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황홀 - 보이는 것의 매혹, 그 탄생과 변주
마쓰다 유키마사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온갖 잡다한 시각적인 것들의 기원에 대한 저자의 기록.
약 480개에 달하는 사진과 그림 등 그 자료의 양과 시시콜콜한 사실들의 언급에는
놀라움을 나타낼수 있겠지만, 넓다보니 깊지 못한점이 내내 '이건 뭐니?'했다.
또한 저자 자신이 '일본인'이란 것에 경도된 게 아닌가 싶은 설명이 군데군데 보여
썩 달갑지 않다.
시각적인 것들의 '기원'에 대한 저자의 노력에 비한다면 한국어판 제목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황홀? 과연 그러한 황홀감이나 황홀경에 대한 책인지 누구보다 간파했을 편집진들이 정한
제목 치고는 좀 아니올시다.


엄청스레 많은 이미지들과 꼭 마침표로 한 쪽을 끝내야 했던 편집진들의 노고가
대단했으리라 짐작된다. 나 같으면 쌍욕 수십 트럭은 퍼붜가면 진행했으리라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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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비블리오필리 - 인생의 답을 책에서 구하다
허연 지음 / 해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약 20일만에 초판 2쇄를 찍었음.

이런 종류, 특정인의 독서일기를 따라 읽는 이유는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을 부정할 순 없지만
그와 더불어 한 권 속에서 다양한 책을 소개받을수 있기 때문이다. 그 소개에 따라 목록을
만들고 취사선택하는 기쁨 또한 더할나위 없음이로다. 그러나 문제는 지를 책도 많고 질러놓은
책도 많은데 진도가 나가지 않는 다는 점이렷다. 일종의 지적 허영심의 표본되겠다.
여하튼 한 권의 책 속에서 여러 권의 책에 숨겨진 멋진 말들과 그 말을 옮겨 적은 저자의 감정도
엿볼 수 있다는 것도 쾌재를 부를만하다. 물론 저자의 선택에 일방적으로 따라가는거 아니냐
하겠지만 독서란 행위가 그런거 아닌가.
덕분에 눈이 번쩍번쩍 뜨이는 책들을 알게 되어 아주 만족스런 독서였다.


12p-우리는 아나키스트를 '무정부주의자'라고 번역한다. 난 그 번역이 일본의 한 대학생이 번역한 걸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오해는 바로 그 번역에서부터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무정부주의자'라는 번역 때문에 나는 '아나키스트'하면 정부가 없는 혼란 상태를 먼저 떠올렸다. 아나키스트는 러시아 어인 '트라보로 아나르키아 아나키스트'라는 말이 그 어원이다. '선장 없는 배의 주인들'이란 말이다. 그러니 정확히 말해서 아나키스트는 '자유연합주의' 정도로 번역되어야 한다.
이런 내막도 모르고 '아나키스트'를 들먹댄다면 공부 좀 해야할 듯 싶다.

만물은 서로 돕는다-르네상스 펴냄, 세계를 뒤흔든 상호부조론-하승우 지음, 그린비 펴냄
아나키스트 이회영과 젊은 그들-이덕일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공산당 선언-이진우 번역 책세상

51p-'인간은 스스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조건에 반응할 뿐이다.'
52p-'존재가 인식을 규정한다'는 말이 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존재하느냐에 따라 인식도 달라진다는 말이다.
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대한 착각-데이비드 베레비 에코리브로 펴냄

58-공익광고에는 일종의 '폭력 코드'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옳으니 너희들은 따라 하라'는 일방적인 지침이 담겨 있는 것이 공익광고다.
폭력과 상스러움-진중권 푸른숲 펴냄
태극기의 정체-김상섭 지음 동아시아 펴냄
'공익'이라면 무조건 예스여야 한다는 생각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공익'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할 듯.

데루수 우잘라-갈라파고스 펴냄

208p-죽음을 함께 못 한 사랑은 모두 실패한 사랑이다. 그래서 인간의 사랑은 대부분 실패다. 남겨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기억하는 일뿐이다.
눈물이란 무엇인가-태학사 펴냄
소설가 김연수가 <출판저널>에 올린 구절이 저자를 단박에 사로잡았다는 대목에 나도 눈이 번쩍@@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감성은 다르지 않은가 보다. 조선 후기를 살았던 심노승 이라는 선비의 글을 모은 것이다.
옛 글들을 다시 한글로 옮긴 글들을 보면 그야말로 절창인 글들이 많다. 오늘날 난다긴다하는 글쟁이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얕고 가벼운 감각이 판치는 마당에 이런 글들은 그야말로 보배다. 필독!

