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5
비톨트 곰브로비치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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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읽기전 잡썰
곰브로비치 읽기는 코스모스가 두 번째다
국내에 소개된 네 작품

페르디두르케(1937) 민음사 2004
포르노그라피아(1960) 민음사 2004
이보나,부르군드의 공주...(2012) 워크룸 2015
코스모스(1965) 민음사 2015

언젠가 번역투 때문에 읽다 집어던진 희곡집 이보나, 부르군... 으로 먼저 만난 곰브로비치
당시의 어처구니 없던 기억이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뭔가 어떤 기대감이 늘 있었던 것도 사실

잠깐 언급하자면 '오페레타'에서
주인공이 'R' 발음을 프랑스식 'H'와 비슷하게 한다해서 원어 발음 특징을 살리기 위해 문맥을 어그러뜨리지 않는 선에서의 'ㄹ'을 'ㅎ'으로 표기 한것, 이를테면 
소매흘 바호잡고 오흔쪽 어깨 아래흘
(소매를 바로잡고 오른쪽 어깨 아래를)
여허분, 우히의 소중하신(여러분 우리의...)
바호 다흠 아닌 거장 피오흐 선생
(바로 다름 아닌 거장 피오르 선생)
이라 번역 표기한 것.
굳이 이렇게 번역한들 원어 느낌을 살릴수도 없다고 보여서 출판사의 과한 오지랖이라고 본다
당시엔 몰랐지만 번역자가 무려 정보라 작가였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후보에 오른

한편 "코스모스"의 번역자는 우리말로 옮길수 없는 원어상의 말버릇을 각주를 통해 설명하는 것으로 처리했다
'어디서드~은'139p 각주 30 참조

2 처음 읽는 곰브로비치의 소설과 문장
어떤 작가의 작품을 읽어나갈 때 출간 순으로 읽는게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긴하다만 꼭 순서에 얽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여튼 제일 마지막 작품부터 읽게 되긴 했다 아쉽게도 곰브로비치는 소설로는 장편소설 4권을 남겼을 뿐 다작을 한 작가는 아니었고 다소 이른 나이(65세)에 세상을 떠났다

소설의 첫 문장은 정확히는 두 번째 문장이지만 인상적이었다. (사진 참조)



문장의 길이나 그 뉘앙스로 유명한 고 박상륭 작가의 "죽음의 한 연구" 첫 문장이 떠오를 정도였다 폴란드 원서의 문장을 한번 확인해보고 싶을 정도로 이게 곰브로비치의 문체인건가 싶었다
시작부분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쉼표로 쉼없이 이어지는 문장 스타일이 주인공 비톨트의 특징과 그로인한 작품의 인상을 살린다고 봤다
오래전에 읽다만 페르디두르케 와 나머지 한 작품까지 읽어보고 싶을만큼 나는 이런? 소설에 끌린다

3 제목으로 추정해보는 소설 코스모스
소설은 '우리. 두 명의 정신 이상자'100p 인 두 남자 비톨트와 그의 친구 푹스가 주요인물이랄수 있지만 주인공이 중요한 소설은 아니다

만약 내가 이 사물들과 장소들의 배합을 적확하게 판독할 수 있다면, 내가 고양이를 목 졸라 죽인 행위에 대한 진의를 찾아낼 수 있으리라.144

곰브로비치는 첫 장편소설로 페르디두르케(1937)를 써냈고 코스모스(1965)는 그의 생 마지막 장편소설이 되었다
코스모스 속 등장인물 레온은 비톨트와 대척점에 있는데 일상속에서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비톨트에 반해 레온은 버릇처럼 '베르그' 라는 무의미한 말을 내뱉는다
소설 속에서 레온의 베르그 놀이에 비톨트가 베르그 로 되받는 장면이 어쩌면 소설의 꼭지점 같은 장면이 아닐까 싶었다
코스모스kosmos 는 우주를 뜻하는 말로 의미의 광대함에 반해 비톨트는 아주 미세한 것들에 집착하는 '정신이상자'에 가깝다

곰브로비치 스스로 이 소설을 '검은 소설'이라고 명명했다는데 이것은 등장인물들의 어두운 내면과 태양이 밝은 한낮이라도 그림자는 어둠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일 것 같다
그리고 제목으로 삼은 코스모스 라는 대우주는 암흑물질이라 불리는 어둠으로 가득차 있음을 생각해볼수 있다
아울러 곰브로비치의 첫 장편 소설 제목 페르디두르케 와 베르그 의 공통점은 모두 의미가 없는 말이라는 것이다
검고 광활한 코스모스의 밤하늘 아래에서 인간들을 대변하는듯한 비톨트는 끊임 없는 의미 찾기를 한다
당장 우리 자신들 또한 쉼없이 인생의 의미 찾기 그리고 나 자신의 의미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어쩌면 곰브로비치는 대우주 속의 인간이 부여하고자 하는 '의미'라는 것의 무의미를 소설화 하려고 시작부터 작정한 작가가 아닐까 그런 생각
물론 그의 모든 작품을 읽어봐야 알겠지만 첫 소설과 마지막 소설만으로 성급한 짐작을 해본다
국내 출판계에서 과연 곰브로비치의 미번역 작을 계속해서 내줄지는 부정적이지 않을까해서 아쉽다만

여튼 꽂히는 책읽기는 늘 우연처럼 찾아온다
의미 부여라는 것은 결국 '인위'인 것이다 코스모스 라는 무위자연을 생각해보는 것으로 괜찮은 읽기였다
참고로 아이러니겠지만 인위적으로 힘을 써야 일독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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