진 썩소 한방

열정이란 도무지 자기 감수성에 열이 내리지 않는 자들의 특권이다.나는 마이너리그 타이피스트였다.

그동안 앓았던 숱한 정체불명의 열병들
방향도 없이 돌진만 하던 열정들 모두 트리플 A는 고사하고 겨우겨우 A 하나가 될랑말랑한 나만의 독립리그 안에서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나의 타석이며 모든 수비위치에 내가 있어서 모든 공을 던지고 잡던 쌩쑈
그런 짓거리도 열정만 있다면 나름 훌륭하지만 밍밍해진 열정이 아닌 미련의 꽁무니에서 허부적 거리는 꼬락서니란
그것조차 어떻게 보면 꽤 괜찮게 누린 찬란한 특권이었을 것이다 지나간 것은 대부분 그렇게 빛나는 것이다
허울만 좋게 말이다

초판이어서인지 친히 싸인까지도 하였더라
족히 수천번의 싸인질을 하는 그네들의 표정이나 나눈 대화들이 궁금하군
싸인질 알바일수도 있겠지만. 아님 말고. 아니길 바라지만.
무지개를 동경하는 건 없는 무지개이기 때문이듯이
레인보우 동경엔 동경을 동경하는 사람의 심정의 부산물만 그득그득할뿐 동경은 그닥 잘 보이지 않는다
최근 유명인 여행에세이의 비슷한 현상이다
공간에 대한 여행서는 폭발직전에서 이미 폭발을 넘어섰으니 불만은 없다
어떤건 이 사람이네 하고 분명히 알겠는데 누가 썼는지 분명하지가 않으니
그냥 짐작도 하지 않은채 읽는 경우도 많다 그걸 노리거나 바랬나?
에세이에서 잘 정비된 글솜씨를 바라는 건 아니나 군데군데 헝클어진 곳이 있다는 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
쫌 성의없어 보이기도 하다
전작 『페스포트』보다 밀도가 여물지 못하다는 말쌈.
기우이겠지만 이렇게 여기저기 썰~을 많이 풀다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뛰어난 시적 재능'이 물렁해지는 건 아니길
하긴 시업 하나만 파서는 풀칠을 못하는 세태이니 어떻게하겠는가 풀칠을 해야 시칠도 할 수 있으니
야설을 쓰든 대필을 하든 사막으로 도시로 발품을 팔든 모두가 그대의 소관이니 내 알 바 아니지
일약 시단의 스타로 떠올랐지만 반짝하고 사라지진 말길 바람.
'과연'일지 '결국'일지는 『이끼들의 세계사』를 들춰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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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로
한유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한유주『달로』문학과지성사 2006

시종일관 화자인 '나'의 독백(이 아니라 해도)
소설이 아니랄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장르의 경계는 모호해진지 오래
음울하고 조용하게 침잠하는 외침들을 따라 따박따박 빛나는 문장들을 따라 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나와의 대화, 독백이려나
어찌되었건 한 세계를 응시하는 목소리를 읽어 나간다
어디에도 명랑과 쾌활은 없다 그래서 나는 더 깊이 흡입된다
일찍이 소설가 이인성은

...여담을 적자면, 이 소설을 되풀이 읽다가, 나는 혹시 작가의 남자 친구나
가까운 누군가가 자살을 했던 건 아니었을까, 그 치명적 순간부터 행위가
생성되는 시간-이야기가 멈춘 건 아닐까, 막연히 상상했었다(작가를 만나
면 한번 물어보고 싶다). 사실로서가 아니라 상상으로라도 그와 유사한 어
떤 체험의 순간이 이 작가 속에 깊은 심연을 파놓은 듯하다. ... 2003.4.21
http://www.leeinseong.pe.kr/

고 했다.

