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6 - 볼라뇨 20주기 특별합본판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송병선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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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 셋트 기준의 리뷰


1권 비평가들에 관하여


로베르토 볼라뇨를 알게 된 건 2015년 경 후장사실주의 라는 동인그룹과 그 멤버들 (정지돈 오한기 박상우 박솔뫼) 때문이다

도대체 볼라뇨 작품이 처음 국내 출간된 건 언제일까 찾아보니 2009년 을유출판사 "아메리카의 나치문학" 이다 이후 대부분의 볼라뇨 독자들에게 익숙한 열린책들 에서 볼라뇨 작품들을 출간했다

확실히 다소 생소한 특정 작가가 국내에서 바람을 타게 되는건 기존 국내 작가(들)의 언급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것 같다 배수아 덕분이라 할만한 "불안의 서"의 페르난두 페소아 그리고 제발디언 이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제발트 역시 그런 경우다


나름 볼라뇨 유행 시기에 몇 권 사둔 작품들 가운데 얇은 분량의 어떤 걸 읽긴 했지만 뻔하게도 희미한 기억조차 희미할 뿐이다 충동적으로 구입했던 "2666" 을 지금껏 방치하다가 역시나 충동적으로 1권을 읽어볼까 하는 마음에 읽었다 1권을 읽어가는 도중에 도대체 '악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한...' 어쩌구 하는 카피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어 답답한 마음에 '옮긴이의 말'을 읽어봐야 했다

참고로 "2666" 을 읽겠다고 한다면 당연할지 모르지만 꼭 옮긴이의 말 부터 읽고 시작하는게 좋을 것이다


전체 1671페이지 가운데 1권 분량 304페이지는 약 18퍼센트 분량이다 아직 5부 가운데 1/5 분량만 읽고 이런 말은 그렇지만 옮긴이의 말로 판단해볼 때 비평가 4명의 등장과 그들 간의 관계 그리고 그들이 찾는 아르킴볼디 라는 작가 이야기는 진짜 지루하기 짝이 없다 솔직히 1부는 없어도 그만이 아닌가 싶다

여성 살해 사건을 통해 악의 본질을... 그런 작품 치고는 글쎄다 워낙에 각계각층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라 끝까지 다 읽은 후 손바닥 뒤집듯 입장이 바뀔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으나 글쎄...

1권을 읽으면 2권을 향해 달려가고 싶어야 하는게 보통의 경우 일텐데 어째 벌써 김이 빠지냐

깝깝하고 답답



2권 아말피타노에 관하여


아말피타노는 1권 중반 즈음이던가 부터 등장하는 인물로 비평가 네 사람에게 소개된 교수다

로사라는 딸과 함께 멕시코에 거주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2권 124페이지 얇은 분량이지만 한 권을 통째로 한 인물의 시시콜콜한이야기에 할애하고 있는데 도대체 그래야할 이유가 없어보여서 역시나 지루하기만 했다

섣부른 판단이겠지만 작가의 죽음과 더불어 완성이나 다름 없다는 미완성 작품이라는 점도 어느 정도 거품이 끼게 하지 않았을까 라고 나는 평가절하 하고 싶다

전체 작품의 분량상 메가 소설이라고 하는진 모르겠으나 방대한 분량이라는 것을 지우고 찬사에 걸맞는 이야기가 담겨 있느냐에 대해 말해보라면 아니오 쪽으로 기운 상태다

이런 평가가 5권 완독 후 섣부른 평가였다고 반성하고 있을만큼 3권 부터 뭔가를 보여주었음 한다

만약 볼라뇨가 라틴 아메리카 쪽 문학이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 영문학 쪽이었더라면 좀 더 쉽게 읽히지 않을까

백년의 고독 읽기를 번번히 실패한 것은 그 언어의 이질감과 복잡함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마찬가지로 2666에 자연스레 등장하는 칠레 멕시코 등의 정치 역사적 사실들과 인물들 역시 낯설고 솔직히 그리 알고 싶지도 않다보니 흥미가 생길 수가 없다



3권 페이트에 관하여


페이트 라는 인물은 뉴욕에 위치한 잡지사 기자로 흑인 남성이다

스포츠 담당 기자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멕시코 산타테레사(사건의 중심지)에서 열리는 권투 시합 취재차 방문하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서 2권의 인물 아말피타노 교수의 딸 로사를 만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건으로 로사와 함께 미국으로 돌아가는 듯한 장면으로 3권은 마무리 된다

전체 1671페이지 가운데 3권 까지 654페이지 약 39퍼센트

3권 말미에 와서야 뭔가 일이 벌어지려나 싶은데 이게 이럴 일이냐 싶기만 하다 3권 역시 초중반 페이트가 찾아간 인터뷰이의 지루한 말들이 많다 그것 역시 관계 지식이 있다면 나름 해석할 건덕지가 있는 것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관계 지식이 없다보니 장광설일 뿐

볼라뇨는 실제 사건을 소설화 했다고 해서 찾아보니

멕시코 후아레스 여성 연쇄 살인 사건

400명 연쇄 살인 시신만 있고 범인은 없다

이런 카피의 국내 기사가 있긴 했다

어마어만한 사건이고 고발 소설을 쓰고도 남았겠다 싶긴한데 사건의 규모나 충격을 생각하면 이렇게 뜸을 들일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소설이란게 뼈대에 있는 살 없는 살을 덕지덕지 붙여가는 장르란걸 모르지는 않지만...

