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 키드 - 정신을 놓자! 세상이 모든 사물이, 마술처럼 보일 것이다
김경주 지음 / 뜨인돌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펄프 키드 김경주 뜨인돌 2008.10

펄프 키드는 우리말로 잡종, 잡놈, 통속적인 놈 정도의 뜻으로 해석될 것 같다. -5p

... 펄프픽션이란 미국의 1920년대에서 1950년대 사이에 값싼 펄프 종이에 인쇄되어
간행되던 통속잡지를 말한다. -6p

이 책의 글 절반은 KT&G에서 연재 제안을 해 와서 <<상상마당>>웹진에 일주일에
하나씩 올렸던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새로 추가했다. -8p


시인 김경주의 그야말로 '잡'스러운 글들을 모은 책이라 하겠다. 첫 시집으로 대단한
반향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시인의 글모음이니만큼 그를 알고 있는 치들이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기획거리의 소산이겠다.

첫 시집이후 그가 자신의 말들을 줄줄이 책으로 펴내고 있는 '현상'에 대해 그의 첫 시집
애독자였던 한 사람으로써 가지는 우려랄까 뭐 그런 감정으로 책장을 넘겼다. 너무 많은
말들을 '막' 쏟아내는 건 아닐까 하는 뭐 그런. 시만 써서 살 수 없으니 닥치는대로 써야
하기도 하겠지만 여하튼.

'연재'때문에 썼든 써논 걸 연재했던 알 바 아니겠으나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옳았다.
그냥 술술술술 읽힌다. 한번쯤 옛일을 돌이켜 볼 만한 사물들과 애피소드에 기대어 괜히
지난 일을 상기해 볼 정도의 글들이다. 그야말로 잡놈의 잡담일 뿐이다. 잡놈이기를 희망
하는 저자의 바람이 적절하게 구사된 한 권의 책인것 같다. (괜히 질렀다)

+
분량이 많지 않은 원고를 (때론 어거지로)엮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내는 게 출판사들
본분의 한 가지다. 밥벌이가 그 바닥이다보니 어설픈 원고와 어설픈 저자들의 말들이
어떻게 해서 책으로 만들어 지는가 알게되고 눈 빠지는 수정 작업도 해보다 보니 이런 저런
책들을 보면 책이지만 책 아닌 것들도 많고 출판이라는 '문화'사업의 간판 뒤에서 주판만 졸라~
튕기는 왕 속물들이 판치는 것도 안다.
머... 본 도서도 그런 류에서 그닥 거리가 멀다고 보진 않는다. 행간을 어벙벙하게 한 편집만
봐도 그렇고 연재된 원고를 잘 물고와 책으로 만들 아이디어를 낸 기획도 그리 나이스해 보이진
않는다. 무엇보다 제일 실망(또는 짱)난 건 곱씹을 만한 그런 건더기가 별로 없는 멀국 같은
본문의 내용이다. 아무리 '잡'것을 표방한 펄프키드의 펄프픽션이라고 당당하게 까발렸다고
해도 말이지. 물론 저자의 이름 석 자에 정신줄 놓고 질러버린 그래서 책값의 5% 정도를 저자에게
던져 준 내 잘못이다만 말이지. 지고지순한 문학도의 진정성을 바라는 게 아니다. 욕심이겠지만
'최소한의 성의'를 바랬다고 한다면 내가 잡놈인 건가?


++
김경주의 思物놀이 라고 해서, 그걸 보고 김선우의 事物들 이나 김소연의 마음사전 같은
그런 책과 말들을 만나고자 막연히 무작정 기대했던 내가 어리석었음을 이제야 알았다.


+++
본문의 종이를 왜 형광등 처럼 하얗기만 한 종이를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책이 참
'싼'티 가 난다. 편집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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