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첫 문학과지성 시인선 345
김혜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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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그녀의 시가 이제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납게 울부짖고 할퀴던 그것이 - 아마도 비명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버렸는지
조용하고 나직하기만
비명으로 생을 채우던 매미들 책갈피 어디로 다 떨어지고
벼 밑둥에 허연 서리만 가득한 데 서있는 시집
'비명은 내 인생의 안내자'(128p)라고 「비명생명」의 비명으로
선명한게 빛나지만 그 안내자 이제 어디로 그녀를 안내할지 그녀 안의
비명만이 알겠지만 비명이 꺼진 후 깜깜한 적막에서 그녀는 어떻게 감당해내고 살아낼지
 
어쩌면 파랗게 질린 고요한 새벽이 점령한 시간을 향해
무덤덤하게 겁도없이 또각또각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너무 높거나 낮거나 크거나 작은 소리는 들을수 없는 귀를 가져
그녀의 비명이 이젠 들리지 않는 건지
지구가 우주와 마찰하며 내는 소리만큼 그녀의 비명 커다란건 아닌지

아름다운 비명이 그녀를 떠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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