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얼굴
아베 코보 지음, 이정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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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앞에 읽은 구묘진 작가의 소설에 ‘아베 코보의 ˝타인의 얼굴˝처럼 상징성이 강한 장편 소설로 완벽하게 써 보고 싶다‘ (84p)는 문장이 있다

그 옛날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를 워낙 인상적으로 읽었던지라 다른 작품이 궁금해 그 언제적에 사두었는데 이제서야 읽었다

모래의 여자(1962 2001) 타인의 얼굴(1964 2007) 불타버린 지도(1967 2013)를 실종 삼부작이라 칭하는데 오래전 모래의 여자를 너무 좋게 읽은 기억의 기대 때문인지 타인의 얼굴은 그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느낌이다
원작 자체가 그런 것인지 번역자의 역량 때문인지 딱 꼬집을 수는 없지만 곳곳의 석연찮은 문장들과 비유들이 이게 과연 그 아베 코보가 맞나? 하다보니 집중력도 떨어지고 진도는 안나가고... 읽는이의 총체적 노화로 인한 읽기 능력의 퇴화가 가장 큰 몫인것도 같다

얼굴 전체 화상으로 가면을 만들게 된 화자가 가면을 쓰고 부인을 유혹하기에 이르는 표면적 줄거리인데 가면을 쓰게 되면 다중인격자가 되나 싶은 모습도 설득력이 부족하게 읽힌다

가면과 맨얼굴 여성들의 화장 등등 과연 진짜 얼굴이란 어디에 있는 것인가와 같은 주제는 이제는 진부한 이야기랄 수도 있겠지만 1960년대 임을 감안해 볼만 하겠다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고 그에 걸맞는 주인공을 탄생 시킬만한 주제일텐데 이 소설에는 겉도는 말들이 너무 많은게 아닌가 싶다
‘가면‘이라는 화자와 ‘나‘라는 두 화자가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나 하는 와중에 화자의 번역된 어투까지 왔다갔다 하니 짜증이 스멀스멀... 모래의 여자 번역자가 번역하면 뭔가 다른 작품으로 읽히지 않나 하는 욕심
실종 삼부작 가운데 하나 남았지만 입맛이 똑 떨어졌다

아래 따온 문장처럼 성형과 셀피 중독자가 넘쳐나는 sns시대에 과연 우리에게 얼굴이란 무엇인가 등등의 이야기를 하자면 만리장성도 쌓겠지만 벽보고 해본들 또 해서 뭐하나

마지막 반전 까지는 아니겠지만 주인공의 드러나는 가면에 치중하다가 아내의 (이를테면)가면이야말로 진짜 가면이 아닌가 하는 지점에서 아차! 싶어 아베 코보가 노린건 이건가? 해서 말짱 꽝 독서는 아니었다는 안도

알라딘 균일가 매입 800


나는 인간의 영혼은 피부에 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32

얼굴이라는 것은 결국 표정을 말하는 것입니다. 표정이라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방정식 같은 것이죠. 자기 자신과 타인을 연결해주는 통로 말입니다.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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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 최, 염 그리고 A는 패밀리로 불리던 친구들이다 진눈깨비가 흩날리던 날 저녁 교통사고로 사망한 A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김, 정, 최는 길을 떠난다
그 길 위에서 벌어지는 묘한 일들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들이 소설을 따라 가게끔 하는 원동력인데 소설의 끝에 가닿게 되면 이 모든 것들을 한방에 읭? 스럽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니 이럴려고 작가는 이걸 썼나?
어떤 형식미?(라고 부를수 있는지 모르겠지만)를 보여주려고? 아니면 펼쳐놓은 이야기 수습이 안되어서 이런 무리수 같은 마무리?

장점이라면 알리바이가 맞춰지는 장면을 읽어가는 재미는 있다는 것 그래서 장르소설처럼 끝까지 밀고 갔더라면 하는 것이지만 한순간에 맥이 탁 풀려버려서리

시, 소설, 평론을 넘나드는 수완을 펼쳐보이는 이장욱의 시집을 주로 보다가 오래 묵혀둔 소설을 문득 꺼내 읽었는데 실망이라면 실망스럽군

여튼 알라딘 중고 균일가 매입상품 1,000원 으로 방출


나에게 비관이라는 것은 어떤 정서의 이름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물리적인 힘의 이름에 가깝다. 내 멱살을 휘어잡고 패대기 치는.
17

나는 나조차도 의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다. 나는 나 스스로를 의심하는 데 익숙하여, 인생의 대부분을 그 의심의 심연에서 보낼 것이다. 스스로를 의아해하는 인간. 믿음이나 사랑이 도착할 수 없는 영혼의 플랫폼.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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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티파크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 마라카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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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반드시 서사를 이야기 해야 하는건 아니다
어떤 분위기 또는 예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써 그 몫을 완수했다면 소설로써 충분했다
그런 의미에서 유디트 헤르만은 그만의 소설을 썼다

알라딘 중고 매입가 최상 기준 5,600

이 책을 읽다가 그 언젠가언젠가 유디트 헤르만을 읽기 시작 하던 때만 생각나지 정작 소설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또 언젠가에 가서 유디트를 읽던 지금이 문득 떠오른다 해도 내용은 온데간데 없어졌지 않을까
그렇다치면 뭐하러 읽냐 싶지만 나는 안다 다만 흐르는 시간에 문장을 돌멩이 삼아 돌팔매질 하는 것으로 삼을 뿐이라는 것을
그 돌멩이가 어느 바닥에 가 내려앉는지는 내 알 바가 아니고 알 수도 없다는 것을