그러게 적확하게 짚지 않았나 싶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것이 이 작가의 한계가 될지 아니면 영역을 더 넓고 깊게 구축할 재주를 우리
앞에 펼쳐보일지 아직 예단하지는 않아야지
누구나 속에서 웅얼대는 말들의 편린은 이어진다 그것들은 한번 반짝하고
깊고 어두운 주름 속에 아무도 모르고 자신도 모르게 가 쌓일 뿐이다 다만 소설가
라고 하는 일종의 부류들만은 그것을 엮어서 건져올리는 족속들이다
소설가 한유주는 그런 재주가 장점인 것 같다 그것이 어떤 개인적 상처에서 나왔다면
안된 것이겠지만 읽는 사람에겐 그것과는 상관없이 좋은 읽을거리가 되는것 같다

개개의 단편들에 대해 왈왈거리기 보다 한편의 단편 소설집을 통째로 받아들여서
말해 보아야 하는건 어떨까 싶다 내적 독백이라는것 자체가 들리지 않는 소리이니
희뿌연하게 한 권의 이야기로 남는것도 이상할리는 없겠다

목소리를 내는 몸은 편편마다 다르겠지만 그 몸의 정신 또는 영혼이 모두 하나라면
결국 하나인 셈
그렇다고 낱낱의 화자들이 몰개성적이다라고 하지는 말 것
   
한 편의 시로 떼어내도 무방할 것 같은 편편들과 많은 문장들이 빛난다
곱씹어 보고 싶은 소설을 오랜만에 만났다
'재미'가 없다고도 하겠지만 내게는 좋은 소설로 남는다

이번 『달로』이후에 묶인 작품들의 목소리가 어떠한지 모르겠으나 
과연 어떻게 밀고 나갈지 어디까지 밀어부칠지 그러한 힘은 있는지 기대되지
않을수 없다 타인의 상처에서 비롯된 힘을 더 기대한다는 것이 한편 비정한 것도
같지만 어찌할 수 없는일 아닐까 그 힘으로라도 써야한다면 그런 힘이라도 있어
야할밖에 다만 그 힘에 압도 당하지만 않기를 
 
김애란과 더불어 주목해야 할 신예 작가가 아닐까 싶다.
만약 다르게 변신한다면 그 모습은 어떤것이 될까? 벌써 변신을 운운하기엔 너무 이
르다는 감이 든다. 오랜만에 관심과 기대를 걸어도 좋을 작가를 발견했다.

개개의 작품에 대한 느낌보다 두루뭉술하게 소설집 한 권에 대한 느낌으로 마감한다.

「지옥은 어디일까」중에서

아침, 저녁, 밤, 새벽, 다시 아침, 다시 아침이 온다는 것이 가끔 믿을 수
없는 일처럼 생각되었고, 짧은 밤은 아침이 되면 정오의 그림자처럼 사라
졌고, 그러면 다시 해가 진다는 것이 믿을 수 없는 일처럼 생각되었다. 그
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암송」 중에서

적들이 보이지 않을 때는 이런 증오를 대체 누구에게 털어놓아야 할까?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명료한 좌표 위에 적들과 적들이 재배치된다.

「죽음에 이르는 병」 중에서

 영화 안에서는 아버지, 어머니들이 모두 죽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증오하는 사람들이 모두 죽었고, 심지어는 나와 너와 그들까지
도 모두 죽었다. 나는 가만히 앉아, 숨소리를 낮추고, 내 이유
없는 분노와, 방향 없는 적의가, 문명의 방식으로 말끔히 처리
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
나는 청량한 삶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런 삶을 살고 있다고도, 앞
으로 그런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유일한
즐거움은 아직 십대라는 것뿐이었다. 아직 삶을 조금도 살지 않
았다는 생각과, 이미 삶을 전부 살아버렸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 번씩 되풀이되었고, 즐겁다면 즐겁고 괴롭다면 괴로운 나날
들이 흘러갔다. 
... 나는 안도했고, 어서 빨리 늙고 또 늙어 노인이 되고 싶었다. 이런
것이 아이가 가질 수 있는 단 하나의 욕망이 아닐까?

 내가 나인 것이 지긋지긋했지만, 아직 십대인 아이가 자기 자
신 말고 또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시험을 볼 때면 감독을
맡은 선생들이 수그린 아이들의 머리 위로 나직하게 몇 마디 말
을 흘리고는 했다. 자기 자신을 속이지 마라. 나는 코웃음을 쳤
다. 우리가 속일 수 있는 것이 그저 자기 자신들뿐일까?