4, 5권에서 얼마나 사건의 면모를 소설화 해냈는지 모르겠으나 3권 까지 오기가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4권의 제목이 범죄에 관하여 이고 소녀의 시체가 발견 되는 첫문장으로 시작하는데 범죄의 현장과 실체를 보여주는 것으로 볼라뇨는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그것을 왜 소설화 할수밖에 없었는지 그 필요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단지 범죄의 전시만을 보여준다면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만) 소설일 이유가 없을 것이다



4권 범죄에 관하여


3권을 다 읽고 설마 그렇게 전개 되지는 않겠지 라고 썼었는데 작가의 성향을 너무 쉽게 간파한건지 아니면 그것밖에 다른 방식이 없었던 것인지

4권의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범죄를 브리핑 해준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다가 어떤 느낌이 와서 발생하는 범죄 브리핑을 카운팅 해봐야겠다 싶어 기록해가며 읽었다

1993년 1월을 시작으로 1997년 12월 까지 제대로 카운팅한게 맞다면 109건의 여성 살인 사건이 소설에 실린다

대략 5페이지 마다 한번 사건이 브리핑 되는 셈이다

각 사건은 비교적 간단하게 설명된다

발생 지역과 당시 범행 정황들 그리고 사망한 여성의 인적 사항등과 법의학 검시관에 따르면... 이라는 반복적 문장으로 시작하는 검시 결과들

사망 여성들 대부분은 어리고 젊은 공장 노동자들이며 대부분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남는다

물론 소설이 범죄 브리핑의 나열만으로 이루어진건 아니다

산타테레사 지역의 검찰 경찰 시장 언론인 범죄자 등등이 등장하고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석연치않은 많은 점들을 흘리듯 보여주며 정치권력과 마약 카르텔을 비롯 범죄권력이 뒤엉켜 있는 멕시코를 짐작케 한다

볼라뇨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처참한 여성 살인 사건을 끊임없이 소설 속으로 끌어들여 계속해서 상기시킴으로써 지옥과도 같은 현실 속의 멕시코를 알리려고 한게 아닐까 짐작도 해 보지만 '소설'을 읽는 독자입장에서는 109번 사건을 나열한 그 방법적 선택에 과연 이 방법이 최선이며 효과적인 것일까 싶다

그래서 벽돌책처럼 두꺼운 이 4권의 무수한 범죄의 범인은 누구고 잡혀서 법의 심판을 받느냐는 생각은 볼라뇨에게 쓸모 없는 것인지 기대하면 안된다

아직 마지막 5권의 두꺼운 내용을 모르긴하지만 솔직히 2666 이 소설이 뭘 말하려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싶기만 하다


그런 기다림의 핵심은 바로 무력함, 그러니까 매우 라틴 아메리카적인 경험이었다. 그리고 또한 매우 친숙한 느낌, 그러니까 잘 생각해 보면 매일매일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988



5권 아르킴볼디에 관하여 및 총평


5권은 1권의 주요 인물들인 비평가들이 찿던 그 아르킴볼디 라는 한스 라이터와 그 가족들의 일대기 그리고 소설가로 거듭 나면서 출판과 그 주변의 일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한스가 독일군으로 전쟁에 참전하면서 자연스레 전쟁 속에서의 인간들의 적나라한 상황을 제시하기도 한다

4권에서 다루었던 범죄 사건 이야기 가운데 등장한 범인으로 수감된 자가 아르킴볼디의 조카라는 것이 연결 고리이고 아르킴볼디는 멕시코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조카를 보기 위해 멕시코로 떠나는 것으로 이 소설은 밑도 끝도 없이 끝난다

전체 5부 가운데 그나마 제일 재미?랄까 할 수 있는건 5부가 아닐까


총평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피만 대작

빨랫줄에 널려있는 옷가지들 처럼 다섯 권으로 나누어 널어놓기만한 이야기

쓸데없이 부피만 커서 오히려 부피만큼의 기대를 품게하지만 거품만 가득해 욕먹을 소설

도대체 무수한 찬사를 날린 이들은 이 소설에서 무엇을 보았으며 나는 왜 볼 수 없는지

좋은 소설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작가 개인의 해석 방식을 보여야 할 것 같은데 2666에는 그런게 없다 라고 감히 단정 한다

2666이 2666년이든 뭐든 2024년을 살고 있는 우리는 소설속 악의 모습에 놀라기는 커녕 시큰둥할만큼의 현실을 살고 있다 그렇게 무뎌진 인간을 소설을 읽고 티끌만큼의 뭔가를 느끼게 하려면 이런 참상의 물량 전시와 엉성한 짜집기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방대한 분량으로 압도하지 않더라도 독자를 압도하는 소설은 넘쳐난다

도대체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싶은게 마지막 장을 넘길때 드는 한줄 느낌이다

아 그걸 노린건가


그옛날 알라딘 중고로 24000원에 샀는데 현재 프리미엄이 붙어 최고가 30만 최저가 7만이니 나는 한 5~6만에 내놔봐야겠다


작년에 판형을 크게 하고 다섯 권 합본판을 선보였는데 x짓의 또다른 전형을 보여줬다 장식용 책 과시용 소장용 책으로 만들 생각을 말고 실제로 읽을 독자를 겨냥하기를 바란다

낱권이면 들고다니기라도 하지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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