강을 따라 내려다가 되돌아왔었다 -> 내려가다가
25

달 위에 서서 지구를 보는 게 어떤지를 당신은 결코 상상할 수 없다고. 그 물방울이 우주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을, 아주 외로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이 암흑 속에 있는 모습을 보는 게 어떤지를. 이 지구로 돌아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당신은 상상할 수 없다고.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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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르 유서 움직씨 퀴어 문학선 2
구묘진 지음, 방철환 옮김 / 움직씨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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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소설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다
이십대 중반에 내가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그 나이였을 때 사람에 깊이 몰입해본적 있을까
그 시절로 부터 너무 까마득히 멀어졌다
지나고보니 그 나이였기에 가능했겠다 싶은 건 지나온 사람의 방관적 태도일 뿐이겠지
사람의 감정도 늙어가는 몸처럼 마모 된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마모된 감정으로 까마득히 먼 나이대의 작가가 쓴 격정적 감정을 읽어나가는 일이 버겁다 느껴졌다

나이와 성별을 떠나 한 인간을 사랑하는 일이 이만큼의 감정 소모가 있을 일인가 이런게 사랑 이라 불리는 불가해한 것의 이면이라면 나는 숨이 턱턱 막혀 못하겠다 싶다

퀴어 라는둥 동성애 라는둥 글쎄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단지 인간 대 인간의 이야기다 각자의 성별을 원해서 택한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사랑 이니 진실 이니 그런 말들이 표상하는 어떤 것들을 불신하는 사람이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부정적 비관적 입장의 사람이 신기루 같은 사랑이니 진실이니 하는 것을 끝까지 밀고나간 소설을 따라 읽어가자니 이건 내게 벽이구나 싶을 뿐이었다

본문의 표현대로 사랑이라는 것도 하나의 ‘의지‘로써 기능하고 가능케 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원초적이거나 본능적으로써 생래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것은 물려 받아야 체화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랑이라는 것도 선택된 자들만이 누리고 부릴수 있는 정신 능력같다 뭉뚱그려 인류 보편의 공통이라고 하면 선택받지 못한 이들에겐 그저 낯선 이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끼리끼리 선택받은 이들 끼리
사랑이라는 것 또한 그 안에서 수동적 도태와 자발적 진화를 이어나가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난 모르겠다

알라딘 중고 균일가 매입 가격 1,300원


사람을 바닥나게 하는 사람
162

사랑은 ... 일종의 ‘의지‘다.
184

열정은 자질이다. 사람이 내부 세계를 개방하는 능력이며, 인간성이다.
220

한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알려면, 그 말보다 행동을 볼 일이다.
227

인간의 본성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사랑‘이란 상대의 본성 전부를 사랑하는 것이다.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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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 페이지터너스
에마뉘엘 보브 지음, 최정은 옮김 / 빛소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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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내용이나 주인공에 대해 말할게 있나
상이군인 연금으로 살아가는 어쩌면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가난한 한 남자의 이야기 정도라고 해두자

평생 친구 셋(이던가 하나던가)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이 있던가 없던가)이 기억에 남아 있는데 그처럼 친구라는 관계는 중요한 모양이다
오죽하면 지음 이라거나 죽마고우 같은 말까지 있는걸 보면

친구 앞에 붙는 말에는 진정한 이라거나 그냥 이라는 상반된 말이 가능한데 그만큼 친구 라는 관계가 그리 호락호락한 게 아님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쯤에서 나의 ‘진정한‘ 친구는 얼마(라고 손꼽을 것도 없지만)이며 그냥 친구는 또 얼마가 있(었)나

그 사람을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의 친구를 보라는 말 역시 ‘친구‘라는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저 단순한게 아님을 알게 된다

인디언 말로 친구란 (아마도)나의 슬픔을 대신 짊어지고 가는 사람 이라는데 그 어떤 친구에 대한 정의 보다 제일 그럴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누군가의 슬픔을 잠시라도 덜어보려 한 적 있거나 짊어져 줄 수 있는 사람인가

진정한 친구든 그냥 친구든 지금껏 거쳤던 친구들에게 나는 어떤 그냥 친구였을까 궁금하다 대다수에겐 그냥 친구였었기에

혈연부터 시작한 모든 ‘연‘에 대해 회의적이다보니 친구라는 관계 역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 않을까 나이가 들면서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타인에 대한 관심 버겁기만 하다

반대로 그냥 친구든 진정한 친구든 많은 친구 관계 맺기에 성공한 북적이는 인생을 일군 이에겐 이 관계야말로 둘도 없는 인생의 재산이라 하겠고


나는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인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65

이 땅에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이해한다는 게 이렇게도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110p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유롭게 사는 것도,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용납해주지 않는다.
170

내가 없어도 모든 게 변해 간다는 사실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172

눈을 크게 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창문조차 보이지 않는다. 죽음과 하늘을 생각한다. 나는 죽음을 떠올릴 때마다 항상 하늘에 가득한 별을 생각한다. 무한한 자연과 비교하면 나 따위는 너무나 보잘것없는 존재지만, 이런 철학적 성찰은 빨리 접으려 한다.
174

고독, 얼마나 아름답고 또 슬픈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고독은 더할 나위 없이 숭고하지만, 내 뜻과 상관없는 오랜 세월의 고독은 한없이 서글프다.
174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재 -> ‘채‘
1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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