꽃잎 한 조각 날려도 봄은 줄어들거늘
바람 불어 만 조각 꽃잎 날리니 진정 사람 시름겹게 하네
지려 하는 꽃이 눈을 스치는 것 잠시 바라보고
몸 상한다 하여 술이 입에 들어감을 마다하지 말리라
무엇 하러 헛된 명예에 이 몸을 얽어매리오 -두보의 시 曲江
당시-을유문화사 펴냄 김원중 번역

287p
'비극이 없다면 비장함도 없을 것이며, 비장함이 없다면 숭고함도 존재하지 않는다. 눈 덮인 봉우리가 위대한 것은 도처에 등산가의 유체가 묻혀 있기 때문이며, 바다가 위대한 것은 역시 곳곳에 파손된 배의 잔해가 떠다니기 때문이다. 인생이 위대한 이유는 어쩔 수 없는 늙음과 필연적인 이별 그리고 영원한 상실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문화답사기-미래 M&B 펴냄 위치우위

'어쩌면 끝이란 우리의 상상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낸 상상의 목적지 말이다. 그러나 때가 되면 우리는 결코 그곳에 도달할 수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멈출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이 다 되었기 때문에 멈춘 것뿐이다. 그래, 멈출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끝에 도달했다는 것은 아니다.'
폐허의 도시-열린책들 펴냄 폴 오스터

절터 그 아름다운 만행-호미 펴냄
폐사지만을 돌아본 여행기.
그러게 그 빈 폐허에 가서 한참 앉아있어보고 싶네

297p
'일상생활에서 기술이나 신념, 허위를 완전히 제거하고 나면 오직 본질만이 남는다. 본질에 가장 가까운 것이 달리기다.'
맨 다리로 달리든 자전거를 타고 달리든 결국 잡것이 하나도 섞이지 않으며 달리는 것. 동감.

308p
"남에게 해를 미치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어요."
슬픔이여 안녕-프랑수아즈 사강

312p
책에는 1980년대 <허슬러> 지 발행인인 포르노 제국의 황제 래리 플린트와 도덕적 다수파를 대표하는 폴웰 목사가 벌인 재판이 소개되어 있다. 당시 법원은 플린트의 손을 들어주었다.
'악의에 가득 찬 표현'이라는 것 자체가 매우 주관적 기준이고, 이 표현만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 된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었다. 포르노 제작자든 누구든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고, 한 명의 자유를 억압하는 건 결국 모든 사람의 자유를 억압하는 선례가 된다는 걸 가르쳐준 중요한 판결이었다. 포르노 제작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 의아할 수 있지만 당시 법원의 결정은 훗날 표현의 자유 논란에 중요한 기준점 역할을 했다.
세상을 바꾼 법정-궁리 마이클 리프 외 지음
최근 대한민국에서 일어나 외국에서도 코메디 같다는 사건과 맞닿아 있는 사건 같다. 미국에서 이런 거 좀 배워라.

내가 읽은 책과 그림-씨앗을 뿌리는 사람 펴냄 라니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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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 키드 - 정신을 놓자! 세상이 모든 사물이, 마술처럼 보일 것이다
김경주 지음 / 뜨인돌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펄프 키드 김경주 뜨인돌 2008.10

펄프 키드는 우리말로 잡종, 잡놈, 통속적인 놈 정도의 뜻으로 해석될 것 같다. -5p

... 펄프픽션이란 미국의 1920년대에서 1950년대 사이에 값싼 펄프 종이에 인쇄되어
간행되던 통속잡지를 말한다. -6p

이 책의 글 절반은 KT&G에서 연재 제안을 해 와서 <<상상마당>>웹진에 일주일에
하나씩 올렸던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새로 추가했다. -8p


시인 김경주의 그야말로 '잡'스러운 글들을 모은 책이라 하겠다. 첫 시집으로 대단한
반향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시인의 글모음이니만큼 그를 알고 있는 치들이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기획거리의 소산이겠다.

첫 시집이후 그가 자신의 말들을 줄줄이 책으로 펴내고 있는 '현상'에 대해 그의 첫 시집
애독자였던 한 사람으로써 가지는 우려랄까 뭐 그런 감정으로 책장을 넘겼다. 너무 많은
말들을 '막' 쏟아내는 건 아닐까 하는 뭐 그런. 시만 써서 살 수 없으니 닥치는대로 써야
하기도 하겠지만 여하튼.