「그리고 음악」 중에서

내 삶은 일 분의 반복이 계속될수록 허구로 드러났다. 그럴
때면 마치, 내가…… ……인 것…… 같았다. 

우리에게 언어는 다만 치장일 뿐이다. 치장된 언어는 윤리
적으로 거짓말보다 더 나쁘다. 그러므로 우리는 옳지 않다. 가
상의 세대에 걸맞은 가상의 언어ㅡ우리는 닥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는 두 입술을 맞물린다. 그러나 이 텅 빈 상태가 사라
지지는 않는다. 거부. 무엇에 대한?

나는 자꾸만 살아남는다. 그것이 나의 삶을 위협한다.
 살아남음으로써 깨닫게 되는 감정은 다름 아닌 수치스러움이
다. 그 수치스러운 감정이 계속해서 깨어 있게 한다. 치욕과 망
각으로 점철된 삶.

「죽음의 푸가」 중에서

사람들은 잠들기 전에 생각하고는 했다: 이 잠이 영원
히 계속되기를. 다시는 깨어나지 않기를. 그러나 아침은 어김없
이 찾아왔고, 그들은 눈을 뜨고 또다시 절망해야 했다. 꿈 없는
잠, 잠 없는 꿈, 낮이 되면, 그들은 결코 끝나지 않는 이야기들
을 남몰래 꿈꾸었다.

「달로」중에서

슬픈 일들이 무수히 일어났다. 슬프고 광포한 일들이었다. ...
슬픈 일들이 무수히 일어났다. 슬프고 비참한 일들이었다.

서로가 한 발짝씩 멀어질 때마다, 어떤 사람들은
기나긴 적막의 시작을 견뎌내지 못했고, 삶의 주변을 맴돌면서
저편을 흘긋거리다가, 스스로를 살해하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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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335
김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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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산 지 십 년째라고하는 김선우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신변에 어떤 일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전 두 시집의 그 무언가를
기대하고 본다면 짐짓 당황하지 않을까 싶다
시라는 것이 자연인으로써의 시인 한 사람의 감성의 토로가 아니라고도
할 수 없으니 어떤 심경의 변화 내지는 억누르기 힘든 욕망의 내면을 보게
되는것도 당연할 것도 같다
여하튼 내내 아쉽고 조금은 당황스러웠던 이번 시집 가운데 단번에 읽히는
한 편을 올려 본다
시를 청탁받고 발표하는 관행으로부터 떠나있게 되겠다는데 다음 시집은
과연 언제 만나 볼 수 있을지
 

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문학과지성사 2007

어떤 출산

  내 거처에 멧비둘기 한 쌍 날아와 둥지를 짓더니
보얀 알을 낳았네 하루에 한 알 다음 날 또 한 알,
알을 낳을 때 어미는 너무 고요해서 몸 푸는 줄도 몰
랐네 성긋한 해산 자리 밖으로 일렁이며 흘러넘친 썰
물…… 알 속의 이 아기는 한 살인가 어쩐가 지금쯤
겨드랑이가 간지러울까 어떨까 뜻밖의 식구에 골몰
하다 갑자기 든 생각은, 실은 발가락도 날개도 다 만
들어진 다음인데 반가사유로 알 속에 앉아 골똘히 생
각에 잠긴 건 아닐까 나가야 할까 어쩔까 세상 밖은
정말 밖인 걸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그 다
음엔 왠지 좀 억울한 것이 나는 아무래도 반쯤은 쫓
겨난 것만 같아, 알로 나를 낳아주고 세상 밖으로 나
갈지 말지는 저처럼 내게 맡겼으면 좋았을걸 싶어지
는 거였네 멧비둘기 부부는 무량하게 알을 품지만 다
만 그뿐 강요란 없어서…… 열이레가 지나고 알 하
나에서 고물고물한 아기가 나왔는데 다른 알에서는
소식이 없었네 엄한 생각 탓에 동티 난 건 아닌지 갑
자기 내 마음이 덜컥거렸는데…… 이틀을 더 품어보
던 멧비둘기 부부가 묵언 중의 알 앞에 마주 앉아 껍
질에 가만 부리를 대보던 오후가 있었네 너무 고요해
서 나는 못 들었지만, 세계의 바깥이 아니라 안쪽을
선택한 아기에게 축복의 말을 주는 듯했네 알 속의
그가 선택한 탄생 이전이 그것대로 완전한 생임을 알
고 있는 눈치였네…… 자기가 선택한 세계 속에서
온몸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보얀 알과 멧비둘기 부부
의 극진한 고요 앞에 합장했네 지상의 새들이 날 수
있다는 건 자기 선택에 대한 최선일 뿐 모든 새가 날
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자고 일어나면 배 밑
에 가시풀 같은 깃털이 묻어 있는 열아흐레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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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노기 2008-05-0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이 시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의 여러 편들도...
 
