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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이던가 절판된 오래된 책의 중고서점 루트를 알려준 지인의 강력한 추천으로 알게 된
생소한 헝가리 작가의 작품을 일독했다 최근작이 아니면 습관적으로 판권부터 본다
1판 1쇄가 2001년 6월 18일 이며 구입한 책은 1판 16쇄 2010년 2월 1일 로써 10여 년 동안
16쇄가 찍힌 작품이다 아마 입소문을 타고 독자들의 꾸준한 독서가 있었던 모양이다
발행일이 오래되다 보니 책의 전체적인 편집과 디자인은 요즘책보다 좀 떨어진다 여하튼.
작품 속에서 끝내 대답하지 물음과 답할수 없는 질문,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열정'이라는 제목이 원제의 직역일까 아니면 의역일지.
표지 카피로 인용된 문구 말미의 그것이 '열정'을 뜻하는 건가? 그 열정과 작품을 연달아
생각해봐도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다. 그런 일을 각오할 정도로 열정을 품었다면 그것은 헛
산게 아닌 게 되는 건가. 이 부분에 대해선 추천해 준 분과 다음에 한번 이야기 해봐야겠다.
그것이 아니라면 기다림 자체가 열정이란 것인지. 여하튼 복잡다단한 생각과 감정과 감상을
하게 만든 작품으로 간만에 결말을 쫒아가는 심정으로 접한 작품이었다.
이 소설을 '열정'이라는 키워드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확답이나 결론은 보류한다 어쩌면
아직 뭔가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만
그것보다는 "그가 다른 종류의 사람이기 때문이지."라고 장군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 준 이
'다른' 사람이라는 게 이 소설의 테마가 아닐까 싶다. 결국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만나지 못한
아버지나 아들의 인생 유전이 작품 전체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는 남녀 간 삼각관계에서 흔한 소재고 이 작품이 비록 작가 사후에 빛을 보게됐지만
생명력을 가지고 현재까지 읽히는 이유는 촘촘하게 짜여진 작품의 힘이 아닐까 싶다.
언듯 신경숙 장편소설 '깊은슬픔'이나 영화 '몽상가들'이 생각나기도 한다라고 하면 선입견이
들지 모르겠으나 결국 낱낱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단독자로써의 인간본성에 관한 것쯤으로 해둘까 싶다.
여간해선 소설 두 번 읽기는 하지 않지만 다시 한 번 더 들춰봐야겠다는 생각이 살짝.
타고난 성향과 외적 상황에 밀려 때 이른 고독 속으로 칩거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이, 콘라드는 조롱과 경멸섞인,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호기심 어린 어조로 세상에 대
해서 이야기하였다. -77p
그러나 자네 영혼의 밑바탕에는 갈등, 자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고 싶은 동경이 숨어 있었어.
인간에게 그것보다 더한 시련은 없네. 현재의 자기와는 달라지고 싶은 동경, 그것보다 더 고
통스럽게 인간의 심장을 불태우는 동경은 없지.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과 세상에서 차지하는
것하고 타협할 때에만 삶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일세. ... 자신의 성격과 본성을 받아들이는 도
리밖에 없지. 제아무리 많은 경험을 하고 부족한 점이나 이기심, 탐욕을 인식해도 변할 수 없
기 때문이야. -173p
인간은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목숨을 부지하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무슨 일이 있더
라도, 위험과 죽음을 무릎쓰고라도 운명을 접해보고 받아들이려 하기 때문일세. -184p
누구나 스스로 일을 자초하기 마련이지. 스스로 자초하고, 불러오고, 피할수 없는 일에서 벗어
나려 하지 않네. 인간이란 원래 그렇다네. 자신의 행위가 치명적이라는 것을 처음 순간부터 알
면서도 그만두려 하지 않아. 인간과 운명, 이 둘은 서로 붙잡고 서로 불러내서 서로를 만들어간다네. -219p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변화를 겪든 언제나 '다른 사람'을
찾기 때문일세. ... 삶의 가장 큰 비밀과 최대의 선물은 '비슷한 성향'의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일세. -223p
그 자리에서 나는 살아남은 사람에게는 비난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네. 살아남은 사람은
소송에서 이긴 거나 다름없네. 그러니 비난할 권리도, 이유도 없지 않겠는가. 그는 더 영리하고
끈질긴 강자일세. 우리 두 사람이 그렇다네. -23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