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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나, 부르군드의 공주 / 결혼식 / 오페레타 ㅣ 제안들 8
비톨트 곰브로비치 지음, 정보라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5년 1월
평점 :
그럴듯하지 않지만 그럴듯 하고
그럴듯 하지만 그럴듯하지 않은 이야기들
이 책을 읽었으므로 일전에 읽다 만 "페르디두르케"를 다시 시작하면 되겠다는 생각이다. 누군가 이 책을 읽는다면 부록 '맨발에서 나체까지'를 먼저 읽으라하겠다.
'오페레타'에서
주인공이 'R' 발음을 프랑스식 'H'와 비슷하게 한다해서 원어 발음 특징을 살리기 위해 문맥을 어그러뜨리지 않는 선에서의 'ㄹ'을 'ㅎ'으로 표기 한것, 이를테면
소매흘 바호잡고 오흔쪽 어깨 아래흘
(소매를 바로잡고 오른쪽 어깨 아래를)
여허분, 우히의 소중하신(여러분 우리의...)
바호 다흠 아닌 거장 피오흐 선생
(바로 다름 아닌 거장 피오르 선생)
이라 번역 표기한 것.
읽는 내내 너무 거슬렸다. 출판사의 쓸데 없는 오지랖이 아닌가 싶다. 정말로 발음의 차이를 구현하고 싶었다면 단어를 늘려 표기하거나 다른 방법을 강구 했어야 했다. 한글 자음을 일률적으로 교체한다고 원어의 뉘앙스가 전달되는 것도 아닌 어거지. 완전 왕짜증. 작품의 본질과 하등의 관계도 없는. <유헙 옷차힘 새호운 초대흘 인기흘 패션쇼흘 전조흘 우히 목소히 사항스허운 ...>
이게 말이야 마구간이야 도대체
지금 다시 보니 번역자가 무려 소설가 정보라 라서 더더욱 아쉬울 따름
책 속에서
왕자. 예! 저는 충분히 부유하니까 아주 특이할 정도의 가난뱅이와 약혼해도 상관없어요. 어째서 예쁜 아가씨만 제 마음에 들어야 하는 거죠? 못생긴 아가씨가 마음에 들면 안 되나요? 그런 법이 어디 적혀 있냐고요? 나는 자유로운 사람인데, 마치 무슨 영혼 없는 기계처럼 무조건 따라야 하는 그런 법이라도 어딘가 있다는 거예요?
찌릴. 그녀는 바보가 아니에요, 바보 같은 상황에 있을 뿐이지.
사람은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의 영향을 받게 되어 있으며, 사람으로부터 비롯되는 것 외에 다른 신성성이란 없다.
헨리크. 그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는 않겠어?
브와지오. 나 혼자였다면 느꼈겠지만, 둘이서 무슨 일을 하면 안 그래, 둘이면 서로 따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