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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그라피아 - 위대한 작가들의 창조적 열병
앨리스 플래허티 지음, 박영원 옮김 / 휘슬러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글을 쓰고자 하는 주체 못할 욕구를 가리켜 의학적으로는 '하이퍼그라피아'라고 부른다. 10p
작가의 블록 현상(작가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글을 쓰지 못해 고통스런 상황에 빠지는 현상)
왜 글을 써야만 하는가 또는 글을 쓰지 않고서는 못견딜 것 같은 증상?에 대한 단순 호기심에
즉흥적으로 주문한 책이었으니 미처 훑어보지 못한 점이 읽어 나가는 내내 걸렸다. 중간에 읽기
를 그만둘까 하는 마음 자주 들었지만 대충이라도 읽자는 성격 때문에 일독은 했으나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다.
당연한 것이, 신경과학자(아마도) 입장에서 써 나간 글이다보니 딱딱한 의학용어와 사례가
많았고 그런 이야기는 흥미를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여러가지 정신질환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없었으므로. 다만 가끔씩 언급되는 작가들의 사례에 조금 흥미로웠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정신질환
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나 라든가 우리가 흔히 아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과 병력에 관한 것들.
주체못할 상황이나 상태에 대해 '뮤즈'라고 명명하는 '영감'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이나 종교적 입장
에 대해 판단은 독자가 하겠지만 과연 그것이 두뇌 활동의 병적인 원인에서 기인한다고만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천재적인 많은 작가들이 상당수 정신병력이 있었다는 사례를 본다면 문학은
결국 병적인 상태의 결과물인건가 한다면 문학이라는 위엄은 격하되는 것인가.
뭐라도 지껄이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는 시간에 대한 원인과 처방을 내심 바라기도 했으나
원인은 이 책에서 아마 가장 많이 쓰인 단어인 측두엽과 관련됐을 거라는 것 정도를 읽었다.
뭔가 방법을 알아냈다고한들 고쳐가면서까지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선 지독히 회의적이다.
어떤 약물로 내 자신이 바뀌어 (기분이든 정신이든)다른 인간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 얼마나
가소로운 일인지. 햄릿에게 주사를 놔서 돈키호테로 만들수 있다고 그렇게 할건가? 극단적 비약이지만
모든 타인이 돈키호테라고 나를 최소한 산초로 만들어야 하느냐? 햄릿은 그냥 햄릿으로 죽어야지.