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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비블리오필리 - 인생의 답을 책에서 구하다
허연 지음 / 해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약 20일만에 초판 2쇄를 찍었음.
이런 종류, 특정인의 독서일기를 따라 읽는 이유는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을 부정할 순 없지만
그와 더불어 한 권 속에서 다양한 책을 소개받을수 있기 때문이다. 그 소개에 따라 목록을
만들고 취사선택하는 기쁨 또한 더할나위 없음이로다. 그러나 문제는 지를 책도 많고 질러놓은
책도 많은데 진도가 나가지 않는 다는 점이렷다. 일종의 지적 허영심의 표본되겠다.
여하튼 한 권의 책 속에서 여러 권의 책에 숨겨진 멋진 말들과 그 말을 옮겨 적은 저자의 감정도
엿볼 수 있다는 것도 쾌재를 부를만하다. 물론 저자의 선택에 일방적으로 따라가는거 아니냐
하겠지만 독서란 행위가 그런거 아닌가.
덕분에 눈이 번쩍번쩍 뜨이는 책들을 알게 되어 아주 만족스런 독서였다.
12p-우리는 아나키스트를 '무정부주의자'라고 번역한다. 난 그 번역이 일본의 한 대학생이 번역한 걸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오해는 바로 그 번역에서부터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무정부주의자'라는 번역 때문에 나는 '아나키스트'하면 정부가 없는 혼란 상태를 먼저 떠올렸다. 아나키스트는 러시아 어인 '트라보로 아나르키아 아나키스트'라는 말이 그 어원이다. '선장 없는 배의 주인들'이란 말이다. 그러니 정확히 말해서 아나키스트는 '자유연합주의' 정도로 번역되어야 한다.
이런 내막도 모르고 '아나키스트'를 들먹댄다면 공부 좀 해야할 듯 싶다.
만물은 서로 돕는다-르네상스 펴냄, 세계를 뒤흔든 상호부조론-하승우 지음, 그린비 펴냄
아나키스트 이회영과 젊은 그들-이덕일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공산당 선언-이진우 번역 책세상
51p-'인간은 스스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조건에 반응할 뿐이다.'
52p-'존재가 인식을 규정한다'는 말이 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존재하느냐에 따라 인식도 달라진다는 말이다.
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대한 착각-데이비드 베레비 에코리브로 펴냄
58-공익광고에는 일종의 '폭력 코드'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옳으니 너희들은 따라 하라'는 일방적인 지침이 담겨 있는 것이 공익광고다.
폭력과 상스러움-진중권 푸른숲 펴냄
태극기의 정체-김상섭 지음 동아시아 펴냄
'공익'이라면 무조건 예스여야 한다는 생각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공익'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할 듯.
데루수 우잘라-갈라파고스 펴냄
208p-죽음을 함께 못 한 사랑은 모두 실패한 사랑이다. 그래서 인간의 사랑은 대부분 실패다. 남겨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기억하는 일뿐이다.
눈물이란 무엇인가-태학사 펴냄
소설가 김연수가 <출판저널>에 올린 구절이 저자를 단박에 사로잡았다는 대목에 나도 눈이 번쩍@@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감성은 다르지 않은가 보다. 조선 후기를 살았던 심노승 이라는 선비의 글을 모은 것이다.
옛 글들을 다시 한글로 옮긴 글들을 보면 그야말로 절창인 글들이 많다. 오늘날 난다긴다하는 글쟁이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얕고 가벼운 감각이 판치는 마당에 이런 글들은 그야말로 보배다. 필독!
꽃잎 한 조각 날려도 봄은 줄어들거늘
바람 불어 만 조각 꽃잎 날리니 진정 사람 시름겹게 하네
지려 하는 꽃이 눈을 스치는 것 잠시 바라보고
몸 상한다 하여 술이 입에 들어감을 마다하지 말리라
무엇 하러 헛된 명예에 이 몸을 얽어매리오 -두보의 시 曲江
당시-을유문화사 펴냄 김원중 번역
287p
'비극이 없다면 비장함도 없을 것이며, 비장함이 없다면 숭고함도 존재하지 않는다. 눈 덮인 봉우리가 위대한 것은 도처에 등산가의 유체가 묻혀 있기 때문이며, 바다가 위대한 것은 역시 곳곳에 파손된 배의 잔해가 떠다니기 때문이다. 인생이 위대한 이유는 어쩔 수 없는 늙음과 필연적인 이별 그리고 영원한 상실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문화답사기-미래 M&B 펴냄 위치우위
'어쩌면 끝이란 우리의 상상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낸 상상의 목적지 말이다. 그러나 때가 되면 우리는 결코 그곳에 도달할 수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멈출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이 다 되었기 때문에 멈춘 것뿐이다. 그래, 멈출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끝에 도달했다는 것은 아니다.'
폐허의 도시-열린책들 펴냄 폴 오스터
절터 그 아름다운 만행-호미 펴냄
폐사지만을 돌아본 여행기.
그러게 그 빈 폐허에 가서 한참 앉아있어보고 싶네
297p
'일상생활에서 기술이나 신념, 허위를 완전히 제거하고 나면 오직 본질만이 남는다. 본질에 가장 가까운 것이 달리기다.'
맨 다리로 달리든 자전거를 타고 달리든 결국 잡것이 하나도 섞이지 않으며 달리는 것. 동감.
308p
"남에게 해를 미치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어요."
슬픔이여 안녕-프랑수아즈 사강
312p
책에는 1980년대 <허슬러> 지 발행인인 포르노 제국의 황제 래리 플린트와 도덕적 다수파를 대표하는 폴웰 목사가 벌인 재판이 소개되어 있다. 당시 법원은 플린트의 손을 들어주었다.
'악의에 가득 찬 표현'이라는 것 자체가 매우 주관적 기준이고, 이 표현만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 된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었다. 포르노 제작자든 누구든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고, 한 명의 자유를 억압하는 건 결국 모든 사람의 자유를 억압하는 선례가 된다는 걸 가르쳐준 중요한 판결이었다. 포르노 제작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 의아할 수 있지만 당시 법원의 결정은 훗날 표현의 자유 논란에 중요한 기준점 역할을 했다.
세상을 바꾼 법정-궁리 마이클 리프 외 지음
최근 대한민국에서 일어나 외국에서도 코메디 같다는 사건과 맞닿아 있는 사건 같다. 미국에서 이런 거 좀 배워라.
내가 읽은 책과 그림-씨앗을 뿌리는 사람 펴냄 라니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