알도와 떠도는 사원
김용규.김성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김용규.김성규 알도와 떠도는 사원 웅진지식하우스 2006

2001년에 출간된 알도와 떠도는 사원 1, 2를 합본.재구성하여 새롭게 출간한 것

먼저 이 책은 '철학 판타지'임을 내세우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낱말의 조합이기도 하다 판타지 속에
철학을 잘 버무려놓으려고 했나 싶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올시다'였다
'이것이기도 하고 저것 이기도 하다'라는 말을 되짚어보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것'이다
대입해서 말하자면 철학이야기도 아니고 판타지도 아닌것이었다는 말이다

철학을 들려주고 싶었는지 판타지를 들려주고 싶었는지 오리무중이다
어느쪽을 뼈대로 삼고 나머지 한쪽을 살점으로 삼아 덧붙여 나가려고 했는지
의도는 짐작되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며 드는 생각은 시도는 신선했을지 모르나
방법은 서툴렀다는 것이다
마치 교과서의 내용을 읽는것 같은 서구근대화 과정(_p 137~150)이나
'알도'의 입을 통해 설명해 주는 일반적 지식들을 읽고자 판타지 소설을 읽지는
않는 것이란 거다
지은이는 판타지라는 미끼를 슬쩍 던져 놓고 뭔가 철학적 지식들을 알려주고 싶어
했겠지만 '철학적 사실'에서 '재미'를 느끼는 소설 독자는 많지 않다고 본다
이 책에서 바라는 것은 흥미일 것이지 철학적 사실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주고 싶은 작가의 욕심이 아닐까 싶다
무게를 주고 싶었던 쪽은 철학쪽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철학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도입된 장르가 판타지라는 것이 적절치 못했지 않았나 한다


"... 악은 그저 허상이야. 빛은 있을지언정 어둠이란 없는
거야. 마찬가지로 선이 있을 뿐 악은 없는 거야. 어둠이란 빛이 부족한
것이고, 악은 선이 결핍된 것일 뿐이야. 모두 허상이라고."
_p352

악이 허상이라면 선도 허상은 아닐까?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어둠이 없는데 밝음 이란게 존재할까?

-빛이란 어둠이 부족한 것이고, 선은 악이 결핍된 것일 뿐이야.
위 본문의 문장을 단어만 바꿔 보았다. 권선징악적인 가치로 본다면 이상하겠지만
틀린 말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나는 생각 한다)

"...모두 허상이라고." 라고 한다면 그 '모두'에는 선과 악 모두가 될 것이다.
결국 선도 악도 다 허상인 것이다.
빛과 어둠 선과 악 있음과 없음 모두가 하나의 개념만으론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너무 쉽고 일반적으로 말해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철학적 지식들과 사실들을 뺀 이야기의 '줄거리'를 생각해 보자면 그 줄거리가
너무 약하고 탄탄하지 않다 긴장감이나 흥미를 돋우는 장치가 부재하다 그 말이다
이야기를 읽을 때 드는 '재미'가 아니라 단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는 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판타지)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책을 소개하는 TV프로그램에서 소개하길래 덥석 주문해 놓고 이제서야 읽어보았다
만약 사전에 이 책을 먼저 읽고 사회자, 작가, 패널들의 대화를 시청했다면 나는 어떻게
느꼈을까 싶다

정말로 선정하는 책의 기준이 순수할까?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엄청난 로비를 해야한다는 공공연한 비밀을 알 사람도 모를 사람도 다 아는 것이지만...

객관적인 '재미'란 없기 때문에 내 주관적으로는 재미가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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