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으로 산 지 십 년째라고하는 김선우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신변에 어떤 일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전 두 시집의 그 무언가를 기대하고 본다면 짐짓 당황하지 않을까 싶다 시라는 것이 자연인으로써의 시인 한 사람의 감성의 토로가 아니라고도 할 수 없으니 어떤 심경의 변화 내지는 억누르기 힘든 욕망의 내면을 보게 되는것도 당연할 것도 같다 여하튼 내내 아쉽고 조금은 당황스러웠던 이번 시집 가운데 단번에 읽히는 한 편을 올려 본다 시를 청탁받고 발표하는 관행으로부터 떠나있게 되겠다는데 다음 시집은 과연 언제 만나 볼 수 있을지 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문학과지성사 2007 어떤 출산 내 거처에 멧비둘기 한 쌍 날아와 둥지를 짓더니 보얀 알을 낳았네 하루에 한 알 다음 날 또 한 알, 알을 낳을 때 어미는 너무 고요해서 몸 푸는 줄도 몰 랐네 성긋한 해산 자리 밖으로 일렁이며 흘러넘친 썰 물…… 알 속의 이 아기는 한 살인가 어쩐가 지금쯤 겨드랑이가 간지러울까 어떨까 뜻밖의 식구에 골몰 하다 갑자기 든 생각은, 실은 발가락도 날개도 다 만 들어진 다음인데 반가사유로 알 속에 앉아 골똘히 생 각에 잠긴 건 아닐까 나가야 할까 어쩔까 세상 밖은 정말 밖인 걸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그 다 음엔 왠지 좀 억울한 것이 나는 아무래도 반쯤은 쫓 겨난 것만 같아, 알로 나를 낳아주고 세상 밖으로 나 갈지 말지는 저처럼 내게 맡겼으면 좋았을걸 싶어지 는 거였네 멧비둘기 부부는 무량하게 알을 품지만 다 만 그뿐 강요란 없어서…… 열이레가 지나고 알 하 나에서 고물고물한 아기가 나왔는데 다른 알에서는 소식이 없었네 엄한 생각 탓에 동티 난 건 아닌지 갑 자기 내 마음이 덜컥거렸는데…… 이틀을 더 품어보 던 멧비둘기 부부가 묵언 중의 알 앞에 마주 앉아 껍 질에 가만 부리를 대보던 오후가 있었네 너무 고요해 서 나는 못 들었지만, 세계의 바깥이 아니라 안쪽을 선택한 아기에게 축복의 말을 주는 듯했네 알 속의 그가 선택한 탄생 이전이 그것대로 완전한 생임을 알 고 있는 눈치였네…… 자기가 선택한 세계 속에서 온몸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보얀 알과 멧비둘기 부부 의 극진한 고요 앞에 합장했네 지상의 새들이 날 수 있다는 건 자기 선택에 대한 최선일 뿐 모든 새가 날 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자고 일어나면 배 밑 에 가시풀 같은 깃털이 묻어 있는 열아흐레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