'연재'때문에 썼든 써논 걸 연재했던 알 바 아니겠으나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옳았다.
그냥 술술술술 읽힌다. 한번쯤 옛일을 돌이켜 볼 만한 사물들과 애피소드에 기대어 괜히
지난 일을 상기해 볼 정도의 글들이다. 그야말로 잡놈의 잡담일 뿐이다. 잡놈이기를 희망
하는 저자의 바람이 적절하게 구사된 한 권의 책인것 같다. (괜히 질렀다)

+
분량이 많지 않은 원고를 (때론 어거지로)엮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내는 게 출판사들
본분의 한 가지다. 밥벌이가 그 바닥이다보니 어설픈 원고와 어설픈 저자들의 말들이
어떻게 해서 책으로 만들어 지는가 알게되고 눈 빠지는 수정 작업도 해보다 보니 이런 저런
책들을 보면 책이지만 책 아닌 것들도 많고 출판이라는 '문화'사업의 간판 뒤에서 주판만 졸라~
튕기는 왕 속물들이 판치는 것도 안다.
머... 본 도서도 그런 류에서 그닥 거리가 멀다고 보진 않는다. 행간을 어벙벙하게 한 편집만
봐도 그렇고 연재된 원고를 잘 물고와 책으로 만들 아이디어를 낸 기획도 그리 나이스해 보이진
않는다. 무엇보다 제일 실망(또는 짱)난 건 곱씹을 만한 그런 건더기가 별로 없는 멀국 같은
본문의 내용이다. 아무리 '잡'것을 표방한 펄프키드의 펄프픽션이라고 당당하게 까발렸다고
해도 말이지. 물론 저자의 이름 석 자에 정신줄 놓고 질러버린 그래서 책값의 5% 정도를 저자에게
던져 준 내 잘못이다만 말이지. 지고지순한 문학도의 진정성을 바라는 게 아니다. 욕심이겠지만
'최소한의 성의'를 바랬다고 한다면 내가 잡놈인 건가?


++
김경주의 思物놀이 라고 해서, 그걸 보고 김선우의 事物들 이나 김소연의 마음사전 같은
그런 책과 말들을 만나고자 막연히 무작정 기대했던 내가 어리석었음을 이제야 알았다.


+++
본문의 종이를 왜 형광등 처럼 하얗기만 한 종이를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책이 참
'싼'티 가 난다. 편집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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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소년이 서 있다 민음의 시 149
허연 지음 / 민음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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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이후 10년 동안 쓰지 않다가 다시 시집을 낸, 내내 궁금케 했던
허연의 두 번째 시집
일찍이 허무를 알버린 자들이 시인이라는 해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허연
시의 주조는 허무다 시 편 곳곳에 재미없고 허무한 세상사에 대한 말들이다
그래서 허연의 시를 기다려 왔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왜 쓰지 않았는지는「휴면기」를 통해 밝히고 있는듯 하다
어찌보면 이제 한풀 꺾인 시인의 허무풀이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아니면 이마저도 재미가 없어 영영 안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허무 쓰기가
자리매김 되기를 바란다. 덧붙여 언제나 나쁜 소년으로 서 있어 줄 것도 당부 한다.
언젠가 계간지에 발표했던 「시정 잡배의 사랑」이 실리지 않은 건 의외다.


휴면기

오랫동안 시 앞에 가지 못했다. 예전만큼 사랑은 아프지
않았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 비굴할 만큼 비굴해졌고, 오만할 만큼 오만해졌다.

세상은 참 시보다 허술했다. 시를 썼던 밤의 그 고독에
비하면 세상은 장난이었다. 인간이 가는 길들은 왜 그렇게 다 뻔한 것인지.
세상은 늘 한심했다. 그렇다고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염소 새끼처럼 같은 노래를 오래 부르지 않기 위해 나는
시를 떠났고, 그 노래가 이제 그리워 다시 시를 쓴다. 이제
시는 아무것도 아니다. 너무나 다행스럽다.

아무것도 아닌 시를 위해,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길 바라며 시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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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첫 문학과지성 시인선 345
김혜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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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그녀의 시가 이제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납게 울부짖고 할퀴던 그것이 - 아마도 비명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버렸는지
조용하고 나직하기만
비명으로 생을 채우던 매미들 책갈피 어디로 다 떨어지고
벼 밑둥에 허연 서리만 가득한 데 서있는 시집
'비명은 내 인생의 안내자'(128p)라고 「비명생명」의 비명으로
선명한게 빛나지만 그 안내자 이제 어디로 그녀를 안내할지 그녀 안의
비명만이 알겠지만 비명이 꺼진 후 깜깜한 적막에서 그녀는 어떻게 감당해내고 살아낼지
 
어쩌면 파랗게 질린 고요한 새벽이 점령한 시간을 향해
무덤덤하게 겁도없이 또각또각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너무 높거나 낮거나 크거나 작은 소리는 들을수 없는 귀를 가져
그녀의 비명이 이젠 들리지 않는 건지
지구가 우주와 마찰하며 내는 소리만큼 그녀의 비명 커다란건 아닌지

아름다운 비명이 그녀를 떠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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